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서 살아간다는 것
사쿠라기 시노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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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시간을 들여 읽어야 하는 소설의 진가를 알아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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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도시 SG컬렉션 1
정명섭 지음 / Storehouse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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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대한민국이나 북한이 아닌 제3의 공간, 아니 제3의 도시라고.(42p)

 

작가의 이름은 유명하다. 워낙 다작을 하시는 분이시기도 하지만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쓰시는 분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책을 처음 본 것은 소설이 아닌 다른 역사책이었다. 이후 [멸화군 불의 연인]을 읽었다. 독특한 소재의 팩션이라서 조금 흥미로운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일 년 정도 후에 [상해임시정부]를 읽었다. 내가 몰랐던 부분까지 다 드러나 있는 책을 읽으면서 내 나라, 내 조국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 책의 작가가 정명섭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내가 읽었던 전작과 연결시켜 기억하지는 않았다. 작가의 존재가 아주 깊게 각인된 것은 바로 [유품정리사]라는 책을 읽고 나서이다. 읽는 내내 감탄을 금할수가 없었다. 팩션이기는 하나 기본적으로 역사적인 사료가 바탕으로 깔려있다. 거기에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픽션을 더했다. 팩트와 픽션이 합쳐져서 팩션을 만들어 내고 그 조화로움 단단히 뭉쳐서 배 이상의 효과를 발휘했다.

 

작가의 이름을 아주 확실히 기억했다. 이 작가가 쓰는 팩션이라면 무조건 믿고 읽겠다라는 다짐을 하게 만든 책이다. 가장 최근에는 [무덤속의 죽음]을 읽었다. 탐정 을지문덕 시리즈의 두번째 이야기였다. 을지문덕이라는 사람이 있는 줄은 알지만 이순신 장군이나 세종대왕처럼 크게 확 다가오는 것은 없는 그런 인물이었다. 작가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자세히는 모르는 그런 인물을 끌어내어 주인공으로 삼고 특별한 능력을 주었다. 대단하다.

 

반면 작가의 현대물은 읽지 못했다. 사실 작가의 작품은 역사 말고도 꽤 다양하다. 최근에도 현대물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워낙에 역사물에 깊이 감동을 받아서일까 역시 작가의 역사물은 대단하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제3도시. 이 한권으로 작가의 현대물에 대한 생각이 확 틀어졌다. 역시 하나를 잘하는 사람은 다방면에도 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작가임에 틀림없다.

 

제3도시는 개성공단을 의미한다. 북도 남도 아닌 제3의 공간. 그곳에서는 남한 사람과 북한 사람이 힘을 합해서 일을 한다. 총을 겨누고 있는 적이지만 한 나라였고 하나의 말을 쓰고 한 민족이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그곳에서 원자재의 유출을 조사하러 간 강민규는 예상하지 못했던 살인사건과 마주치게 된다.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서로를 믿지 못하는 남과 북. 각각의 방문에 도어락을 달아놓을 정도로 믿는다는 것이 불가능했던 그런 곳이다. 핸드폰이나 cctv 또는 인터넷도 들어오지 않는 이 곳. 들어오는 것도 나가는 것도 쉽지 않은, 열려있지만 닫혀 있는 공간이나 다름 없는 이곳에서 살인자로 몰려버린 강민규는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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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사라지기 전에 커피가 식기 전에 시리즈
가와구치 도시카즈 지음, 김나랑 옮김 / 비빔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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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 또는 미래로 돌아가기 위한 규칙이다.

 

하나, 카페에 오지 않았던 사람을 만날수는 없다.

둘,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셋, 자리를 비켜야지만 앉을 수 있다.

넷, 커피 한 잔이 식기 전에 다 마셔야 한다.

 

츠지무라 미즈키의 [츠나구]에서는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이 딱 한번 만날 수 있다. 이 설정 자체가 사람을 뭉클하게 만들어 버리는 그런 소설이다. 특히 나처럼 가까운 누군가를 잃어본 적이, 아니 먼저 떠나 보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설정만으로도 눈물이 나올지 모를 그런 소설이다. 그래서일까 감동적인 이야기를 자아내는 이야기들 중에는 이런 설정을 가진 책들이 있다. 하지만 이런 설정을 썼다고 해서 무조건 감동 코드가 흐르지는 않는다. 잘못 설정된 인위적인 조건은 감동은 커녕 기분만 나쁘게 만들고 허무한 웃음만 나올 뿐이다. [추억이 사라지기 전에]는 이 조건을 아주 완벽하게 대입시켜 사람들의 마음을 잡을 그런 소설이다.

