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 전면개정판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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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행을 다녀오면서 [내가 죽인 소녀]를 가져 갔다. 긴 비행시간을 계산하고 두권을 가져갔지만 결국 이 책은 펴보지도 못하고 다시 데리고 와야만 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아주 잘된 일이다. 사와자키 시리즈라고 불리는 하라 료의 이야기 중 두번째인 그 책은 일단 전편을 읽은 후 차례대로 읽는 것이 더 연결성을 주어서 읽는 맛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이 책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를 읽었다. 시리즈의 첫 편 이제 막 이야기가 시작하려는 참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많은 이야기들을 늘어놓기보다는 자신만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 더 몰입도가 살아난다. 이제야말로 바로 [내가 죽인 소녀]를 읽을 타이밍이다.


하라 료의 책은 사와자키 시리즈 세번째인 [안녕, 긴잠이여]를 처음으로 접했다. 솔직히 말해서 첫인상은 별로였다. 하드보일드라는 장르를 몰랐고 모르기 때문에 덤볐으며 그랬기 때문에 참패했다. 빠르고 스케일이 큰 스릴러에 익숙했던 나로써는 '하드보일드'라는 장르에 빠지기가 어려웠던 탓이다. 딱딱한 달걀껍질에 맨몸으로 헤딩하고 있는 꼴이랄까. 아무리 머리를 디밀어도 껍질은 깨어지지 않았다. 


어렵게 어렵게 책한권을 읽어내었다. 그리고 잊었다. 그 이후로도 더 깊은 하드보일드를 읽었다. 같은 장르지만 다른 작가의 책을 읽다보니 하라 료의 하드보일드는 껍질이 얇은 편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럴 때쯤 [천사들의 탐정]을 만났다. 이 한편으로 작가에 대한 나의 관점은 전혀 180도로 바뀌었다. 이 역시 사와자키 시리즈이긴 하지만 하나의 주제로 연결되지 않는다. 


저마다의 다른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는 단편들이다. 그런 단편의 장점은 짧고 이야기가 복잡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것이 아무리 장르적이라고 해도 쉽게 덤벼들어서 정복할 수 있다는 것이 잇점이다. 역시나였다. 너무나도 재미나게 읽혔던 이 책은 내가 전에 알고 있던 작가에 대한 첫인상을 깨뜨렸다. 


[안녕, 긴잠이여]를 다시 읽게 만들었다. 하드보일드라는 것을 알고 조금 더 접해보고 돌아온 이 책은 전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으로 읽혔다. 내가 그토록 깨기 어려웠던 껍질이 아니라 몇번 힘을 주니 그대로 속살을 내보였던 것이다. 두드려서 안되는 것은 없다던가. 그래서 나는 이 시리즈를 처음부터 시작해보기로 마음 먹었는지도 모르겠다.


[안녕, 긴잠이여]에서는 사와자키가 일년도 넘게 돌아다니다 사무실에 돌아오는 것으로 시작한다. 첫 이야기인 이 책은 사무실에 출근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문도 열지 않은 사무실 앞에서 나를 기다리는 한 남자. 아니 내가 아닌 나의 동료 와타나베를 기다리는 한 남자. 사무실 이름을 '와타나베 사무소'라고 했기 때문에 누구라도 그렇게 먼저 질문한다. 


그는 나에게 사에키라는 남자를 만난 적이 있느냐고, 그 남자를 아느냐고 묻는다. 그런 남자를 모르는 나는 일방적으로 말하고 외면하지만 그는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나에게 그 사람에 대해서 알려주기를 부탁하며 거의 억지로 돈을 던져 주고 갔다. 그 남자가 누구이기에 나는 이런 사건을 맡아야 하는 건가. 의문점이 가시기도 전에 또 이 사람을 찾는 의뢰가 들어온다. 사라진 남자의 부인인 미술평론가의 딸로부터다. 이 남자는 무슨 일을 하고 있었기에 이렇게 사라진 걸까. 이 시점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중간에 등장하는 영화장면은 로버트 라이언이 나온다고 설명이 되어있다.(266p) 몇장면이 자세히 나오기에 궁금증이 생긴다. 검색의 결과로 <And the hope to die> 이 영화가 나왔다. 이 외에도 본문에서 오손 웰즈의 <제3의 사나이>도 등장한다고 한다. (예스24블로그 -Life is kind to me 에서 검색) 


