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 다이어 1
미셸 호드킨 지음, 이혜선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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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저마다 어떤 독서의 버릇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번역자가 쓴 후기라던가 또는 작가후기를 먼저 보는 편이다. 그 글을 읽고 나면 어떤 느낌으로 이 글을 썼는지를 알 수 있어서 더 책을 읽는데 빠져서 읽을 수 있달까 하는 그런 느낌 때문인데 간혹 가다 친절하게도 여기에는 스포일러가 있어요 하고 알려주시기도 하신다. 그런것을 무시하고 그냥 대충 읽어서 어떤 느낌이구나를 알고 가는 편이긴 한데 이번에는 그런 버릇때문에 당하고 말았다.

 

항상 뒷페이지를 펴서 '끝'이라는 한 글자를 확인하고 페이지 수를 확인하곤 하는데 이번에는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다음 권에 계속'이라는 단어를 보고 말았다. 이 책이 끝이 아니었다. 그 소리는 이 책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던지 마무리는 되지 않는다는 그런 소리다. 시리즈를 기다리는 마음, 기대하는 마음도 이해는 하지만 그 결론이 궁금해서 읽기전부터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이 되었다. 작가 소개편에 보면 이 책은 3부작으로 구성이 되어 있고 그 중에 첫번째 이야기라고 적혀 있다. 그러니까 결국 긴 거리, 오랜시간을 달려야 하는 마라톤이라 생각하고 가야 하는 것이다. 삼부작이 한꺼번에 세권이 딱 나와 주면 좋지만 작가가 그렇게 미리 내는 경우는 없으니 일단 시작을 하고 중간중간에 쉬는 걸로 봐야 할듯 하다.

 

책표지를 보면 분명 어떤 한 여자가 나와 있다. 하지만 그녀의 두손은 앞으로 뻗어서 무언가를 잡으려 하는 듯 하고 그리고 얼굴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 처음에는 고개를 흔들던 찰나에 찍인 흔들린 사진이가 했지만 자세히 보니 물에  빠진 사진이라는 걸 알수 있다. 위쪽에 반사된 영상이 보인다. 하지만 얼굴은 드러나 있지 않다. 물속에 몸은 들어가 있고 물밖에 얼굴은 나와있는 꼴이다. 그렇다면 물에 빠져 죽은 것을 나타내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이 물속의 여자가 과연 마라일까.

 

이야기는 그 전과 그 후로 이동을 하면서 나누어지고 있다. 그전 이라는 것은 마라가 사고를 당하기 이전이고 당연히 그 이후는 사고 이후이다. 마라는 한밤중에 친구들과 낡은 건물에 들어갔다가 건물붕괴 사고를 당한다. 그리고 친구 둘과 남자친구 그리고 자신까지 넷이 들어간 그곳에서 오로지 혼자만 살아 남는다. 자신이 가장 친했던 친구 레이첼과 남자친구였던 주드 그리고 주드의 동생이었던 클레어까까지 모두 그곳에서 죽었던 것이다.

 

그 사고로 인해 그녀는 다치지는 않았지만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겪는다. 죽은 친구들이 자꾸 눈에 보이는 것이다. 분명 죽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장례식을 치르는 것을 보았는데로 불구하고 그들은 때로는 자신의 얼굴을 보려고 했던 거울속에서 나타나서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고 때로는 자신의 침대 옆에서 또는 창문 너머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 때로는 말을 하기도 한다. 마라는 자신이 환상을 겪고 있는 것을 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꿈이야 하면서 깨려고 노력을 한다. 가고 싶지는 않지만 결국 정신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게 되고 먹고 싶지는 않지만 약도 먹게 된다. 그곳에 있으면 친구들 생각이 날 것 같아서 온 가족이 이사도 하고 전학도 간다. 그곳에서는 새로운 일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그녀를 따라다니는 친구들의 모습에서 벗어 날수 있을까.

