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희
이주성 지음 / 책밭(늘품플러스) / 201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실화소설. '사실'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 그만큼 더욱 사실과 다르지 않은 이야기일수밖에 없다. 이 책의 작가 역시 탈북자다. 북한에서 태어나 자랐고 2006년 탈북했고 지금은 한국에서 살고 있다. 그런 그가 쓴 이야기니만큼 더욱 생동감있게 느껴진다. 때로는 오타인가 싶다가도 그것이 북한식 표현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한번 더 들여다보게 된다. 왠지 모르게 다른 것이 없어 보이면서도 다른 것이 많은 남과 북이다. 떨어져 산 지가 벌써 몇해째이던가. 더군다나 자신들의 나라를 개방하지 앟는 북한의 특성상 그 차이는 더욱 크게 느껴지고 말것이다.

 

북한을 알고 있는 사람이 쓴 이야기라고 해서 그냥 사상적인 이야기일 것이라고 짐작하지 말라. 이 책은 순수한 사랑이야기 일뿐이다. 원명과 선화의 사랑이야기. 운명같이 만나 사랑을 하고 결국은 자신의 선택때문에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의 이야기. 그들의 사랑을 방해한 것은 누구일까. 어느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결국은 자신들의 선택일 수 밖에 없으니 그들의 운명일 수 밖에 없다는 것으로 짐작하고 넘겨버리기에는 그들의 사랑이, 그들의 인생이 너무나도 허망하다.

 

원명의 입장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그는 담배를 파는 사람이다. 물론 공장에 적을 두고는 있지만 거기서는 일감도 없고 배급도 끊겨서 그것만 기대하고 있다가는 굶어죽기 딱 좋을 판이다. 부모가 없는 아이들은 남의 것을 훔쳐서라도 연명을 하고는 있지만 그마저도 언제 먹을수 있을지 모르는 일이고 그러다가 잡혀가면 그날로 그들의 목숨은 끝이다. 우리나라 아이들처럼 돈을 훔쳐서 유흥비로 써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은 정말로 먹고 살기가 급급해서 훔쳤던 것 뿐이다.

 

시장에서 꽈배기 아줌마의 꽈배개를 훔쳐서 달아나는 아이들. 꽈배기는 땅에 떨어져 빗물에 젖어 못 쓰게되고 아이들에게 하나라도 주지 하고 안타까이 여길 무렵 들려온 아줌마의 한마디. 너네가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고 가면 집에 있는 우리애들은 굶는다는 그 말. 아줌마는 이 꽈배기를 팔아서 또 굶고 있는 자신의 아이들을 먹여야 했을 것이다. 쌍이 다 불쌍하니 어느 한쪽을 편들수가 없는 현실이다.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북한의 실상이란 일부분일 것이다.

 

요즘은 케이블 채널들이 많아서 탈북자들이 그들의 생활을 이야기하고 또 그곳에서 인기있는 음식들도 만들어서 보여주고 하지만 일단 탈북한 그들은 어느정도 빽도 있고 배경도 있고 돈도 있는 집안일때가 많을 것이라고 짐작해본다. 그마저도 없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그곳을 벗어날 생각조차 하지 못할테니까 말이다. 그러므로 소설이긴 하지만 이 책에 씌여진 현실이 조금은 리얼스럽기도 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오래전 일이라고 생각할수도 있겠으나 작가가 넘어온 것이 2006년, 지금부터 십여전 전의 일이다. 아마도 그 사회특성상 크게 달리지지 않았을 것이다. 책에서는 김정일만 죽으면 모든게 다 끝날것으로 언급하고 있으나 지금 2015년 현재, 김일성도 김정일도 다 죽은,  이제는 삼대계승을 한 김정은이 다스리고 있다. 책 속의 이야기가 무조건 다 현실이 되지는 않는 법이다.

