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 식당 2 : 저세상 오디션 (특별판) 특별한 서재 특별판 시리즈 4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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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을 읽지 않았더라면 나는 아마도 이 책을 외면했을지도 모른다. [저세상 오디션]이라는 제목은 성인용이라기보다는 청소년용 도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제목 뒤에 붙은 구미호식당2라는 부제를 보는 순간 이 책은 반드시 읽어야만 하는 소설이라는 확신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만큼 전작에 대한 믿음이 있었던 것이고 그것을 출판사에서도 아는 것이리라.


사실 구미호 식당도 처음에는 외면했었던 작품이었다. 같은 이유에서다. 어디선가 본 듯한 제목이 그랬고 조금은 유치해 보이는 일러스트가 그런 느낌을 가지게 만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직접 읽어본 느낌은 그야말로 대박, 이렇게 몰입성 있고 감동과 재미를 주는 작품을 놓치면 아깝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진부한 표현이라 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 그 책이 실제로 그러하니까. 그렇다면 이번 작품은 어떨까.


기본적으로 두 작품 모두 죽은 사람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적 제약이 있는 것이 첫번째 이야기였다면 이번에는 자신의 생을 마치지 않고 죽음을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야말로 저세상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한꺼번에 열 세명의 이야기를 다 담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작가도 그 무리들 중에서 가장 특색 있는 몇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여러 히트곳을 낸 작곡가라던지 잘 나가는 십대 래퍼나 그녀를 막으려던 같은 학교 친구까지 보다 폭 넓게 여러 세대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다양성을 주고 포괄적인 이야기를 주어서 흥미를 놓치지 않는다.

살아 있을 당시 그들 사이의 접점은 있을 수도 또는 전혀 없을 수도 있다. 언제 죽었는지도 정확하게 나와 있지는 않다. 단지 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온전히 살아내지 못하고 죽음을 선택했다는 그런 공통점만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저세상으로도 바로 갈 수 없다. 그런 그들에게 주어진 것은 바로 오디션. 오디션을 봐서 심사위원들을 감동시켜야만 저세상으로 갈 수 있는 것이다. 살아서도 경쟁, 죽어서도 경쟁인 셈이다.그들은 어떤 방법으로 심사위원들이 눈물을 흘리게 할 수 있을까.


부디 너에게 남아 있는 그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라. 오늘이 힘들다고 해서 내일도 힘들지는 않다. 오늘이 불행하다고 해서 내일까지 불행하지는 않다. 나는 사람들이 세상에 나가 보낼 시간들을 공평하게 만들었다. 견디고 또 즐기면서 살아라. (218p)


아마도 이 부분이 작가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니었을까. 누구나 힘든 날은 있다는 것. 하지만 그 힘든 날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 다는 것. 어떻게든지 살다 보면 좋은 날은 또 온다는 것. 그러니 제발 당신들이여 살아라. 이렇게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우리나라는 한때 자살률 1위라는 아주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어떨까. 지금도 그 타이틀을 계속 가지고 있을까. 부디 이 시간에도 혹시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전에 이 책을 한번만 읽어봤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그들의 선택도 달라지지 않을까. 생은 한번 뿐이기에 포기하기 전에 딱 한번만이라도 이 책을 읽을 수 있기를. 그들에게 이 책이 전달될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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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 그리움이 깊으면 모든 별들이 가깝다
박범신 지음, 성호은 일러스트 / 시월의책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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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얼마 전에도 오래 전 나왔었던 작품을 읽었다. 그저 단순히 읽을 책이 없다는 이유로 나눔 받은 책을 집어들었는데 어렵쇼. 이거 생각보다 너무 재미난 거다. 그런 마력이 있는 것이 박범신 작가의 소설이다.