 

여동생이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꿈만 같은, 행복한 시간이었다........ (257p)

 

첫 이야기의 후반부부터 흘러내렸던 눈물은 두번째 이야기에서 잠잠한가 싶었더니 세번째 이야기, 책에서 암흑을 표지하기 위해서 아예 페이지 자체를 검게 편집한 그 부분에서 절정에 달해 꺼이꺼이 울어버렸다. 입을 열어 통곡하는 것을 막으며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어찌하면 좋을까. 분명 나와는 다른 조건의 이야기일지라도 자매가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꼭 나의 이야기인 것만 같아서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벌써 이십년이 넘었다. 먼저 떠나간 동생이 그 속에서 자리를 잡고도 남을 그런 시간이다. 나만이 느끼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다.

 

"내가 무서운 건......."

유키카는 그렇게 말하면서 코를 크게 한 번 훌쩍였다.

"내가 죽고서 언니가 웃지 않게 되는 거야......." (275p)

 

마지막은 그나마 덜 슬플 줄 알았다. 희망적인 이야기가 가득했다. 남녀간의 사랑이야기. 그렇다면 해피엔딩이겠거니 하고 기대했는데 작가는 마지막까지 슬픔을 한 뭉치 퍼부었다. 무엇을 기대했던지 간에 그 이상을 안겨줄테다 하면서 말이다. 로맨스에는 절대 약하지 않다. 남의 사랑이야기를 읽으면서 눈물을 흘릴만큼 그렇게 감성적인 인간은 아니다. 그랬는데도 눈물을 질질, 그야말로 말 그대로 질질 흘리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작가의 스타일이 절대 고구마를 던져 주는 스타일은 아니다. 문체 하나하나가 담백하면서도 빠르다. 휙휙 전개되는 이야기는 답답하지 않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빠르게 읽힌다. 하지만 책장을 덮고 나서도 책을 손에서 내려 놓을 수가 없다. 그 속에 담긴 네편의 이야기가 묵직하게 가라 앉아 있어서다. 먹먹하다. 그 표현이 딱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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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탐정단 - 고양이 납치 사건
쿠키문용(박용희) 지음 / 몽실마고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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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원이는 동네 산책을 하다가 이상한 소리를 듣고 수상한 사람을 보았다.

하늘이는 동생의 간식을 아껴서 길고양이에게 주었지만 오히려 버려짐을 당했다.

가현이는 이사와서 길을 잃었지만 친절한 사람이 길을 알려줬다.

다영이는 자신의 반려동물에게 입마개를 안했다고 항의를 들었다.

 

모두 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동네 친구 네명과 한 수상한 사람에 관련된 이야기다.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들이 만났던 수상한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그 수상한 사람이 모두 단 한 명으로 좁혀진다는 것을 깨닫고는 추적의지를 뿜뿜한다.

 

급결성된 우리동네 탐정단. 아이들은 자신들이 셜록 홈즈라도 된 것마냥 코난이라도 된 것마냥 사라지는 고양이들을 따라가고 고양이들이 줄줄 따르는 수상한 사람을 따라간다. 우동탐정단들이 생각했던 대로 그 수상한 사람은 고양이 납치범이 맞을까.

 

살아있는 캐릭터로 인해서 읽는 재미를 더했다. 어디선가 이런 아이들이 살고 있을 것만 같아서 더욱 신난다. 내가 우동 탐정단의 일원이 된 것 마냥 나도나도 하면서 그들과 함께 손을 모으게 된다. 단순하게 재미만 주는 것이 아니다. 길고양이에 관한 사실들을 알려주고 있어서 교육용 자료로 쓰기에도 충분하다. 아이들이 물어봤을 때 이건 이런거야 하면서 알려줄 수도 있고 이 책을 건네주고 직접 읽어보게 할 수도 있다.

