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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키운 건 8할이 나쁜 마음이었다
이혜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9월
평점 :
그저 새하얗다. 무어라 다른 표현이 필요 없을 만큼 하얗다. 제목 그대로 나쁜 마음으로 말하자면 가제본인 줄 알았다. 책이 잘못 온 줄 알았다는 뜻이다. 그저 단순하게 하얗지마는 않다. 자세히 보면 가장 정 중앙에 빨간 두개의 생물체가 보인다. 하나는 뿔이 달렸고 하나는 날개가 달린 것으로 보아 천사와 악마임을 알 수 있다.
우리 안에는 늘 두가지의 마음이 공존한다.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는 개인의 자유다. 그 누구라도 두가지 모두 선택할 수는 없다. 사람은 빵에 손에 들고 있던가 먹던가 둘 중 하나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또 누군가 말했듯이 늘 가지 못한 길이 더 아름다와 보이는 법이라고 선택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늘 남는 법이다. 하지만 인생은 시험지가 아니듯이 정답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무엇이 정답이고 무엇이 오답일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작가는 딱 네가지의 싫음으로 이 책을 구성해 두었다. 사람이 싫고 회사가 싫고 너가 싫고 내가 싫다. 이렇게 싫으면 모든 것이 다 싫음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작가는 자신을 만든 것의 8할이 나쁜 마음이라고 명명하고 있으니 이 모든 것이 다 자신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볼 수밖에는 말이다.
제발 내 이모티콘 값 좀 존중해 줘. (24p)
이모티콘을 꼬박 꼬박 사는 이유가 이제는 대화 끝임을 알려주기 위해서라는 작가의 변이다. 사실 나도 그런 용도로 사용하기는 하지만 작가와는 다르게 꼬박꼬박 사지는 않는다. 그저 단지 몇개 있는 것들을 돌려막기 할 뿐일지라도 말이다. 작가를 아는 사람들이여, 제발 이모티콘을 보내면 대화 끝이라고 여겨주기를 부탁하는 바이다.
아주 간혹,
예상치 못한 사람이 내 손을 잡아줄 때가 있다.
그 한 사람을 찾기 위해,
그 숱한 딴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왔던 것이다.
성과라면 성과다. (71p)
내가 잘 나갈 때는 사람들이 줄을 선다. 내가 못 나갈 때면 사람들이 떨어져 나간다. 그럴지라도 주위에 남는 사람은 있다. 찐으로 내 사람인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내가 나임을 인정해주는 사람. 나 자체로 나를 믿어주는 사람 , 늘 내편인 사람. 그래, 그것이 성과일 것이다. 그 무엇보다도 큰 성과말이다.
진짜 있을 줄 알았지 뭐야
대충 살 걸 그랬어. (101p)
기자 경력이 10년을 넘어가는 작가는 회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아니 작가 뿐 아니라 회사를 다니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나도 이렇다라면서 두손 들고 반가와 할 사람이 분명 근로자들의 절반 이상일 것이라고 생각되어진다.
나는 회사를 다닌다라는 독자들이여 이 책을 읽어라, 그리고 공감해라. 나도나도 하면서 말이다. 그 어디에도 일도 하고 돈도 벌고 감동도 느끼고 보람도 있는 그런 회사는 없다. 그것을 취직하기 전에 알아야 할 것이다. 일은 일이고 돈은 돈이고 사람은 사람이고 보람은 보람이다. 모든 것이 다 좋을 수는 없는 법이다.
부정적인 말을 하는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 부정적인 것이 내게도 옮을까봐 그러하다. 가뜩이나 힘든데 말이라도 좋게 해야지 힘을 내지 않겠는가.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나의 선택지에서 약간 포인트가 벗어났지만 그래도 뭐 어떠한가. 이런 식으로 한소리 늘어놓고 나면 마음 편해지는 것을 우리는 누구보다 더 잘 알지 않던가. 이제 여기에 몽땅 쏟아 놓고 나니 편안한가. 작가님이여. 이제는 죽겠다, 싫다 하지말고 살겠다, 좋다 할수 있는 그런 시간이길 바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