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고 있어요, 지금도 - 소설처럼 살아야만 멋진 인생인가요
서영아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끔씩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뒤돌아본다. 내가 과연 잘 살아온 것인지 그렇지 못하다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렇게 되새겨 볼 기회가 반드시 한번쯤은 있다. 그것은 스물아홉이나 서른아홉처럼 나이가 들어가면서 바뀌게 되는 때일수도 있고 또는 직장을 바꿔야 할때 또는 인생에서 위기가 왔다고 생각할때 그렇게 되기도 한다. 그럴 정신도 없었다면 여유가 없었거나 아니면 지금도 충분히 잘 살고 있기 때문에 그럴수도 있겠다. 그렇게 되돌아보다가 자신에게 위안을 한다. 잘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라고 말이다. 누구군가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준다면 어떨까. 잘하고 있어, 지금도 라고 말이다. 아마 큰 위안이 되지 않을까. 내가 하는 혼잣말 보다 말이다.

 

작가의 에세이는 그런 면에서 든든한 친구같은 느낌을 준다. 티아 하우스라는 곳에서 티아 할머니를 만나고 또 그곳에서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면서 자신도 그렇게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티아 할머니는 실제로 할머니일까 아닐까. 그저 모두들에게 그렇게 불리울뿐이다. 웨딩드레스를 만드는 디자이너 티아할머니. 누구나 여자라면 꼭 결혼을 하지 않아도 한번쯤은 입어보고 싶다는 웨딩드레스. 그러 드레스를 만드는 할머니. 왠지 연관성이 없을것 같으면서도 할머니가 만들어내는 드레스는 아무나 입는 드레스들과는 다를 것 같아서 입어보고 싶은 느낌도 든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여자는 여자라고 했던가. 할머니가 되어도 드레스를 입고 싶은 마음은 여자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티아하우스는 정확하게는 그런 공간이다. 웨딩드레스를 입어보는 공간. 하지만 우리가 평상시에 알고 있는 그런 개념은 아니다. 신랑들은 밖에서 초조한 듯이 기다리고 신부들이 드레스를 입고 나오면 우와 하면서 과도하게 큰 액션을 하면서 반겨줘야 하는, 드레스를 한번 입어보기 위해서 한벌당 가격을 내야 하는 그런 웨딩샵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드레스를 입어보는 공간 및 드레스는 보는 공간도 되지만 그곳은 그보다 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공간이다. 결혼을 앞둔 신부들이나 또는 결혼을 한 사람들 또는 그앞으로 결혼을 하고 싶은 사람들 아니 결혼과 아무런 상관없는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그곳에 모여서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수다를 늘어 놓는 그런 공간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치적인 견해를 가지고 네가 잘났네, 내가 잘났네 갑론을박하는 공간도 아니다. 단지 여자들이 모여서 다음번 이야기 할 주제를 누군가 정하고 그런 이야기들에 대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고 맛난 것을 만들어 먹고 고민하고 공감하는 그런 공간인것이다.

 

티아할머니가 실제로 할머니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티아하우스도 실제로 존재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존재하는지의 여부를 떠나 그곳에 한번쯤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강하게 들었다.  각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녀들을 주인공으로 해서 한장의 사진과 글을 적어 놓은 이 책을 보면서 내가 그곳에서 간다면 나는 어떤 모습의 사진이 찍힐것이며 어떤 모습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기억될 것인지 궁금했다. 그리고 티아할머니의 노트가 어떤 느낌인지 직접 보고 싶었다. 파랑의 색으로 쓰여진 할머니의 노트에는 내가 듣고픈, 읽고픈 말들도 가득했다.

 

작가는 마흔이 가까워지는 나이라면 인생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인생을 이야기할수 있는 자격은 얻은셈이다. 아니 그 자격을 이미 얻었다. 그런 내가 그들과 함께 이야기한다면 어떤 조언을 해줄까 아니면 어떤 조언을 받을까. 사실 결혼을 앞둔 신부들의 모습은 가장 아름다울때라 시샘이 나고 질투가 날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러한 시절이 있었는데 하고 말이다. 그렇지만 이 나이에 그들을 본다면 또 너그러이 봐 줄수 있지 않을까. 그래 한창 이쁠때다 하면서 말이다. 나에게도 칭찬을 해주고 싶다. 잘하고 있다. 지금까지, 아니 지금도, 아니 앞으로도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벚꽃, 다시 벚꽃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2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시 미미여사님. 그녀의 작품은 어느 누구도 손 댈수 없을만큼 멋집니다. 더불어 내용에 아주 잘 들어맞는 표지가 환상적인 궁합이네요.