 

기차를 타고 물건을 살고파는 그는 항상 기차에 탈때마다 난리를 겪어야 한다. 자주 오지 않는 기차. 자리도 구분없는 기차. 꽉 밀려든 사람대문에 문으로도 탈 수없고 그나마 창문으로라도 타면 다행이고 열차위로까지 기어오르는 사람들. 한국의 전쟁통에 운송수단을 생각을 하면 딱 맞을 듯 하다. 돈을 주면 그나마도 겨우 탈 수 있게 밀어넣어주는 시스템, 그는 거기서 선희를 처음 만난다. 같은 고향이라는 이유로 그녀와 어린 아이를 집까지 잘 데려달라는 부탁을 얼결에 받은 그는 대신 자신들은 기차에 태워달라고 한다. 우역곡절끝에 탄 그들은 잘 가는 듯이 보였으나 군인들이 올라타면서 갓난쟁이가 압사를 당하고 만다. 그렇게 만나 돌아온 고향. 그녀, 선희와 원명은 다시 만날수 있을까.

 

우연이었을까 운명이었을까 시간이 지나고 다시 만난 그들. 선희의 남편은 죽었고 충격으로 시어머니까지 죽고 아이도 잃은 그녀는 아무것도 살아갈 희망이 없다. 그런 그녀는 그에게 자신도 장사에 도움이 되고 싶으니 같이 데려가 달라고 한다. 아무 의심없이 흔쾌히 승낙한 그. 하지만 그에게도 한가지 문제점은 있었으니 한창때인 그는 이쁜 선희를 보고 한달 넘는 시간동안 같이 다니면서 인간적인 기본적 욕구인 성욕을 참는 것이 그렇게도 힘들다는 것을 알고 그녀에게 말하지만 그녀는 남편이 죽은지 얼아 안되었다는 이유로 기다려달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그런 그들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일방적으로 원명의 입장에선 서술되던 이야기는 반은 넘어가서 그들이 운명적으로 다시 만나게 된 이후에 끊긴 후 선희의 시점으로 넘어간다. 선희가 그를 만났던 시점으로 돌아가서 여자의 입장에서 이야기 하는 그녀의 글은 그와 재회한 뒤 자신이 돈을 벌기위해 중국으로 넘어간 이후를 상세히 다루고 있다. 북한이 유일하게 기대는 나라가 중국. 그런 나라에서 북한 사람들의 위치는 어느정도일까. 이루 말로 형언할수 없을 정도이다. 더군다나 여자라면 더하다. 우호관계가 아니라 속국도 이런 속국이 없다. 결국 북한이라는 나라는 이 지구상에 단 하나의 고립된 나라이며 어느 나라하고도 교류관계가 없는, 그저 시간이 지나면 멸망할지도 모르는 나라인것이다.

 

그런 나라의 사람들은 어떨까. 돈이 많고 지위가 높고 배가 부르다고 해서 과연 그 나라에서 사는 것을 사는 것이라 할 수 있을까. 한 나라임을 부르짖지만 너무나도 다른 북한과 우리 나라. 지금 신문에서는 통일 모금운동을 한다고 매일같이 성금이 모인다고 하지만 그 통일 기금이 언제 쓰일지는 모르겠다. 이 책을 보니 더욱 그러하다. 이렇게 고통받는 북한주민들을 위해서라도 빨리 통일이 되어야 하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겠지만 확실히 다른 그들과 우리의 모습을 생각할때 통일이 되는 것이 같이 망하는 지름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나라 조차도 지금 제대로 서지 않아 이모냥인데 통일이 되어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정치가 힘들어지리라는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하루아침에 장벽이 무너진 독일의 경우를 예로 들 수도 있겠지만 독일의 경우와 우리의 경우는 너무나도 다르다. 그 당시 서독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생각한다면 아마 더욱 확실해지지 않을까. 우리나라는 그때의 서독과 비교해서 그만큼 잘 살아나가고 있나? 아닐 것이다. 극빈층이나 수급자들도 많고 하나같이 자신들이 중산층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서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지금 개인적인 생각이고 미안한 생각이고 이기적인 생각이기는 하지만 통일은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보내는 도움조차도 그들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북한의 고위층에게 돌아갈 것이 뻔하다면 굳이 도움도 주지 않는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냉장고를 부탁해 - 베스트 레시피북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제작팀 엮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주말이면 일주일동안의 모든 요리를 모아서 방송해주는 요리프로그램을 꼭 챙겨보는 엄마와는 달리 나는 그닥 요리에 큰 관심은 없는 편이다. 있으면 먹고 없으면 안 먹는 주의랄까. 챙겨주는 사람이 있음 먹고 없으면 안 먹는 편이기도 하다. 먹기 위해서 사는 것보다는 살기 위해서 먹는 편에 더 가깝다. 그런 내가 꼭 챙겨보는 요리프로그램은 바로 [냉장고를 부탁해] 이 프로그램이다.

