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7일 모중석 스릴러 클럽 25
짐 브라운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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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 배틀로얄 + 헝거게임

 

아마도 이 책을 가장 간략하게 정리한 말이 아닐까 싶다. 외딴 섬에 남겨진 최후의 12명. 크리스티 여사의 작품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군다나 그 12명의 사람들이 한명씩 죽는다. 자신들이 원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을 보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투표로 말이다. 섬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의지는 반영되지 않는다.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사자신에게 주어진 미션을 찾아서 그 미션을 수행함으로 자신에게 몰릴 표를 감할수 있는 안전석을 찾아내야만 그나마 살 수 있는 희망이 주어진다.

 

살인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만약 그 금지를 어기면 법에 의해서 재판을 받게 된다. 어떤 형태로 행해졌느냐에 따라서 여러자기 형태로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게 된다. 최고형량인 사형까지도 받을 수 있는 죄목이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살인은 어떠한가. 자신은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다. 단지 화면을 보고 자신이 맘에 들지 않는 한 사람에게 투표를 했을 뿐이다. 그러면 자동으로 표가 몰려 그사람이 죽음을 당하게 된다. 이런 경우 그 사람은 살인을 한 것인가 아니면 살인을 방조한 것인가 아니면 살인에 동조한 것인가 아니면 무죄인가.

 

섬에 모인 열두명의 사람들은 다양한 부류다. 조종사도 있고 수의사 뿐 아니라 의사, 교사를 비롯해서라 마지막에 합류한 다나처럼 미혼모로 여러가지 직업을 전전하며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이들이 처음부터 여기에 죽으러 오지는 않았다. 그들은 단지 [24시간 7일]이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참가자들이었다. 우승하면 상금과 함께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을 들어준다고 했다.

 

다나는 희귀병으로 고생하는 자신의 딸을 살리기 휘애서 이곳에 신청을 했다. 스위스에서 약이 발명이 되었지만 아직 미국에서는 허가가 나지 않았다. 돈도 없거니와 그걸 기다렸다가는 딸이 죽을판이다. 엄마로써는 자신은 딸을 살리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못할것이 없다는 생각으로 여기에 출연을 신청했고  다른 출연자가 사정이 생기므로 마지막에 가까스로 참여를 하게 된 상황이다. 이곳이 이런 아비규환의 현장으로 변할 줄 알았다면, 목숨걸고 싸워야 하는 곳인줄 알았다면 그 누구라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들을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필을 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거짓말로 동정을 불러 일으키키기도 하고 누군가는 모함을 하기도 한다. 안전석을 구하기 위해서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과 싸워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 프로그램 상으로는 재미를 위해서 만들어 놓은 장치였겠지만 살인의 현장으로 변해버린 지금 미션은 죽음을 감행해야 하는 것으로 바뀌고 말았다. 참가자들은 목숨을 걸고서라도 안전석을 구하기 위해서 자신의 미션을 하나씩 행하고 있다. 당신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방송경력 20년의 베테랑인 작가 짐 브라운은 자신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생방송으로 진행이 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참맛을 살려주고 있다. 전문가가 아니었다면 잘 알지 못하는 부분까지도 다뤄주고 있어서 실제로 독자들은 자신이 그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느낌을 받는다. 바사섬 뿐 아니라 그것을 지켜보는 독자들의 입장 그리고 그 섬에 퍼진 바이러스를 본토에 끌어들이지 않으려는 정부의 입장까지 여러가지 측면에서 다뤄지는 하나의 프로그램은 더이상 리얼리티 프로그램 단 하나가 아니다. 그보다 더한 적의 침략이 될 수도 있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얼마전 읽었던 [터널]에서 느꼈던 인간의 집단 이기주의가 이곳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댓글부대]와 [터널] 그리고 이 책 [24시간 7일]까지. 인간이라는 존재는 서양과 동양을 막론하고 인종을 막론하고 나라를 막론하고 본질은 어쩌면 악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성악설을 주장했던 그 옛날 학자의 마음을 이제야 이해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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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2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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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가을이 깊어지고 숲의 나무들이 완전히 잎새를 떨구면,

파우더를 뿌린 것 같이 하얀 아사마 산 표면이 다시 뚜렷이 보인다.(34p)

 

처음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곳은 뉴질랜드 공항이었다. 높은 건물들로 막혀있는 하늘이 아니라 탁트인, 360도 어디를 둘러봐도 하늘뿐인 경험을 처음 했다. 하늘만 봐도 하루가 금방 가는 시절이었다. 한국 사람들 대부분이 살고있는 아파트와는 다르게 오밀조밀 아기자기한 집들이 모여있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친구네를 가도, 이웃집을 가도 다들 다른 집의 모습이 처음 가는 집은 구경하느라 바빴다. 그런 구경은 유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저마다 특색있는 집들. 내부도 다 달라서 어느집을 가도 보는 재미가 있었다.