 

재미와 교육을 더한 책. 이 책은 반드시 한글을 아는 모든 이들에게 읽혀져야 하고 길고양이를 한번이라도 본 사람들이 읽어야만 하는 그런 필수템이다. 올 겨울 아이들에게 한권의 책을 선물한다면 바로 이 책. 원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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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나 사이
김재희 지음 / 깊은나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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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사람은 누구나 책의 내용을 보기 전에 먼저 표지를 보게 되어 있어. 그렇지? 그런데 이 책을 보는 순간, 표지에 있는 저 사람을 보는 순간 어? 작가님인가 하는 생각을 했더랬지 뭐야. 물론 머리 스타일도 다르고 얼굴도 다르지만 그런거 있잖아 느낌. 그 느낌이 완전 그랬다니까. 그런데 말야 작가님이 이 책을 소개하시는 유튜브를 봤었는데 오모나, 작가님도 나랑 같은 생각을 하고 계셨더라고. 자신도 이 표지를 딱 본 순간 자신하고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표지를 선택했노라고 말야. 어쩜어쩜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은 닮아간다는 얘기가 맞나봐. 작가님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몰라도 난 그럴거라고 믿어. 나 혼자만의 짝사랑이 아니길.

 

작가님을 처음 본 건, 아니 작가님을 알게 된 건, 아니 작가님의 작품을 처음 본 건 벌써 6년 전이야. 2014년 11월 [섬,짓하다]라는 작품ㅇ의 서평을 올려 놓은 걸 확인했으니 말야. 이 작품을 처음 읽었을때의 느낌은 진짜 대박이라는 생각이 들었었지. 프로파일러를 주인공으로 해서 벌어지는 사건 이야기들이 쏙 빠져들게 만들었어. 그렇게 김재희라는 작가를 알게 되고 작가의 작품에 빠져들어서 지금까지 그 열정을 이어오고 있어.

 

그렇게 김재희라는 작가의 작품은 신명나게 보아왔지만 정작 개인적인 것은 알 수가 없었지. 그럴수밖에. 친구가 되지 않는 이상 자신의 일상이나 신상 이야기를 어디서 들을수가 있겠어. 그냥 작가님은 어떻게 사실까 하는 궁금증만 가지는 거지. 나처럼 그런 궁금증을 가진 사람이라면 당장 이 책을 읽어야 해.

 

여기에는 작가님의 대표작인 [경성 탐정 이상]을 구상한 이야기도 있지만 자신의 신상을 솔직하게 다 드러내고 있거든.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다 드러내고 있으니 궁금하면 당장당장 읽어봐야 해. 개인적인 친분은 있지만 그래도 자신에게 관련된 일들은 물어보기 어려울수가 있잖아 왜. 그니까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조곤조곤 다 드러내고 있거든. 그 일상들이 조용하지만 때로는 웃기게 다가오기도 해. 작가님은 코믹이라고 표현하셨지만 드라마적인 부분이나 교육적인 부분도 많다고.

 

거기다가 가장 핵심은 제일 뒤쪽에 나오는 40단계야. 추리소설을 쓰는 단계라고 알려줘야겠네. 일반적인 글과는 달리 장르문학은 조금은 더 연구를 많이 하고 조금은 더 공부를 해야 하는 것임에 틀림없어. 생각해봐. 범인이 금방 드러나 버리던가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이 현실적이지 않다면 누가 그 이야기를 보겠어? 지금까지 죽 장르문학을 써온 작가가 직접 알려주는 것이니 귀담아 아니 눈에 담아 읽어야 해. 길지 않아. 그래서 더 좋아. 40단계가 마구마구 빨리 지나가버리니까 꼼꼼하게 잘 보라고.

 

원래도 팬이지만 나 이 책을 읽고 났더니 작가님이 더 좋아졌어. 작가님의 소설이 겉을 아는 것이었다면 이 에세이를 통해서는 작가님의 속을 알 수 있는 것이라고 해야 할까. 진심 맘에 들어. 나 죽을 때까지 작가님 팬 할꺼야. 결론은 그렇다고. 찐팬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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