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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미 에비
J .P. 포마레 지음, 이순미 옮김 / 서울문화사 / 2020년 7월
평점 :
처음부터 잘못된 산을 오르고 있었다. 아니 잘못된 산이 아니라 다른 산이었다. 실컷 오르고 나서 정상에 가서 이 산에 아닌갑다라고 누가 말했다던가. 이 이야기를 읽는 누구라도 이것이 심리스릴러라는 것을 먼저 인식하고 읽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어느 쪽으로 접근해서 이 이야기를 풀어갈지를 알 수 있을 것이고 그래야만 자신이 읽고 있는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 한 명의 여자와 한 명의 남자가 있다. 그들은 마을 사람들과의 적당한 교류만 있을 뿐 외톨이와 마찬가지로 고립된 삶을 지속하고 있다. 이곳은 뉴질랜드의 알려지지 않은 시골마을이다. 그들은 호주에서 온 사람들이다. 둘은 무슨 관계이며 왜 이 곳에 정착하고 있는 것일까.
표면상으로 남자는 짐이라 불리고 여자는 에비라 불리운다. 짐은 삼촌이고 에비는 조카일 터이다. 하지만 둘의 관계는 애매하다. 거기다가 짐은 대놓고 에비를 감시하는 모양새이다. 그녀로 하여금 핸드폰으도 가지고 있지 못하게 하고 요즘 같은 세상에 검색도 하지 못하게 한다. 다 그녀를 위해서라는 이유에서다. 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처음부터 이 둘을 의심했다. 분명 무언가 일을 저지르고 호주에서 뉴질랜드로 튄 것이다 라는 생각을 가졌다. 둘의 관계에도 의문점을 가졌다. 짐이 에비를 성적으로 어떻게 하려는 것인가 했더니 그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예 가두어 놓고 감시를 하는 것인가 했더 또 그것도 아니다. 어느 정도 자유는 주는 것 같은데 확실히 통제는 하고 있다. 이 모든 이매모호함은 뒤로 갈수록, 에비가 기억을 찾으려 노력을 할수록 명확해진다. 모든 것이 밝혀지는 순간 어느 정도 감을 잡고 있던 사람들은 드디어 그 실체가 드러남에 속시원한 쾌감을 느낄수도 있겠다.
덧붙임.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면서 묘하게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든다. 한국 작가의 소설 [파멸일기]와 [커피유령과 바리스타 탐정]이 바로 그것이다. 전자의 책에서는 범행도구가 비슷하고 후자의 책에서는 그 상황 자체가 비슷하다. 물론 단지 그런 세부사항만 비슷할뿐 전혀 다른 이야기다. 하지만 여러 책을 읽는 사람들은 그런 작은 소재 하나에서도 공통점을 찾으며 연결고리를 만들어내지 않던가. 이런 식으로 다시 한번 정리해 두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