 

사실 이 프로그램을 본 것도 얼마되지는 않았다. 작년에 처음 파일럿으로 등장한 이 프로그램은 스타가 냉장고를 공개하고 쉐프가 그 재료들을 가지고 음식을 만든다는 것인데 우리집 냉장고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도 모르는 판에 스타들의 냉장고를 굳이 궁금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가지고 지지던 볶던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연히 9시 넘어 늦은 저녁을 먹는 나에게 그 프로그램이 돌아가는 채널에서 걸렸고 밥을 먹으면서 계속 보고 판단한 결과 꽤 재미나는 포맷이라는 것을 알았다.

 

또한 쉐프들이 손이 그렇게 빠르다는 것 또한 새삼스럽게 느끼는 바였다. 나조차도 음식 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을 싫어해서 여러개를 한번에 시도해서 빠르게 끝내고 쉬는 것을 좋아하는지라 더욱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 한가지 단점이 있었으니니 빠르게 지나가는 방송특성상 아무리 나중에 이긴 음식의 조리과정을 차례대로 보여준다해도 도저히 따라서 해먹기에는 너무나도 힘들다는 것이었다. 그런 내 생각을 반영이라도 하듯이 그동안의 음식들 중에서 가장 인기가 있었던 음식들을 골라서 책으로 엮어서 나온 것이 바로 이 책이다.

 

1회부터 시작해서 40회까지의 음식들을 모아서 편집해 놓은 이 책은 주로 이긴 음식의 요리를 소개하고 있지만 졌어도 사람들이 궁금하거나 따라하기 쉬운 요리들을 다같이 편집해둠으로 인해서 여러가지 요리들을 찾아서 만들어 먹는 재미를 주고있다. 각 쉐프별로 편집을 해서 그 쉐프별로 특징을 찾아내는 재미도 있고 회별로 편집을 해서 어느 편에 나왔었는데 하는 기억을 가지고 찾을수도 있게 했다.

 

프로그램의 특성상 냉장고 주인들을 위해서 만들어 내는 일인분의 요리라 요리초보자들은 양이 가늠되지 않을 것을 대비해 전문 요리사로 하여금 2인분을 기준으로 하여 조리분량을 따로 편집해두고 있으니 뒤쪽에 가서 재료를 가늠해서 어느정도 요리를 할것인지 알수 있게 해두었다. 15분이라는 짧은 시간내에 만들어 하는 특성상 쉐프들이 자신들이 얼마만큼의 양을 썼는지 기억하기도 어렵고 또 그날그날 주인공들에 맞춰서 간을 적절하게 조절하기도 했다하니 아무래도 모르겠다 하는 사람은 조리분량을 참고하는 것도 좋겠다.

 

요리하는 법만 나오면 기존의 요리책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음을 예상했을까 각 요리사들의 인터뷰와 함께 스튜디오 사진을 첨부하기도 하고 요리사들의 팁을 중간중간 편집하기도 하는 센스를 살렸다. 방송될 당시에 어떤 사람이 이런 팁을 주었다 하는 것이 발견되면 그 요리법 사이에 넣어두기도 해서 방송을 직접 보는 것 같은 느낌도 주고 있다. 프로그램을 보는 사람들이 궁금해자는 점의 답들도 실어 놓았다.

 

개인적으로는 다같이 시식하는 음식은 언제 만드는지가 궁금했다. 만드는 과정들을 보면 다 일인분인것 같은데 나중에 다같이 맛을 보는 코너가 있어서 저건 또 언제 만든 것인지 하는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 쉐프들이 만드는 동안 뒷편 어디서 다른 전문가들이 그대로 따로 만드나 하는 생각도 했었다. 또한 언제 메뉴를 구상하는지도 궁금했다. 재료들을 미리 알려주고 사전에 메뉴를 만들어 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이 책을 보고 나니 의문도 플렸다. 방송 뒷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반드시 이 책을 볼 것.

