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길을 잃다
엘리자베스 톰슨 지음, 김영옥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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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여행 중이다. 시골에서 친구와 함께 런던으로 와서 전쟁 속에서도 살아 남은 서점을 운영하는 이야기로 세계 대전 시대의 런던을 활보했는가 하면(런던의 마지막 서점) 이번에는 바로 옆동네인 파리다. 미국인인 해나는 제인 오스틴을 좋아하고 문학작품을 사랑한다. 지금 그녀는 영국에서 제인 오스틴 작품의 배경이 된 곳들을 찾아 다니는 투어를 기획하고 진행중이다. 그런 그녀에게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온다. 엄마다.

엄마와 나 사이에 대서양이 없다는 건 우리의 갈등을 막아 줄 완충제가 없다는 의미였다.

32p

엄마가 있지만 할머니가 키운 해나는 엄마와의 관계가 좋지 못하다. 하지만 그 엄마가 지금 바로 여기 있다. 엄마는 문서를 가지고 왔다. 할머니가 남긴 유산 중에 파리의 아파트가 있단다. 엄마와 해나가 공동소유한. 그 아파트를 가보자고 온 것이다. 아무도 살지 않았을 아니 누군가가 살고 있다 한들 아무도 모르는 아파트. 해나는 처음에는 내키지 않았지만 엄마와의 동행을 허락한다. 그렇게 그들은 런던에서 파리로 이동한다.

낯선 장소로의 모험은 언제나 신난다. 그것이 현실 속이라면 여러가지 제약이나 조건이나 상황들로 인해서 힘이 들고 고난한 일이 될 수도 있겠지만 상상 속에서의 여행은 그런 어려움을 제외했기에 온전히 모험에 빠져들 수가 있다. 해나와 엄마가 집을 찾아 가고 그곳에서 할머니의 흔적을 발견하고 유물과 같은 물건을 찾고 일기를 본다. 일기 속에서는 무슨 일이 적혀 있을까.

스콧, 어니스트. 피카소. 당대 유명한 작가들과 화가들이 한 살롱 안에서 모임을 가지고 그들과 친구과 된다라는 상상은 어떻게 만들어 지는 것일까. 할머니의 일기를 본 해나는 할머니가 그들과 함께 어울렸다는 것이, 그들을 이름으로 불렀다는 것이 믿기질 않는다. 그 일기로 인해서 그녀의 인생은 또 한번 바뀌게 된다. 기록의 힘이랄까.

할머니의 일기와 지금 해나와 엄마의 상황을 교차 편집해 두어서 그때 당시의 상황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이 상황을 가지고 현제에 적용한 해나의 아이디어가 놀랍게 느껴진다. 내게 파리는 스위스로 가기 전 하루밤 하루 낮을 거쳐가는 곳이었다. 늦은 밤 도착한 호텔은 좁았고 그 좁은 곳에 이층 침대가 있었고 문턱이 높은 화장실이 있어서 첫인상이 썩 좋게 남은 편은 아니었다. 에펠탑이나 루브르나 달팽이 요리도 그 첫인상을 이겨내지 못하고 파리는 다시 안 와도 되겠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제는 그 생각이 바뀌었다. 해나가 운영하는 하트 투 하트 여행사에 들러서 그녀가 가이드 하는 그 프로그램에 참여해보고 싶다. 누가 이 프로그램을 만들어주지 않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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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내가 죽인 소녀 부크크오리지널 4
장은영 지음 / 부크크오리지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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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와 B, AB와 O. 여기까지만 본다면 누구라도 혈액형을 생각해 볼 것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혈액형. 하지만 여기에 햄버거와 만년필, 회장 그리고 사과까지 더해진다면 으응?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이게 무슨 신기한 조합이야 하면서 말이다. 이것은 별명이다. 이 이야기 속에서는 저마다 사람 이름이 아닌 별명으로 불리운다.

고등학교 독서 동아리 회원인 그들은 이제는 대학생으로 함께 만나 즐겁게 마시고 이야기를 하고 누군가의 작품을 본다. 오늘은 신나게 달리자 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어쩐 일인지 눈이 감긴 채 잠이 들고 만다. 모두들 꽁꽁 묶인 상태로 눈을 뜨게 되는데 복면을 쓴 한 남자는 총을 들고 그들에게 고한다. 살인범을 찾아 내라는 것. 그러면 살려주겠다는 것이다. 대체 이 남자는 누구인가.