그렇다면 에세이는 어떨까. 힐링과 하루라는 제목으로 두권의 에세이가 동시에 출간되었다. 힐링은 3년간 sns에 올린 글들을 모아서 펴냈다고 했다. 힐링도 궁금하지만 하루라는 짧은 이 이야기가 나의 관심을 더 끌었다. 시간의 흐름을 통해서 우리의 인생을 사색하는 글들. 어디선가 본듯한 문장말고 작가다움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글이 궁금했던 것이라고 하자.


아침, 낮, 저녁, 밤 그리고 새벽. 하루의 여러 시간대 중에서 어떤 시간을 가장 좋아하는가. 내가 좋아하는 시간은 아무래도 밤이다. 분주한 아침도 아니고 바쁜 낮도 아닌 일과가 끝난 저녁도 아니고 하루를 마감하는 밤. 짙은 네이비 컬러의 조용한 한밤중. 그런 밤을 너무도 사랑한다. 시간대별로 나누어져 있지만 글들은 딱히 그 시간을 신경쓰지 않고 읽어도 좋다. 어느 시간대라도 마음에 드는 문장을 읽으면 그뿐이다.


봐, 당신은 빛나고 있어. 자신을 소중히 여겨. (50p)


이 책을 읽은 후 읽었던 [저세상 오디션]의 그 영혼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내지 못하고 죽음을 선택한 사람들이었다. 나름대로 다들 이유는 있겠지만 그래도 삶을 포기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에게 자신을 소중히 여기라고 한 마디만 해주었다면 그들의 인생은 달라질 수 있었을까.


성 소피아 성당의 눈물을 흘리는 기둥(102p)을 설명하는  문장을 보는 순간 내가 갔었던 터키의 소피아 성당이 생각났다. 그 기둥이 눈물을 흘리는 기둥이었던가. 그 기둥에는 구멍이 나 있다. 가이드 말로는 그 구멍에 손가락을 넣고 한바퀴를 빙 돌리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했었다. 직접 시범도 보여 줬었다. 그래서 우리는 길게 줄을 섰고 차례대로 그곳에 손을 넣고 빙 돌렸었다. 누군가는 잘못 돌려서 온 몸이 뱅뱅 꼬이는 참사도 일어났었다. 나는 작가의 한 문장에서 내 기억들을 소환하고 있다.그때의 내 소원은 무엇이었던가. 그 소원은 이루어졌던가.


흐드러지게 핀 메밀꽃 밭과 시릴 만큼 맑은 달빛과 이랑을  쓰다듬고 지나가는 부드러운 바람을 한통으로 만난다. (98p)

이 문장을 보고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을 읽고 싶어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죄다. 이렇게 아름답게 설명해 놓은 문장을 보면 실제로 원작에서는 어떻게 표현이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하얀 메밀밭을 소금을 뿌려놓은 것 처럼 표현했던 그 작품. 분명 읽었음에도 그 느낌을 다시 받고 싶어 다시 읽어보고 싶어진다. 역시 책은 책을 부른다.


모든 예술가의 최종적인 꿈은 불멸이다. (147p)


이미 작가들은 불멸을 이룬 것이 아닌가. 비록 그들은 죽을지언정 그들의 작품은 영원토록 살아 있을테니 말이다. 아니 비단 작가들 뿐 아니라 조각가들도 그럴 것이고 화가들도 그럴 것이고 음악가들도, 가수들도 그럴 것이다. 결국 모든 예술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만들어 대중들에게 보인 이상 누구나 최종적인 꿈을 이룬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작품은 영원토록 남아 있을 것이므로 말이다. 그러므로 영원토록 남고 싶은 당신, 작품을 만들어라.