댓글(1)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주에바 2015-05-19 03:52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자꾸 자카란다가 키우고 싶어지는 표지다요.
 
벚꽃, 다시 벚꽃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2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봄, 사랑, 벚꽃말고...라는 노래 말고도 해마다 봄이 되면 들려오는 노래, 벚꽃엔딩. 그만큼 벚꽃은 일본인들 뿐 아니라 한국 사람에게도 인기가 많은 꽃임에는 틀림없는 듯 합니다. 봄이 오는 것을 알려주면서 피어나는 벚꽃은 흰색도 아닌 분홍빛도 아닌 말로는 도저히 설명할수 없는 색을 띄면서 한꺼번에 확 피어서 그 아름다움을 뽐냅니다. 한 그루씩 따로 있을때보다 여러 그루가 줄지어 나란히 있는 모습이 더욱 이쁜 꽃, 벚꽃, 한번 바람이 불거나 또는 봄을 시샘하는 봄비가 한번 내리고 나면 언제 피었냐싶게 다 져버려서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는 꽃이 벚꽃일지도 모르죠. 즐길수 있는 시간이 짧기에 더욱 사람들의 마음을 애달프게 하는 벚꽃.

 

이 책은 그런 벚꽃이 피는 이른 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계절상으로 봄을 그리고도 있지만 제목인 '사쿠라호사라'는 또 다른 의미로 본문에서 다가옵니다. '사쿠라호사라' 한국말로는 제일 마지막 이야기의 제목인 '벚꽃박죽'이라는 단어로 번역이 되었네요. '뒤죽박죽'이라는 단어의 일본식 사투리 표현인 사사라호사라'. 인터뷰에서 작가는 그 말의 어감이 너무나 이뻐서, 그리고 '사사라'라는 말이 '사쿠라'라는 벚꽃을 칭하는 단어의 어감과 비슷해서 미리부터 머리속에 담고 있었다고 합니다. 벚꽃이 배경이 되는 작품을 쓰겠노라고 말이죠. 자신의 생각 그대로 작가는 벚꽃이 피는 배경으로 이런 아름다우면서도 재미난 이야기를 만들어 내었네요.

'뒤죽박죽'이라는 의미도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것이 섞여 있는 혼란스러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온갖 일이 있어 힘들었다는 표현을 그렇게 쓴답니다. 주인공인 쇼노스케가 뒤죽박죽이라는 표현을 쓰자 이제는 그의 짝이 될지도 모를 와카가 대답을 합니다. 우리의 경우엔 '벚꽃박죽'이라고 말이죠. 벚꽃나무 밑에 있는 와카를 우연히 보게 되었고 그녀를 찾았고 만나게 되었고 그로 인해서 응원을 얻게 되고 힘을 얻고 또 그럼으로 인해서 인연이 될지도 모를 사람을 만났으니 말입니다.

 

미미여사의 에도이야기를 오랜만에 봅니다. 미야베 월드 제2막이라는 작품으로 북스피어에서 여러 책의 시리즈가 나온 이후로는 오랜만인듯 합니다. 이번에 비채에서 펴낸 에도시리즈는 이전에 나온 이야기들과 다른 형식을 띄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번째 이야기인 '납치'는 감쪽같이 사라진 이웃집 처녀를 찾는 장면이 '미인'이라는 전작과 비슷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전작의 원제가 '천구풍' 일본어로는 텐구카제 이렇게 읽는데 본문에서 천구가 데려가지 않고야 이렇게 감쪽같이 없어질수 없다는 표현이 나오는 걸 보니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론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죠. 미인에서는 실제로 혼이 등장하여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한편 이 이야기의 중심은 오롯이 사람입니다. 그것도 가족이지요. 같은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전혀 다르지요. 조금 오싹함을 느끼게 되기보다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느끼고 말았습니다