 

학교를 다녀본 사람이라면 알수 있겠지만 새로운 학교에 중간에 가서 적응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전학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겪게 되는 것은 모두 다 같은 출발점에서 시작하는 학기초와는 다르다. 다른 친구들은 모두 익숙해져 있고 자기의 자리를 찾아 있는 반면 자신은 이제 출발점에 서서 혼자 외로이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그 과정을 같이 겪어줄 친구가 있다면 좋으련만 다행히 마라에게도 제이미라는 친구가 나타났다. 여러가지로 똑똑한 그는 마라에게 수업을 도와주기도 하고 마라가 못 하는 과목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그리고 모든 여학생들의 선망이 되는 노아. 제이미는 그가 너를 이용만 할거라고 경고를 하지만 마라에게 노아는 달랐다. 그녀에게 접근하는 방법은 같았을지라도 다른 여자아이들에게 대하던 것과 달랐던 것이다. 마라가 까칠하게 굴면 굴수록 더욱 그녀에게 가까이 하려고 하는 노아. 그들 둘의 운명은 무엇으로 엮여 있는 것일까.

 

처음에는 죽은자들이 등장을 하니 호러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마라가 계속 다른 느낌의 현실을 보니 판타지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십대의 주인공들이 적극적으로 애정을 드러내는 것을 보면 또 로맨스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여러가지로 장르를 딱히 규정하기 매우 어려운 그런 느낌의 책 한권을 만났다. 마라는 자신이 어떠한 능력을 가졌는지 그리고 또 자신의 곁에 있는 노아가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 드디어 알아냈다. 그렇다면 그 능력으로 그들 둘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저지른 일을 자수를 하러 경찰서에 들른 마라는 그곳에서 자신이 주드라고 생각하는 그를 만나게 된다. 분명 죽었음에 분명한 주드가 왜 거기 나타나게 된 것일까. 정말로 주드는 죽은 것일까. 그것이 아니라면 자신이 살았던 동네도 아닌 이곳에서 왜 모습을 드러낸 것일까. 그도 어떠한 능력이 생긴걸까. 그 능력은 무엇이면 그것으로 마라와 대응을 하려는 것일까. 알고 싶은 것은 점점 늘어만 가는 가운데 어절수 없이 두번째 이야기를 기다려야 한다. 첫번째 이야기가 마라의 이야기라면 두번째 이야기는 또 누구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이야기일까. 그것이 아니라면 또 마라는 어떤 다른 운명을 맞이하게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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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 법칙
편혜영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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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볼 때 사람들이 가장 먼저 보는 것은 무엇일까? 표지? 작가? 제목? 아무래도 서점에서 한번에 보았을때는 가장 먼저 표지가 눈에 들어오지 않을까. 그래서 출판사들은 표지에 신경을 쓰고 때로는 자기네들도 결정을 할 수가 없어서 다수의 의견을 물어보는 것이 아닐까 하다. 하지만 그 책을 사기위해서는 아마도 집어 들고 작가이름이라던지 또는 제목을 보게되기 마련이다. 보통 일반적으로 번역서같은 경우에는 두가지로 제목을 정하게 된다. 원서의 제목을 그대로 쓰던가 아니면 아예 새로운 제목을 만들던가. '허즈밴드 시크릿'이 아마도 전자일것이고 '곤충소년' 같은 것이 후자일 것이다. 참고로 곤충소년의 원제는 'The empty chair'이다. 텅빈의자. 그대로 번역을 해 놓았을 때 사람들이 무슨 내용인지 알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재미도 없어보이는 제목이다. 그러므로 내용에 맞추어서 곤충소년이라는 제목을 새로 지을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말인 경우에는 그냥 그 제목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이 책의 제목은 '선의 법칙'이다. 하지만 여기서 또 문제점이 발생한다. 한국말은 한자어와 같이 쓴다. '선'이라는 것이 한자어이다 보니 선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궁금해질 수 밖에 없다. 善일까 아니면 線일까. 아니면 그도 아니라면 先일까. 저마다 내포하고 있는 것이 다르다보니 그 선이라는 한 글자에 의해서 이 제목은 완전히 뜻이 바뀌어져 버리고 말 것이다. 아마도 작가는 그것을 염두에 두고 제목을 지은 것일지도 모른다라는 생각도 든다.

