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없는 세계
미우라 시온 지음, 서혜영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고도 감정도 없을 터인 식물이, 인간보다도 타자를 더 잘 수용하고 더 초연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는 건 참으로 얄궂다. (146p)

 

미우라 시온의 책은 전문적이다. [배를 엮다]라는 작품을 보았을 때도 그러했다. 내가 몰랐던 사전출판에 관한 이야기가 어찌나 세세하도록 나오던지 읽는 내내 내가 마치 그 출판사의 사전부에 있는 냥 느껴지게 되었었다. 그래서 작가의 작품을 좋아했다. 반면 [고구레 빌라 연애소동]은 그래서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작가 이름을 모르고 읽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내가 알고 있는 작가의 작품이 아닌 전혀 다른 작가의 작품을 보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다양한 변주를 일으키는 작가의 작품을 더욱 좋아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번에는 식물학이다. 분명 작가는 식물학을 전공하기 않았을 것이고 설사 전공했다 하더라도 박사과정까지 수행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약력상 그런 내용은 없었으므로 말이다. 그럼에도 식물학 박사과정에 있는 주인공을 통해서 그 과정을 세부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렇다고 아카데믹하게 흘러버리면 과학수업 시간 같거나 일반인들이 이해하지 못할 부분이 나오므로 그 적절수위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했을 것이다.

 

주인공의 연구과정을 설명하면서도 결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을 적정선을 지켜야 했을 것이다. 작가는 그 균형을 기가 막히게 맞춰놓았다. 마치 남사당패의 놀이꾼이 줄을 타듯이 음식점에서 일하는 후지마루의 요리분야와 식물학 공부를 하는 모토무라의 식물분야를 이쪽저쪽 넘실넘실거리고 있다.

 

결국 요리란 건 생과 사를 잇는 멋진 행위라고 생각한다. (18p)

 

제목의 '사랑 없는세계'란 사람이 살고 있는 이 세계가 아닌 식물들이 살고 있는 세계를 의미한다. 뇌가 존재하는 않는 식물들. 따라서 마음이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고 생각이라는 것도 없을 것이고 고로 사랑이라는 감정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세계에 사랑을 가지고 미쳐있는 모토무라. 그녀는 그 사랑없는 세계를 너무나도 사랑한다. 사랑한 나머지 자신의 일생을 다 바쳐서라도 그들의 세계를 연구하려고 매진중이다. 절대 다른 곳에 눈을 돌릴 여유가 없다.

 

자신이 연구하는 애기장대를 키우고 그들을 수분시키고 유전자를 확인하고 세포의 수를 세고 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남들이 보기에는 따분해보이고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고 지루한 일처럼 보이지만 그녀에게는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를만큼 흥미로운 일이며 관심이 있는 분야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동년배의 다른 사람들처럼 누군가 이성에게 관심을 가지고 데이트를 하는 일도 하다못해 자기 자신을 위해서 꾸미는 일도 관심외 분야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매일같이 연구실에 들러서 자신이 연구하는 애기장대를 보는 것, 그것이 그녀에게는 최고의 낙이자 살아있는 목표일수도 있겠다.

 

그래서 저는 식물을 선택했어요. 사랑 없는 세계를 사는 식물 연구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누구하고든 만나서 사귀는 일은 할 수 없고, 안 할 거예요. (96p)

 