여기 있는 너희들 중 누군가는 사람을 죽였다. 살인범을 찾아내지 못하면 너희 모두 저 벽처럼 몸에 바람구멍을 만들어줄 거야.

16p

아무도 올 것 같지 않은 외딴 산장에서 발견된 그들은 딱 봐도 도망칠 곳 없는 상황에 절망한다. 하지만 가능성은 있지 않은가. 살인범만 알아내면 된다. 피해자는 누구인가. 사과다. 동아리 중 유일한 여자 회원이었던 그녀. 수능 전날 학교에서 뛰어내린 자살 사건으로 종결되어 버린 그녀였다. 사과는 정말 누가 죽인걸까. 아니면 그냥 자살인걸까.

사과가 입은 부상은 너무도 상반되어 있어. 범인은 한 사람이 아니야. 사과를 죽인 살인자는 두 명이야.

226p

어떻게 보면 클로즈드 서클 상황이다. 아무도 들어가지도 나가지도 않는 상황. 외진 곳이기에 사람이 들어올 수 없고 납치되었기에 그들은 나갈 수가 없다. 이 상황에서 지금 벌어진 사건도 아니고 몇년 전에 끝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가능할까. 그것도 아무런 증거도 사건에 대한 정황도 없는 상황에서 말이다. 이들을 납치한 사람은 자신이 사과의 아빠라고 하면서 사건 파일을 가져다준다. 전문인도 아닌 단지 대학생인 그들이 이 사건을 어떻게 풀어나갈까. 아니 그 전에 이들 중 정말 살인자는 있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지금 여기 모인 그들의 목숨 또한 위태로운 것은 아닐지. 오래 전 사건을 해결하기 보다는 당장 내 목숨부터 구해야 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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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jamo97/22271822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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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자 - 오사카 게이키치 미스터리 소설선
오사카 게이키치 지음, 이현욱 외 옮김 / 위북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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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단편이라면 언제든지 두손 들고 환영하겠다. 그런 생각이 들만큼 꽤 괜찮은 단편들이 빼곡히 모여있는 오사카 게이키치 미스터리 소설선이다. 분명 오래전에 나왔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촌스럽지 않고 지금 읽어도 이상하지 않을 트릭들이 가득하다. 본격 추리소설의 진수라고 꼽아도 무방할 지경이다.

꽉 찬 엔딩들도 좋다. 단편을 별로라 하는 것이 어딘가 무슨 이야기가 전개될만 하면 두루뭉수리 하게 끝나 버리거나 결론을 맺지 않고 열린 결말로 끝나 버릴 때가 많아서였는데 이 작품은 그럴 요소를 아예 차단해놓았다. 에도가와 란포가,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그리고 노리즈키 린타로가 오사카의 작품을 왜 추켜세웠는지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첫작품인 <탄굴귀>는 배경이 특이하다. 탄광을 소재로 하고 있어서 탄광이 많이 사라진 요즘과 그때의 상황이 다름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탄광에서만 쓰이는 전문적인 용어들이 난무하지만 이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탄광에서 불이 났다. 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한 남자가 안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화문을 닫아버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연쇄살인. 범인은 누구일까.

< 추운 밤이 걷히고>는 한 가족의 이야기다. 친구가 임시 강사로 나가 있고 그 친구네 집에는 아내와 아이 그리고 아내의 사촌이 와 있었다. 그 밤 아내와 사촌은 죽임을 당했고 아이는 사라졌다. 범인은 누구일까.

표제작인 <침입자>에서는 부부와 친구가 산장을 찾는다. 남편과 친구는 화가인데 남편이 방에서 죽었다. 범인은 누구일까. 백요와 꼭두각시 재판, 세 명의 미치광이, 긴자 유령과 움직이지 않는 고래 떼까지 총 여덟 편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꼭두각시 재판>이었는데 다른 이야기와는 다르게 법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작가는 여러 이야기들을 다양한 배경으로 펼쳐놓고 있어서 읽는 재미를 더한다. 재판 때마다 증인으로 나타나는 한 여자. 그녀는 대체 누구이며 왜 이런 증언을 하는 것일까.

