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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에 대하여 ㅣ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도리스 레싱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0년 5월
평점 :
등에는 얼룩무늬가 있었다. 회색과 크림색이 섞인 예쁜 얼룩무늬였다. 몸 앞쪽과 배는 흐릿한 황금색, 샴 크림색이고, 목에는 짧은 검은색 막대 같은 무늬들이 있었다. 얼굴은 누가 검은색 연필로 섬세하게 그려놓은 그림 같았다. 눈 주위에는 가느다란 검은색 고리들, 뺨에는 가느다란 검은색 줄무늬, 자그마한 코는 크림색이고 코끝은 분홍색, 윤곽은 검은색, 날씬한 앞다리를 똑바로 세우고 앉아 있는 녀석의 모습을 앞에서 보면, 이국적인 아름다움이 있었다. (60p)
얼마나 고양이를 사랑하고 얼마나 고양이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면 이런 아름다운 문장으로 고양이를 설명할 수가 있을까. 문장으로만 봐도 고양이에 관한 사랑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듯 하여 작가가 고양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른 어떤 형용사를 사용하지 않아도 알 것만 같다. 번역된 문장으로도 이렇게 느낄진대 원문으로 본다면 더욱 그 감정이 배가될 것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대도시에서 쓰레기를 뒤지거나 구걸로 먹이를 구하고 , 날씨가 나쁠 때 야외에서 잠을 자며 살아가는 고양이들은 오래 살지 못한다. (207p)
길고양이라는 말을 쓴다. 한국에서는 그러하다. 정해진 주인이 없이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아이들이다. 한때는 그런 길고양이를 사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단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다. 물론 법으로 제재가 가해진다. 아무리 들짐승이라 해도 위해를 가하는 것은 살인이나 마찬가지다. 주인없이 자라는 그들은 딱히 어디에서 먹을 것이 구해지지 않으면 굶어야 한다. 야생이라 하더라도 주어진 공간이 도시이다 보니까 먹을 것이 그렇게 많지도 않다.
그런 저들을 도와주는 손길이 있다. 바로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사람들이다. 동네마다 고양이를 보호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먹을 것을 주고 챙겨줌으로써 고양이들은 마구잡이로 쓰레기들을 헤집어 놓지 않고 개체수가 유지가 되면서 서로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우리 동네에도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저들이 없으면 쥐들이 많아지게 된다고 하니 공생하는 법을 배우는 셈이다.
왜냐하면 고양이에게 반드시 수술을 시켜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는 순간 ······ 음, 그런 짓은 나쁘다. 게다가 그것이 상식적인 일이라고 인정한다고 해서 기본적인 죄책감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255p)
고양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중성화 수술이다. 각 지자체에서 보호하는 고양이들도 꼭 이런 단계를 거쳐서 자유롭게 놓아준다. 그렇지 않으면 고양이들의 개체수가 많아져서 감당이 되지 않을 것이다. 작가도 경험이 있다. 본문에서 언급되는 새끼 고양이 죽이기가 바로 그것이다. 고양이가 한번에 하나의 새끼만 낳는 것이 아니다 보니, 거기다 이 친구들은 왜 그리고 짝짓기를 자주 하는지 뒤돌아서면 어느새인가 또 새끼를 배고 있다.
그렇게 태어난 새끼 고양이들. 그들 중에 몇마리만 남겨놓고 나머지는 아예 죽여버리는 것이다. 그 마음이 오죽할까. 그러니 죄책감이 들더라도 차라리 중성화 수술을 시켜서 유지시켜주는 것이 그들을 위해서도 더 나은 방법일지도 모른다. 아니려나.
우리가 쓰다듬어주거나 턱을 만져주거나 머리를 살살 긁어주면 기분 좋게 목을 울리며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고양이 친구. (264p)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오래전 옆집 고양이가 생각났다. 처음 외국으로 가서 아무도 없이 나 혼자 살아야 했을 때 책상에서 공부를 하다가 바로 옆 창문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그곳에 자리 잡고 있었던 눈처럼 하얀 고양이. 아마도 옆집 고양이였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그 친구는 꼭 그자리에서 공부를 하는 나를 지켜보듯이 앉아있었다. 이사를 하게 되면서 더이상 인연을 샇지는 못했지만 아름다웠던 자태를 뽑내던 그 고양이가 생각났다.
고양이에 관한 유려한 문장으로 작가의 고양이 찐사랑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 내가 고양이 집사다 하는 사람은 완전공감을 외치며 읽게 될 것이다. 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