억울한 오해를 받고 할복을 해서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를 둔 쇼노스케 . 그는 고향을 떠나서 혼자서 에도에 정착을 하며 무사이긴 하지만 글을 쓰는 일을 함으로써 먹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그를 중심으로 해서 만나지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얽힌 이야기들이 이번 이야기의 핵심이지요. 아버지를 닮아서 조금은 마음이 약한 쇼노스케를 어머니는 못마땅해합니다. 그리고 큰 아들을 편애하지요. 분명 같은 아들인데 어머니는 그렇게 차별을 합니다. 부모들도 안 아픈 손가락은 없다고 하지만 더 아픈 손가락이나 덜 아픈 손가락은 있게 마련인가 봅니다. 먼저 이야기한 '납치'에서도 가족이라는 태두리는 모호하게 걸려있습니다. 옷도 갈아입지 않고 아침에 사라져버린 무남독녀. 그 부모가 자신을 어떻게 키웠는지 더 잘 알고 있음에 분명할듯한 딸은 아무런 말도없이 사라집니다. 그리고는 쪽지가 하나 오죠. 당신의 딸을 데리고 있으니 돈을 내 놓으라는. 겁에 질린 어머니는 쇼노스케를 대동하고 나서서 돈을 건네지만 딸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사색이 된 엄마는 다 죽어 갈 지경이지만 그에 비해 같이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이는 아버지는 무언가 다른 표정입니다. 나는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의미일까요. 가족이라는 것이, 부모라는 것이 어떤 존재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누명을 쓰고 죽음을 당한 아버지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 아버지의 필적을 흉내내서 서류를 위조한사람을 찾기 위해서 노력하던 쇼노스케는 드디어 모든 일을 해결합니다. 자진해서 자신의 앞에 나타난 대필자도 찾았고 그것이면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시킬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일은 그렇게 한가지만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일단은 자신은 만족할만한 대답을 얻었죠. 비록 그 결론이 조금은 가슴 아플지라도 말입니다. '사사라호사라', 뒤죽박죽이었던 쇼노스케의인생이 조금은 평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서 와카와의 인연도 잘 연결되어 이쁜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습니다만 쇼노스케를 중심으로 한 무언가 색다른 일이 또 일어나서 쇼노스케 2탄을 기다리게 되는 마음은 어쩔수 없네요. 봄의 벚꽃이었으면 가을의 국화로 이어지는 꽃 연작은 어떨까 하고 미리 미미여사님께 연서를 띄워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과에 대한 고집
다니카와 슌타로 지음, 요시카와 나기 옮김, 신경림 감수 / 비채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른 나라 시인의 작품을 이해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시'라는 장르의 특성상 요약이나 함축이 많고 그러다보니 자신의 나라 말로 쓰여진 단어들조차도 어색할때가 많은 것이 '시'라는 장르가 아닐까. 요즘은 산문같이 긴 시들도 많이 나오고 편하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단어들로 쓰여진 시들도 많지만 일단 시에 대한 기본적인 감상은 그러하다. 그런데 하물며 다른 나라 말로 쓰여진 시를 번역을 해서 읽는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라 생각되어진다. 그래도 많은 시들이 번역되고 사람들에게 읽혀지고 그런 것을 보면 시라는 장르가 꼭 딱히' 글'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마음'올 읽는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시인의 이름은 낯설면서도 그렇지 않다. 얼마전 이 책과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시 읽어주는 예수'라는 시집에서 언급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여러편의 시를 소개하고 자신의 생각을 적어 두었던 시집, 그 속에서 이 책에서 실려있는 '영혼의 가장 맛있는 부분'이라는 시를 찾아볼 수가 있었다. 그래서 더 쉽게 다가갈수 있는 듯 하다. 이 시집과 함께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같은 시를 가지고 어떻게 해석해 두었는지 알 수가 있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번역자 마저도 독특하다. 작가인 신경림의 감수를 거치긴 했지만 번역자가 일본이름이다. 어떻게 일본사람이 한국말로 번역할 수가 있지라는 생각이 들어 일부러 찾아본다. 한국에서 공부한 일본인이라는 표현이 맞겠다. 번역자인 요시카와 나기는 일본인이면서도 한국에서 공부를 했으니 가장 양국간의 언어의 입장을 잘 알고 있을 것이고 그에 따른 자유로운 번역이 가능할 것이다. 탁월한 번역자의 선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감수자인 신경림 시인이 말한 것처럼 다니카와 상의 시의 세계는 어느 것 하나로 한정적이지 않다. 어린아이처럼 순진무구한 것 같으면서도 약간은 잔인하게 느껴지는 시들도 있고 우리나라 시처럼 말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시들도 있다. 가령 말의 어미를 맞추어서 같은 말이 반복되게 들어간다거나 아니면 한 문장은 다른 말을 쓰면서 같은 말을 하나 건너 반복하는 식이다. [평범한 남자가 있었대/ 평범한 얼굴에 평범한 팔다리] '평범한 남자'(40페이지)는 그렇게 시작하면서 말하는 단어마다 '평범한'이라는 단어를 넣어서 말하고 있다. 이런식이면 나도 이 뒤에 계속 연결해서 쓸수 있겠다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발상을 떠올린다는 것 자체가 시인의 생각인 것이다. 평범하게 끝날 것으로 생각되어지는 시는 결코 평범하지 않는 맺음을 보여주고 있다. [평범한 남자는 평범한 줄을] 이렇게 시작하는 마지막 3연. 이 이야기는 어떻게 끝날까 궁금하다면 직접 시를 찾아볼 일이다. 한편의 추리소설을 보는듯한 전개. 짧은 시를 가지고 어떻게 이런 전개를 펼칠수 있는지 놀랍기만 하다. 

