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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고 있어요, 지금도 - 소설처럼 살아야만 멋진 인생인가요
서영아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5월
평점 :
가끔씩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뒤돌아본다. 내가 과연 잘 살아온 것인지 그렇지 못하다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렇게 되새겨 볼 기회가 반드시 한번쯤은 있다. 그것은 스물아홉이나 서른아홉처럼 나이가 들어가면서 바뀌게 되는 때일수도 있고 또는 직장을 바꿔야 할때 또는 인생에서 위기가 왔다고 생각할때 그렇게 되기도 한다. 그럴 정신도 없었다면 여유가 없었거나 아니면 지금도 충분히 잘 살고 있기 때문에 그럴수도 있겠다. 그렇게 되돌아보다가 자신에게 위안을 한다. 잘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라고 말이다. 누구군가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준다면 어떨까. 잘하고 있어, 지금도 라고 말이다. 아마 큰 위안이 되지 않을까. 내가 하는 혼잣말 보다 말이다.
작가의 에세이는 그런 면에서 든든한 친구같은 느낌을 준다. 티아 하우스라는 곳에서 티아 할머니를 만나고 또 그곳에서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면서 자신도 그렇게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티아 할머니는 실제로 할머니일까 아닐까. 그저 모두들에게 그렇게 불리울뿐이다. 웨딩드레스를 만드는 디자이너 티아할머니. 누구나 여자라면 꼭 결혼을 하지 않아도 한번쯤은 입어보고 싶다는 웨딩드레스. 그러 드레스를 만드는 할머니. 왠지 연관성이 없을것 같으면서도 할머니가 만들어내는 드레스는 아무나 입는 드레스들과는 다를 것 같아서 입어보고 싶은 느낌도 든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여자는 여자라고 했던가. 할머니가 되어도 드레스를 입고 싶은 마음은 여자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티아하우스는 정확하게는 그런 공간이다. 웨딩드레스를 입어보는 공간. 하지만 우리가 평상시에 알고 있는 그런 개념은 아니다. 신랑들은 밖에서 초조한 듯이 기다리고 신부들이 드레스를 입고 나오면 우와 하면서 과도하게 큰 액션을 하면서 반겨줘야 하는, 드레스를 한번 입어보기 위해서 한벌당 가격을 내야 하는 그런 웨딩샵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드레스를 입어보는 공간 및 드레스는 보는 공간도 되지만 그곳은 그보다 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공간이다. 결혼을 앞둔 신부들이나 또는 결혼을 한 사람들 또는 그앞으로 결혼을 하고 싶은 사람들 아니 결혼과 아무런 상관없는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그곳에 모여서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수다를 늘어 놓는 그런 공간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치적인 견해를 가지고 네가 잘났네, 내가 잘났네 갑론을박하는 공간도 아니다. 단지 여자들이 모여서 다음번 이야기 할 주제를 누군가 정하고 그런 이야기들에 대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고 맛난 것을 만들어 먹고 고민하고 공감하는 그런 공간인것이다.
티아할머니가 실제로 할머니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티아하우스도 실제로 존재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존재하는지의 여부를 떠나 그곳에 한번쯤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강하게 들었다. 각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녀들을 주인공으로 해서 한장의 사진과 글을 적어 놓은 이 책을 보면서 내가 그곳에서 간다면 나는 어떤 모습의 사진이 찍힐것이며 어떤 모습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기억될 것인지 궁금했다. 그리고 티아할머니의 노트가 어떤 느낌인지 직접 보고 싶었다. 파랑의 색으로 쓰여진 할머니의 노트에는 내가 듣고픈, 읽고픈 말들도 가득했다.
작가는 마흔이 가까워지는 나이라면 인생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인생을 이야기할수 있는 자격은 얻은셈이다. 아니 그 자격을 이미 얻었다. 그런 내가 그들과 함께 이야기한다면 어떤 조언을 해줄까 아니면 어떤 조언을 받을까. 사실 결혼을 앞둔 신부들의 모습은 가장 아름다울때라 시샘이 나고 질투가 날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러한 시절이 있었는데 하고 말이다. 그렇지만 이 나이에 그들을 본다면 또 너그러이 봐 줄수 있지 않을까. 그래 한창 이쁠때다 하면서 말이다. 나에게도 칭찬을 해주고 싶다. 잘하고 있다. 지금까지, 아니 지금도, 아니 앞으로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