 

결정적으로 말하자면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선은 線이다. 줄, line.사람을 저마다 하나의 점으로 보고 그것이 이어져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선. 하지만 책을 다 읽은 지금에서도 선의 법칙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누군가는 구군가에게 연결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법칙으로 만들어 놓았는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제목과 부합하게도 이 두껍지도 않은 책에서는 끊임없이 사람들이 등장을 한다. 신기정, 윤세오, 이수호, 구기인, 신하정, 부이, 김우술, 신재형, 조미연. 셀 수없을 정도는 아니지만 끊임없이 등장하는 인물들이 헷갈리는 것은 사실이다. 인물에 적응이 될만하면 다시 새로운 사람이 등장을 하고 그 사람으로 인해 다시 새로운 관계를 머리속에 성립시켜야만 한다. 왠만한 추리소설 못지 않다.

 

중심인물은 단 두 명, 윤세오와 신기정이지만 그둘을 중심으로 해서 계속 연결이 된다. 그리고 종내는 그 둘이 하나의 선으로 이어진다. 그 둘이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기까지는 앞에서 열거한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점으로 등장을 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연결이 되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평균 세사람정도만 넘어가면 아는 사람이 된다고 했다. 이 경우는 조금 더 많이 넘어가기는 했어도 결국은 그들 둘은 아는 사람이 된 것이다. 얼마나 세상이 좁은 것인지 새삼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선의 법칙을 다루면서 또 작가는 이 세상의 현실을 다루고 싶었나보다. 대부업계라던지 다단계라던지 자살같은 문제를 다룸으로 인해서 이 책의 무게를 한층 더 무겁게 눌러 놓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한없이 가볍고 얇은 책이지만 속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다. 한없이 무겁다. 그리고 퍽퍽하다. 얼마나 퍽퍽한지 달걀로 비유한다면 너무 퍽퍽해서 가루가 다 날릴 지경이라고 생각하면  딱 맞을지도 모른다. 정통적인 하드보일드적인 느낌을 품고있는 그런 책이라 할수 있겠다.

 

백화점에서 아빠가 사놓은 옷을 찾아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윤세오. 멀리서 들리는 사이렌 소리 그리고 검은 연기. 그녀의 집은 불탔고 아버지는 죽었으며 그녀는 갈 곳이 없다. 밖에도 나가지 않고 오직 집안에서만 생활하던 그녀는 대체 어디로 가야하는 것일까. 그 와중에 경찰은 아빠의 죽음이 사고가 아니라 자살일지도 모른다는 결론을 내린다. 아빠는 왜 그래야만 했을까. 왜 그런 선택을 한 것일까. 문제는 역시 돈인 건가. 아빠의 죽음의 원인을 찾아 한 사람을 찾아 나서는 그녀. 그녀는 그 사람을 찾는데는 성공했지만 그녀가 원하는대로 그 사람을 죽일 수 있을까. 사람을 죽인다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은 일인데 자그마한 몸집의 그녀가 잘 할 수 있을까. 그녀는 내내 그 사람을 좇아다니기만 한다.

 

학교 선생인 그녀, 신기정. 수퍼마켓에서 물건을 훔친 학생을 혼내야 하는 입장이지만 그가 훔친것을 멋도 모르고 받은 그녀는 난감한 지경에 놓이게 된다. 그런 가운데 들린 동생의 죽음. 강에서 건져 낸 시신은 동생이 맞았다.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그녀의 동생. 동생은 무슨 이유로 강물속에서 시신으로 발견이 된 것일까. 학교에서 공부 잘하고 있는줄만 알았는데 말이다. 동생의 죽음이 궁금해진 그녀는 동생의 흔적을 좇아서 여기저기 다닌다. 죽음을 인정하지 않고 그 죽음의 뒤를 좆는것은 윤세오나 신기정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녀들은 왜 죽음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을까. 왜 현실에 순응하지 못했을까. 아마도 미심쩍은 부분이 조금이라도 있었기 때문에 그랬을까. 아니면 자신들의 정당성을 인정받고 싶어서 그랬을까. 만약 그들이 그냥 모든 일을  잊었다면 그들 둘을 연결하는 선은 생기지 않았을까 아니면 선의 법칙이라는 이름답게 법칙은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것이니까 결국은 그 둘의 연결되고 말았을까.