영화의 장면에 대한 설명뿐 아니라 저택에 있는 단 한점의 그림인 조르주 루오의 유화에 관한 설명도 나온다. 하늘의 희뿌연 달과 불길한 바람처럼 거칠게 붓질한 녹색물감이 묘한 콘트라스를 이루었다.(367p) 작가는 아무래도 여러 방면에 다양한 관심이 있음에 틀림없다. 그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그림에 대한 묘사가 글로 쓰여질수 있을까. 하드보일드라고 해서 굉장한 퍽퍽한 인상만을 생각했는데 의외로 말랑한 감성을 보여주는 면들 꽤 엿보인다. 


작가가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레이먼드 챈들러의 작품을 읽어본적 있다. 그때 당시 나는 '드라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평을 적어두었다. 하라 료의 작품은 처음 읽었을 때와 두번 읽었을때의 느낌이 사뭇 달랐다. 챈들러의 작품도 그렇게 느껴질지 궁금해진다. 하라 료 덕분에 나에게 하드보일드는 조금은 더 가까운 장르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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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항설백물어 - 항간에 떠도는 백 가지 기묘한 이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2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금정 옮김 / 비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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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이 망해선 안 되고, 영민을 해쳐서도 안 되며, 그리고도 저주는 진정시켜야 되는 상황이니... 난제도 이런 난제가 없지.(704p)


[항설백물어]와 [속항설백물어] 중에서 굳이 이 책을 선택한 것은 페이지 수의 차이였다. 760여 페이지는 기이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혹할만한 숫자였다. 그만큼 속속히 기이한 이야기들이 가득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기대감을 가진 보람이 있었다. 복잡하고도 기괴하게 꼬여버린 이야기들은 결국 모든 일들은 사람에게서 일어난 것이라는 결론으로 돌아오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된 연유를 찾아가는 재미가 쏠쏠한 이야기들이었다. 읽은 보람이 있다. 


기이한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고 모으고 있는 모모스케. 그런 이야기들을 모아서 책을 펴 내는 것이 그의 꿈이다. 그의 행적을 따라가다보면 왠지 모르게 미미여사의 에도시대에 등장하는 인물일 것만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그속에서도 기이한 이야기를 듣기 좋아하는 캐릭터가 있어서 그렇게 느껴질수도 있다. 기이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 사람들을 모으고 일부러 흑백의 방까지 준비한 그 캐릭터. 시대가 비슷하고 소재가 비슷해서일까. 둘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비교하는 재미도 있다. 


무사인 집에 태어났으나 어려서 상가의 양아들로 보내진 모모치로. 그는 상가의 일도 하지 않은 채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서 글을 쓰고 기이한 이야기들을 모으며 살고 있다. 그런 그에게 친형의 전서가 날아오는데 형님이 원하는 것은 시체 한 구를 보아달라는 것이다. 겉으로 보아서는 멀쩡한 시체. 어디 한군데 손상된 곳도 없는 것 같지만 그 표정은 정말 귀신을 본듯이 놀라있다. 어떻게 이런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그는 도대체 죽기전에 무엇을 본 것일까. 


겉으로 드러난 특별한 점도 있다. 그것은 돌이다. 이마 정 한가운데 박혀 있는 돌. 누가 던져도 튕겨나올 뿐 또는 머리뼈를 깨드릴 수는 있어도 그렇게 박힐수는 없는데 이마에 박혀 버렸다. 어떤 힘으로 던져야 돌이 이마에 박힐수가 있을까. 기이한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고 모으는 그를 생각해내고 일부러 형님이 급하게 부른 것이다. 모모스케는 이 일을 해결할 수 있을까. 