 

요리들을 하나하나 살편본 결과 요리 전문이 아닌 사람들이 따라하기에는 좀 버겁다하는 요리들도 있긴 했다. 반면에 이런것은 진짜 간단해서 따라하기 쉽겠다하는 요리들도 있었다. 주로 김풍의 요리가 그랬다.  그의 요리는 정말 간단한 것들이 많아서 이 정도라면 나도 한번 해먹어야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끔 했다. 예전 다른 프로그램의 야간매점 코너의 응용버전이랄까.

 

손님들이 왔을때나 친구들이 왔을때 대접하기 좋은 요리들. 한번쯤은 멋지게 대접하고 싶을때 시도해보면 좋을 요리들이 산지사방에 널려있다. 이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애청자라면 그리고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이 쉐프들의 요리를 한번이라고 먹어보고 따라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 책을 참고로 한다면 좋을 법한 교과서 같은 책이라 할수 있겠다. 아울러 진행자 중의 한분인 정형돈씨의 빠른 쾌유를 빌겠다. 이 프로그램은 그의 진행솜씨가 곡 필요한 프로그램이라 아니할수 없으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족의 탄생 진구 시리즈 3
도진기 지음 / 시공사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년 '유다의 별'이라는 작품을 읽고 내가 알던 도진기라는 작가는 반쪽짜리임을 그때서야 알았다. 내가 알던 도작가는 진구라는 캐릭터의 창시자로 알고 있었고 그 시리즈가 전부인줄만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는 도진기=진구 이런 공식으로 외우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게 그의 캐릭터 중 일부였다니 약간은 허무함도 들었다. 그렇게 해서 알게 된 고진 변호사. 진구보다는 훨씬 나이가 들고 백수인 진구보다 변호사라는 전문적인 타이틀도 있고 그럼으로 인해서 깔끔하게 일을 처리하는 모습이 멋졌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정이라고나 할까 진구에 대한 애정을 감출수는 없었다.

 

'순서의 문제','나를 아는 남자'가 차례로 나오고 난 이후 진구의 이야기는 감감무소식. 그러면서' 유다의 별'은 출간. 그러다보니 도작가님에 대한 미움과 진구에 대한 그리움이 솟아오를쯤 해서 이 책이 드디어 나왔다. 그런데 진구 시리즈이면서도 고진이 같이 등장을 한다. 한 사건을 두고 각기 다른 편에서 접근해 가게 된 진구와 고진. 캐릭터의 차이만큼이나 이 사건을 풀어나가는 데도 확실히 다른 저마다의 방법을 추구하고 있다. 속담에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도 있듯이 어떻게든 이 사건이 제대로 풀리고 그 결과만 같으면 되는 것이 아닐까.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이 되는 순간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처음부터 그 둘이 대립을 하지 않는다.

 

어느 산속을 헤매는 진구가 텅빈 집처럼 생긴곳을 보고 들어가서 쥐덫에 갖힌 쥐마냥 그집 베란다에 갇히는 장면으로 시작하게 된다. 왜 진구는 그런일을 한거지? 무엇때문에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 그 산속에서 무엇을 찾고자 한 것일가? 이제 누구도 볼 수 없는 그런 곳에 갇혀벼린 그를 구해줄 사람은 누구인가. 또한 그 집은 어떤 집이길래 이런 이상한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인가. 이런 모든 의심이 채 풀리기도 전에 이 책의 본 이야기로 넘어가 버린다. 

 

진구의 여자친구인 해미가 가지고 온 이야기. 사건의뢰를 진구에게 하게 된다. 부산에 사는 횟집을 하는 젊은 애기아빠. 몇달 전 부인을 차사고로 잃었다. 그리고 이제 장인어른이 병에 걸려 죽을 지경인데 그 유산을 자신의 처형들이 받지 못하게 해 달라는 것이다. 무슨 수를 써도 되고 어떤 방법을 써도 되니 그렇게 해 달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자신이 품고 있는 의심때문이었는데 자신의 부인을 그 처형들이 죽인 것 같다고 의심을 하면서 자신의 동생을 죽인 사람은 유산을 받을수가 없다는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에 비해 고진 변호사가 맡게 된 의뢰는 이러하다. 진구의 의뢰인의 처형들. 즉 죽은 부인의 언니들 두명은 변호사를 고용해서 자신의 제부가 유산을 받지 못하게 해달라고 주장을 하고 있다. 첨예하게 대립되는 이 두팀의 이야기는 어떤 결론을 맺을까. 그냥 가만히 생각해 보면 병석에는 있지만 아직 정신이 멀쩡한 아버지가 유언을 남기면 가장 간단한 일 같은데 아버지는 유산때문에 싸우는 것을 보지 못하겠다면서 법대로 모든 것을 처리하라고만 한다. 일의 해결을 위해 부산에 내려가 그 집에 머무르게 된 진구와 해미는 그곳에서만 알 수 있는 내용들을 알게 되고 점점 진실에 가깝게 다가가게 된다.