 

예전에 어린이들이 하던 게임이 하나 생각났다. 돌멩이 하나와 넓은 땅만 있으면 언제든지 할 수있는 그 게임. 돌을 가지고 자기만의 영역을 조그맣게 만든 다음 그 돌을 바깥으로 튕겨낸다. 세번만에 다시 자신의 영역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렇게 자신의 영역을 넓혀간다. 땅따먹기라고 했던가. 윤세오와 신기정은 저마다 자신의 영역에서 나와서 돌아디닌다. 그리고 그 영역이 점점 넓어진다. 그리고 그 둘의 영역은 언젠가 교집합이 생기는 지점에 이른다. 책에서는 악과 선의 대립도 심심치않게 등장을 한다. 과연 線의 법칙은 善의 법칙이 될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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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모집] 마라 다이어서평단 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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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싶은 이유를 아래 댓글에 남겨주세요.

10분에게 책을 보내 드립니다.

 

* 응모기간: 2015년 7월 2일부터 2015년 7월 12일까지

* 모집인원: 10명

* 당첨자 발표: 7월 13일

* 리뷰 작성 기한: 7월 31일

* 참여 방법: 이벤트 페이지를 스크랩하고, 이 책을 읽고 싶은 이유를 댓글에 남겨 주세요.

 

많은 참여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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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 다이어

The Unbecoming of MARA DYER

미셸 호드킨 장편소설 | 이혜선 옮김

 


"그녀가 미쳤는지, 신들렸는지 알 수 없다.

다만 그녀가 아는 것은 주위의 모든 게 죽어간다는 것뿐.

긴장감 넘치는 강력하고 독창적인 이야기!" - 커커스 리뷰

 

"당신은 잊혀지지 않는 꿈같은

마라 다이어의 은밀한 로맨스에 꼼짝없이 사로잡힐 것이다!"

- 카산드라 클레어 (《섀도우 헌터스》 작가)

 

"진심 어린 로맨스와 소름 끼치는 호러가 결합해 강한 인상을 남긴다.

이런 작품은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다!" - 베로니카 로스 (《다이버전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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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병원 건물의 붕괴로 친구를 잃고 혼자 살아남은 마라 다이어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사건 당일의 기억을 잃고 만다.

그날 밤 일어난 일의 조각들을 맞추기 위해 애써보지만,

죽은 친구가 눈에 보이는 환시에 시달리며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다.

마라는 심리적 안정을 찾기 위해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하고

그곳에서 신비로운 매력을 풍기는 노아와 만나 가까워진다.

그런 와중에도 마라의 주위에서는 이상한 사건이 끊이지 않고,

서로의 상처를 알게 된 두 사람은 곧 아슬아슬한 사랑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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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 & 겐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3
미우라 시온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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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마다 그 어감이 주는 느낌은 저마다 다르다. '엄마'처럼 부르기만 해도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는 단어가 있고 '파랑'처럼 듣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느낌을 주는 단어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랬다. '할머니'하면 무언가 조금은 시골틱한 냄새가 느껴지고 푸근한 느낌이 드는  반면 '할아버지'라는 단어는 그저 나에게는 별 의미없는 그런 존재의 단어였었다. 그것은 저마다 살아온 인생이 다르니 그 느낌도 저마다 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할아버지에 대한 느낌은 누구나 비슷하지 않을까?