그가 혼자서 이일을 해내지는 않는다. 얼마 전 여행을 통해서 알게 된 사람이 하나 있었으니 잔머리 모사꾼 마타이치가 바로 그이다. 이름에서도 볼수 있듯이 약간은 악당이지만 겉으로 드러내 놓고 악을 행하는 것이 아니라 부적 같은 것을 팔면서 불의한 일을 참지 못하는 그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세상살이에 정통한 그. 모모스케는 바로 그 사람을 생각해 내고 형님에게 이 일을 밝혀낼 수 있을 터이니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한다. 


하지만 구름에 달 가듯이 지나는 나그네인 마타이치를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모모스케는 그를 찾아서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신탁자 지헤이를 만나게 된다. 변장의 명수로 일컬어지는 그는 마타이치와 동료이다. 목표가 생기면 같이 일을 하는 그들. 지헤이는 마타이치의 행방을 알수 있을지도 모른다. 심상치 않은은 시체 한구로 시작해서 모모스케는 마타이치의 힘을 빌어 사건을 해결하고 그 이후로도 다른 사건에서 끈임없이 기이한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모모스케는 언제나 연극의 수순에 대해 알지 못한 채 괴이를 곧이 곧대로 믿다가, 결국은 자신이 가담하고 있었다는 것을 나중이 되어서야 알게 되는 ..... (459p) 모모스케의 역할은 그런 것이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알지는 못한다. 그저 어느틈엔가 사건의 중심에 서 있게 된다. 이 모든 것은 마타이치가 짜 놓은 전략이다. 그는 맡은 바 자신의 임무만 다하면 되는 것이다.


총 여섯편의 이야기를 통해서 에도 시대 당시의 기이한 이야기들에 흠뻑 젖을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아무리 기이한 이야기라고 해보아도 직접적으로 귀신이나 영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없다. 결론은 언제나 돌고 돌아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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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 가자고요
김종광 지음 / 작가정신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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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랫동안 방송된 드라마는 무엇일까? 정확한 정답은 모르지만 아마도 <전원일기>가 아닐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오랜 시간동안 한자리를 꾸준하게 지켜왔왔던 드라마는 요즘도 가끔 케이블에서 보인다. 어쩌다 한번 본 드라마는 왜 그리 오랫동안 인기를 끌었는지를 여실히 잘 설명해주는 듯 했다. 


농촌을 배경으로 한 인간살이 이야기. 저마다 각 가정의 관계를 보여주고 그들이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는 소소한 즐거움을 주었다.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라는 드라마도 있었다. 그역시도 농촌드라마의 바통을 이어받았다고 할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도시화되어가는 시골의 모습을 다루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김유정의 [봄봄]이나 [메밀꽃 필 무렵] 같은 한국 소설들은 농촌들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때 당시 사람들의 모습을 아주 잘 드러내는 작품들이다. 그렇게 소설의 명맥을 이어왔지만 요즘은 시골에서 살고있는 사람들도 잘 없고 저마다 도시로 떠나고 농촌에서는 젊은이들이 없다는 소리도 들려온다. 당연히 농촌을 배경으로 한 소설들도 없는 편이다. 


그런 소설계에 작가가 나타났다. 작가가 농촌을 배경으로 한 소설만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에 실려있는 아홉편의 이야기는 언뜻 보아도 풀냄새와 시골냄새가 강하게 흐른다. 정겹다. 구수하다. 할머니 집에 온 듯한 반가움이 전면에 흐른다. 시골도 사람이 사는 곳인지라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사람 사는 곳이면 으례히 그렇듯이 갈등과 반목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런 것들이 모여서 이야기에 더욱 즐거움을 준다. 저마다 별개의 이야기로 구성된 것 같은 이야기지만 언뜻 보면 반복되는 인물들이 보인다. 굳이 이 사람이 저사람이다라는 것을 알려주지 않아도 돌아가는 형편상으로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런 연결고리를 찾는 것도 이 짧은 이야기들을 연결시켜 읽는 즐거움을 준다. 