 

다시 획일화된 아파트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가끔씩은 그냥 일반적인 집이 그리울때가 있다. 좁은 나라에 여러 사람이 모여살기 위해서 지어졌던 아파트는 평수에 따라서 자신이 가진 자산의 일종이 되었고 집이란 안전하고 편리하게 살면 된다는 신념하에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요즘은 자신이 직접 설계해서 집을 짓는 경우도 많아지긴 했다. 신문에서 가끔씩 특이한 건축물을 볼 때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Architetecture, 건축을 소재로 한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가 될까. 소수의 인원으로 꾸려진 설계사무소. 노미야 선생님을 중심으로해서 돌아가는 일터. 이곳에 발을 들이게 된 신입, 사카니시. 여름을 맞이해서 별장으로 떠나서 일이 진행된다. 다른 때와는 다르게 도서관 경합에 참여하게 된 사무소. 여름동안 도서관 설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요즘만 해도 컴퓨터가 발달하고 프로그램도 많아져서 훨씬 더 자세하고 편하게 설계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야기속에서는 아침마다 사각거리며 연필을 깍고 제대로 된 설계사가 되기 위해서 수십개의 동일한 줄을 긋는 연습을 하는 듯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풍부하게 드러난다. 몇 안되는 직원들끼리 여름별장에서 밥을 해먹으면서 일을 하는 모습 또한 그러하다. 지금 사람들에게 그런 식으로 일을 하라고 시켰다간 다 도망가지 않을까.

 

설계와 건축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인간관계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요소가 아주 다분하다.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사랑이야기 또한 양념으로써 충분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건축이란 단지 겉모습이나 내부설계만 하는줄 알았다. 하지만 노미야 선생님은 그렇지 않았다. 도서관을 설계하면서 그 속에 들어가는 책꽂이의 형태와 재질까지도 생각했고 책상이나 의자까지도 꼼꼼하게 정하고 배치를 하고 그것을 미니어처로 만드는 모습에서 정말 이 사람이라면 내가 살고 싶어하는 집을 지어달라고 맡겨도 되겠다는 안심이 들었다. 자신이 지어주었던 집에 대한 보수까지도 챙기는 모습에서는 더욱더 말이다.

 

건축에는 사용에 견디는 사용 가능 햇수가 있다. 보기만 하는 작품과 달리, 사람이 그 안에 들어가고, 사용하고 조금씩 상하게 하기 때문이다.(389p) 작품이야 그냥 바라만 보면 된다. 하지만 건축이라는 것은 작품이면서 동시에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이 된다. 그러니 더욱 튼튼하고 보수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간과하지 않은 노미야 선생님의 센스가 대단하다 싶다. 이야기속이 아닌 실제 세상에서도 이런 설계가가 있다면 더욱 좋을텐데 말이다.

 

신입사원인 사키니시를 통해서 처음 일을 맡게 된 두려움과 활기참, 그리고 신선함이 그대로 드러난다. 잘 다루지 못하는 새 노를 손에 들고, 구명조끼도 입지 앟은 채, 나는 작은 보트를 젓기 시작하고 있었다. 곁눈질 하다가는 금방 밸런스를 잃고 말 것이다.(215p) 선생님이 맡기신 일을 잘하기 위한 사카니시의 감정을 이런 비유로 설명해 놓고 있다. 너무나도 확실히 공감할수 있는 비유가 아닌가. 주어진 일을 새 노에, 일의 시작을 노젓기에 비유하다니 정말 탁월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일단 올라탔으니 신나게 그리고 열심히 저어야 할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물속으로 가라앉고 말 것이다. 사카니시는 자신이 이 조직속에서 어떻게 잘 스며들 수 있는지를 배우게 될 것이다. 경합은 이미 담합이 되어 있어서 자신은 참여하지 않겠다고 한 선생님이 직접 참여한 도서관. 노미야건축설계사무소는 경합에서 이길 수 있을까. 이겨서 그들이 만들어 내는 도서관은 어떤 모습일까. 스톡홀름 도서관을 참고로 해서 만들어졌다고 하는 그들만의 도서관은 어떤 모양일까. 궁금해진다.

