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현장은 구름 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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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앞으로 뭘 할까 고민하던 중 눈에 들어온 것이 비행승무원이었다. 그때는 대학의 학과보다도 학원이 더 유명했던 시기였고 한때 잠깐 재미있는 직업이겠다라는 생각을 했으나 필수조건이 수영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 지레 겁 먹고 포기했던 적이 있다. 그때 그 길을 택했다면 지금쯤은 수영도 어느 정도 하고 있을까. 아주 기초라도 말이다.

 

공장장이라는 별명이 있을만큼 빨리 글을 쓰고 책을 내는 게이고지만 한동안은 그의 새로운 책을 보지 못했었다. 요즘에 나오고 있는 책들은 초기작들의 개정판이 많은 편이다. 게이고의 책을 읽은지 얼마 되지 않은 나로써는 개정판이 나오는 것이 반갑기도 하지만 그의 팬들 중에는 새로운 작품을 목마르게 기다려 온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런 팬들에게는 약간의 이슬비 같은 작품이 되어 줄 것이다.

 

솔직히 작가의 이름을 보지 않고 읽는다면 게이고의 작품이라고 보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사건이 일어나고 경찰이 등장을 하지만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일명 A코, B코라고 불리는 승무원 콤비이기 때문에 하나의 사건이 많이 꼬이거나 심각한 사항을 띠고 있기 보다는 어느 정도 독자들도 유추할 수 있는 정도의 미스터리함을 함유하고 있다.

 

아주 진한 에스프레소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약간 싱거운 맛일지 몰라도 나처럼 샷을 하나 빼고 물을 추가해서 연하게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사람에게는 딱 맞춤인듯 한 이야기들이다.

 

이름인 에이코인 A코와 그녀의 옆에 찰싹 달라붙어있는 마미코가 B코라고 불린다. 약간은 통통한 체형의 그녀는 구슬처럼 동그랗다는 이유로 붙여진 별명이기도 하다. 서로는 너무나도 다른 개성을 뿜어낸다. 비단 생김새 뿐 아니라 회사에 들어오게 된 배경까지도 정반대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 일류대학을 중퇴하고 일등으로 합격하고 들어온 에이코와 겨우겨우 턱걸이해서 들어온 마미코는 안 어울릴듯 찰떡같은 콤비를 이루고 있다.

 

사건이 일어나고 생각을 하고 의견을 건네는 것은 에이코지만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서 활동하고 에이코가 낸 의견을 실행에 옮기는 이른바 행동대장은 마미코가 밑아서 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멋진 콤비인가. 보통 형사물에서 경찰들이 주인공일때 신입형사를 부하로 둔 베테랑 형사가 주인공으로 콤비를 이루어 사건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반명 여자 둘의 콤비는 좀체 찾아보기 힘든 편인데 작가는 그러한 면을 잘 파고든 것처럼 보인다.

 

승무원으로 일하는 콤비는 자신들의 직업상 특성을 사건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잘 발휘하고 있다. 기내에서 복통을 일으켰던 손님이 승무원들과 같은 호텔에 묵고 그들이 한잔 하는 곳에 찾아와 어울려 유쾌한 시간을 보낸다. 이후 방으로 돌아가 보니 죽어있는 부인. 완벽한 알리바이를 가지고 있는 그. 이 사건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누군가의 알리바이를 증명해주게 된 에이코와 마미코이지만 그런 트릭의 헛점을 빠른 시간내에 잡아낸다.

 

형사나 경찰이 아닌 일반인의 사건해결로 인해서 독자들은 훨씬 더 사건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자신감을 얻게 된다. 사건은 하드하지만 코지하게 접근할 수 있는 이야기. 이런 장르를 조금 힘들어하거나 어려워하거나 또는 초보자이거나 여성 독자들에게 더 인기가 많은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을 내뿜는 이야기들. 지금 보니 표지의 컬러는 요즘 유행한다는 형광 네온 컬러다. 이 역시도 유행을 반영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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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내가 죽은 집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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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린 시절의 일을 어디까지 기억하고 있나요? 중고등학생 시절? 초등학생 시절? 유치원? 아주 갓난 아이였을 때? 개인차는 존재하는 법이지만 아주 어린 시절에는 무엇을 하고 지냈는지 잘 기억 하지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죠.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만 기억이라는 것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희미해져가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보통 사진을 통해서 우리는 그때 있었던 일들을 기억하거나 윗 세대 사람들이 들려주었던 이야기를 통해서 기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그 기억이 너무나도 뚜렷이 남아있는 경우도 있죠.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한 획을 그었다던가 크게 다친 경우라면 그 일은 시간이 지나도 오랫동안 남아있을수도 있습니다. 그 반대로 오히려 그 상황이나 사건이 너무 끔찍했기에 기억되기 보다는 지워져 버릴수도 있습니다. 트라우마에 의한 부분적 기억상실인 경우죠. 자신이 그 기억을 가지고 있다면 살아가기가 힘들기 때문에 뇌에서 자정작용을 일으켜 없애버리는 것입니다.

