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러 가자고요
김종광 지음 / 작가정신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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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랫동안 방송된 드라마는 무엇일까? 정확한 정답은 모르지만 아마도 <전원일기>가 아닐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오랜 시간동안 한자리를 꾸준하게 지켜왔왔던 드라마는 요즘도 가끔 케이블에서 보인다. 어쩌다 한번 본 드라마는 왜 그리 오랫동안 인기를 끌었는지를 여실히 잘 설명해주는 듯 했다. 


농촌을 배경으로 한 인간살이 이야기. 저마다 각 가정의 관계를 보여주고 그들이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는 소소한 즐거움을 주었다.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라는 드라마도 있었다. 그역시도 농촌드라마의 바통을 이어받았다고 할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도시화되어가는 시골의 모습을 다루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김유정의 [봄봄]이나 [메밀꽃 필 무렵] 같은 한국 소설들은 농촌들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때 당시 사람들의 모습을 아주 잘 드러내는 작품들이다. 그렇게 소설의 명맥을 이어왔지만 요즘은 시골에서 살고있는 사람들도 잘 없고 저마다 도시로 떠나고 농촌에서는 젊은이들이 없다는 소리도 들려온다. 당연히 농촌을 배경으로 한 소설들도 없는 편이다. 


그런 소설계에 작가가 나타났다. 작가가 농촌을 배경으로 한 소설만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에 실려있는 아홉편의 이야기는 언뜻 보아도 풀냄새와 시골냄새가 강하게 흐른다. 정겹다. 구수하다. 할머니 집에 온 듯한 반가움이 전면에 흐른다. 시골도 사람이 사는 곳인지라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사람 사는 곳이면 으례히 그렇듯이 갈등과 반목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런 것들이 모여서 이야기에 더욱 즐거움을 준다. 저마다 별개의 이야기로 구성된 것 같은 이야기지만 언뜻 보면 반복되는 인물들이 보인다. 굳이 이 사람이 저사람이다라는 것을 알려주지 않아도 돌아가는 형편상으로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런 연결고리를 찾는 것도 이 짧은 이야기들을 연결시켜 읽는 즐거움을 준다. 


표제작인 <놀러 가자고요>에서는 정작 놀러 가는 사람을 찾아볼 수는 없다. 친구들끼리 만날 약속을 정해본 적 있는가. 어디서 몇시에 만날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만나서 무엇을 할 것인지도 정해야 한다.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이런 귀찮음을 동반하는 일이다. 한번 만나는 것도 그럴진대 어디론가 놀러를 가는 것을 더한 일이 아닐까. 그런 번거로운 일을 동네에서 계획중이다. 


그저 방송만 한번 하면 되는 줄 알았다. 드라마에서 보듯이 '아~아~ 이장입니다. 금일 어디로 놀러가고자 하오니 가능하신 분들은 모여주십시오' 하고 말이다. 노인회장이 주최하는 놀러감에 아내인 오지랖이 전화를 돌리고 있다. 한 사람 하나사람 빼놓지 않고 전화를 돌리며 놀러가기룰 부추긴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를 댄다. 물론 흔쾌히 가겠다는 사람도 있지만 일단 그 대답은 나중이고 수다를 떨기에 바쁘다. 


성경 이야기가 생각난다. 부자가 잔치를 벌여 놓고 사람들이 오기를 청하지만 다들 결혼을 합네, 일을 합네 하면서 바빠서 못 왔다던가. 노인회장의 놀러가자는 전화에 사람들은 얼마나 모일까. '놀러 가자고요' 하는 말이면 선뜻 나설줄 알았다. 그렇게만 생각했던 내 생각은 분명 빗나갔다. 그곳에도 저마다의 삶이 존재하는 것을 말이다. 


장기를 잘 두고 두고 싶어하는 아이를 위해주는 아빠의 마음이 살아있는 <장기호랑이>를 비롯해서 <범골사 해설>, <범골 달인열전>, <놀러가자고요>, <김사또>, <봇도랑 치기>, <산후조리>, <만병통치 욕조기> 그리고 마지막 <아홉살배기의 한숨>까지 총 9편의 이야기는 지금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드러내 주고 있다. 


<범골사 해설>은 독특한 컨셉트로 진행이 되지만 <범골 달인 열전>에서는 진짜 '세상에 이런 일이'나 '생활의 달인'에 소개하고 싶은 사람들이 가득했으며 <김사또>나 <만병 통치 욕조기>는 나이든 노인들과 자식들의 서로 다른 생각을 엿볼수가 있다. <산후조리>는 얼결에 소의 산후조리까지 하게 된 노년의 이야기를 통해서 생명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고 마지막 이야기를 통해서는 요즘 아이들의 생각까지도 살짝 느낄수가 있다. 


저마다 다른 듯 비슷함을 가지고 있는 이야기들을 슬슬 넘겨가면서 읽노라면 어느샌가 살랑거리는 바람이 부는 나무그늘의 원두막에 앉아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제 계곡물에 담궈놓은 시원한 수박만 한쪽 베어 물면 되겠다. 여름을 나는 방법이 따로 있으랴. 놀러가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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