 

신문에서 연재되고 있는 기사중에 도서관을 취재해 놓은 기사가 있었다. 제주도의 도서관부터 가까운데 있는 도서관까지 저마다 자신만의 특징을 오롯이 담은 도서관들이 전국각지에 흩어져 있었다. 우리도 이런 멋진 도서관이 잇다고 자랑하고 싶다.

 

잠잠하니 그리고 담담하니 서술되어 있는 그 여름의 별장이 떠오르는 듯한 한 권의 이야기다. 산들 바람이 부는 짙은 숲속에 들어가서 해먹이라도 걸어놓고 여운을 즐기면서 자연속에서 읽어준다면 이야기 속에서 추구하는 작가의 마음이 더욱 공감할수 있지 않을까. 여름은 오래 그곳에, 그리고 이 곳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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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 모중석 스릴러 클럽 7
존 카첸바크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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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對 악마, 악마 VS 천사. 사람들은 과연 어느편을 응원할까. 대부분은 아마도 천사가 착한 아이니까 당연히 천사를 응원해야 한다고 하지 않을까? 그러나 여기에 전제조건이 붙는다면 어떻게 될까? '악마가 천사를 죽였다'가 아니라 '천사가 악마를 죽였다'면 그 천사는 여전히 착한 천사일까 아니면 누군가를 죽였으니 그 또한 악한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일까.

 

오랜만의 심리스릴러다. 스릴러라 자고로 '속도감'이 생명이라고 부르짖는 나에게 심리스릴러란 인내심을 요한다. 사건이 급작스럽게 진행이 되지 않고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든다. 촘촘히 연결된 조직들이 숨쉴틈없이 몰아붙인다. 그 틈속에서 숨구멍을 찾아내어서 숨을 쉬면서 호흡을 이어나가면서 이 심리극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스릴러란 속도가 생명이이지만 심리스릴러난 촘촘함이 생명이다. 빈틈이 느껴지는 이야기 속에서는 긴장감이 계속 유지되기 힘들고 그렇게 되지 못하면 심리스릴러의 제맛을 느끼기 힘들어진다. 이런 단점들 때문에 사람들은 스릴러는 좋아하지만 심리스릴러는 조금 외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뛰어난 수작을 만나면 그런 차별은 무색해지고 만다.

 

6백여쪽이 넘어가는 심리극. 방대한 분량에 놀라게 된다. 보통의 심리스릴러는 그리 길지 않은 편이다. 사람들이 촘촘함에 질릴까봐 배려를 해주는 것일수도 있고 이갸기를 심리적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힘들기도 할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단점들을 피하고자 뒷부분으로 갈수록 사건들을 연속적으로 배치해 두었다. 사람들이 정답에 가까이 갈만하면 새로운 사건을 터뜨려서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리는 것이다. 물론 원래 사건과의 끊어지지 않는 연관성은 반드시 필요하다. 

 

"정신병자의 문제는 뭐가 진짜고 뭐가 가짜인지 알기가 너무 어렵다는 거에요. 그건 변치 않아요.

이제 나머지 사람들과 함께 조용히 세상을 살아가려면 약을 잔뜩 먹어야 하니까요." (31p)

 

바닷새, 나폴레옹, 클레오,기자까지 저마다 자신만의 별명을 가지고 불리는 이곳, 정신병원이다. 이들은 하루하루를 약에 취해서 살아간다. 자신들뿐 아니라 병원 관계자들에게도 관능녀, 알얄꿀꺽이라던가 하는 별명들을 붙여놓고 자신들이 편한대로 부르고 있다. 증상도 다양하다. 자신이 나폴레옹이나 클레오 파트라인줄 알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온갖 뉴스를 다 외워서 다니는 기자도 있다. 여러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는 반드시 사건이 생기긱 마련이다.