표제작인 <놀러 가자고요>에서는 정작 놀러 가는 사람을 찾아볼 수는 없다. 친구들끼리 만날 약속을 정해본 적 있는가. 어디서 몇시에 만날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만나서 무엇을 할 것인지도 정해야 한다.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이런 귀찮음을 동반하는 일이다. 한번 만나는 것도 그럴진대 어디론가 놀러를 가는 것을 더한 일이 아닐까. 그런 번거로운 일을 동네에서 계획중이다. 


그저 방송만 한번 하면 되는 줄 알았다. 드라마에서 보듯이 '아~아~ 이장입니다. 금일 어디로 놀러가고자 하오니 가능하신 분들은 모여주십시오' 하고 말이다. 노인회장이 주최하는 놀러감에 아내인 오지랖이 전화를 돌리고 있다. 한 사람 하나사람 빼놓지 않고 전화를 돌리며 놀러가기룰 부추긴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를 댄다. 물론 흔쾌히 가겠다는 사람도 있지만 일단 그 대답은 나중이고 수다를 떨기에 바쁘다. 


성경 이야기가 생각난다. 부자가 잔치를 벌여 놓고 사람들이 오기를 청하지만 다들 결혼을 합네, 일을 합네 하면서 바빠서 못 왔다던가. 노인회장의 놀러가자는 전화에 사람들은 얼마나 모일까. '놀러 가자고요' 하는 말이면 선뜻 나설줄 알았다. 그렇게만 생각했던 내 생각은 분명 빗나갔다. 그곳에도 저마다의 삶이 존재하는 것을 말이다. 


장기를 잘 두고 두고 싶어하는 아이를 위해주는 아빠의 마음이 살아있는 <장기호랑이>를 비롯해서 <범골사 해설>, <범골 달인열전>, <놀러가자고요>, <김사또>, <봇도랑 치기>, <산후조리>, <만병통치 욕조기> 그리고 마지막 <아홉살배기의 한숨>까지 총 9편의 이야기는 지금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드러내 주고 있다. 


<범골사 해설>은 독특한 컨셉트로 진행이 되지만 <범골 달인 열전>에서는 진짜 '세상에 이런 일이'나 '생활의 달인'에 소개하고 싶은 사람들이 가득했으며 <김사또>나 <만병 통치 욕조기>는 나이든 노인들과 자식들의 서로 다른 생각을 엿볼수가 있다. <산후조리>는 얼결에 소의 산후조리까지 하게 된 노년의 이야기를 통해서 생명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고 마지막 이야기를 통해서는 요즘 아이들의 생각까지도 살짝 느낄수가 있다. 


저마다 다른 듯 비슷함을 가지고 있는 이야기들을 슬슬 넘겨가면서 읽노라면 어느샌가 살랑거리는 바람이 부는 나무그늘의 원두막에 앉아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제 계곡물에 담궈놓은 시원한 수박만 한쪽 베어 물면 되겠다. 여름을 나는 방법이 따로 있으랴. 놀러가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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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
기리노 나쓰오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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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가 그녀의 작품을 처음 읽은 것은 [아임소리 마마]. 첫인상은 별로 그닥 내 취향은 아니라는 결론이었다. 잊을 줄 알았다. 그렇게 잊혀질 줄 알았고 그 책도 가지고 있지 않다. 인연은 사람이 상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른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지만 책과 인간의 관계도 그러할지 모른다. [물의 잠 재의 꿈]이라는 다른 책으로 다시 한번 작가의 책을 마주한다. 첫인상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여성탐정 무라노 미로시리즈는 [얼굴에 흩날리는 비]로 시작하여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 [ 물의잠 재의 꿈] 그리고 이 책 [다크]로 이어지고 그 후 [로즈가든]까지 연속된다. 아무런 정보없이 집어든 [물의잠 재의 꿈]은 이 책이 시리즈라는 것을 모르고 읽어도 충분히 흥미롭게 읽히는 작품이었고 그로 인해 이 작가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다. 