 

여기 그러한 한 여자가 있습니다. 결혼을 했고 남편이 있고 아이가 있습니다. 그녀는 어린 시절의 사진이 없습니다. 물론 어린 시절의 기억도 없습니다. 무언가 기억이 날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것이 일상생활에 문제를 초래했다면 병원에라도 가봤을텐데 그저 그러려니 하고 살아왔습니다. 이제까지는요.

 

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남겨주신 지도 한장과 열쇠하나. 그녀는 그 열쇠가 어디에 쓰이는 것인지는 모릅니다. 단지 지도를 보았을 때 그곳으로 가면 이 열쇠가 맞는 곳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동창회에서 만난 예전에 사귀었던 그에게 같이 가기를 청합니다. 일년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였다면 그 열쇠도 그전에 받았을텐데 그녀는 왜 그동안은 가볼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요? 왜 구태여 그를 찾아와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걸까요. 남편이 있다면 그에게 말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것이 아니었을까요?

 

그녀는 아마도 어린 시절의 자신을 아는 그 누군가를 원했던 것 같습니다. 자기 자신을 온전히 어떤 편견 없이 바라봐 줄 사람을 말이죠. 그곳에 가면 자신의 어린 시절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짐작만 해봅니다. 그는 거절해버릴 수도 있었을 겁니다. 이제 와서 자신에게 부탁하는 그녀의 마음을 알 수 없었을테니 말이죠. 그에게는 그녀에 관한 마음이 아주 조금은 남아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그와 그녀는 그곳에 갑니다. 맞지 않는 열쇠. 열쇠가 맞는 곳을 찾아서 겨우 들어가 본 집. 그 집은 그녀의 옛 기억 속에서 남아있을까요? 그녀는 이 곳에서 자신이 잊고 있었던 기억을 되살릴 수 있을까요?

 

기존의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과는 조금 성격이 다른 형식의 글입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살인이 나오지 않습니다. 아니 살인은 존재하나 표면적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면서 벌어지는 일은 없다는 것이지요. 연쇄적으로 누군가 마구 죽어가지도 않습니다. 범인을 찾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지요. 사건이 진행되면서 범인이 밝혀지기는 합니다만. 등장인물이 많지도 않습니다. 그와 그녀. 단 둘뿐입니다. 그들이 보고 있는 일기 속에서 한 가족이 등장을 하긴 합니다만 그마저도 그렇게 많은 인원은 아니니 절대 헷갈릴 일은 없는 법입니다.

 

사건이 벌어지는 것도 아니고 범인을 잡는 것도 아니면 무슨 재미가 있어라고 말하시는 분들에게는 절대적으로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어지네요. 당신이 알지 못했던 재미가 이 속에 아주 잔뜩 숨겨져 있으니 말입니다. 참고로 비채에서 나온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들은 비슷한 느낌의 표지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소장하는 재미를 주는 시리즈일수도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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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녀를 위한 아르바이트 탐정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3
오사와 아리마사 지음, 손진성 옮김 / 비채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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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고등학생이라면 한창 입시에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지만 사이키 류에게는 그런 과정이 어울리지 않는 모양이다. 탐정일을 하고 있는 아버지를 따라서 간간히 아르바이트를 하는 그는 이번에 거물급 일을 맡게 된다. 라일왕국의 왕녀가 일본에 오는데 그 경호를 맡은 것이다. 생각에는 이 건을 잘 끝내면 대학을 가는 지름길도 열리지 많을까 하는 생각에 사심을 조금 포함시켜서 시작한 경호이지만 생각보다 일은 순탄치가 않고 온갖 고행을 겪게 된다.

 

만화처럼 그려진 표지는 아무리 탐정이 주인공이라고 해도 살짝 키치스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게 만들었는데 그것이 이때까지 이 책을 읽지 않고 미루게 된 요인이기도 하다. 그런 걱정과는 다르게 이야기는 편안함이나 장난스러움만을 가지고 있지 않다.

 

고등학생이 주인공이라고 해도 무면허로 운전을 하고 담배를 피고 오토바이를 몰고 다닌다. 지극히 불량스러운 조건이지만 이 모든 것은 그냥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있는 일과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모든 조건들이 무마될 수 밖에 없다. 자신이 죽을뻔한 위기에 놓여있는데 정식으로 면허를 제시할수는 없는 일 아닌가.