 

어느날 밤 당직을 서던 간호사 죽은채로 발견된다. 발견한 사람은 바닷새와 소방수 피터. 병원에서는 그냥 일반적인 사건으로만 여기고 묻어두려고 한다. 그것이 이 정신병원을 계속 운영해 나갈 수 있는 비결이라도 되듯이 말이다. 그런데 이것이 연속된 사건이라는 것을 알고 검사 루시가 이곳에 단독으로 도착한다. 그녀는 자신이 조사하던 다른 일련의 사건와 이 사건과의 연관성을 조사하기 위해서 이 병원에 머무르면서 자신을 도와줄 사람으로 바닷새와 소방수 피터를 지목한다. 그들은 이 사건을 잘 해결할 수 있을까.

 

끝이 잘려나간 손가락. 그것으로써 루시는 이것이 연속된 사건이라는 것을 직감하는데 자신이 조사하던 사건들도 하나같이 손가락이 잘려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하나부터 셋까지 다양하게 잘린 손가락은 아마도 숫자를 의미하지 않을까. 얼만 전 읽었던 [나는 혼자 여행중입니다]라는 책이 생각이 났다. 아이들을 죽이고 그 손톱에 숫자를 남겨두었던 범인. 연쇄 살인범은 꼭 그렇게 자신의 흔적을 남겨놓기 마련인건가.

 

정신병원이라는 닫혀진 공간에서 범인을 찾기란 그렇게 쉽지 않다. 일단 제정신인 사람들이 없다는 것이 첫번째 문제일 것이고 겉으로는 무조건 도움을 주는 척 하지만 속으로는 그냥 이 사건을 묻어버리고 싶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관리직들도 문제다. 과연 루시를 비롯한 삼총사들은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짧은 단발머리만 골라서 죽여왔던 이 사건은 여기서 중지되는 것일까 아니면 어디선가 또 다른 범행이 저질러지고 있을까.

 

천사를 보려고 하지 마. 천사가 보는 걸 보려고 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목소리들이 다급한 경고를 외쳐댔다.

그만해! 그러지마! (446p)

 

 

자신의 실제상황을 바탕으로 과거를 거슬러가며 생각을 더듬어가면서 바닷새 프랜시스의 입장으로 쓰여지는 이야기들은 다른 어떤 스릴러만큼이나 촘촘하고 교묘하다. 어디 한군데 뚫을 공간이 없이 여겨지기도 한다. 지금 한창인 올림픽 게임의 펜싱 경기처럼 내가 이곳을 찌르면 방어해서 튕겨내고 내가 저곳을 찌르면 방어해서 쳐내버린다. 때로는 내가 어느 곳으로 공격을 할지 미리 알고 이미 방어태세를 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면서 훅 찔러 들어오는 한방. 그 한방을 조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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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 매뉴얼
대니얼 월리스 지음, 이규원 옮김 / 비채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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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만 잘 못된 줄 알았다. 손목이 떨어져 나갈 정도의 묵직함을 자랑하는 책을 그냥 아무 페이지나 펼쳐 본 순간 뭔가 너덜거리는 아이들을 발견했다. 포스트잇을 붙여놓은 것 같기도 하고. 출판사에서 책을 찍을 때 잘못된 것인지 아니면 책을 보낼 때 누군가 쓰던 중고책을 보낸건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보니 전반적으로 빼곡하게 포스트잇을 비롯해서 각종 자료들이 붙여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스타크 엑스포 티켓을 비롯해서 토니 스타크 명함, 아크원자로 도면, 출입증, 연구노트 및 국방부 문서까지 40여종의 별첨자료가 첨부되어 있는 이 책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소장가치를 높여준다. 어디서도 이런 자료들은 찾을수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수퍼맨, 배트맨,스파이더맨을 비롯한 각종 수많은 히어로들이 존재한다. 수퍼맨처럼 맨몸으로 악당들과 맞서 싸우는 경우도 있고 스파이더맨처럼 자신만의 주특기를 내세우는 경우도 있고 엑스맨처럼 변신을 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언맨은 자신이 변신을 하는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특수한 아머를 만들고 그것을 입으면 강해지는 그런 케이스다.

 

'날아라 날아, 로보트야, 달려야 달려, 태권브이'가 생각났다. 너무 올드한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어린시절 보았던 태권브이. 마징가제트에 대항할 캐릭터로 충분했던 태권브이. 무적의 우리친구 태권브이의 아주 많이 발전된 케이스라고 하면 아이언맨 측에서는 조금 속상하려나.