작가 이름을 확인하고 내가 읽었던 첫작품과 연관시키기기까지 오래 거렸다. 작가의 약력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절대 몰랐을 관계. 그렇게 작가의 작품과의 인연은 끊이지 않고 오히려 첫인상보다도 더욱 깊고 짙은 이상을 남긴채 머리속에 강하게 각인되어버렸다.

전작 이후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제목답게 끊임없이 우울하다. 주인공인 미로는 신분을 변경하면서까지 끈질기게 살아내려고 노력을 한다. 이해하지 못할 행동도 보인다. 남의 죽음을 보고서도 달려가 도울진대 정작 그녀는 아버지의 죽음을 보고도 꼼짝도 하지 않은 점이다. 아니 오히려 약을 뺏어가면서까지 아버지의 죽음을 방조한 것이다. 

물론 친아버지는 아니다. 혈연관계도 없다. 하지만 평생을 같이 살아오고 아버지와 같이 같은일을 하고 있는 그녀가 왜 그랬는지 처음에 단박 알아내기는 쉽지 않다. 이후의 행동을, 돌아가는 사정을 확인하고서야 약간은 어느정도는 이해할 뿐이다.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다. 그것이 책의 등장인물이라고 해서 다 이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한다면 작가가 한국사람인가 하고 착각을 할만큼 자세한 한국이 배경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버지의 죽음을 방관한 그녀. 아버지와 함께 있던 자신과 동갑인 동거녀와 그 아버지의 동료는 그녀를 쫓는다. 복수를 하겠다는 것일까. 결국 좇기다 못해 우연히 만난 진호에게 부탁해 한국으로 가게 되는 미로. 한국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까. 진호와는 또 어떤 관계가 될까. 

모조품을 팔던 진호는 미로를 이용해서 사업을 확장할 생각을 한다. 재일동포로 변장한 미로는 이 일에 딱 적합한 여자가 아니었까. 그렇게 그들간의 삶이 다시 한국에서 시작된다. 일본에서도 그랬지만 한국에서의 삶도 만만치 않다. 진호는 아내와 자식이 있는 남자였지만 미로는 개의치 않았다. 미로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었을가. 돈? 남자? 안식처? 

여러명을 죽이고도 잘 살아가는 사람도 많은데 단 한명을 죽인댓가로는 너무 다크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잠시 한다. 실제상황이어도 그렇고 가상세계에서도 그렇다. 경찰과 야쿠자 그리고 여러 사람에게 쫓기는 몸이 된 미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모든 초점을 한 곳으로 모으면 그곳은 불이 붙고 타버리고 만다. 쨍쨍 내리쬐는 햇볕 속에서 돋보기를 듣고 초점을 맞추는 것처럼 또는 화살을 한 곳으로 모아서 쏘듯이 모든 것은 미로를 향해서 쏟아지고 있다. 표적이 된 그녀는 어떻게 이 난관을 이겨낼 수 있을까.

[다크]는 끊임없이 어둡다. 다크라는 제목하에서 밝음을 기대한다면 그것 또한 모순이겠지만 이야기는 제목보다도 훨씬 더 다크함을 드러내고 있다. 매우 어두움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어두움. 영어적인 표현에서는 비교급이라는 것을 사용한다. dark, 다크의 비교급은 darker이다. 하지만 이는 그보다 더 어둡다는 꾸밈이 필요할 것 같다. 

much darker, 이것으로 충분한가. 아니 미로의 삶은 이보다는 차라리 최상급이 낫겠다. the darkest. 더이상은 없을 것 같은 끝없는 어두움, 그것이  미로의 삶이다. 애벌레로 친다면 번데기를 거쳐서 이제 막 탈피를 한 상태의 미로.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미로의 모습은 화사한 나비일까 아니면 여전히 다크한 나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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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이 같은 사람들 프로파일러 김성호 시리즈
김재희 지음 / 시공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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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지원이 필요한 곳에 혼자 좀 가지말란 말이지. 꼭 괜찮을 거 같아요 해 놓고는 사건이 벌어진단 말이지. 왜 그리 혼자서 독불장군처럼 행동하냔 말이지. 언젠가 유행했던 호러영화의 법칙에서도 나오잖아. 단독으로 움직이다간 가장 먼저 죽음을 맞게 된다고 말야. 형사가 괜히 2인1조가 아니란 말이지. 물론 프로파일러에겐 해당되지 않는 내용이긴 하지만.

