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형사 동철수의 영광
최혁곤 지음 / 시공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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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요도의 잔뇨감처럼 찜찜함이 남았다. (254p)



오랜만에 만나보는 최혁곤 작가님의 작품 되시겠다. [탐정이 아닌 두 남자의 밤]을 읽고 나서 작가의 스타일을 알았다. 요런 분위기의 글을  쓰시는 분이시구나를 파악한 이후 다음 작품은 뭐가 될지 궁금해하며 기다렸다. 정말 오래 걸렸다. 전직 기자 현직 형사인 박희윤은 이번에도 출연한다. 단지 파트너만 바뀌었다. 전직 형사 현직 카페  사장 갈호태가 아니라 엘리트 코스로만 제대로 길을 닦아온 동철수 반장과 한 팀이 된다. 거기에 주바리 아니 주혜순 경위까지 이 세명은 미수반이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팀을 이룬다. 미제사건 수사반인줄 알았지만 사실은 미심쩍은 사건 조사반이라는 것. 세상 미심쩍은 일들은 다 여기 집결된다고 보면 된다.

나는 그런 사실을 몰랐다. 모든 걸 경찰에 들어오고 나서야 들었다. '미수반'이 '미제 사건 수사반'이 아니라 '미심쩍은 사건 조사반'이라는 것도. 그걸 전해 듣던 날 나는 심히 우울한 하루를 보내야했다. (16p)


 총 6막으로 구성된 이야기는 잘 나가던 트로트 가수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분명 자살로 결론 내렸지만 무언가 찜찜함이 남는다고 생각한 그들은 기어이 진상을 밝혀낸다. 그들은 '탁하다'라는 표현을 쓰면서 맑지 못한 사건의 뒤를 캐내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인기 유투버의 해혼식에 참석한 그들은 그의 피살장면을 접하게 되기도 하고 요양원에 잠입한 동형사가 범인을 잡아내지 못하자 박형사가 투입되기도 한다. 역시 그들은 혼자일 때보다 둘일때 더 큰 시너지를 발휘한다. 강력범죄라고 하기에는 조금 모자란 부분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하찮은 사건이라고 보기에는 또 나름 심각한 사건들이어서 그 중간 경계를 잘 넘나들고 있다고 보면 되겠다.


범인을 잡았다. 사건 해결의 기쁨은 잠시였다. 결말을 보고나면 늘 그렇듯 허망함이 밀려왔다. (199 p)

마지막 마무리는 오랫동안 묵혀있었던 사건을 파헤쳐 드러내는 것으로 장식하고 있다. 이것은 아마도 주 경위의 답답한 마음을 풀어주면서 다음 작품으로 연결할 큰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닐까. 이제 여기서 할만한 것은 다 했다는 생각이 든 것일까. 박형사는 갈호태와 함께 탐정 사무소를 기획 중이란다. 주 경위는 카페를 생각한단다. 그렇다면 갈호태와 주경위가 자신들의 포지션만 바꾸면 또 근사한 한 팀이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닌가. 이제는 세 남자가 함께 할 그 날을 기다리게 된다. 딱 두 작품을 읽었는데 작가 특유의 글력에 매료되었다. 읽지 못한 [B파일] [B컷]을 읽으면서 박희윤을 기다려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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