 

'12월 15일'이라는 제목의 시는 [나는 이날에 나타난 것으로 되어 있다고/ 호적과의 요다씨가 말합니다]라는 지극히 아이적인 것 같으면서도 또한 생각지 못한 발상으로 깜짝 놀라게 한다. 아이가 태어나면 신고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런 것을 시로 쓸 생각은 어떻게 했을가. 시인의 말처럼 자신의 머리속에 순간순간 나타나는 글들을 잡아두기 위해서 노력한 흔적이라 할 수 있겠다. 사실 사소한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것을 어떻게 '글'이라는 존재가 바꾸느냐가 평범한 사람들과 시인의 차이가 아닐까. [고마워요 요다씨/ 축하해요 나/누군가 뭔가 줘] 라는 마지막 행에서는 웃음이 터진다. 그 나이가 되어도 생일날 무언가 받기를 좋아하는거구나. 그런 생각은 누구나에게 일반적인 것이구나 하는 생각일수도 있고 이런 말을 자유롭게 펼쳐보이는 작가의 순수한 마음이 보이는 듯 해서 그렇기도 하다.

.

이런 표현은 '자기소개'라는 시에서 좀더 발전된 형식을 띠고 있다. [저는 키 작은 대머리 노인입니다]로 시작되는 이 시는 분명 자신의 소개를 하고 있다. 그것도 짧은 한문장 한문장으로, 그러면서도 함축적인 말들을 포함하고 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고를 말하고 마지막 연에서는 [여기에 쓴 것은 다 사실인데 / 이런 식으로 말로 표현하니 왠지 수상하네요] 라는 말로 약간은 수줍음을 보여준다고나 할까. 할 말 다해 놓고 나중에 조금은 몸을 사리는 형식이다. 왠지 시인의 당당함과 약간은 소심함을 동시에 엿볼수 있는 듯 해서 역시나 재미있다. 이 시집의 제목인 '사과에 대한 고집'은 말 그대로 사과다. 표지에도 사과를 큼지막하게 그려놓았다. 왜 사과에 대해서 고집을 부리는지 궁금하면 얇지만 시적인 표현이 풍부하다 못해 넘치고 위트가 속속들이 숨어있는 시인의 고집을 직접 느껴보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광기의 왕국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9
프리드리히 글라우저 지음, 박원영 옮김 / 레드박스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언어를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독일어라는 것이 굉장히 딱딱한 문체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비단 글로 쓰여진 것뿐 아니라 말을 했을때도 마찬가지일듯 하다. 그런 딱딱한 글로 쓰여진 미스터리는 어떠할까. 독일의 정통 미스터리라고 일컫어지는 형사 슈투더가 돌아왔다. 독일 미스터리는 우리에게 그렇게 익숙한 분야는 아니다. 유럽쪽 스릴러가 여전히 강세인 요즘에도 독일의 장르소설들은 그렇게 큰 이슈를 낳지는 못했다. 그나마 율리아 시리즈와 백설공주신드롬을 일으킨 넬레 정도가 조금 빛을 발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 장르소설에 형사슈투더가 뛰어들었다. 스위스 베른주 경찰청소속의 형사인 그는 베테랑이면서도 지금은 단순한 형사일뿐이다. 원래부터 그가 그랬던 것은 아니다. 잘나가던 시절이 있던 그였다. 그러다 윗분들의 미움을 사서 경부에서 좌천되어서 지금은 일개 형사인 것이다. 브리사고라는 싸구려 시가를 즐겨 피우며 추리하기를 좋아하는 그는 뛰어난 범죄학자로부터 직접 가르침을 받은 실력자이지만 요즘 유행하는 증거주의라기보다는 사람의 말을 중요시하며 그 사람의 생각을 읽어서 사건을 해결하려고 하는 심리수사의 일인자이다. 그런 슈투더가 돌아왔다.

