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 그리움이 깊으면 모든 별들이 가깝다
박범신 지음, 성호은 일러스트 / 시월의책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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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얼마 전에도 오래 전 나왔었던 작품을 읽었다. 그저 단순히 읽을 책이 없다는 이유로 나눔 받은 책을 집어들었는데 어렵쇼. 이거 생각보다 너무 재미난 거다. 그런 마력이 있는 것이 박범신 작가의 소설이다.


그렇다면 에세이는 어떨까. 힐링과 하루라는 제목으로 두권의 에세이가 동시에 출간되었다. 힐링은 3년간 sns에 올린 글들을 모아서 펴냈다고 했다. 힐링도 궁금하지만 하루라는 짧은 이 이야기가 나의 관심을 더 끌었다. 시간의 흐름을 통해서 우리의 인생을 사색하는 글들. 어디선가 본듯한 문장말고 작가다움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글이 궁금했던 것이라고 하자.


아침, 낮, 저녁, 밤 그리고 새벽. 하루의 여러 시간대 중에서 어떤 시간을 가장 좋아하는가. 내가 좋아하는 시간은 아무래도 밤이다. 분주한 아침도 아니고 바쁜 낮도 아닌 일과가 끝난 저녁도 아니고 하루를 마감하는 밤. 짙은 네이비 컬러의 조용한 한밤중. 그런 밤을 너무도 사랑한다. 시간대별로 나누어져 있지만 글들은 딱히 그 시간을 신경쓰지 않고 읽어도 좋다. 어느 시간대라도 마음에 드는 문장을 읽으면 그뿐이다.


봐, 당신은 빛나고 있어. 자신을 소중히 여겨. (50p)


이 책을 읽은 후 읽었던 [저세상 오디션]의 그 영혼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내지 못하고 죽음을 선택한 사람들이었다. 나름대로 다들 이유는 있겠지만 그래도 삶을 포기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에게 자신을 소중히 여기라고 한 마디만 해주었다면 그들의 인생은 달라질 수 있었을까.


성 소피아 성당의 눈물을 흘리는 기둥(102p)을 설명하는  문장을 보는 순간 내가 갔었던 터키의 소피아 성당이 생각났다. 그 기둥이 눈물을 흘리는 기둥이었던가. 그 기둥에는 구멍이 나 있다. 가이드 말로는 그 구멍에 손가락을 넣고 한바퀴를 빙 돌리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했었다. 직접 시범도 보여 줬었다. 그래서 우리는 길게 줄을 섰고 차례대로 그곳에 손을 넣고 빙 돌렸었다. 누군가는 잘못 돌려서 온 몸이 뱅뱅 꼬이는 참사도 일어났었다. 나는 작가의 한 문장에서 내 기억들을 소환하고 있다.그때의 내 소원은 무엇이었던가. 그 소원은 이루어졌던가.


흐드러지게 핀 메밀꽃 밭과 시릴 만큼 맑은 달빛과 이랑을  쓰다듬고 지나가는 부드러운 바람을 한통으로 만난다. (98p)

이 문장을 보고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을 읽고 싶어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죄다. 이렇게 아름답게 설명해 놓은 문장을 보면 실제로 원작에서는 어떻게 표현이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하얀 메밀밭을 소금을 뿌려놓은 것 처럼 표현했던 그 작품. 분명 읽었음에도 그 느낌을 다시 받고 싶어 다시 읽어보고 싶어진다. 역시 책은 책을 부른다.


모든 예술가의 최종적인 꿈은 불멸이다. (147p)


이미 작가들은 불멸을 이룬 것이 아닌가. 비록 그들은 죽을지언정 그들의 작품은 영원토록 살아 있을테니 말이다. 아니 비단 작가들 뿐 아니라 조각가들도 그럴 것이고 화가들도 그럴 것이고 음악가들도, 가수들도 그럴 것이다. 결국 모든 예술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만들어 대중들에게 보인 이상 누구나 최종적인 꿈을 이룬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작품은 영원토록 남아 있을 것이므로 말이다. 그러므로 영원토록 남고 싶은 당신, 작품을 만들어라.


시간대 별로 구분이 되어 있다 하더라도 뚜렷한 제목을 달고 있지는 않고 누군가에게 말을 하듯이 하는 구어체와 문어체도 섞여 있고 어디서부터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도 알 수 없는 그런 문장들이지만 읽다보면 하루가 지나갈 것이다. 이 문장들을 읽으면서 힐링을 느낀다면 같이 나온 힐링과 이 책의 하루라는 제목은 바뀌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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