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
마이클 코리타 지음, 최필원 옮김 / 황금시간 / 2021년 5월
평점 :
절판


포기하고 싶을 땐 기억해. 멈추는 건 상관없지만 포기하는 건 용납되지 않는다는 걸. 그러니까 딱 거기까지만 해. 멈춤. 힘들면 그냥 멈춰. (171p)


1부의 1장, 딱 여섯 장을 읽어보고 알았다. 이 책이 왜 영화가 되었는지를 말이다.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이야기다. 그만큼 영상화의 완성도가 높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잘 상상이 되어서 이미지가 싹 그려진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누구라도 당연히 탐을 내는 그런 작품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 아이가 있다. 자신은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고 싶지 않았고 공포증을 극복하고자 노력을 했고 그 와중에 그것을 보았다. 시체. 물속에 빠져 있는 시체. 아이가 얼마나 놀랐을지는 보지 않아도 너무나 잘 그려진다.  작가의 묘사가 탁월하다는 소리다. 아이는 당연히 경찰에 신고를 하려고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오히려 아이는 목격자가 되어 그들의 손에서 빠져나갈 수 없는 처지가 된다.


이야기는 사뭇 급박하게 전개된다. 하나의 살인을 목격한 아이. 범죄자의 입장에서는 목격자를 당연히 없애야만 한다. 자신의 완전범죄가 성립하려면 말이다. 시체를 없앤다면 더욱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상은 목격자만 없애면 아무도 모르는 사건이 된다. 아이는 신변의 보호를 받으면서 증인보호를 받게 된다. 모든 것이 순탄할까.


기존에 사건이 워낙 탄탄한데다 산이라는 배경은 신비스러움을 더하고 있다. 범인으로부터 몸을 숨겨야 하는 아이는 이름을 감추고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과 함게 생존캠프에 참여했다. 그들은 군 출신의 생존 전문가 이선과 함께 산으로 캠프를 떠난다. 그는 자신이 보호해야 하는 아이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누가 그 아이인 줄은 모른다. 차라리 모르는 게 더 나을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려면 말이다. 평상시와는 다른 캠핑. 그들은 산을 오가면서 생존에 필요한 전략을 배우고 가르친다. 이 모든 것이 아이에게 나중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전혀 모른 채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짐작할 수 있었다. 자신이 어느 쪽을 선택하든 결과는 똑같으리라는 것을. (140p) 


범인이 아이를 찾아오는 길에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당연하게 제거된다. 그들은 그렇게 구성되었다. 사이코패스라고 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자신들끼리만 아는 말을 주고 받으면서 다른 사람에 대한 생각이나 생명에 대한 존중은 아무것도 없이 오직 하나의 목표에만 접근해서 이루려고 하는 그들. 그들이 악독해질수록 독자들은 몸을 숨겨야만 하는 그 아이를 응원하게 된다.


여기에는 또 다른 특징이 하나가 있다. 그것은 바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전직 정에 소방대원 출신의 산불 감시 요원 해나가 바로 그 특징이다. 불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고 있으나 불로 인해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그녀. 그녀의 투입이 의구심을 자아내지만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서는 왜 그녀가 있어야 하는지를 이해하고도 남는다. 그것은 표지가 이미 설명을 해주고 있다. 오렌지색의 불길. 이 불길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그녀일 것이다. CSI 마이애미 보았던 그 장면이 확 스쳐 가는 찰나이다.

호기심은 인간의 본성이야. (57p)


잘 만들어진 범죄소설은 절대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든다. 그저 이번 장까지만 마저 읽고 내일 읽으리라고 다짐을 하지만 그런 다짐은 자꾸 넘어가는 페이지 앞에서 허물어진다. 이 책이 바로 그러하다. 마이클 코리타. 익숙한 이름이다. 분명 읽은 책이 있는데 라는 생각에 검색을 해본다. 내가 읽은 책 중에서 그의 작품은 없었다. 그렇다면 다행이기도 하다. 이제 그의 책을 모조리 다 찾아 읽을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어떤 즐거움을 주게 될지 기다리는 즐거움도 장르소설을 읽는 이유 중에 꽤 무시하지 못하는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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