지문
이선영 지음 / 비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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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하면서 사랑한다. (25p)


한 여자의 시체가 발견된다. 바위에서 떨어진 여자. 한 눈에 보기에는 그냥 단순 실족사처럼 보인다. 산에 올랐다가 발을 잘못 디디는 바람에 떨어져서 죽은 그런 사고 말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그렇게 단순하게 보이지 않는다. 일단 산을 오르는 사람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할 가방 같은 것이 보이지 않는다. 가방을 찾아야 이 사람이 누구인지 특정해 낼 수가 있을텐데 말이다. 아무것도 없이 맨몸으로 산을 오르는 사람은 잘 없지 않은가. 적어도 핸드폰이라도 있어야 할 텐데 그것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거기다가 신발도 없다. 그렇다면 실족사가 아닌 자살을 의심해봐야 하는 것일까.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죽기전에 항상 신발을 고이 벗어놓았다. 그렇게 신발을 벗어놓고 그녀도 뛰어 내려 죽음을 맞이한 것일까. 경찰은 나무에 걸린 신발을 발견한다. 하지만 이것도 이상하다. 산을 오르는 사람이 하이힐이라니. 이것은 어떤 보아도 사고도 아니고 자살도 아닌 사건이다. 그렇게 이 사건의 범인을 찾아야 하는 일이 이어진다.


작가 이름과 소개를 자세히 읽어본다. 한 권의 제목이 눈에 뜨인다. 분명 읽었던 책이다. 검색을 해본다. 그렇다. 신의 마지막 아이. 나는 이 책을 2015년에 읽었었다. 아마도 그때 당시 신간이었을 것이다. 종교를 소재로 삼아서 이야기를 전개해서 꽤나 독특하다고 생각했었고 그래서 제목을 보는 순간 한번에 생각이 났다. 그 이야기와 이이야기를 비교해 본다면 약간은 다른 결처럼 느껴진다. 조금은 더 장르소설에만 집중을 하고 있다는 느낌일까. 그렇게 결이 다르다고 생각해서 그랬는지 몰라도 장르소설에서는 약간은 풋풋한 냄새가 난다고 느꼈다. 어느정도는.


세상에는 평범한 가면을 쓴 야수가 너무 많다. (168p)


촘촘하게 잘 엮어서 이야기를 전개해 간다. 이야기는 죽은 사람의 신원을 파악하고 가족을 찾고 그 가족의 인생사를 그러낸다. 평범하지만은 않은 가족이다. 그 가족에 얽힌 이야기를 찾아낸다면 이 이야기는 거의 다 푼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 가족이 숨기고 있는 비밀을 작가는 적나라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그것은 마지막 단계에서나 활자화되어 독자들에게 보여진다. 그 전까지는 모두가 알고 있지만 모두가 드러내지 않는 비밀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비록 다 드러나 있을지라도 말이다.

작가가 숨기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중후반에서 알아차렸다. 어떤 트릭이 숨겨져 있는지도 말이다. 아마도 이런 장르를 많이 보아온 사람이라면 특히 한국 장르를 많이 보아온 사람이라면 눈치채지 않았을까. 쉽게 풀린 트릭에 배신감이 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내면에 깔려진 이야기들이 더 마음을 무겁게 만드니 말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서 트릭이나 반전같은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성을 드러내고 싶은 것은 아니었을까. 작가의 말을 인용하자면 작가는 인간의 치열한 욕망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했다. 그것을 장르소설 형식으로 담아내고자 했다. 그 방법은 성공한 듯이 보인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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