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사람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건 은행 강도, 아파트 오픈하우스, 인질극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보다는 바보들에 대한 이야기에 더 가깝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닐 수도 있다. (151p)

 

이렇게 세상 유쾌한 인질극이 또 있을까. 만약 기회가 된다면 그들이 몽땅 인질로 잡혀 있는 그곳에 합류하고 싶을 정도다. 처음에는 다들 놀랐을 것이다. 평온하게 아파트를 보고 있는 와중에 까만 마스크로 얼굴 전면을 다 가리고 -사실 모자에 구멍을 낸 것이지만- 총을 들고 들어온 그 사람을 보았을 때는 말이다. 그 사람이 누구인줄도 몰랐고 뭐하러 이곳에 왔는줄도 몰랐고 바라는 것이 무엇인줄도 몰랐으니 말이다. 누구나 힘들고 어려운 때는 있는 법이고 누구나 처음이라는 것은 있는 법이다.

 

원래 계획은 그랬다. 은행을 털자는 것. 총을 가지고 얼굴를 가리고 은행에 쳐들어가서 돈을 달라고 하면 쉽게 돈이 나올줄 알았던 것일까. 그 은행강도는. 자신이 바라는 액수가 크지 않으니 은행에서 선뜻 줄 걸로 믿었던 것일까 그 은행강도는. 역시나 초보는 엉성하다.

 

최악의 인질이야. 당신들은 역대 최악의 인질이야. (263p)

 

전작인 [오베라는 남자]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브릿마리 여기 있다] 이 세 권의 책에는 공통점이 있다. 한 사람의 주인공이 부각된다는 것이고 그들을 둘러싼 주위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 책은 조금 결이 다르다. 이 책에서는 일단 등장인물이 많다. 오픈하우스라는 특징 때문이다. 우리와는 다르게 집을 보러오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면 집을 청소해 놓고 하루를 비운다. 그러면 보고 싶은 사람들이 날짜를 맞추어서 그날 모두 보러 오는 것이다.

 

그래서 여기 그렇게 사람이 많았었다. 그 아파트를 살까 하는 생각으로 보러 온 사람들이어서 말이다. 집을 욕심내는 두커플과 우연찮게 들어간 한 남자와 그저 구경이 목표였던 한 여자와 남편이 아직 들어오지 않은 노부인 한명. 그리고 중계업자. 이러다 보니 헷갈릴 법도 하건만 작가는 적절한 분배로 그들 사이에 일어나는 긴장감을 해소하고 퍼니함만을 남겨 놓았다.

 


 

 

작가는 이 책을 쓰기 위해서 전작을 모두 썼었나 보다.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전작에서 나왔던 인물들이 특징을 그대로 살린 인물들이 여기 존재하는 것이다. 오베처럼 겉은 까칠해도 속은 따스한 사람도 있고 엘사의 할머니처럼 공감을 해주는 사람도 있고 브릿마리처럼 나이는 들었어도 당당한 사람도 존재한다. 그야말로 전작들에서 나오는 캐릭터의 향연인 것이다. 아마도 작가의 전작들을 모두 읽은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쾌감 아닐까.

 

흔히 인간의 성격은 경험의 총합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게 전적으로 맞는 말은 아니다. 과거가 모든 것을 규정한다면 우리는 자기 자신을 절대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어제 저지른 실수들이 우리의 전부는 아니라고 자신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의 선택, 다가올 미래도 우리의 전부라고 말이다. (462p)

 

사람들은 누구나 불안하다. 그것은 미래를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자신들이 당장 일초 후라도 어떻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없으니 불안해 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앞날을 알아보고 위해서 점을 보러 다니는 것이 아닐까. 그것이 과히 맞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여기 이 사람들도 그랬을 것이다. 그들이 어떤 일을 당할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은행강도도 마찬가지다. 그 사람도 자신이 이런 계획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이 그대로 이루어질지 아닐지에 대한 보장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결국 모두가 다 불안한 사람들이 되는 것이다. 작가는 그런 요소를 아주 잘 꿰뚫고 있다. 옮긴이의 말을 빌자면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들을 결코 무겁지 않게 포장해내는 능력이 있는 작가라고 했다. 이 말을 보면서 완전 공감을 외칠 수 밖에 없었다. 이 이야기는 근본적으로는 무겁지만 그렇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유쾌하고 상쾌하며 통쾌하게 느껴진다. 바로 그것이 이 프레드릭 베크만이라는 작가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