 

전세계적으로 팔리고 있는 아이언맨 굿즈들은 상당히 많을 것이다. 피규어를 비롯해서 옷이나 컵같이 상품에 결합된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아이어맨 퍈팬라면 반드시 소장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한번 보면 절대 외면할 수 없는 고퀄리티를 자랑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각종 자료들을 비롯해서 아이언맨 아머들의 변천과정까지도 자세히 볼 수 있다.

 

마크1에서 마크 42까지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하나하나사진으로 자세히 보고 설명을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이 책에서만 가능할 것이다. 다른 어느 곳에서도 볼수 없는 자료다. 그냥 고철 깡통같았던 아머 1에서부터 아이언맨이라고 하면 당연히 알고 있던 붉은색의 조합이 아닌 푸른색의 조합이 보이는 마크 37, 그리고 여러가지 모양으로 바뀌는 아머들을 보면서 자신이 알지 못했던 상상의 세계로 빠져드는 걸 느낄 수가 있을 것이다. 아머들에게 각기 다른 이름이 있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었다.

 

아이언맨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더욱 반가울수도 있겠다. 영화를 보지 못했지만 책을 통해서 스토리를 알고 있던 나는 아이언맨에 관한 진정한 매뉴얼을 본듯 해서 이 책을 읽고나서야 비로소 아이언맨 영화를 봐야겠다는, 아니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머소개와 더불어 각종 배경들 소개도 빼놓지 않았고 자세히 사진을 찍어서 설명을 하고 마지막에는 스타크에게 가해지는 국제적인 위협과 더불어 그들의 친구들을 설명함으로써 마치고 있다.

 

자비스가 포츠에게 설명하는 방식으로 기술되어 있어 어느 낯선 장소에 갔을때 그곳을 설명해주는 가이가 옆에서 설명해주는 느낌이라 더욱 쉽게 이해하며 넘어갈 수 있다. 아이언맨의 팬이라면 더욱더 꼭 가지고 있어야만 하는 한 권의 책. 아이어맨의 팬이 아니라 할지라도 한번 보면 팬이 될 수 밖에 없는 책, 그것이 바로 아이언맨 매뉴얼의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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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어처리스트
제시 버튼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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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집? 돈? 가족? 사랑? 물질적인 것만 놓고 본다면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것은 아무래도 의,식,주일것 이다. 그중에서도 주, 즉 '집'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춰보자. 집이라는 공간은 사람이 살아가고 생활하는 공간이다. 방으로 나뉘지기도 한 그 공간속에서 사람들은 일을 하기도 하고 잠을 자기도 하고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인형놀이를 통해서 사람과의 대화라던지 이해관계를 배우고 서로 도와가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익힌다. 인형들은 어디서 사는가. 결국은 그들 또한 집이라는 공간이 필요하게 된다. 인형의 집. 막연하게 사람이 사는 집을 조그맣게 줄여놓은 모양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미니어처'라는 개념은 그냥 대충 만들어 놓은 아이들의 장난감과는 또다른 차원의 세계다.

 

미니어처의 사전적인 의미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모형이 바로 미니어처에 해당된다. 미니어처는 주로 영화나 텔레비전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으며 기차 · 배 · 가옥 · 건물 · 비행기 등의 미니어처가 많이 사용된다.(네이버) 중세시대에는 '일루미네이션'을 뜻하는 단어로도 사용되곤 했다는 미니어처. 미스터리가 포함된 이 이야기는 아마도 중세의 미술사에서 쓰였던 의미도 포함될 것이다.

 

1680년대, 암스테르담을 배경으로 해서 펼쳐지는 이야기. 넬라는 혼자서 먼 길을 떠나왔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남편과 결혼을 하고 정들었던 집을 떠나 혼자서 먼 길을 와서 지금 막 문앞에 도착했다. 일하는 사람을 제외하고 그녀를 맞아주는 것은 남편의 동생인 마린. 그녀와 그녀의 오빠 요하네스 그리고 그의 하인 오토, 집안일을 해주는 코넬리아와 함께 살게 된 넬라. 아직 스무살도 되지않은 그녀가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사업에 바빠서 전혀 자신의 부인에게도 신경을 못 쓰는 요하네스. 아니 신경을 안 쓰는 것일까 못 쓰는 것일까. 그는 넬라에게 결혼선물이라면서 미니어처 집을 선물해준다. 그냥 심심풀이 장난감이 아닌 하나하나 정교하게 만들어진 미술품으로써의 집. 그녀는 그 집에 어울리는 장식들을 만들기 위해서 미니어처리스트에게 편지로 주문을 한다. 그녀가 받은 것은 과연 무엇일까. 

