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항설백물어 - 항간에 떠도는 백 가지 기묘한 이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2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금정 옮김 / 비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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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이 망해선 안 되고, 영민을 해쳐서도 안 되며, 그리고도 저주는 진정시켜야 되는 상황이니... 난제도 이런 난제가 없지.(704p)


[항설백물어]와 [속항설백물어] 중에서 굳이 이 책을 선택한 것은 페이지 수의 차이였다. 760여 페이지는 기이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혹할만한 숫자였다. 그만큼 속속히 기이한 이야기들이 가득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기대감을 가진 보람이 있었다. 복잡하고도 기괴하게 꼬여버린 이야기들은 결국 모든 일들은 사람에게서 일어난 것이라는 결론으로 돌아오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된 연유를 찾아가는 재미가 쏠쏠한 이야기들이었다. 읽은 보람이 있다. 


기이한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고 모으고 있는 모모스케. 그런 이야기들을 모아서 책을 펴 내는 것이 그의 꿈이다. 그의 행적을 따라가다보면 왠지 모르게 미미여사의 에도시대에 등장하는 인물일 것만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그속에서도 기이한 이야기를 듣기 좋아하는 캐릭터가 있어서 그렇게 느껴질수도 있다. 기이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 사람들을 모으고 일부러 흑백의 방까지 준비한 그 캐릭터. 시대가 비슷하고 소재가 비슷해서일까. 둘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비교하는 재미도 있다. 


무사인 집에 태어났으나 어려서 상가의 양아들로 보내진 모모치로. 그는 상가의 일도 하지 않은 채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서 글을 쓰고 기이한 이야기들을 모으며 살고 있다. 그런 그에게 친형의 전서가 날아오는데 형님이 원하는 것은 시체 한 구를 보아달라는 것이다. 겉으로 보아서는 멀쩡한 시체. 어디 한군데 손상된 곳도 없는 것 같지만 그 표정은 정말 귀신을 본듯이 놀라있다. 어떻게 이런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그는 도대체 죽기전에 무엇을 본 것일까. 


겉으로 드러난 특별한 점도 있다. 그것은 돌이다. 이마 정 한가운데 박혀 있는 돌. 누가 던져도 튕겨나올 뿐 또는 머리뼈를 깨드릴 수는 있어도 그렇게 박힐수는 없는데 이마에 박혀 버렸다. 어떤 힘으로 던져야 돌이 이마에 박힐수가 있을까. 기이한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고 모으는 그를 생각해내고 일부러 형님이 급하게 부른 것이다. 모모스케는 이 일을 해결할 수 있을까. 


그가 혼자서 이일을 해내지는 않는다. 얼마 전 여행을 통해서 알게 된 사람이 하나 있었으니 잔머리 모사꾼 마타이치가 바로 그이다. 이름에서도 볼수 있듯이 약간은 악당이지만 겉으로 드러내 놓고 악을 행하는 것이 아니라 부적 같은 것을 팔면서 불의한 일을 참지 못하는 그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세상살이에 정통한 그. 모모스케는 바로 그 사람을 생각해 내고 형님에게 이 일을 밝혀낼 수 있을 터이니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한다. 


하지만 구름에 달 가듯이 지나는 나그네인 마타이치를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모모스케는 그를 찾아서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신탁자 지헤이를 만나게 된다. 변장의 명수로 일컬어지는 그는 마타이치와 동료이다. 목표가 생기면 같이 일을 하는 그들. 지헤이는 마타이치의 행방을 알수 있을지도 모른다. 심상치 않은은 시체 한구로 시작해서 모모스케는 마타이치의 힘을 빌어 사건을 해결하고 그 이후로도 다른 사건에서 끈임없이 기이한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모모스케는 언제나 연극의 수순에 대해 알지 못한 채 괴이를 곧이 곧대로 믿다가, 결국은 자신이 가담하고 있었다는 것을 나중이 되어서야 알게 되는 ..... (459p) 모모스케의 역할은 그런 것이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알지는 못한다. 그저 어느틈엔가 사건의 중심에 서 있게 된다. 이 모든 것은 마타이치가 짜 놓은 전략이다. 그는 맡은 바 자신의 임무만 다하면 되는 것이다.


총 여섯편의 이야기를 통해서 에도 시대 당시의 기이한 이야기들에 흠뻑 젖을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아무리 기이한 이야기라고 해보아도 직접적으로 귀신이나 영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없다. 결론은 언제나 돌고 돌아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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