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의 왕국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9
프리드리히 글라우저 지음, 박원영 옮김 / 레드박스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언어를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독일어라는 것이 굉장히 딱딱한 문체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비단 글로 쓰여진 것뿐 아니라 말을 했을때도 마찬가지일듯 하다. 그런 딱딱한 글로 쓰여진 미스터리는 어떠할까. 독일의 정통 미스터리라고 일컫어지는 형사 슈투더가 돌아왔다. 독일 미스터리는 우리에게 그렇게 익숙한 분야는 아니다. 유럽쪽 스릴러가 여전히 강세인 요즘에도 독일의 장르소설들은 그렇게 큰 이슈를 낳지는 못했다. 그나마 율리아 시리즈와 백설공주신드롬을 일으킨 넬레 정도가 조금 빛을 발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 장르소설에 형사슈투더가 뛰어들었다. 스위스 베른주 경찰청소속의 형사인 그는 베테랑이면서도 지금은 단순한 형사일뿐이다. 원래부터 그가 그랬던 것은 아니다. 잘나가던 시절이 있던 그였다. 그러다 윗분들의 미움을 사서 경부에서 좌천되어서 지금은 일개 형사인 것이다. 브리사고라는 싸구려 시가를 즐겨 피우며 추리하기를 좋아하는 그는 뛰어난 범죄학자로부터 직접 가르침을 받은 실력자이지만 요즘 유행하는 증거주의라기보다는 사람의 말을 중요시하며 그 사람의 생각을 읽어서 사건을 해결하려고 하는 심리수사의 일인자이다. 그런 슈투더가 돌아왔다.

 

첫번째 이야기에서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은 채 우직하게 일하는 모습은 요네스뵈의 해리처럼 충직한 면이 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해리가 자기만의 싸움에서 지고 술로 마음을 다스리는 반면 이 슈투더라는 형사는 자신의 규율을 아주 엄격하게 지키는,자기관리를 잘하는 형사라고 볼 수도 있겠다. 언제나 수첩을 지참해서 모든 중요한 내용을 빠짐없이 기록하는 꼼꼼함을 보여주는, 약간은 조금은 고지식한 면도 있고 자기 중심적인 면도 있어 보이는 그런 형사이다. 그런 고집때문에 지금의 자리에 있게 된 것이지도 모르지만 그 나름대로의 멋을 내는 그리고 그 멋이 캐릭터와 아주 잘 어우러진다고도 할수 있겠다. 슈투더에게는 큰 사건이 연속적으로 마구 일어나지는 않는다. 한 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에 충실하게 한발자국씩 다가갈 뿐이다. 그럼으로 인해서 그 사건에이 어떻게 일어나게 되었는지를 파악하고 그것을 풀어나가는 그런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번 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지난번에는 감옥에서 목을 맨 용의자를 대신해 일을 해결했다면 이번에는 정신병자를 대신해야만 한다. 동도 트기 전 걸려온 전화에 슈투더는 깜짝 놀란다. 정신병원에서 부원장이 자기를 지명해서 자기를 보호해주기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신변보호요청이라고나 할까. 직접 데리러 온 부원장을 본 그는 자신이 부원장을 어디선가 만난적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낸다. 아이들이 칼을 가지고 서로를 위협하는 자리 한 구석에서 조용히 그들을 바라보던 그가 기억났다. 그는 하나의 관점에서 아이들을 치료대상으로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가 일하는 병원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일단 몸싸움의 흔적이 있어 보이는 원장실. 원장은 실종된 상태다. 그리고 그와 함께 자신의 아이를 죽인죄로 감옥에 있다가 정신병 판정을 받고 이곳에 들어온 정신병자 피에털렌마저도 사라졌다. 원장과 그 사람은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가. 그는 원장을 방패로 삼아 이곳을 탈출한 것일까. 아니면 아무런 관계도 없이 두사람이 동시에 사라졌다는 것은 각각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부원장은 슈투더에게 병원을 보호하는 한편 두사람의 행방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을 한다. 그의 말대로 슈투더는 이곳저곳을 살펴보는데 약 800여명의 환자가 있고 그들을 돌보는 사람들이 있는 정신병원은 한사람이 조사하기에 그렇게 녹녹하지만은 않다. 과연 슈투더는 이 사건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심리적인 내용이 주가 되다보니 한사람, 한사람의 이야기들이 굉장히 긴 호흡으로 이어진다. 더군다나 부원장이 슈투더에게 정신병의 설명을 해줄때는 더하다. 차분히 읽어보다 보면 이것이 미스터리 작품인지 아니면 사람의 심리를 다룬 책인지 혼동도 온다. 그만큼 이 이야기는 보통의 다른 스릴러 장르처럼 변화무쌍하거나 크게 스펙터클한 일이 연속적으로 나오지는 않는다. 사람이 괴기한 모습으로 연속으로 죽는 일도 없다. 하지만 슈투더의 일은 꼬여가기만 한다. 매일같이 병자들이 한두명씩 죽어나가는 이 병원에서 사람의 죽음은 별것이 아닐지 몰라도 슈투더 입장에서는 자신이 조사하던 사람이 갑자기 죽는다는 것은 참 안타까우면서 황당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보호해줘야 하는 사람이 죽는 것은 말이다. 독일식 정통 미스터리. 굉장히 딱딱하고 틀에 맞추어져 있는 듯한 느낌이다. 하드보일드에 가까운 이야기들. 그러나 그마저도 즐길수 있다면 당신은 진정한 독일의 미스터리의 팬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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