 

첫번째 이야기에서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은 채 우직하게 일하는 모습은 요네스뵈의 해리처럼 충직한 면이 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해리가 자기만의 싸움에서 지고 술로 마음을 다스리는 반면 이 슈투더라는 형사는 자신의 규율을 아주 엄격하게 지키는,자기관리를 잘하는 형사라고 볼 수도 있겠다. 언제나 수첩을 지참해서 모든 중요한 내용을 빠짐없이 기록하는 꼼꼼함을 보여주는, 약간은 조금은 고지식한 면도 있고 자기 중심적인 면도 있어 보이는 그런 형사이다. 그런 고집때문에 지금의 자리에 있게 된 것이지도 모르지만 그 나름대로의 멋을 내는 그리고 그 멋이 캐릭터와 아주 잘 어우러진다고도 할수 있겠다. 슈투더에게는 큰 사건이 연속적으로 마구 일어나지는 않는다. 한 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에 충실하게 한발자국씩 다가갈 뿐이다. 그럼으로 인해서 그 사건에이 어떻게 일어나게 되었는지를 파악하고 그것을 풀어나가는 그런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번 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지난번에는 감옥에서 목을 맨 용의자를 대신해 일을 해결했다면 이번에는 정신병자를 대신해야만 한다. 동도 트기 전 걸려온 전화에 슈투더는 깜짝 놀란다. 정신병원에서 부원장이 자기를 지명해서 자기를 보호해주기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신변보호요청이라고나 할까. 직접 데리러 온 부원장을 본 그는 자신이 부원장을 어디선가 만난적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낸다. 아이들이 칼을 가지고 서로를 위협하는 자리 한 구석에서 조용히 그들을 바라보던 그가 기억났다. 그는 하나의 관점에서 아이들을 치료대상으로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가 일하는 병원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일단 몸싸움의 흔적이 있어 보이는 원장실. 원장은 실종된 상태다. 그리고 그와 함께 자신의 아이를 죽인죄로 감옥에 있다가 정신병 판정을 받고 이곳에 들어온 정신병자 피에털렌마저도 사라졌다. 원장과 그 사람은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가. 그는 원장을 방패로 삼아 이곳을 탈출한 것일까. 아니면 아무런 관계도 없이 두사람이 동시에 사라졌다는 것은 각각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부원장은 슈투더에게 병원을 보호하는 한편 두사람의 행방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을 한다. 그의 말대로 슈투더는 이곳저곳을 살펴보는데 약 800여명의 환자가 있고 그들을 돌보는 사람들이 있는 정신병원은 한사람이 조사하기에 그렇게 녹녹하지만은 않다. 과연 슈투더는 이 사건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심리적인 내용이 주가 되다보니 한사람, 한사람의 이야기들이 굉장히 긴 호흡으로 이어진다. 더군다나 부원장이 슈투더에게 정신병의 설명을 해줄때는 더하다. 차분히 읽어보다 보면 이것이 미스터리 작품인지 아니면 사람의 심리를 다룬 책인지 혼동도 온다. 그만큼 이 이야기는 보통의 다른 스릴러 장르처럼 변화무쌍하거나 크게 스펙터클한 일이 연속적으로 나오지는 않는다. 사람이 괴기한 모습으로 연속으로 죽는 일도 없다. 하지만 슈투더의 일은 꼬여가기만 한다. 매일같이 병자들이 한두명씩 죽어나가는 이 병원에서 사람의 죽음은 별것이 아닐지 몰라도 슈투더 입장에서는 자신이 조사하던 사람이 갑자기 죽는다는 것은 참 안타까우면서 황당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보호해줘야 하는 사람이 죽는 것은 말이다. 독일식 정통 미스터리. 굉장히 딱딱하고 틀에 맞추어져 있는 듯한 느낌이다. 하드보일드에 가까운 이야기들. 그러나 그마저도 즐길수 있다면 당신은 진정한 독일의 미스터리의 팬이라 할 수 있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