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어처리스트
제시 버튼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집? 돈? 가족? 사랑? 물질적인 것만 놓고 본다면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것은 아무래도 의,식,주일것 이다. 그중에서도 주, 즉 '집'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춰보자. 집이라는 공간은 사람이 살아가고 생활하는 공간이다. 방으로 나뉘지기도 한 그 공간속에서 사람들은 일을 하기도 하고 잠을 자기도 하고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인형놀이를 통해서 사람과의 대화라던지 이해관계를 배우고 서로 도와가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익힌다. 인형들은 어디서 사는가. 결국은 그들 또한 집이라는 공간이 필요하게 된다. 인형의 집. 막연하게 사람이 사는 집을 조그맣게 줄여놓은 모양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미니어처'라는 개념은 그냥 대충 만들어 놓은 아이들의 장난감과는 또다른 차원의 세계다.

 

미니어처의 사전적인 의미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모형이 바로 미니어처에 해당된다. 미니어처는 주로 영화나 텔레비전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으며 기차 · 배 · 가옥 · 건물 · 비행기 등의 미니어처가 많이 사용된다.(네이버) 중세시대에는 '일루미네이션'을 뜻하는 단어로도 사용되곤 했다는 미니어처. 미스터리가 포함된 이 이야기는 아마도 중세의 미술사에서 쓰였던 의미도 포함될 것이다.

 

1680년대, 암스테르담을 배경으로 해서 펼쳐지는 이야기. 넬라는 혼자서 먼 길을 떠나왔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남편과 결혼을 하고 정들었던 집을 떠나 혼자서 먼 길을 와서 지금 막 문앞에 도착했다. 일하는 사람을 제외하고 그녀를 맞아주는 것은 남편의 동생인 마린. 그녀와 그녀의 오빠 요하네스 그리고 그의 하인 오토, 집안일을 해주는 코넬리아와 함께 살게 된 넬라. 아직 스무살도 되지않은 그녀가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사업에 바빠서 전혀 자신의 부인에게도 신경을 못 쓰는 요하네스. 아니 신경을 안 쓰는 것일까 못 쓰는 것일까. 그는 넬라에게 결혼선물이라면서 미니어처 집을 선물해준다. 그냥 심심풀이 장난감이 아닌 하나하나 정교하게 만들어진 미술품으로써의 집. 그녀는 그 집에 어울리는 장식들을 만들기 위해서 미니어처리스트에게 편지로 주문을 한다. 그녀가 받은 것은 과연 무엇일까. 

 

류트는 그녀의 검지보다 짧다. 실제로 조율된 줄이 달려 있고 음표의 소리를 담기 위해 나무로 만든 몸체는 불룩하다. 이런 물건은 본 적이 없다. 이토록 섬세한 기술, 정성, 아름다움은 본 적이 없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줄을 당겨보고 낮게 배어나오는 선율에 경탄한다.(101p)

 

마지팬과 류트 그리고 결혼기념 컵을 주문한 넬라. 자신이 받은 물건들을 자세히 살펴본다. 자신이 주문한 것은 생각한 것보다도 훨씬 더 아름다운 모양으로 만들어 졌다. 작긴 하지만 실제로 여닫을수도 있게 만들어진 것이다. 처음에는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주문하지도 않은 의자와 요람이 온 것을 보고 의아해한다. 자신이 주문하지는 않았지만 그 의자는 자신의 시누이인 마린이 앉았던 의자와 동일하다. 색 뿐 아니라 모양까지 어느 것 하나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집에 요람은 없다.

 

미니어처리스트는 왜 자신에게 이런 것을 보냈는지 궁금해하던 그녀는 그 외에도 다른 한 쌍의 개 모형을 보고 더욱 소스라치게 놀라게 된다. 자신의 집에 있는 개와 똑같은 모형의 개. 이 사람은 누구일까. 자신의 집에 와 본 적도 없으면서 어떻게 이렇게 똑같은 모형을 만들수 있었을까. 왜 자신이 주문을 하지도 않았는데 이런 모형을 만들어서 보낸 것일까. 그녀는 불안한 마음에 거래를 중지하겠다고 편지를 써서 다시 보내게 된다. 미니어처들은 그녀에게 어떤 일들을 가져다 주게 될까.

 

알지 못했던 오래전 시대의 상인들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이 그려진다. 어느 직업보다도 돈을 많이 벌었던 상인. 요하네스가 상인이었기 때문에 넬라 또한 결혼을 하게 된 것이지만 그녀는 청어만을 고집하며 아껴쓰는 마린에게 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살아가게 된다. 육체적으로 힘든 일은 없을지 몰라도 정신적으로는 꽤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넬라이기에 그녀에게 어떤 또다른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지만 이야기는 전혀 생각지 못한 곳으로 흘러간다.

 

넬라, 튤립(tulip)이 자라는 땅에 순무(turnip)는 자랄수 없어요.(273p)

 

시대적 배경도, 공간적 배경도 생소해서 처음에는 잘 읽히지 않을 것만 같던 이야기가 어느정도 주인공을 파악하고 배경을 파악하게 되면서 순식안에 읽혀진다. 최고의 스토리임에 틀림없다. 네덜란드에 여행을 갔다가 박물관에서 호화롭게 만들어진 미니어처 하우스를 보고 영감을 받아서 원 소유자인 페트로넬라의 인생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이 이야기를 구상했다는 제시 버튼.

 

여러번 퇴고를 거듭할만큼 순탄치는 않은 작업이었지만 그녀가 그렇게 여러번 다시 시도한 결과로 잘 읽히는 멋진 글을 만들어 내게 되었으니 작가 뿐 아니라 이 책을 읽은 독자로써도 뿌듯해지는 순간이다. 세심한 고증 덕분에 더욱 미니어처스러운 이야기가 탄생했다. 진짜와 똑같으면서 사이즈만 작은 미니어처들.

 

이 이야기는 로맨스와 미스트리의 오묘한 조화가 뛰어나다. 중간중간 나오는 성경구절의 의미까지 생각해서 연관시켜서 읽는다면 더욱 뛰어난 작품으로 여겨질 것이다. 생각지 못한 스토리의 반전까지 모두 포함하고 있는 이 이야기는 '올해의 책'이라 꼽힐 요소가 충분하다고 느껴지며 스토리텔링의 최고봉이라 일컫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이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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