그런 그녀에게 대뜸 고백을 해버린 사람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후지무라다. 그녀를 보고 그녀에게 빠져버리는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남들이 보아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그녀의 세계, 그것이 좋았던 것일까. 그는. 멈추지 않고 그대로 돌격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당연히 거절. 자신만의 세계 아니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 식물의 세계에 빠진 그녀로서는 다른 사람의 존재를 거부할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만 해도 모자라는 시간이었기에 말이다. 그녀가 박사과정을 위한 연구만을 목표로 했더라면 또 결론은 달라질 수도 있었을지도 모른다. 박사과정이 끝난 후 그들의 관계가 달라질 것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에게 있어서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박사과정은 자신이 공부를 하는 가운데 있는 그야말로 하나의 과정일뿐 그녀는 진정으로 식물들을 사랑하고 그들의 세계가 궁금했던 것이다. 연구를 해 본 사람이라면 알수도 있겠다. 그것이 끝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닌데 어디서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큰 영광을 꿈꾸는 것도 아닌데 그 세계에 빠져서 헤어 나올수가 없는 것 말이다. 무엇이 그녀로 하여금 그렇게 식물에 빠지게 만들었을까.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도 아닌 식물과 경쟁관계에 놓인 후지무라. 그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사랑없는 세계에서 그녀는 빼내어 자신의 소유로 삼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이 그 세계 속으로 동화되어 가려고 노력중이다. 언젠가 그 사랑없는 세계에 그가 들어갈 수 있다면, 완벽하게 그 속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면 그곳에서 자신이 좋아하던 그녀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그때쯤이라면 그녀도 그의 사랑을 이해하고 받아주지 않을까. 그때까지 부디 그가 지치지 않기를 식물관의 싸움에서 지지 않기를 응원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네 번째 원숭이 모중석 스릴러 클럽 49
J. D. 바커 지음, 조호근 옮김 / 비채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네 마리 원숭이라는 이름은 일본 닛코의 도쇼구 신사에서 유래했습니다. 신사 입구 위에 원숭이상 세 개가 있는데, 첫 번째 원숭이는 귀를 , 두 번째 원숭이는 눈을, 세 번째 원숭이는 입을 가리고 있습니다. 이들 원숭이상은 각각 "악을 듣지 말고, 보지 말고, 말하지 말라"는 뜻을 품고 있습니다. 네 번째 원숭이는 "악을 행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45p)

 

<출처는 사진 속>

 

내가 일본에서 처음으로 갔던 도시는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목적으로 가는 도쿄나 오사카, 교토가 아니었다. 닛코와 니가타라는 시골마을이었다. 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려 스키장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시즌이 끝난 후에는 온천으로 유명한 곳이라고 했었다. 초록색이 참 푸르게 느껴졌던 한적한 시골마을이었다. 이곳에서 바로 그 네마리 원숭이상을 보았었다. 그것을 스릴러 책에서 마주할 줄이야.

 

5년동안 일곱명의 여자들이 당했다. 범인은 한 사람당 세개의 상자를 보내왔다. 피해자의 가족에게 말이다. 처음에는 귀를 그리고 눈을 마지막으로 혀를 보냈다. 깨끗하게 잘려서 무슨 선물인냥 리본으로 묶여진 박스. 박스를 여는 순간 그들은 모두 자신들에게 가해진 범행으로 말미암아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그렇게 범행은 일곱번에 걸쳐서 행해졌고 박스는 스물한개가 보내졌다. 시간은 5년이 흘렀고 경찰은 결국 그 범인을 잡지 못했다. 그리고 오늘이다.

 

사고현장에서 걸려온 한통의 전화. 사고 현장이라는 파트너의 전화이다. 사건이 아니라 사고다. 왜 자신이 불려나가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그는 준비를 하고 간다. 사고는 명확했다. 버스에 치인 한 남자. 자신은 결코 잘못이 없다는 버스 기사. 남자가 갑자기 자신의 앞으로 뛰어 들었다는 것이다. 옛날도 아니고 블랙박스나 카메라를 돌려보면 어떤 상황이었는지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사고때문에 그를 부르지는 않았다. 피해자가 가지고 있던 것은 바로 그 상자였다. 지난 5년 내내 지극지극하게 많이 보아왔던 그 상자. 바로 그 상자가 그 남자에게서 발견된 것이다. 이 남자가 바로 그 사건의 범인인가.

 

많지 않은 등장인물이지만 제일 앞쪽에 등장인물의 설명을 해 놓고 있다. 이야기는 각기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그려진다. 그래서 이렇게 인물소개를 미리 해두었는지도 모른다. 챕터별로 주인공이 달라지고 그들의 관점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는 시점의 변화로 인해서 더 새로움을 주고 같은 사건을 다르게 보일 수 있게 한다.