 

진구라는 캐릭터는 다른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처럼 멋지지는 않다. 무슨 뛰어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다. 다른 나라에서처럼 또는 형사들처럼 무기 사용이 자유롭지도 않다. 단지 자신의 기동력과 그리고 생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캐릭터이다. 그러다보니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약간은 동질감 같은 것을 느끼게 한다. 내가 진구라면, 내가 그런 캐릭터라면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한다. 호기심과 모험심 그리고 사고력이 뛰어난 캐릭터이다. 그러면서도 할 말은 직선적으로 하는 그런 주인공. 여자친구인 해미의 활약은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없으면 섭섭할 캐릭터임에는 분명하다. 적어도 사람들하고 공감을 하거나 소통을 하는 면에서는 진구보다도 훨씬 더 나은 재주를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가끔 보아지는 대결구조는 신선함을 준다. 이 책도 마찬가지이다. 진구와 고진의 대립이 상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뛰어나다. 혹시나 하는 염려서서 덧붙이자면 이 책을 그냥 별개의 책으로 봐도 무방하지만 '순서의문제'와 '나를 아는 남자'에 이은 시리즈이다보니 처음부터 보는 것이 훨씬 더 재미있다고 살며시 덧붙이고 싶다. 읽은지가 오래된 나 또한 무슨 설명이 나올때면 무슨 일이 있었더라 하면서 다시 찾아보게 되는 결과를 낳았으니 말이다. 제일 첫 장면에 관한 설명도, 마지막에 하면서 이어서 나올 다음 책을 예고하고 있다. 다음번 대결은 누구와 누구간에 이루어질지 벌써부터 기대만발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섬, 짓하다 프로파일러 김성호 시리즈
김재희 지음 / 시공사 / 201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에서부터 한국 소설의 장점을 팍팍 드러내고 있다. 한글만의 고유함으로 미스터리함을 담고 있는 책. 예전에 [섬,섬옥수]라는 제목을 보고 여자의 하얀 손을 연상했었다. 그 책의 제목이 섬이라는 곳에서 일어나는 갇혀진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이야기를 읽고서야 알았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읽으면 그저 섬짓하다의 잘못된 표기인양 보이지만 작가의 치밀한 생각 아래 '섬'이라는 글자 다음에 구두점을 찍어' 짓하다'라는 어미와 분리시켜 놓았고 그것으로 인하여 '섬짓하다'와' 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다는 두가지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게 만들었다. 한글만이 나타낼수있는 묘미다.

 

섬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들은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오래 전 크리스티 여사님도 섬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인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썼었고 미나토 가나에도 섬이 고향인 주인공들을 모아서 [망향]이라는 이야기를 냈었다. 각종 추리와 미스터리의 배경으로 자주 나오는 그만큼 섬이라는 곳은 약간은 신비스럽고 또 약간은 이야기를 구성하기 좋은 배경이 되는 편인가보다. 이 책의 주인공은 프로파일러다. 한국에서는 아직 흔하지 않은 직업. 그나마 추리소설에서나 간간히 볼수 있는 직업이긴 하나 지금 추세대로라면 아마도 프로파일러들의 활약을 기대해 볼 날도 멀지는 않은 것 같다. 즐겨보는 드라마 '본즈'에서는 FBI에 심리학 박사가 있어서 그 사람이 프로파일러의 역활을 한다. 그러면서 요원과 함께 다니고 사건을 해결하는데 힘을 보탠다.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다. 프로파일러 독단적으로 행동을 해서 문제를 해결한다기보다는 경찰과의 공조하에 프로파일러는 자료를 조사하고 심리를 파악해서 사건을해결하는데 도움을 주는 역활이다.