시간대 별로 구분이 되어 있다 하더라도 뚜렷한 제목을 달고 있지는 않고 누군가에게 말을 하듯이 하는 구어체와 문어체도 섞여 있고 어디서부터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도 알 수 없는 그런 문장들이지만 읽다보면 하루가 지나갈 것이다. 이 문장들을 읽으면서 힐링을 느낀다면 같이 나온 힐링과 이 책의 하루라는 제목은 바뀌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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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사람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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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은행 강도, 아파트 오픈하우스, 인질극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보다는 바보들에 대한 이야기에 더 가깝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닐 수도 있다. (151p)

 

이렇게 세상 유쾌한 인질극이 또 있을까. 만약 기회가 된다면 그들이 몽땅 인질로 잡혀 있는 그곳에 합류하고 싶을 정도다. 처음에는 다들 놀랐을 것이다. 평온하게 아파트를 보고 있는 와중에 까만 마스크로 얼굴 전면을 다 가리고 -사실 모자에 구멍을 낸 것이지만- 총을 들고 들어온 그 사람을 보았을 때는 말이다. 그 사람이 누구인줄도 몰랐고 뭐하러 이곳에 왔는줄도 몰랐고 바라는 것이 무엇인줄도 몰랐으니 말이다. 누구나 힘들고 어려운 때는 있는 법이고 누구나 처음이라는 것은 있는 법이다.

 

원래 계획은 그랬다. 은행을 털자는 것. 총을 가지고 얼굴를 가리고 은행에 쳐들어가서 돈을 달라고 하면 쉽게 돈이 나올줄 알았던 것일까. 그 은행강도는. 자신이 바라는 액수가 크지 않으니 은행에서 선뜻 줄 걸로 믿었던 것일까 그 은행강도는. 역시나 초보는 엉성하다.

 

최악의 인질이야. 당신들은 역대 최악의 인질이야. (263p)

 

전작인 [오베라는 남자]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브릿마리 여기 있다] 이 세 권의 책에는 공통점이 있다. 한 사람의 주인공이 부각된다는 것이고 그들을 둘러싼 주위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 책은 조금 결이 다르다. 이 책에서는 일단 등장인물이 많다. 오픈하우스라는 특징 때문이다. 우리와는 다르게 집을 보러오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면 집을 청소해 놓고 하루를 비운다. 그러면 보고 싶은 사람들이 날짜를 맞추어서 그날 모두 보러 오는 것이다.

 

그래서 여기 그렇게 사람이 많았었다. 그 아파트를 살까 하는 생각으로 보러 온 사람들이어서 말이다. 집을 욕심내는 두커플과 우연찮게 들어간 한 남자와 그저 구경이 목표였던 한 여자와 남편이 아직 들어오지 않은 노부인 한명. 그리고 중계업자. 이러다 보니 헷갈릴 법도 하건만 작가는 적절한 분배로 그들 사이에 일어나는 긴장감을 해소하고 퍼니함만을 남겨 놓았다.

 


 

 

작가는 이 책을 쓰기 위해서 전작을 모두 썼었나 보다.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전작에서 나왔던 인물들이 특징을 그대로 살린 인물들이 여기 존재하는 것이다. 오베처럼 겉은 까칠해도 속은 따스한 사람도 있고 엘사의 할머니처럼 공감을 해주는 사람도 있고 브릿마리처럼 나이는 들었어도 당당한 사람도 존재한다. 그야말로 전작들에서 나오는 캐릭터의 향연인 것이다. 아마도 작가의 전작들을 모두 읽은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쾌감 아닐까.

 

흔히 인간의 성격은 경험의 총합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게 전적으로 맞는 말은 아니다. 과거가 모든 것을 규정한다면 우리는 자기 자신을 절대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어제 저지른 실수들이 우리의 전부는 아니라고 자신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의 선택, 다가올 미래도 우리의 전부라고 말이다. (462p)

 