 

사건을 새로운 시각에서 보는 것은 중요하다. 매너리즘에 빠질수도 있는 것을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글에 익숙한 사람들은 약간의 오타나 말이 뒤집힌 경우가 있어도 그것을 인식하고 이해한다. 하지만 이것을 생활이 아닌 언어로 보는 외국인들은 틀린 점을 더 잘 찾아낼 것이다. 사건도 마찬가지다. 매번 보는 시각에서만 본다면 같은 것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관점이 필요해진다.

 

하나 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와 더불어 '일기'라는 이름의 다른 이야기가 겹쳐진다. 4MK사건의 범인으로 알려진 사고 피해자가 가지고 있었던 노트다. 당연히 증거품 목록에 들어가야하지만 이 사건을 맡고 있는 그는 자신이 읽어보겠다면 그것을 따로 챙긴다. 이 일기가 또 다른 사건의 시작이다.

 

이런 장르소설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당연히 이 일기에 의문을 품을 것이고 이 일기에 나오는 등장인물을 사건의 누군가와 또는 범인과 연결을 시키려고 노력을 할 것이다. 일기와 현장은 평행을 달리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그 이전의 사건들이다. 한 아이의 일상을 그려놓고 있는 이야기는 상상하지 못했던 그 이상의 일탈을 보여주며 오히려 현실의 사건들보다도 더 깊이 그 속에 빠져들게 한다.

 

작가는 4MK사건을 정리하며 피해자들과 지금까지의 상황 그리고 드러난 증거들을 일목요연하게 차트로 정리해두고 있다.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정리법이다. 바로 제프리 디버의 <라임시리즈>들이 이런 식으로 정리를 해두고 있지 않던가. 지금까지의 상황을 정리하고 앞으로 드러난 것들을 거기에 덧붙여 표기하는 방식이다. 해결된 것은 다시 한번 정리를 해둔다. 작가는 분명 디버의 영향을 받았음에 틀림없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듯이 보인다. 라임시리즈와는 다르게 이 표가 자주 등장을 하지는 않는다. 주인공의 특성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작가의 데뷔작은 충분히 관심을 끌고도 남는다. 이 사건을 이끌어 가는 전담반의 샘 포터 시리즈는 두권이 더 나왔다고 한다. 모르면 그냥 넘어갈 수 있었겠지만 이제 한번 맛을 본 이상 그 책을 읽지 않고 넘어갈수는 없을 것 같다. 번역이 되지 않는다면 원서라도 찾아 읽고싶은 마음이 아주 굴뚝같다. 산타 할아버지가 굴뚝으로 넣어주시지 않으시려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곱 개의 회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6
이케이도 준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대하면 배신당하지. 대신 기대하지 않으면 배신당하는 일도 없어. (47p)

 

회사에서는 회의를 한다. 사장단 회의부터 시작해서 각종 작은 미팅들까지 회의는 일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존재라고 여겨서 그런지, 하나의 주제를 놓고 여러 다른 사람들이 같이 일을 해서 그런지 끝없는 회의가 이어진다. 회의를 짧게 끝내기 위해서 팔굽혀펴기를 한 자세로 회의를 하는 사진을 보기도 했다. 실제로 그렇게 해서 더 짧은 시간에 끝이 날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얼마나 효율적인지는 잘 알 수는 없다.

 

물론 회의가 길다고 해서 꼭 좋은 결과물을 배출하지는 않는다.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사람들의 집중력을 흐트러지고 결국은 쓸데없는 잡담만 늘어갈 뿐이다. 가능하면 가장 필요한 부분들로만 구성해서 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사카도는 늘 양지바른 오르막길을 올라가고, 하라시마는 그늘진 내리막길을 계속 내려간다.(13p)

 

여기 한 회사의 회의가 있다. 영업2부는 자신들이 목표로 한 것보다도 훨씬 더 낮은 결과물을 내밀었고 그로 인해서 위에서부터 줄줄이 좋지 않은 소리를 듣게되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그런가 하면 엽엉1부는 그야말로 기세등등하다. 자신들이 목표로 한 것보다도 훨씬 더 많은 실적을 올린 것이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준 셈이니 칭찬을 하지 않을수가 없다. 이렇게 회사란 곳은 경쟁의 연속인 것이다. 그러나 잘한다고 해서 언제까지나 잘하라는 법은 없고 그것이 꼭 전부는 아닌 법이다.