 

류트는 그녀의 검지보다 짧다. 실제로 조율된 줄이 달려 있고 음표의 소리를 담기 위해 나무로 만든 몸체는 불룩하다. 이런 물건은 본 적이 없다. 이토록 섬세한 기술, 정성, 아름다움은 본 적이 없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줄을 당겨보고 낮게 배어나오는 선율에 경탄한다.(101p)

 

마지팬과 류트 그리고 결혼기념 컵을 주문한 넬라. 자신이 받은 물건들을 자세히 살펴본다. 자신이 주문한 것은 생각한 것보다도 훨씬 더 아름다운 모양으로 만들어 졌다. 작긴 하지만 실제로 여닫을수도 있게 만들어진 것이다. 처음에는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주문하지도 않은 의자와 요람이 온 것을 보고 의아해한다. 자신이 주문하지는 않았지만 그 의자는 자신의 시누이인 마린이 앉았던 의자와 동일하다. 색 뿐 아니라 모양까지 어느 것 하나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집에 요람은 없다.

 

미니어처리스트는 왜 자신에게 이런 것을 보냈는지 궁금해하던 그녀는 그 외에도 다른 한 쌍의 개 모형을 보고 더욱 소스라치게 놀라게 된다. 자신의 집에 있는 개와 똑같은 모형의 개. 이 사람은 누구일까. 자신의 집에 와 본 적도 없으면서 어떻게 이렇게 똑같은 모형을 만들수 있었을까. 왜 자신이 주문을 하지도 않았는데 이런 모형을 만들어서 보낸 것일까. 그녀는 불안한 마음에 거래를 중지하겠다고 편지를 써서 다시 보내게 된다. 미니어처들은 그녀에게 어떤 일들을 가져다 주게 될까.

 

알지 못했던 오래전 시대의 상인들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이 그려진다. 어느 직업보다도 돈을 많이 벌었던 상인. 요하네스가 상인이었기 때문에 넬라 또한 결혼을 하게 된 것이지만 그녀는 청어만을 고집하며 아껴쓰는 마린에게 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살아가게 된다. 육체적으로 힘든 일은 없을지 몰라도 정신적으로는 꽤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넬라이기에 그녀에게 어떤 또다른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지만 이야기는 전혀 생각지 못한 곳으로 흘러간다.

 

넬라, 튤립(tulip)이 자라는 땅에 순무(turnip)는 자랄수 없어요.(273p)

 

시대적 배경도, 공간적 배경도 생소해서 처음에는 잘 읽히지 않을 것만 같던 이야기가 어느정도 주인공을 파악하고 배경을 파악하게 되면서 순식안에 읽혀진다. 최고의 스토리임에 틀림없다. 네덜란드에 여행을 갔다가 박물관에서 호화롭게 만들어진 미니어처 하우스를 보고 영감을 받아서 원 소유자인 페트로넬라의 인생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이 이야기를 구상했다는 제시 버튼.

 

여러번 퇴고를 거듭할만큼 순탄치는 않은 작업이었지만 그녀가 그렇게 여러번 다시 시도한 결과로 잘 읽히는 멋진 글을 만들어 내게 되었으니 작가 뿐 아니라 이 책을 읽은 독자로써도 뿌듯해지는 순간이다. 세심한 고증 덕분에 더욱 미니어처스러운 이야기가 탄생했다. 진짜와 똑같으면서 사이즈만 작은 미니어처들.

 

이 이야기는 로맨스와 미스트리의 오묘한 조화가 뛰어나다. 중간중간 나오는 성경구절의 의미까지 생각해서 연관시켜서 읽는다면 더욱 뛰어난 작품으로 여겨질 것이다. 생각지 못한 스토리의 반전까지 모두 포함하고 있는 이 이야기는 '올해의 책'이라 꼽힐 요소가 충분하다고 느껴지며 스토리텔링의 최고봉이라 일컫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이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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