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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미션 - 죽어야 하는 남자들
야쿠마루 가쿠 지음, 민경욱 옮김 / 크로스로드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외국 도서들도 다 같은 시스템인지는 모르겠으나 한국에서는 한 작가의 작품이 인기를 끌었다 하면 그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여러 출판사를 거치면서 줄기차게 들어온다는 느낌을 받는다.야쿠마루 가쿠라는 이 작가 또한 그러하다. 물론 에쿠니 가오리는 소담출판사, 가와이 간지는 작가정신 출판사처럼 딱 정해진 경우도 있는 편이다.
[돌이킬 수 없는 약속]으로 베스트 셀러에 오른 뒤 떨어지지 않고 있는 그의 책은 황긍가지와 몽실북스에서 나오기도 했고 이번에는 크로스로드 출판사에서 나왔고 이 책과 비슷한 시기에 다른 한 작품이 현음사에서 나왔다. 작가를 좋아하는 독자 입장에서는 한작가의 다양한 작품이 쏟아져 나오니 당연히 기뻐해야겠지만 때로는 그런 다른 출판사가 펴내는 판본이 다 똑같지 않아서 같은 작가의 작품을 모아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의 크기가 들쭉날쭉해서 수집하기에 애로사항을 주는 경우를 보기도 한다.
시간이 정해져있는 시간폭탄과도 같은 느낌을 주는 모래시게. 위쪽의 모래가 다 아래쪽으로 떨어지고 나면 그 모래시계의 주어진 시간은 끝이 난다. 시간이 끝난 후 터지는 폭탄과는 달리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모리시계의 특징이긴 하나 정해진 시간이라는 면에서는 동일한 조건이다.
표지에는 모래시계 속에서 두 남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서로 다른 정 반대의 위치에 있는 그들 둘. 하지만 그들 둘은 같은 모래시계 속에 들어있다. 결국 그들의 운명은 같다는 소리다. 이런 경우 어느 누가 빨리 떨어져 운명을 다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 행동일까.
어느날 말기암 판정을 받은 두사람. 트래이더였던 한 사람과 형사인 한 사람이다. 살인충동을 끊임없이 느끼는 한 사람이고 그런 살인충동을 일으키는 사람들을 잡아내야만 하는 한 사람이다. 범죄를 저지르고 다니는 한 사람과 범죄를 저지르는 그들을 잡아야 하는 한 사람이다.
한 가운데 나란히 놓인 튜브를 사이 좋게 나눠 끼고 정 반대편으로 달려가야 하는 두사람이다. 둘 중 하나가 목표한 곳에 도달했을 때 나머지 한 사람은 당연히 자신의 목표에 다다르지 못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끌려가게 된다. 이 경우 누가 승리자고 누가 패배자가 될까. 누가 누구를 끌고 가게 될까.
솔직히 말해서 흥미로운 설정이고 분명 재미는 있으며 읽히기도 잘 읽힌다. 하지만 계속적으로 범죄를 저질러야만 하는 범인의 심정이 잘 이해되지 않고 개연성이 부족해보이기까지 한다. 그가 그렇게 된 데는, 일종의 정신적인 이상을 가지게 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그 이유를 하나씩 밝혀주면서 독자들이 인식하지 못했던 개연성이 그제서야 조금씩 그 모습을 보이게 된다.
하나의 운명, 극과 극을 향해 달려가는 두사람, 끊임없는 대조로 인해서 끝까지 텐션을 잃지 않고 끌어가는 그 힘이 작가의 책이 왜 인기가 있는지를 증명해주는 바이다. 한동안 가쿠의 인기는 사그라들지 않고 계속되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레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