 

그렇게 별 볼일 없이 느껴지던 할아버지의 이미지가 변해간다. 아마도 백세노인 알란할배가 등장하면서부터가 아닐까. 할아버지 혼자서 즐기는 모험 이야기에 전 세계 사람들은 푹 빠졌고 그 이후 영원한 사랑을 꿈꾸며 자살을 기도하던 까칠한 오베할배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할배들에게 환호하고 있었다. 물론 배낭을 메고 옹기종기 다니는 꽃할배들의 열풍도 무시할수는 없다. 그런 할배가 이제는 둘이다. 성격도, 하는 일도, 생긴 것도 전혀 다른 할배 둘. 하지만 그 둘의 브로맨스는 상상이상이다. 이보다 더 유쾌하고 재미나고 감동적인 우정이 있을수 있을까 싶을만큼 시간을 잊게 하는 이야기. 역시 미우라 시온이다.

 

사실 그냥 '마사와 겐'이라는 촌스런 제목을 보았을때만 해도, 지극히 일본인스럽게 생긴 할배 둘이 그려진 표지를 봤을때만 해도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생일선물로 이 책을 고른 친구가 있어 궁금하기도 했다. 왜 이 책을 골랐을까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심각한 오류였다. 그 친구보다 먼저 읽어본 나는 그 친구의 안목에 엄지를 치켜들 수 밖에 없었고 당장 주말이 지나자마자 그 책을 주문할 수 밖에 없었다. 요렇게 귀여운 할배 두분이시라닛.

 

마사와 겐이라는 할배가 있다. 물론 실제 이름은 이것보다는 길다. 일본이름도 나름 애칭이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느꼈다. 서양식 이름은 워낙  많이 부르고 익숙해져서 있어서 줄여서 불르는 닉넴이 있다는 것도 알고 그게 더 편하기도 하고 해서 많이 불렀지만 일본 이름이 그런식으로 되었다는 것은 일본 소설을 읽으면서도 느끼지 못하고,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간 부분이기도 했다. 구리마사와 겐지로. 실제로 할아버지의 이름은 그렇지만 어린시절부터 몇 십년을 걸쳐 친구를 하고 있는 그들에게 그런 정식이름보다는 마사와 겐이라는 툭툭 던지는 이름이 훨씬 더 편하게 느껴진다. 은행을 다니다가 퇴직한 마사 그리고 일본의 전통 기법을 사용해서 장식품을 만들어 내는 겐. 행동도 크고 사람들의 이목을 신경쓰지도 않으며 약간은 자기 중심중의의 겐과 조심성있고 매사에 반듯반듯하며 규칙적인 것을 좋아하는 마사가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

 

전후세대였던 그들이지만 겐은 전쟁으로 가족을 모두 잃고 혼자가 되었고 마사는 피난을 다녀와서 전쟁이후에 돌아왔기 때문에 그것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들은 전쟁이후에 다시 만났고 서로를 걱정해주며 평생을 친구로 그렇게 살아왔다. 사실 노인들의 날이란 별다른 것이 없을 것 같다. 어제가 오늘같고 오늘이 내일같고 그런 날들의 연속일 것 같다. 한마디로 죽을날만 기다리는 것일까. 요즘은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자신만의 취미를 발견하고 그것을 배우러 다니시고 사회활동도 많이 하시는 편이긴 하지만 말이다.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벌어서 키워놨지만 딸 둘은 시집가서 집에도 오지 않고 부인마저 딸집에 가버리고 자신의 집에 덜렁 혼자 남은 마사. 만약 그에게 겐이 없었다면 아마도 그의 일상은 매일매일이 같았을 것이다. 하지만 장인으로써 제자 한명을 데리고 아직까지도 부지런히 작품생활을 하는 겐 덕분에 그를 도와주기도 하고 그의 집에 가서 그의 제자와 함께 셋이서 밥을 먹기도 하는 등 하루하루를 재미나게 보낸다.