사람들은 누구나 불안하다. 그것은 미래를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자신들이 당장 일초 후라도 어떻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없으니 불안해 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앞날을 알아보고 위해서 점을 보러 다니는 것이 아닐까. 그것이 과히 맞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여기 이 사람들도 그랬을 것이다. 그들이 어떤 일을 당할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은행강도도 마찬가지다. 그 사람도 자신이 이런 계획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이 그대로 이루어질지 아닐지에 대한 보장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결국 모두가 다 불안한 사람들이 되는 것이다. 작가는 그런 요소를 아주 잘 꿰뚫고 있다. 옮긴이의 말을 빌자면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들을 결코 무겁지 않게 포장해내는 능력이 있는 작가라고 했다. 이 말을 보면서 완전 공감을 외칠 수 밖에 없었다. 이 이야기는 근본적으로는 무겁지만 그렇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유쾌하고 상쾌하며 통쾌하게 느껴진다. 바로 그것이 이 프레드릭 베크만이라는 작가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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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형사 동철수의 영광
최혁곤 지음 / 시공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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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요도의 잔뇨감처럼 찜찜함이 남았다. (254p)



오랜만에 만나보는 최혁곤 작가님의 작품 되시겠다. [탐정이 아닌 두 남자의 밤]을 읽고 나서 작가의 스타일을 알았다. 요런 분위기의 글을  쓰시는 분이시구나를 파악한 이후 다음 작품은 뭐가 될지 궁금해하며 기다렸다. 정말 오래 걸렸다. 전직 기자 현직 형사인 박희윤은 이번에도 출연한다. 단지 파트너만 바뀌었다. 전직 형사 현직 카페  사장 갈호태가 아니라 엘리트 코스로만 제대로 길을 닦아온 동철수 반장과 한 팀이 된다. 거기에 주바리 아니 주혜순 경위까지 이 세명은 미수반이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팀을 이룬다. 미제사건 수사반인줄 알았지만 사실은 미심쩍은 사건 조사반이라는 것. 세상 미심쩍은 일들은 다 여기 집결된다고 보면 된다.

나는 그런 사실을 몰랐다. 모든 걸 경찰에 들어오고 나서야 들었다. '미수반'이 '미제 사건 수사반'이 아니라 '미심쩍은 사건 조사반'이라는 것도. 그걸 전해 듣던 날 나는 심히 우울한 하루를 보내야했다. (16p)


 총 6막으로 구성된 이야기는 잘 나가던 트로트 가수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분명 자살로 결론 내렸지만 무언가 찜찜함이 남는다고 생각한 그들은 기어이 진상을 밝혀낸다. 그들은 '탁하다'라는 표현을 쓰면서 맑지 못한 사건의 뒤를 캐내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인기 유투버의 해혼식에 참석한 그들은 그의 피살장면을 접하게 되기도 하고 요양원에 잠입한 동형사가 범인을 잡아내지 못하자 박형사가 투입되기도 한다. 역시 그들은 혼자일 때보다 둘일때 더 큰 시너지를 발휘한다. 강력범죄라고 하기에는 조금 모자란 부분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하찮은 사건이라고 보기에는 또 나름 심각한 사건들이어서 그 중간 경계를 잘 넘나들고 있다고 보면 되겠다.


범인을 잡았다. 사건 해결의 기쁨은 잠시였다. 결말을 보고나면 늘 그렇듯 허망함이 밀려왔다. (199 p)

마지막 마무리는 오랫동안 묵혀있었던 사건을 파헤쳐 드러내는 것으로 장식하고 있다. 이것은 아마도 주 경위의 답답한 마음을 풀어주면서 다음 작품으로 연결할 큰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닐까. 이제 여기서 할만한 것은 다 했다는 생각이 든 것일까. 박형사는 갈호태와 함께 탐정 사무소를 기획 중이란다. 주 경위는 카페를 생각한단다. 그렇다면 갈호태와 주경위가 자신들의 포지션만 바꾸면 또 근사한 한 팀이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닌가. 이제는 세 남자가 함께 할 그 날을 기다리게 된다. 딱 두 작품을 읽었는데 작가 특유의 글력에 매료되었다. 읽지 못한 [B파일] [B컷]을 읽으면서 박희윤을 기다려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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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
마이클 코리타 지음, 최필원 옮김 / 황금시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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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고 싶을 땐 기억해. 멈추는 건 상관없지만 포기하는 건 용납되지 않는다는 걸. 그러니까 딱 거기까지만 해. 멈춤. 힘들면 그냥 멈춰. (171p)