[섬,짓하다]의 김성호 프로파일러를 주인공으로 한 후속편이 다시 등장했다. [조선탐정 정약용]에서 약간 주춤했던 기세를 보였던 작가의 역량은 다시금 불타올랐다. '그래, 바로 이 맛이 김재희 작가지' 하는 말이 저절로 튀어 나오게 만든다. '작가님, 이 책 정말 고맙습니다. 이런 걸 기다렸어요.'

김성호 프로파일러를 주인공으로 삼고 있지만 전면에 부각되지는 않는다. 등장을 하는 것도 한참 후의 일이다. 대신 다른 형사들이 교대로 나오면서 사건을 이끌어간다. 사건이 터지고 가장 먼저 불려나오는 것은 아무래도 과학수사대. 그들은 철저하게 증거를 모으고 모으고 또 모은다. 하나도 빠짐없이 싸그리 끌어 모은 후에야 시신을 옮기고 현장을 떠난다. 그 이후로는 발로 뛰는 형사들의 몫이다. 

생각보다 과학수사대의 역할이 많이 드러나있어서 그것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우리가 익히 알아왔던 미국드라마를 보는 듯한 생생한 표현도 실제감을 더해준다. 읽히는 속도감은 별개로 따질수가 없다. 시동을 걸고 일초에 300키로를 달리는 성능 좋은 차처럼 손에 집어든 그 순간 어느새 저만치 달리고 있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1층에 새로 이사온 그녀. 이사 오면서 냉장고를 팔기로 한다. 그녀가 판 냉장고는 어떻게 사용될까. 2층에 살고 있는 할아버지. 그저 층간소음이 시끄럽다고 천장을 지팡이로 치는 줄로만 알았는데 남들이 모르는 사연이 숨겨져 있었다. 3층에 살고 있는 부부. 아들은 기숙사 생활을 한다. 2층 할아버지와 끊임없이 소음으로 분쟁을 한다. 아이도 없는데 무에 그리 시끄럽겠냐고 하면서 말이다. 

그저 단순히 한 아파트에서 이웃들간에 벌어지는 이야기인줄로만 알았는데 팔려간 냉장고에서 사체가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전작에서 보였던 이야기도 간간히 등장을 해서 읽지 못했던 독자들이라면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든다. 이 책 자체로도 충분히 재미나게 읽힐테지만 전작을 읽은 사람이들이라면 충분히 그 연관성을 살피면서 더욱 흥미를 느끼는 요소가 될 것이다. 

김성호 프로파일러는 원래부터 착하기만 했던 인물이 아니다. 그로 인해서 끊임없이 자기자신을 되돌아 보고 자기자신을 의심하는 캐릭터다. 그런 그가 이 사건을 맡게 되면서 어떤 파일링을 하게 될까. 한 구의 시체로 인해서 줄줄이 달려나오는 이야기들은 고구마 줄기를 연상케 하며 나아가서 단순한 학교폭력의 사태가 어디까지 그 마수를 뻗치는지를 아주 잘 증명해준다. 

싹을 끊는 것이 다는 아니다. 때로는 뜯어내기보다는 방향을 바꿔야 할 필요성도 있는 것이다. 아니 그보다 작가가 만들어 낸 저 절대악적인 존재가 마음에 걸린다. 치밀한 계획속에서 자신의 존재는 감춘다. 분명 한번으로 등장하고 말아버릴 존재가 아니다. 김성호 프로파일러의 이야기가 계속된다면 언제고 어디서고 다시 마주칠 캐릭터. 다음 이야기를 읽어야만 하는 필연적인 요소가 하나 더 생겨버렸다. 작가는 역시 나의 기대에 배신을 하지 않았다. 더욱 큰 기대감을 가지게 만들었다. 솜사탕처럼 부풀어오는 기대감은 절대 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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