 

일상적인 이야기라 자칫 잔잔하고 지루해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걱정은 붙들어매라고 다시 충고해주고 싶다. 미우라 시온이다. 작가의 전작을 본 사람이라면 이미 알고있다. 그의 글이 주는 힘을 말이다. '배를 엮다'처럼 '사전'이라는 얼핏보면 지루한 단 하나의 소재를 가지고도 재미나게 이야기를 풀어내고 긴 시간을 걸려서 이야기를 끌고 가면서도 전혀 세월의 흔적을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풀어낸 작가다. 그런 작가의 글로 인하여 이 책 또한 그럴 것이라 믿어야 한다. 실제로 그러하기 때문이다. 아니 이 책에서는 한단계 없그레이드 되었다. 곳곳에 숨어있는 위트가 빛을 발한다. 데굴데굴 구르게 폭소하는 장면보다는 충분히 공감하고 느낄 수 있는 이야기들이 산재해있다. 서양식 유머처럼 단번에 따라잡지 못하고 한박자 또는 두박자 늦게 피식거리는 그런 웃음도 아니다. 묘하게도 아시아권이라는 것 때문일지는 몰라도, 번역이 잘 되어서였는지는 몰라도 바로바로 나오는 웃음을 지우기는 힘들다.

 

물론 일본식 표현이 제대로 마루리 지지 않아 약간 아쉬운 부분도 있긴 하지만 그냥 넘어간다 해도 충분히 이해할 수있는 단어들이다. 가령 마사가 허리가 아파서 약국에 사러가는 습포는 실제로 습포라는 게 따로 있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아는 그 파스일까. 이런 종류말이다. 혼자보다 둘이 있을때 더욱 시너지가 발휘되는 그런 캐릭터들이 잇다. 최근 읽었던 책 중 '나오미뫄 가나코'가 30대 여성의 우정을 다루고 있다면 이 책에서는 그보다 곰삭은 할배들의 진한 우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주 오래 끓여서 진한 액기스만이 남은 그런 국물맛. 그야말로 국물이 끝내주는 그런 한 그릇의 곰탕이 생긱나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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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이순원 지음 / 북극곰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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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있다'라는 구절로 시작되는 책. 새하얀 표지에 까만색으로 눌러쓴 세 글자. 첫.사.랑. 그 세 글자는 누구나의 마음속에라도 진하게 눌러쓴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처음이라서 그럴 것이다. 아마도 처음이라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처음 느낀 것이라서 말이다. 이 책이 에세이일까 아니면 소설일까 궁금했다. 에세이라면 사실 그대로의 일을 나타낸 것일거고 소설이라면 여기에 나오는 등장인물들도 그리고 나오는 이야기들도 모두 상상속의 허구일테니까 말이다. 이 책은 에세이다. 즉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려낸 친구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읽으면서 더욱 애틋해진다. 그 첫사랑이 누군가에겐 그냥 첫사랑으로 끝나버릴수 있는 것이지만 그 누군가에게는 그 첫사랑이 시간이 지나도 흐려지지 않고 이 책의 제목처럼 진하게 눌러쓴 자국으로 남아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이 나쁜 사랑이 되어서는 안된다. 한때 초등학교 동창회다 각종 학교 동창회다 그러면서 유행이 된적이 있었다. 친구 찾는 홈페이지가 등장을 하게 되면서 너도나도 친구에 동참을 했던 것이다. 그 이후로 초등학교 동창을 만났다느니 어렸을때 놀던 친구들을 만났다느니 하는 내용들이 자주  올라오는 것도 볼 수가 있었다. 그것도 한때 붐이었는지 이제는 언제 가입했는지도 모르게 되어버렸지만. 그것이 그냥 건전한 모임으로 끝났으면 좋은데, 그 속에서 짝꿍을 만나서 결혼을 하는등 좋은 일만 계속 있었으면 좋을텐데 가정을 가진 친구들이 만나서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그러면서 가정간에 분란을 만들기도 했었다는 비화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아니 이 책에 관한 이야기는 순수해야 한다. 표지처럼 새하얀, 그리고 깨끗한 그런 사랑이어야 한다.