 

빌라에서 발견된 한 건의 시체. 그녀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죽이겠다고 공포를 한 대상이기도 하다. 경찰을 당장 그 글을 올린 사람을 잡아다 취조를 하지만 단지 십 대의 여린 청소년인 용의자는 자신이 글을 올리고 다같이 모여서 그 여자를 죽이자고 해서 갔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심리상태를 알기 위해 투입된 프로파일러 김성호. 그는 과연 그 학생에게서 자백을 받아 낼수 있을까. 이 사건은 어떻게 해결이 될까.

 

쉽게 풀릴 것 같았던 이야기는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갑자기 온라인 상에서 그가 이슈가 되면서 경찰에서는 삼보섬이라는 곳에서 발생한 세 명의 연쇄 실종 사건의 해결을 위해 그를 섬으로 출장을 보내게 된다. 그가 섬에 가서 마주치게 되는 것은 누구이며 그곳에서는 또 어떠한 일이 일어날까. 그는 필적 감정사이자 문화학자인 동행과 함께 내려가게 되는데 작은 섬에서 그들은 팬션에 나란히 머물게 되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그곳의 경찰들과 공조를 하게 된다.

 

처음에는 인터넷 범죄인가 했더니 마지막에는 학원폭력으로 끝이 난다. 두가지 사건이 교묘하게 섞여있으면서 엇갈려 맞물려 들어간다. 앞서 불려왔다던 십대소년도 어덯게 보면 학원 폭력의 피해자라 할수 있겠다. 단체 채팅방에 불러놓고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는 은근한 따돌림. 어른들이라면 아니 어른들이라도 견딜수 없을 정도의 따돌림을 십대의 소년이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도 가혹하지 않을까. 자신이 스스로 사람들을 따돌리게 되는 증상이 나오게 되고 결국는 온라인 상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며 숨어 버리게 되는 결과는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프로파일러들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아니 감정이 없으면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을 사이코패스라는 말로 명명햇다. 이런 십대들이 자라게 되면 그런 범죄를 저지르는 사이코패스가 되는 것일까. 이를테면 그러 범죄자들 또한 이 사회가 만들어 낸 페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섬에서 벌어지는 섬짓하면서도 슬픈 이야기. 결국은 자신의 평생을 다 바쳐서 자신에게 가혹행위를 한 사람을 복수하려고 했던 그 사람의 심정을 어느 누군가는 이해할 수 있을까. 용의자로 지목되었던 그 소년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까. 그 학생이 모든 것을 다 이해하고 학교로 돌아간다고 해도 다시 잘 적응 할수 있을까. 십대의 따돌림은 감당치 못할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 그들의 가혹행위는 멈춰질까. 아니면 그 행위는 군대라는 곳에서 또 직장이라는 곳에서 평생을 계속해서 따라 다닐까. 전작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인정을 받았던 작가의 작품이니만큼 믿고 읽는 재미가 있다. 역사적인 소설을 쓰는 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현대적인 소설에도 일가견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믿고 보는 작가의 리스트에 넣어 두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섬,짓하다'가 '섬짓하다'로 다가오는 순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탐정이 아닌 두 남자의 밤
최혁곤 지음 / 시공사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탐정'이라는 단어는 아무래도 조금은 더 고전적으로 들리게 마련이다. 요즘 대세는 아무래도 스릴러이고 각종 베스트를 휩쓸고 있는 스릴러장르에서 주인공은 언제나 '형사'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요네스뵈나 마이클코넬리의 해리들도 형사였고 샌드맨의 유나도 형사였으며 안드레아스 프란츠의 율리아시리즈의 주인공도 여자경찰이다. 그렇다면 탐정은 어디서부터 나오게 된 것인가. 내 기억속에서 내가 탐정이라는 직업을 알게 되고 멋지다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무래도 셜록홈즈의 영향이 큰 듯 하다.