 

대기업이 돈을 벌기 위해 하청은 적자가 된다. (87p)

 

회사가 크면 클수록 작은 부서들로 나누어진다. 하나의 일을 하기 위해서 혼자 다해야하는 소규모의 회사가 아닌 경우에는 하청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의 일거리를 나누어서 작은 기업들에게 맡기게 된다. 대기업의 경우에는 그런 자회사들까지도 자신들의 회사에 일거리를 넘겨서 더 많은 이익을 추구하지만 그렇지 못한 회사들이 더 많다.

 

하청을 받은 회사들은 최선을 다해서 좋은 제품을 기한 내에 만들려고 노력을 한다. 그래야만 그들과의 계약도 유지가 될 것이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은수록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그들 사이에서도 비교를 해서 채택을 당하게 될 것이다. 대기업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누리려고 할 것이다. 하청업체들은 한건이라도 더 사업을 따려고 가장 낮은 가격을 입찰할 것이다. 모두가 다 규칙과 규격을 지켜야 하겠지만 그렇게 해서 손해보는 것은 누가 보상해줄 것이란 말인가. 여기에서 이상과 현실사이의 괴리감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일이란 말이지, 돈을 버는 게 아니야. 사람들한테 도움이 되는 거야. 사람들이 기뻐하는 얼굴을 보면 즐겁거든. 그렇게 하면 돈을 나중에 따라와. 손님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장사는 방해. (365p)

 

청소년기를 지나고 대학까지 공부를 한 성인들은 자신의 직업을 찾아서 취직을 하게 된다. 하나의 직업을 가지고 평생을 가는 경우도 있지만 이직과 전직을 반복하게 되기도 한다. 자신이 무얼을 잘하며 무슨 일을 하는 것이 좋은가를 찾지 못해서 방황을 하기도 한다. 일이라는 것을 무엇이라고 생각했는가. 그저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던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었던가.

 

분명 도움은 되는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은 맞는 것 같은데 기뻐하는 얼굴을 본 적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들이 기뻐하면 돈이 저절로 따라온다고. 그것은 이상적인 말이기는 하지만 현실적인 말이기도 했던가. 적어도 장사하는 입장에서는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회사에 있는 각기 다른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삼아서 벌어지는 다중화자의 이야기들은 가긱 다른 시점으로 회사의 일들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이 사람은 이런 일을 이렇게 해왔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들의 관점에서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그들을 이해하게 된다. 그 입장이라면 그렇게 했을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그래도 옳은 건 옳은 거야. 잘못된 건 잘못된 거고. 그 외에 뭐가 있어. (324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인의 해석
제드 러벤펠드 지음, 박현주 옮김 / 비채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프로이트의 설명에 따르면, 햄릿이 무의식적으로 클로디어스처럼 자기 자신도 아버지를 죽이기를 바랐고, 아버지 대신 어머니와 한 침대에 들기를 바랐다는 것이다. 따라서 클로디어스는 햄릿이 간직한 비밀의 화신이요, 햄릿 자신의 거울이었다. 햄릿의 생각은 복수에서 죄책감과 자살로 곧장 이어졌는데, 이는 삼촌에게서 자신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클로디어스를 죽이는 것은 자신의 오이디푸스적 욕망을 재현하려는 행위인 동시에 일종의 자기 학살이었다. (193p)

 

프로이트

심적 작용을 물질적 여러 조건으로부터 분리하여 심적 과정은 물질적 과정과 병행하여 존재하는 독립적인 것이라 생각하는 정신물리적 병행론을 주장하며 의식의 심층에 있는 특수하며 영구적인 힘이 심적 과정을 지배하고 있다고 보고 그것으로부터 정신분석이라는 이론을 만들어 낸 심리학자이다.