1부의 1장, 딱 여섯 장을 읽어보고 알았다. 이 책이 왜 영화가 되었는지를 말이다.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이야기다. 그만큼 영상화의 완성도가 높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잘 상상이 되어서 이미지가 싹 그려진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누구라도 당연히 탐을 내는 그런 작품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 아이가 있다. 자신은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고 싶지 않았고 공포증을 극복하고자 노력을 했고 그 와중에 그것을 보았다. 시체. 물속에 빠져 있는 시체. 아이가 얼마나 놀랐을지는 보지 않아도 너무나 잘 그려진다.  작가의 묘사가 탁월하다는 소리다. 아이는 당연히 경찰에 신고를 하려고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오히려 아이는 목격자가 되어 그들의 손에서 빠져나갈 수 없는 처지가 된다.


이야기는 사뭇 급박하게 전개된다. 하나의 살인을 목격한 아이. 범죄자의 입장에서는 목격자를 당연히 없애야만 한다. 자신의 완전범죄가 성립하려면 말이다. 시체를 없앤다면 더욱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상은 목격자만 없애면 아무도 모르는 사건이 된다. 아이는 신변의 보호를 받으면서 증인보호를 받게 된다. 모든 것이 순탄할까.


기존에 사건이 워낙 탄탄한데다 산이라는 배경은 신비스러움을 더하고 있다. 범인으로부터 몸을 숨겨야 하는 아이는 이름을 감추고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과 함게 생존캠프에 참여했다. 그들은 군 출신의 생존 전문가 이선과 함께 산으로 캠프를 떠난다. 그는 자신이 보호해야 하는 아이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누가 그 아이인 줄은 모른다. 차라리 모르는 게 더 나을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려면 말이다. 평상시와는 다른 캠핑. 그들은 산을 오가면서 생존에 필요한 전략을 배우고 가르친다. 이 모든 것이 아이에게 나중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전혀 모른 채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짐작할 수 있었다. 자신이 어느 쪽을 선택하든 결과는 똑같으리라는 것을. (140p) 


범인이 아이를 찾아오는 길에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당연하게 제거된다. 그들은 그렇게 구성되었다. 사이코패스라고 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자신들끼리만 아는 말을 주고 받으면서 다른 사람에 대한 생각이나 생명에 대한 존중은 아무것도 없이 오직 하나의 목표에만 접근해서 이루려고 하는 그들. 그들이 악독해질수록 독자들은 몸을 숨겨야만 하는 그 아이를 응원하게 된다.


여기에는 또 다른 특징이 하나가 있다. 그것은 바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전직 정에 소방대원 출신의 산불 감시 요원 해나가 바로 그 특징이다. 불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고 있으나 불로 인해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그녀. 그녀의 투입이 의구심을 자아내지만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서는 왜 그녀가 있어야 하는지를 이해하고도 남는다. 그것은 표지가 이미 설명을 해주고 있다. 오렌지색의 불길. 이 불길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그녀일 것이다. CSI 마이애미 보았던 그 장면이 확 스쳐 가는 찰나이다.

호기심은 인간의 본성이야. (57p)


잘 만들어진 범죄소설은 절대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든다. 그저 이번 장까지만 마저 읽고 내일 읽으리라고 다짐을 하지만 그런 다짐은 자꾸 넘어가는 페이지 앞에서 허물어진다. 이 책이 바로 그러하다. 마이클 코리타. 익숙한 이름이다. 분명 읽은 책이 있는데 라는 생각에 검색을 해본다. 내가 읽은 책 중에서 그의 작품은 없었다. 그렇다면 다행이기도 하다. 이제 그의 책을 모조리 다 찾아 읽을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어떤 즐거움을 주게 될지 기다리는 즐거움도 장르소설을 읽는 이유 중에 꽤 무시하지 못하는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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