 

뛰어난 추리력과 디테일한 관찰력으로 일어난 사건들의 정황을 파악하고 사람들의 심리를 조정하면서 범인에 접근해가는 모습이 어찌나 멋졌는지. 그 이후로 크리스티여사의 포와로를 접하게 되면서 탐정은 무진장 잘난 사람들이라는 것을 또 한번 몸소 느껴야만 했다. 나는 근처에도 못 간것을 그들은 논리정연하게 이야기 하면서 범인에게 다가서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조금은 어수룩한 탐정도 있었으니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우카이 탐정이다. 약간은, 아니 아주 많은 빈틈을 보이면서 전혀 일을 해결할수 없을 것 같은 그런 모습으로 마지막으로 갈수록 반짝이는 지혜를 발휘한다. 또한 모자라 보이는 모습들 속에서 그 나름대로의 정보를 모으고 있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이 책은 대놓고 탐정이 아니라고 변명이라도 해주듯이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탐정이라는 직업은 아직까지는 직업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일부러 더 드러내 놓고 표기한듯 하다. 그리고 물론 우리의 두 주인공은 탐정도 아니다. 전직기자와 전직 경찰이다. '전직'이라는 단어가 붙게 된 된 데에는 둘다 조금은 불미스러운 일과 연결이 되어 있는 공통점도 있다. 여자를 좋아하는 전직형사는 피의자의 아내와 섬씽이 있었고 전직 기자는 사건에 필요한 증인을 숨겨주다가 피해자가 되도록 만들어 버린 전적이 있다. 이래저래 마음 맞는 그들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운명이었던 것이다.

 

자신의 전 여자친구가 납치되었다는 전화를 받고 경찰에 알리기 보다는 자신이 직접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달려가는 박희윤. 그는 혼자보다는 둘이라는 원리원칙에 따라 친하게 지내는 전직형사이자 지금은 카페주인인 갈호태과 동행을 한다. 그들이 마주하게 된 것은 무엇일까. 그들은 과연 탤런트인 그 여자친구를 무사히 구해내어 돌아올 수 있을 것인가. 이야기는 처음부터 크게 '팡' 하고 터뜨려준 후 소소한 사건들을 덧붙이는 형식으로 진행이 되어간다.

 

첫 사건에서 해결을 하지 못한 그들은 결국 둘다 전직이라는 딱지하에 자신의 자신들이 바라는 일보다는 서로 생업에 충실하게 카페일에만 전념을 하게 된다. 물론 사장이라는 갈호태은 여전히 여자들에 관심이 많고 그 밑에서 졸지에 종업원이 된 박희윤은 후배기자가 물어다주는 사건들에 관심이 더 많게 되지만 말이다. 이어지는 사건들은 소소하지만, 앞의 연쇄살인사건에 비해서 소소할뿐 그 자체로도 큰 사건들이다. 폭탄과 이슬람 사람들이 겹쳐지는가 하면 야구선수와 의사가 접점을 이루고 경찰간부였던 옛상사의 개를 찾는 사건도 알고보면 큰 사건과 맞물리게 된다.

 

신문을 통해서 낸 광고사건은 얼핏 보면 약간은 너무 올드한 느낌이 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전체 이야기의 분위기를 위해서 그 정도는 살짝 양념처럼 끼워줘도 무난하게 덮힐듯 싶다. 두명의 콤비가 짝을 이루어서 하나의 사건에서 시작해서 시간순대로 벌어지는 이야기. 하나의 이야기는 각각 마무리가 되어지고 앞에서 벌어졌던 큰 사건은 가장 마지막에 와서야 그 속내를 드러낸다. 결국은 '너가 이런 사람이었다' 하는 내용으로 말이다. 그 이야기가 약간은 단순하고 추리도 가능해서 조금은 아쉽지만 그래도 진정으로 재미있게 읽히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고 치켜줄수 있겠다.

 

우카이처럼 너무  까불지도 않고 그렇다고 포와로처럼 너무 특출나게 잘나지도 않아서 더욱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는 이야기. 우리시대에 딱 맞는 탐정 캐릭터가 아닐까. 그렇다고 너무 보통 사람이면 재미가 적으니 갈사장 같은 캐릭터가 붙어서 콤비를 이루어줘야 제맛이 나는 것도 사실이다. 셜록홈즈와 왓슨같은 조합은 아닐지라도 한국사람의 입맛에 딱 맞을 캐릭터. 이 콤비의 다음 활약이 기대되는 순간이다. 물론 전직형사와 전직가자의 타이틀은 떼고 이제는 본격적으로 경찰소속으로 일을 해볼 모양이다. 그들이 파헤치는 미결수사들은 어떤 사건들일까. 미드 '콜드케이스'가 생각나는 시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