 

프로이트의 심리학에 영향을 받았지만 정신 현상을 성욕에 귀착시켜 설명하는 그에 반대하였고 아들러의 사상을 받아들여 성격에는 내향형과 외향형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미개인의 생활을 관찰한 것을 바탕으로 심층 심리에는 단순히 개인적인 것 뿐만 아니라, 오랜 집단 생활에 의해 심리에 침전된 '집단무의식'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프로이트와 융 / 네이버 제공>


심리학이나 상담학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 하더라도 프로이트나 융이라는 이름을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만큼 이 분야에 있어서 한 획을 그은 아주 중요한 인물들이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본능에만 충실한 동물들과는 다르게 생각이라는 것을 하며 그로 인해서 단순한 생각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복잡한 정신세계까지 이르게 된다. 그런 모든 과정들에서 생겨나는 문제들을 다루고 있는 것이 바로 정신분석학일 것이다.

 

지구가 둥글고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것을 절대 믿지 않았던 사람들처럼 모든 분야에 있어서 초창기 사람들의 반발은 예건된 것일수도 있다.. 이 정신분석학 또한 마찬기지였을 것이다. 심장소리를 듣고 체온을 재고 직접 몸을 보는 것으로써 병의 진단여부를 판단하는 것과는 다르게 단지  질문을 하고그에 대한 응답을 듣고 또는 사람들의 꿈 이야기를 듣고 또는 어린 시절에 있었던 이야기들을 듣고 분석해서 정신적인 병적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흡사 사이비처럼 보였을 수도 있다. 더군다나 뇌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일이다보니 처음에는 신경과의사들과도 많은 마찰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정신분석학의 대가들이 살인사건에 투업되면 일반적인 경찰들과는 어떻게 다르게 접근을 할까. 그것이 작가가 이 소설을 쓰게된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1909년 아직 미국이 지금처럼 완전히 발달되기 전이다. 여기저기 공사들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오늘 이 빌딩이 가장 높은 빌딩이라고 선언했는데 내일 저 빌딩이 가장 높은 빌딩이라고 다시 번복해야 하는 그런 급변화의 시기인 것이다.

 

이런 시기에 대학의 초청을 받아 뉴욕에 온 프로이트와 융. 그들은 고층빌딩에서 한 여자가 살해된 사건에 연관이 된다. 손이 묶인 채 목이 졸린 한 여자. 몸에는 채찍질의 흔적까지 보인다. 프로이트는 직접적으로 이 사건에 관여하기보다는 자신의 제자인 영거로 하여금 피해자의 정신분석을 의뢰하며 자신은 도움을 주는 존재로 뒤에서 서포트한다. 영거와 프로이트는 과연 이 죽음에 얽힌 모든 비밀을 파헤쳐 범인을 잡을 수가 있을까.

 

과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증거 중심인 요즘의 수사기법과는 확연히 다른 측면으로 접근하고 있는 이 이야기는 파해자가 어떠했을 것이라는 그런 분석을 해야 하는 것과 동시에 비슷하게 일어난 다른 사건의 피해자의 생각도 알아내야 한다. 요즘으로 말하면 일종의 프로파일러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프로이트가 주장하는 모든 학설과 더불어 셰익스피어의 역작인 햄릿의 이야기까지 인용되어서 실로 방대한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햄릿을 소설이 아닌 희곡으로 읽었었다. 학교 다닐 때 읽었고 너무 유명한 터라 줄거리만 기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읽어본다면 아마도 그의 생각과 그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 조금은 다르게 접근해 볼수 있지 않을까.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확연히 다른 것처럼 나의 생각은 또 그때와 많이 다르지 않을까.