 

한 왕국의 왕녀이고 지금 왕이 병석에 누워있는 상태이니 다음 왕이 될 수도 있는 사람이지만 지금 신분은 고등학생이다. 일본에 온 이유도 대학을 알아보겠다는 것이 표면상의 이유이다. 일본에 있는 대학을 소개하기에 딱 적격인 류는 한순간 안심을 하고 방심을 하고 그러다가 자신도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되고 아직 탐정으로써 땡땡히 잘 여문 상태는 아니다. 그런 헛점을 아버지가 잘 커버해주고 있긴 하지만 혼자서 이 임무를 수행하기에는 아직 많이 모자람이 있다. 그 혼자 있었다가는 다들 죽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왕녀의 목숨을 노리는 두사람의 킬러가 있다. 그들로부터 왕녀를 보호해야 한다. 어디서 어떻게 나타날지 모르는 그들이기에 항시 긴장을 늦춰서는 아니된다. 류는 개인적으로 그녀가 조금씩 좋아지는데 풋풋한 그들만의 로맨스가 살짝 엿보이기도 해서 더욱 흥미롭다.

 

간지러운 부분이 있는데 그곳을 긁지 않고 주변만을 살살 긁으면서 변죽을 올리다가 막판에 확 가려움을 없애는 그러한 한방이 있는 이야기다. 사건은 무사히 완료되었지만 류의 활약을 조금은 더 보고 싶어진다. 대학을 갔는지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았는지 아버지와의 콤비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 궁금했는데 이 이야기가 아르바이트 탐정 시리즈의 제3탄이면서 시리즈의 첫 장편이라고 하니 앞의 이야기들이 번역되어 나와주었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오사와 아리마사. 어디선가 분명 이름을 들어본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예전에 완전 빠져들어서 읽었던 [신주쿠 상어] 시리즈의 작가였다. 그 시리즈는 정말 누와르적인 면이 흠씬 풍겼는데 그 책과 비교하면 전혀 다른 느낌의 이 책이라서 더욱 신선한 맛을 느낄 수가 있다. 그나저나 신주쿠 상어는 이제 나오지 않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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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커 컬러링 1 : 디즈니 프렌즈 스티커 컬러링 1
일과놀이콘텐츠연구소 지음 / 북센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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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그림을 스티커로 조각내어서 붙이는 것은 어른 아이를 추구하는 키덜트들에게 딱 맞춤이었다. 명화라는 소재가 고급스러움을 주고 스티커를 붙인다는 것은 아이스러운 단순함을 주었다. 한번 불붙은 스티커북의 인기는 끝없었다. 아이들의 점유물인줄 알았던 스티커북의 발상의  전환이 이렇게 큰 인기를 가져다 준 것이라 생각된다.

 

명화에 이어서 각종 동식물이나 유명인들을 소재로 하기도 하고 올림픽 시즌에는 스포츠까지도 소재로 만들어져서 나왔다. 이제 더이상 무엇이 있을가 했더니 이번에는 디즈니 캐릭터들이다. 미키와 미니, 도널드덕, 푸우와 점보까지 모두 다섯개의 캐릭터는 누구에나 익숙하고 인가가 많고 귀여운 캐릭터들이다. 그런 다섯 대표 캐릭터들을 한자리에 모아두었다.

 

 

 

일단 캐릭터는 귀엽지만 이것을 붙이는 작업은 전혀 아이스럽지 않다는 것을 미리 유념해야 한다. 기본이 2백조각을 넘어가는 스티커는 꽤 작은 조각도 있어서 아이들의 힘으로는 붙이기 어렵다. 단 직접 붙여본 바로는 도널드 덕의 경우에는 얼굴부분만 어렵고 몸통 부분은 큰 조각들이 많으므로 아이들과 같이 한다면 나누어서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장점이 있다.

 

그림을 스티커로 만든 경우에는 얼마나 원작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가가 완성도 면에서 비교가 될 것이다. 동물이나 식물같은 경우에는 명암이나 색채대비 효과를 주어서 얼마만큼 사실과 비슷하게 진짜처럼 이쁘게 만들었는가가 스티커를 만들 때 가장 중요시 생각하는 부분이 아닐까.

 

이 캐릭터의 경우에는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명암보다는 캐릭터의 정확성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색의 옷을 입은 캐릭터들과 얼마나 똑같은 느낌을 주는가가 관건이라 생각된다. 스티커 조각들로만 봤을 때는 잘 몰랐지만 붙여 놓고 보니 더 눈에 잘 들어왔다. 어떻게 이렇게도 딱 맞는 색들을 뽑아내었는지 거기다가 조각조각이 딱 들어맞는 것이 그야말로 실물 캐릭터라 해도 믿을 정도다. 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 책을 가지고 싶어질 것이다.

