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4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송태욱 옮김 / 비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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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파랬을 하늘은 이미 석양의 붉은빛에 가까워져 있었다. 하얀 구름도 서쪽으로 향하며 점점 오렌지색을 띠어간다. (109p)



작가의 전작 두권을 모두 읽었었다. 가장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은 표지였다. 분명 다른 표지인데도 사진들이 주는 느낌이 뭐라 한 마디로 딱 잘라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비슷하게 느껴졌다. 초록색의 색감이 주는 편안함. 그런 느낌은 이번 책에서도 여전하다. 사람들은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가서 그림이나 사진을 보면서 새로움을 느끼고 작가가 표현한 것을 공감하려고 한다. 이 책은 그런 작품과도 같다. 책장을 펼치기 전에 주는 아름다움. 그렇게 시작이 된다. 표지만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자연을 묘사하는 아름다움도 여전하다. 작가는 글로써 그림을 그려내고 있다.


크게 격정적인 변화없이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끌고 나가는 힘도 여전하다. 전작에 비해서 인물의 수가 늘었다. 그것을 미리 알려주기라도 하듯이 등장인물들의 소개를 간략하게 해 놓았다. 앞쪽이 아니라 뒤쪽이다. 나처럼 뒤를 먼저 확인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눈에 파악했을 것이고 앞에서부터 차례대로 읽어가는 사람이라면 다 읽은 후에 다시 한번 정리를 해보는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한 가족의 이야기다. 할머니로부터 할아버지 그리고 세명의 딸과 한명의 아들. 그리고 그들의 손녀까지 이르는 아주 긴 여정이다. 사람의 인생을 담는 것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일까. 어떤 집안에서 그 사람이 태어나서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를 그리는 일이다. 자칫 지루하고 고리타분하게 여겨질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또 생각해보면 사람의 인생만큼 드라마틱한 것은 없지않은가. 그 경계를 넘나들면서 세심하고 때로는 강렬하게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다. 

인생에는 때로 뭔가에 크게 마음이 움직여 새로운 길이 열리는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누구에게나 설명이 안 되는 타이밍에 찾아옵니다. 그걸 위해서는 매일이 같다고 단정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바람에 뭔가를 느끼고 새로운 바람에 귀를 기울이세요. (152p)


원제는 히카리 노 이누. 光 犬 빛의 개라는 뜻일까. 이 가족에게 있어서 개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대를 거쳐서까지 내려오는 개와의 관계. 반려동물도 가족으로 생각하는 요즘 설정과 가장 맞아 있는 면이기도 하다. 그런 원제의 의미를 살리지 않고 전혀 새로운 느낌의 문장으로 번역했다. 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 어찌보면 이 제목이 본문의 내용과 더 잘맞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개인의 이야기이면서도 그 개인이 속한 가족의 이야기. 어디에 있던지 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가. 돌아갈 집이 없다면 우리는 방랑자가 될 것이다. 안정되지 못한 삶을 살아갈 것이다. 집을 떠났다 하더라도 돌아갈 집이 있기에 더욱 안정된 사람을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그들이 살아가는 에다루. 그곳에는 소에지마 가족 외에도 아이들의 친구가 되는 인물들도 등장을 한다. 그 동네의 배경이 되는 교회 목사의 아들이 비중을 차지한다. 교회가 나오는만큼 작가는 종교적인 면을 살짝 가미해두었다. 기독교에서 집이라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띠고 있다. 집을 나갔던 탕자가 돌아오는 것도 결국 아버지의 집이었다. 성경에서는 그런 집을 천국으로 묘사하며 우리는 이 세상에 잠시 살다가는 것뿐 마지막은 내 아버지의 집인 그곳에서 만나자고 되어있다. 돌아갈 집이자 마지막으로 거할 곳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런 중의적인 의미까지 모두 포함을 한 것일지 몰라도 이 제목은 여러번 곱씹어 외우게 된다. 지금 당신이 머무는 곳은 어디인가. 마지막으로 당신이 돌아갈 집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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