 

원서가 있고 그것을 번역하는 번역자에 따라서 독자들은 원서를 받아들이게 된다. 일단 번역자의 입김이 가해진 이야기를 읽게 되는 것이다. 해석이라는 것이 원래 그러하다. 그렇다면 하나의 살인사건을 두고서도 그 사이에 번역자가 있다면 그 사건은 전혀 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겠는가. 프로이트라는 해석자가 앞에 있는 이 살인의 '해석'은 어떻게 다르게 느껴지게 될까.

 

인간 두뇌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불완전하오.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바꾸어 놓는 약은 없어요. 사람들의 망상을 치료해주는 약도 없고. 성적인 욕망이 세상에 만연하게 하지 못하게 하면서 한편으로는 풀어주는 방법 같은 것도 없소.(511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스터리 세계사 - 세상을 뒤흔든 역사 속 28가지 스캔들 테마로 읽는 역사 3
그레이엄 도널드 지음, 이영진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역사'란 지나간 사건들을 다루기에 당연히 진실일 것이라고 믿어왔다. 과거에 일어났던 일이라 그 누구도 바꿀 수가 없기에 더욱 확실하다고 여겨오기도 했다. 그런 사건들이, 내가 알고 있고 믿어왔던 사건들이 사실이 아니라면 그 충격은 꽤 크고 여파는 오래갈 것이다. 가령 예를 들어 세종대왕이 실제로 한글을 만든 것이 아니라면(영화 속에서는 그런 설정이 있기도 했었다), 이순신 장군이 내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 한 것이 아니라면, 대동여지도를 김정호 선생이 만든 것이 아니라면 그 느낌은 어떠할 것인가.

 

2

총5부로 구성된 이 책에서는 <허무와 날조의 역사>를 시작으로 <가짜 항해와 모험담들> 그리고 <살인사건의 진상>을 알려주고 <건축과 종교의 미스터리>와 함께 마지막으로 <분쟁와 재앙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소개하고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그 사실은 더욱 놀랍다.

 

첫번째 이야기는 프랑스의 잔다르크에 관한 이야기다. 프랑스 군대를 이끌고 백년 전쟁에 참가하여 승리를 거두었지만 마침내는 마녀사냥에 의해서 화형을 당했다는 그녀. 위인전에서도 그렇게 읽어왔기에 추호도 의심을 해보지 않았었다. 당연하지 않은가. 그런 사람들만이 위인이 될 것이라고 여겨왔기 때문일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던 그 잔다르크가 그저 평범한 사람이라면 어떠할까. 저자는 역사적인 문헌들을 통해서 그녀가 평범한 시골 소녀임을 알려주고 있다. 그녀가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기는 했으나 그렇게 뛰어난 전쟁영웅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유관순 열사가 그저 평범한 소녀였다고 상상해본다면 더 가깝게 여겨지는 비유일수도 있겠다.

 

프랑스에서 학교를 다니고 프랑스 자국 역사를 배우지 않아서 학교 내에서 어던 식으로 잔다르크에 관해서 가르치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정말 뛰어난 사람이었다면 학교에서도 그렇게 가르치지 않았을까. 우리나라에서 유관순 열사에 의해서 가르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진위성에 수많은 의혹을 담고 있는 이 사람에 관한 설명이 학교에서 어떻게 알려주고 있는지가 정말 궁금해진다.

 

이런 식으로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사람 - 모차르트와 클레오 파트라를 포함하여-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있는가하면 국가 기밀을 알았던 라스푸틴 그리고 아내를 죽여 묻은 의혹이 있는 크리펜 같이 낯설고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들도 존재한다.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서 호기심이 덜해지지 않는다. 연계된 사건들은 충분히 흥미롭고 진상을 알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3

여기의 모든 이야기들이 저자가 자신의 상상으로 이러했을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충분히 문헌을 찾고 그에 관련된 이야기들의 증거를 찾아서 실상을 알려주고 있기에 그것이 사실이기에 더욱 흥미로운 사실들이다. 항상 주장하는 바 비하인드 스토리는 재미난 법이고 사람들이 모르는 그런 숨겨진 이야기는 혼자 숨겨놓고 야금야금 하나씩  빼먹는 젤리처럼 달콤한 법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