어떻게 보면 한 편의 길이가 길지 않은 편인데도 내게는 길게 느껴졌다. 그것이 이야기가 지루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워낙 이야기가 촘촘히 전개되고 미스터리 소설에서 있어야 할 모든 요소들이 적재적소에 자리잡고 있으니 한 편의 이야기가 단편이 아니라 중편 이상의 느낌을 받은 것이다.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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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중고상점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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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켈리튼 키, 투명 카멜레온 그리고 얼마전 읽었던 절벽의 밤까지 알게 모르게 나는 미치오 슈스케의 책을 읽어왔다. 그리고 꽤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로 기억에 남았고 추천도 했다. 이 이야기 너무 괜찮다고 말이다. 장르소설인듯 아닌듯 경계선 상에 있다고 봐도 무방할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일상 미스터리라고 봐야 할 것 같기도 하다. 분명 우리 주위에서 일어날 일 같으면서도 미스터리적인 요소가 포함되어서 때로는 사건도 일어나고 그 사건을 해결하기도 한다. 그래서 작가의 작품은 더욱 재미가 있다. 맞다. 그야말로 딱 읽는 재미를 확실히 주는 그런 소설이다.

바로 며칠전 읽었던 [절벽의 밤]은 추리적인 요소가 강했다. 사건이 일어나고 그 뒤를 추적하는 형사가 있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뚜렷이 나뉘어졌다. 보다 중요한 것은 한 장의 사진이나 그림으로 재미를 더했다는 것인데 그에 비하면 이 책은 드라마적인 요소가 강하다. 사건은 일어나되 소소한 사건이다. 피철철 목댕강을 미치오 슈스케에게 기대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게임이 끝나면 관객은 집으로 돌아가는 법이야.

132p

가사사기 중고상점. 스물 여덟살인 히구라시 마사오가 가사사기와 함께 운영하는 상점이다. 설립한 지 2년째, 적자낸지도 2연째이다. 하기야 그렇게 말도 안되는 물건을 높은 값에 사들여가지고 오니 망해도 진작 망하지 않은게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히구라시 마사오는 절에 갔다가 쓰레기 처리비용을 아끼느라 자신을 부른 게 아닐까 싶은 물건을 사왔다. 휴.

가사사기는 늘 머피의 법칙을 책을 끼고 다니면서 자신에게 적합한 한 문장을 말한다. 그게 꼭 맞아 떨어지리라는 법은 없지만. 그는 사건이 발생하면 자신이 김전일이나 홈즈가 된 것마냥 내가 다 해결할게를 외친다. 정작 그 모든 속내를 파악하고 가사사기가 저지른 해결까지 처리하는 것은 바로 히구라시다.

계절별로 네 개의 이야기들이 반복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히구라시가 절에 가서 물건을 사오고 후회를 하고 가사사기가 법칙을 외치고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덤비고 히구라시가 모든 것을 마무리 하고. 그 모든 합이 딱 맞아 떨어져서 반복적인 이야기인데도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그 패턴이 자연스럽게 여겨진다. 이때쯤이면 등장해 줘야 하는데 하는 생각과 함께 나타나는 미나미 나미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등장해서 무슨 마스코트인가 했지만 알고보니 사건 하나로 엮인 사이였다. 그렇게 세 명의 합이 보기 좋다.

고양이가 사라지고 청동상이 불에 타고 나무가 엉망이 되었지만 그들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히구라시 마사오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중고 상점은 언제까지나 정상 영업 중일 것이다. 뭐든지 매입하고 비싸게 사서 싸게 판다는 그들의 슬로건이 영원하길 바란다. 그리고 그들에게 물건을 파는 중도 아들과 함께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으면서 그들에게 물건을 팔아줬으면 좋겠고. 한 편의 동화를 보는 듯이 다정한 이야기. 이건 수상한 중고상점이 아니라 다정한 중고상점으로 바궈야 할듯 싶다. 아무래도 말이다.

+ 갑자기 아다치 미츠루의 터치라는 만화가 보고 싶어졌다. H2라는 야구만화를 참 좋아했었는데 터치는 낯설다. 가사사기 중고상점에 가서 사와야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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