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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이 같은 사람들 ㅣ 프로파일러 김성호 시리즈
김재희 지음 / 시공사 / 2018년 4월
평점 :
제발 지원이 필요한 곳에 혼자 좀 가지말란 말이지. 꼭 괜찮을 거 같아요 해 놓고는 사건이 벌어진단 말이지. 왜 그리 혼자서 독불장군처럼 행동하냔 말이지. 언젠가 유행했던 호러영화의 법칙에서도 나오잖아. 단독으로 움직이다간 가장 먼저 죽음을 맞게 된다고 말야. 형사가 괜히 2인1조가 아니란 말이지. 물론 프로파일러에겐 해당되지 않는 내용이긴 하지만.
[섬,짓하다]의 김성호 프로파일러를 주인공으로 한 후속편이 다시 등장했다. [조선탐정 정약용]에서 약간 주춤했던 기세를 보였던 작가의 역량은 다시금 불타올랐다. '그래, 바로 이 맛이 김재희 작가지' 하는 말이 저절로 튀어 나오게 만든다. '작가님, 이 책 정말 고맙습니다. 이런 걸 기다렸어요.'
김성호 프로파일러를 주인공으로 삼고 있지만 전면에 부각되지는 않는다. 등장을 하는 것도 한참 후의 일이다. 대신 다른 형사들이 교대로 나오면서 사건을 이끌어간다. 사건이 터지고 가장 먼저 불려나오는 것은 아무래도 과학수사대. 그들은 철저하게 증거를 모으고 모으고 또 모은다. 하나도 빠짐없이 싸그리 끌어 모은 후에야 시신을 옮기고 현장을 떠난다. 그 이후로는 발로 뛰는 형사들의 몫이다.
생각보다 과학수사대의 역할이 많이 드러나있어서 그것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우리가 익히 알아왔던 미국드라마를 보는 듯한 생생한 표현도 실제감을 더해준다. 읽히는 속도감은 별개로 따질수가 없다. 시동을 걸고 일초에 300키로를 달리는 성능 좋은 차처럼 손에 집어든 그 순간 어느새 저만치 달리고 있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1층에 새로 이사온 그녀. 이사 오면서 냉장고를 팔기로 한다. 그녀가 판 냉장고는 어떻게 사용될까. 2층에 살고 있는 할아버지. 그저 층간소음이 시끄럽다고 천장을 지팡이로 치는 줄로만 알았는데 남들이 모르는 사연이 숨겨져 있었다. 3층에 살고 있는 부부. 아들은 기숙사 생활을 한다. 2층 할아버지와 끊임없이 소음으로 분쟁을 한다. 아이도 없는데 무에 그리 시끄럽겠냐고 하면서 말이다.
그저 단순히 한 아파트에서 이웃들간에 벌어지는 이야기인줄로만 알았는데 팔려간 냉장고에서 사체가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전작에서 보였던 이야기도 간간히 등장을 해서 읽지 못했던 독자들이라면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든다. 이 책 자체로도 충분히 재미나게 읽힐테지만 전작을 읽은 사람이들이라면 충분히 그 연관성을 살피면서 더욱 흥미를 느끼는 요소가 될 것이다.
김성호 프로파일러는 원래부터 착하기만 했던 인물이 아니다. 그로 인해서 끊임없이 자기자신을 되돌아 보고 자기자신을 의심하는 캐릭터다. 그런 그가 이 사건을 맡게 되면서 어떤 파일링을 하게 될까. 한 구의 시체로 인해서 줄줄이 달려나오는 이야기들은 고구마 줄기를 연상케 하며 나아가서 단순한 학교폭력의 사태가 어디까지 그 마수를 뻗치는지를 아주 잘 증명해준다.
싹을 끊는 것이 다는 아니다. 때로는 뜯어내기보다는 방향을 바꿔야 할 필요성도 있는 것이다. 아니 그보다 작가가 만들어 낸 저 절대악적인 존재가 마음에 걸린다. 치밀한 계획속에서 자신의 존재는 감춘다. 분명 한번으로 등장하고 말아버릴 존재가 아니다. 김성호 프로파일러의 이야기가 계속된다면 언제고 어디서고 다시 마주칠 캐릭터. 다음 이야기를 읽어야만 하는 필연적인 요소가 하나 더 생겨버렸다. 작가는 역시 나의 기대에 배신을 하지 않았다. 더욱 큰 기대감을 가지게 만들었다. 솜사탕처럼 부풀어오는 기대감은 절대 꺼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