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앞으로 뭘
할까 고민하던 중 눈에 들어온 것이 비행승무원이었다. 그때는 대학의 학과보다도 학원이 더 유명했던 시기였고 한때 잠깐 재미있는 직업이겠다라는
생각을 했으나 필수조건이 수영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 지레 겁 먹고 포기했던 적이 있다. 그때 그 길을 택했다면 지금쯤은 수영도
어느 정도 하고 있을까. 아주 기초라도 말이다.
공장장이라는 별명이 있을만큼 빨리 글을 쓰고 책을 내는 게이고지만 한동안은 그의 새로운 책을 보지
못했었다. 요즘에 나오고 있는 책들은 초기작들의 개정판이 많은 편이다. 게이고의 책을 읽은지 얼마 되지 않은 나로써는 개정판이 나오는 것이
반갑기도 하지만 그의 팬들 중에는 새로운 작품을 목마르게 기다려 온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런 팬들에게는 약간의 이슬비 같은 작품이 되어 줄
것이다.
솔직히 작가의 이름을 보지 않고 읽는다면 게이고의 작품이라고 보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사건이
일어나고 경찰이 등장을 하지만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일명 A코, B코라고 불리는 승무원 콤비이기 때문에 하나의 사건이 많이 꼬이거나 심각한
사항을 띠고 있기 보다는 어느 정도 독자들도 유추할 수 있는 정도의 미스터리함을 함유하고 있다.
아주 진한 에스프레소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약간 싱거운 맛일지 몰라도 나처럼 샷을 하나 빼고 물을
추가해서 연하게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사람에게는 딱 맞춤인듯 한 이야기들이다.
이름인 에이코인 A코와 그녀의 옆에 찰싹 달라붙어있는 마미코가 B코라고 불린다. 약간은 통통한 체형의
그녀는 구슬처럼 동그랗다는 이유로 붙여진 별명이기도 하다. 서로는 너무나도 다른 개성을 뿜어낸다. 비단 생김새 뿐 아니라 회사에 들어오게 된 배경까지도 정반대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 일류대학을
중퇴하고 일등으로 합격하고 들어온 에이코와 겨우겨우 턱걸이해서 들어온 마미코는 안 어울릴듯 찰떡같은 콤비를 이루고 있다.
사건이 일어나고 생각을 하고 의견을 건네는 것은 에이코지만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서 활동하고 에이코가 낸
의견을 실행에 옮기는 이른바 행동대장은 마미코가 밑아서 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멋진 콤비인가. 보통 형사물에서 경찰들이 주인공일때 신입형사를
부하로 둔 베테랑 형사가 주인공으로 콤비를 이루어 사건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반명 여자 둘의 콤비는 좀체 찾아보기 힘든 편인데 작가는 그러한
면을 잘 파고든 것처럼 보인다.
승무원으로 일하는 콤비는 자신들의 직업상 특성을 사건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잘 발휘하고 있다. 기내에서
복통을 일으켰던 손님이 승무원들과 같은 호텔에 묵고 그들이 한잔 하는 곳에 찾아와 어울려 유쾌한 시간을 보낸다. 이후 방으로 돌아가 보니
죽어있는 부인. 완벽한 알리바이를 가지고 있는 그. 이 사건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누군가의 알리바이를 증명해주게 된 에이코와 마미코이지만
그런 트릭의 헛점을 빠른 시간내에 잡아낸다.
형사나 경찰이 아닌 일반인의 사건해결로 인해서 독자들은 훨씬 더 사건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자신감을
얻게 된다. 사건은 하드하지만 코지하게 접근할 수 있는 이야기. 이런 장르를 조금 힘들어하거나 어려워하거나 또는 초보자이거나 여성 독자들에게 더
인기가 많은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을 내뿜는 이야기들. 지금 보니 표지의 컬러는 요즘 유행한다는 형광 네온 컬러다. 이 역시도 유행을 반영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