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중고상점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놀 / 2022년 4월
평점 :
품절


스켈리튼 키, 투명 카멜레온 그리고 얼마전 읽었던 절벽의 밤까지 알게 모르게 나는 미치오 슈스케의 책을 읽어왔다. 그리고 꽤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로 기억에 남았고 추천도 했다. 이 이야기 너무 괜찮다고 말이다. 장르소설인듯 아닌듯 경계선 상에 있다고 봐도 무방할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일상 미스터리라고 봐야 할 것 같기도 하다. 분명 우리 주위에서 일어날 일 같으면서도 미스터리적인 요소가 포함되어서 때로는 사건도 일어나고 그 사건을 해결하기도 한다. 그래서 작가의 작품은 더욱 재미가 있다. 맞다. 그야말로 딱 읽는 재미를 확실히 주는 그런 소설이다.

바로 며칠전 읽었던 [절벽의 밤]은 추리적인 요소가 강했다. 사건이 일어나고 그 뒤를 추적하는 형사가 있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뚜렷이 나뉘어졌다. 보다 중요한 것은 한 장의 사진이나 그림으로 재미를 더했다는 것인데 그에 비하면 이 책은 드라마적인 요소가 강하다. 사건은 일어나되 소소한 사건이다. 피철철 목댕강을 미치오 슈스케에게 기대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게임이 끝나면 관객은 집으로 돌아가는 법이야.

132p

가사사기 중고상점. 스물 여덟살인 히구라시 마사오가 가사사기와 함께 운영하는 상점이다. 설립한 지 2년째, 적자낸지도 2연째이다. 하기야 그렇게 말도 안되는 물건을 높은 값에 사들여가지고 오니 망해도 진작 망하지 않은게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히구라시 마사오는 절에 갔다가 쓰레기 처리비용을 아끼느라 자신을 부른 게 아닐까 싶은 물건을 사왔다. 휴.

가사사기는 늘 머피의 법칙을 책을 끼고 다니면서 자신에게 적합한 한 문장을 말한다. 그게 꼭 맞아 떨어지리라는 법은 없지만. 그는 사건이 발생하면 자신이 김전일이나 홈즈가 된 것마냥 내가 다 해결할게를 외친다. 정작 그 모든 속내를 파악하고 가사사기가 저지른 해결까지 처리하는 것은 바로 히구라시다.

계절별로 네 개의 이야기들이 반복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히구라시가 절에 가서 물건을 사오고 후회를 하고 가사사기가 법칙을 외치고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덤비고 히구라시가 모든 것을 마무리 하고. 그 모든 합이 딱 맞아 떨어져서 반복적인 이야기인데도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그 패턴이 자연스럽게 여겨진다. 이때쯤이면 등장해 줘야 하는데 하는 생각과 함께 나타나는 미나미 나미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등장해서 무슨 마스코트인가 했지만 알고보니 사건 하나로 엮인 사이였다. 그렇게 세 명의 합이 보기 좋다.

고양이가 사라지고 청동상이 불에 타고 나무가 엉망이 되었지만 그들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히구라시 마사오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중고 상점은 언제까지나 정상 영업 중일 것이다. 뭐든지 매입하고 비싸게 사서 싸게 판다는 그들의 슬로건이 영원하길 바란다. 그리고 그들에게 물건을 파는 중도 아들과 함께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으면서 그들에게 물건을 팔아줬으면 좋겠고. 한 편의 동화를 보는 듯이 다정한 이야기. 이건 수상한 중고상점이 아니라 다정한 중고상점으로 바궈야 할듯 싶다. 아무래도 말이다.

+ 갑자기 아다치 미츠루의 터치라는 만화가 보고 싶어졌다. H2라는 야구만화를 참 좋아했었는데 터치는 낯설다. 가사사기 중고상점에 가서 사와야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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