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녀를 위한 아르바이트 탐정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3
오사와 아리마사 지음, 손진성 옮김 / 비채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일반적인 고등학생이라면 한창 입시에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지만 사이키 류에게는 그런 과정이 어울리지 않는 모양이다. 탐정일을 하고 있는 아버지를 따라서 간간히 아르바이트를 하는 그는 이번에 거물급 일을 맡게 된다. 라일왕국의 왕녀가 일본에 오는데 그 경호를 맡은 것이다. 생각에는 이 건을 잘 끝내면 대학을 가는 지름길도 열리지 많을까 하는 생각에 사심을 조금 포함시켜서 시작한 경호이지만 생각보다 일은 순탄치가 않고 온갖 고행을 겪게 된다.

 

만화처럼 그려진 표지는 아무리 탐정이 주인공이라고 해도 살짝 키치스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게 만들었는데 그것이 이때까지 이 책을 읽지 않고 미루게 된 요인이기도 하다. 그런 걱정과는 다르게 이야기는 편안함이나 장난스러움만을 가지고 있지 않다.

 

고등학생이 주인공이라고 해도 무면허로 운전을 하고 담배를 피고 오토바이를 몰고 다닌다. 지극히 불량스러운 조건이지만 이 모든 것은 그냥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있는 일과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모든 조건들이 무마될 수 밖에 없다. 자신이 죽을뻔한 위기에 놓여있는데 정식으로 면허를 제시할수는 없는 일 아닌가.

 

한 왕국의 왕녀이고 지금 왕이 병석에 누워있는 상태이니 다음 왕이 될 수도 있는 사람이지만 지금 신분은 고등학생이다. 일본에 온 이유도 대학을 알아보겠다는 것이 표면상의 이유이다. 일본에 있는 대학을 소개하기에 딱 적격인 류는 한순간 안심을 하고 방심을 하고 그러다가 자신도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되고 아직 탐정으로써 땡땡히 잘 여문 상태는 아니다. 그런 헛점을 아버지가 잘 커버해주고 있긴 하지만 혼자서 이 임무를 수행하기에는 아직 많이 모자람이 있다. 그 혼자 있었다가는 다들 죽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왕녀의 목숨을 노리는 두사람의 킬러가 있다. 그들로부터 왕녀를 보호해야 한다. 어디서 어떻게 나타날지 모르는 그들이기에 항시 긴장을 늦춰서는 아니된다. 류는 개인적으로 그녀가 조금씩 좋아지는데 풋풋한 그들만의 로맨스가 살짝 엿보이기도 해서 더욱 흥미롭다.

 

간지러운 부분이 있는데 그곳을 긁지 않고 주변만을 살살 긁으면서 변죽을 올리다가 막판에 확 가려움을 없애는 그러한 한방이 있는 이야기다. 사건은 무사히 완료되었지만 류의 활약을 조금은 더 보고 싶어진다. 대학을 갔는지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았는지 아버지와의 콤비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 궁금했는데 이 이야기가 아르바이트 탐정 시리즈의 제3탄이면서 시리즈의 첫 장편이라고 하니 앞의 이야기들이 번역되어 나와주었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오사와 아리마사. 어디선가 분명 이름을 들어본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예전에 완전 빠져들어서 읽었던 [신주쿠 상어] 시리즈의 작가였다. 그 시리즈는 정말 누와르적인 면이 흠씬 풍겼는데 그 책과 비교하면 전혀 다른 느낌의 이 책이라서 더욱 신선한 맛을 느낄 수가 있다. 그나저나 신주쿠 상어는 이제 나오지 않는 것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