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에 대한 고집
다니카와 슌타로 지음, 요시카와 나기 옮김, 신경림 감수 / 비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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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 시인의 작품을 이해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시'라는 장르의 특성상 요약이나 함축이 많고 그러다보니 자신의 나라 말로 쓰여진 단어들조차도 어색할때가 많은 것이 '시'라는 장르가 아닐까. 요즘은 산문같이 긴 시들도 많이 나오고 편하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단어들로 쓰여진 시들도 많지만 일단 시에 대한 기본적인 감상은 그러하다. 그런데 하물며 다른 나라 말로 쓰여진 시를 번역을 해서 읽는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라 생각되어진다. 그래도 많은 시들이 번역되고 사람들에게 읽혀지고 그런 것을 보면 시라는 장르가 꼭 딱히' 글'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마음'올 읽는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시인의 이름은 낯설면서도 그렇지 않다. 얼마전 이 책과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시 읽어주는 예수'라는 시집에서 언급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여러편의 시를 소개하고 자신의 생각을 적어 두었던 시집, 그 속에서 이 책에서 실려있는 '영혼의 가장 맛있는 부분'이라는 시를 찾아볼 수가 있었다. 그래서 더 쉽게 다가갈수 있는 듯 하다. 이 시집과 함께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같은 시를 가지고 어떻게 해석해 두었는지 알 수가 있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번역자 마저도 독특하다. 작가인 신경림의 감수를 거치긴 했지만 번역자가 일본이름이다. 어떻게 일본사람이 한국말로 번역할 수가 있지라는 생각이 들어 일부러 찾아본다. 한국에서 공부한 일본인이라는 표현이 맞겠다. 번역자인 요시카와 나기는 일본인이면서도 한국에서 공부를 했으니 가장 양국간의 언어의 입장을 잘 알고 있을 것이고 그에 따른 자유로운 번역이 가능할 것이다. 탁월한 번역자의 선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감수자인 신경림 시인이 말한 것처럼 다니카와 상의 시의 세계는 어느 것 하나로 한정적이지 않다. 어린아이처럼 순진무구한 것 같으면서도 약간은 잔인하게 느껴지는 시들도 있고 우리나라 시처럼 말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시들도 있다. 가령 말의 어미를 맞추어서 같은 말이 반복되게 들어간다거나 아니면 한 문장은 다른 말을 쓰면서 같은 말을 하나 건너 반복하는 식이다. [평범한 남자가 있었대/ 평범한 얼굴에 평범한 팔다리] '평범한 남자'(40페이지)는 그렇게 시작하면서 말하는 단어마다 '평범한'이라는 단어를 넣어서 말하고 있다. 이런식이면 나도 이 뒤에 계속 연결해서 쓸수 있겠다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발상을 떠올린다는 것 자체가 시인의 생각인 것이다. 평범하게 끝날 것으로 생각되어지는 시는 결코 평범하지 않는 맺음을 보여주고 있다. [평범한 남자는 평범한 줄을] 이렇게 시작하는 마지막 3연. 이 이야기는 어떻게 끝날까 궁금하다면 직접 시를 찾아볼 일이다. 한편의 추리소설을 보는듯한 전개. 짧은 시를 가지고 어떻게 이런 전개를 펼칠수 있는지 놀랍기만 하다. 

 

'12월 15일'이라는 제목의 시는 [나는 이날에 나타난 것으로 되어 있다고/ 호적과의 요다씨가 말합니다]라는 지극히 아이적인 것 같으면서도 또한 생각지 못한 발상으로 깜짝 놀라게 한다. 아이가 태어나면 신고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런 것을 시로 쓸 생각은 어떻게 했을가. 시인의 말처럼 자신의 머리속에 순간순간 나타나는 글들을 잡아두기 위해서 노력한 흔적이라 할 수 있겠다. 사실 사소한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것을 어떻게 '글'이라는 존재가 바꾸느냐가 평범한 사람들과 시인의 차이가 아닐까. [고마워요 요다씨/ 축하해요 나/누군가 뭔가 줘] 라는 마지막 행에서는 웃음이 터진다. 그 나이가 되어도 생일날 무언가 받기를 좋아하는거구나. 그런 생각은 누구나에게 일반적인 것이구나 하는 생각일수도 있고 이런 말을 자유롭게 펼쳐보이는 작가의 순수한 마음이 보이는 듯 해서 그렇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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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표현은 '자기소개'라는 시에서 좀더 발전된 형식을 띠고 있다. [저는 키 작은 대머리 노인입니다]로 시작되는 이 시는 분명 자신의 소개를 하고 있다. 그것도 짧은 한문장 한문장으로, 그러면서도 함축적인 말들을 포함하고 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고를 말하고 마지막 연에서는 [여기에 쓴 것은 다 사실인데 / 이런 식으로 말로 표현하니 왠지 수상하네요] 라는 말로 약간은 수줍음을 보여준다고나 할까. 할 말 다해 놓고 나중에 조금은 몸을 사리는 형식이다. 왠지 시인의 당당함과 약간은 소심함을 동시에 엿볼수 있는 듯 해서 역시나 재미있다. 이 시집의 제목인 '사과에 대한 고집'은 말 그대로 사과다. 표지에도 사과를 큼지막하게 그려놓았다. 왜 사과에 대해서 고집을 부리는지 궁금하면 얇지만 시적인 표현이 풍부하다 못해 넘치고 위트가 속속들이 숨어있는 시인의 고집을 직접 느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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