 

1편인 이 책은 디즈니 캐릭터들로 채워져 있다. 곧이어 나올 2권에는 공주 시리즈들로 우리가 알고 있는 그 공주들이 나온다. 여자아이들이라면 더욱 관심이 있어 하지 않을가. 물론 이것은 어른용이라는 것을 명심하시라.

 

한가지 아쉬운 것은 기존의 스티커북들이 보통 8-10개의 도안을 가지고 있는데 반해서 이 책은 다섯개 뿐이라는 것이다. 디즈니의 대표적인 캐릭터들로만 구성되어 있지만 둘씩 짝을 지어 새로운 구성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가령 미키와 미니를 함께 구성한 배경이 있었더라면 그마저도 귀여웠을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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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미션 - 죽어야 하는 남자들
야쿠마루 가쿠 지음, 민경욱 옮김 / 크로스로드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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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도서들도 다 같은 시스템인지는 모르겠으나 한국에서는 한 작가의 작품이 인기를 끌었다 하면 그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여러 출판사를 거치면서 줄기차게 들어온다는 느낌을 받는다.야쿠마루 가쿠라는 이 작가 또한 그러하다. 물론 에쿠니 가오리는 소담출판사, 가와이 간지는 작가정신 출판사처럼 딱 정해진 경우도 있는 편이다.

[돌이킬 수 없는 약속]으로 베스트 셀러에 오른 뒤 떨어지지 않고 있는 그의 책은 황긍가지와 몽실북스에서 나오기도 했고 이번에는 크로스로드 출판사에서 나왔고 이 책과 비슷한 시기에 다른 한 작품이 현음사에서 나왔다. 작가를 좋아하는 독자 입장에서는 한작가의 다양한 작품이 쏟아져 나오니 당연히 기뻐해야겠지만 때로는 그런 다른 출판사가 펴내는 판본이 다 똑같지 않아서 같은 작가의 작품을 모아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의 크기가 들쭉날쭉해서 수집하기에 애로사항을 주는 경우를 보기도 한다.


시간이 정해져있는 시간폭탄과도 같은 느낌을 주는 모래시게. 위쪽의 모래가 다 아래쪽으로 떨어지고 나면 그 모래시계의 주어진 시간은 끝이 난다. 시간이 끝난 후 터지는 폭탄과는 달리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모리시계의 특징이긴 하나 정해진 시간이라는 면에서는 동일한 조건이다.

표지에는 모래시계 속에서 두 남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서로 다른 정 반대의 위치에 있는 그들 둘. 하지만 그들 둘은 같은 모래시계 속에 들어있다. 결국 그들의 운명은 같다는 소리다. 이런 경우 어느 누가 빨리 떨어져 운명을 다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 행동일까.


어느날 말기암 판정을 받은 두사람. 트래이더였던 한 사람과 형사인 한 사람이다. 살인충동을 끊임없이 느끼는 한 사람이고 그런 살인충동을 일으키는 사람들을 잡아내야만 하는 한 사람이다. 범죄를 저지르고 다니는 한 사람과 범죄를 저지르는 그들을 잡아야 하는 한 사람이다.

한 가운데 나란히 놓인 튜브를 사이 좋게 나눠 끼고 정 반대편으로 달려가야 하는 두사람이다. 둘 중 하나가 목표한 곳에 도달했을 때 나머지 한 사람은 당연히 자신의 목표에 다다르지 못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끌려가게 된다. 이 경우 누가 승리자고 누가 패배자가 될까. 누가 누구를 끌고 가게 될까.


솔직히 말해서 흥미로운 설정이고 분명 재미는 있으며 읽히기도 잘 읽힌다. 하지만 계속적으로 범죄를 저질러야만 하는 범인의 심정이 잘 이해되지 않고 개연성이 부족해보이기까지 한다. 그가 그렇게 된 데는, 일종의 정신적인 이상을 가지게 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그 이유를 하나씩 밝혀주면서 독자들이 인식하지 못했던 개연성이 그제서야 조금씩 그 모습을 보이게 된다.

하나의 운명, 극과 극을 향해 달려가는 두사람, 끊임없는 대조로 인해서 끝까지 텐션을 잃지 않고 끌어가는 그 힘이 작가의 책이 왜 인기가 있는지를 증명해주는 바이다. 한동안 가쿠의 인기는 사그라들지 않고 계속되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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