 

작가는 강원도 출신이다. 그것도 사람들이 별로 살지 않는 그런 학교 출신. 그곳에서는 가랑잎 학교라고 불리웠던 모양이다. 가랑잎학교라니 얼마나 정감있고 귀여운 이름인가. 그 당시에 같은 학교를 다녔던 40여명의 친구들. 전 학생이 그것뿐이라니. 어느 학교라도 그런 경우는 잘 없을 것이다. 그런 그들이 강원도를 떠나 서울에서 모임을 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오랜만에 만나는 꼬맹이였을때 친구들. 마흔이 넘은 친구들이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라 하자. 삼십년전의 그 친구들의 모습을 기억하며 만나는 것이다. 그 얼마나 반갑고 떨리지 않을 수 있을까. 나도 예전에 친구들 모임에 한번 가본적이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일부러 만든 모임은 아니고 친구가 결혼을 한다고 연락이 와서 그 동네에서 결혼을 한다기에 그곳을 가면 오래된 친구들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나갔던 차였다. 그런데 마음이 이상했다. 무슨 남자친구를 만나는 것 마냥 떨렸던 그 느낌을 기억하고 있다. 그냥 어렸을때 친구들을 만나는건데 왜 그랬을까 하지만 이제는 내가 이 작가의 마음을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랜만에 만나는 그들은 지금 살아가는 이야기부터 그 때의 이야기까지 끊임없이 이야기들을 주고 받는다. 모임에 나온 사람들부터 나오지 않은 사람들의 안부까지 묻고 또 묻고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하고. 그러다가 누군가 한 여자아이의 안부를 물어본다. 학교다닐 때 그 중 가장 이뻤던 아이. 누구나 다 그 이쁜 것을 알고 있었던 아이. 하지만 누구 하나 그 아이의 남자친구가 되지 못하고 그저 멀리서만 좋아했던 그 아이. 남자들은 그런 모양이다. 자신이 이쁘다고 생각했던 그 아이가 나이가 들어서도 잘 살기를 바라는 것일까. 아니 그것은 비단 남자 여자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친구라면 누구가 다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 단지 그 아이가 지금도 그대로의 모습일지 아니면 조금이라도 나이가 든 모습일지 그것이 궁금할까. 아니 그런 친구들은 나이가 들어도 남자친구들의 눈에는 그 당시의 모습처럼 귀엽고 이쁘게만 보일지도 모르겠다. 작가가 남자이기때문에 순수하게 오로지 남자의 눈으로 보여지는 첫사랑의 느낌을 느낄수가 있다. 

 

어떤 문제에 부딪혔을때 그는 아내의 의견을 구하기도 한다. 여자의 입장은 어떠한가 말이다. 그런데 거기서 놀라운 일이 있다. 바로 남자와 여자의 차이가 드러나는 것이다. 꼭 굳이 남자와 여자가 아니라 사람마다 다른 느낌일수도 있지만 그저 남자쪽 입장만을 대변하는 작가의 입장과 달리 이것저것 여러모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미리 여러가지 조건을 생각해보는 여자의 입장이 나는 어찌나 이해가 되던디 그래 바로 그거야 하면서 작가의 아내 옆에 바짝 붙어앉아서 하이파이브를 해 줄뻔 했다. 이래서 그렇게 남녀간의 차이를 그린 심리학책이 많이 나오게 되는 것이구나 하는 깨달음도 있었다.

 

어린시절의 친구를 찾아서 시작된 동창회는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점점 사랑의 이미지가 짙어진다. 인식하지 못하고 넘겼지만 한 챕터가 넘어갈수록 처음에는 옅은색의 하트모양이 점점 진해지는 것을 나중에야 깨달았다. 이런 세심한 편집의 센스라니. 어린시절의 연인이 그것도 만인의 연인이 한 사람의 연인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첫사랑이 마지막 사랑으로 남을 수 있을까. 이 책에서 나지 않은 결말이 궁금해졌다. 짙어진 하트모양만큼이나 그들의 사랑도 짙어졌길, 어려운 시기를 견뎌낸 그들의 사랑이 아주 진하게 남아있기를 마음속으로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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