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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가 잠든 숲 2 ㅣ 스토리콜렉터 54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박종대 옮김 / 북로드 / 2017년 4월
평점 :
"42년전의 일이지만, 살인사건에는 공소시효가 없어."(138p)
축구에서 골을 넣으려면 골문앞까지 가서 유효슈팅을 많이 날려야 한다. 한번 차서 그것이 골로 연결된다면야 더할나위 없이 좋지만 그렇지 못하다 하더라도 방귀가 잦으면 화장실을 가는 것처럼 무언가 전조증상이 있기 마련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피아 또한 그러하다. 여러군데 열심히 찔러보고 다닌다. 이사람인가 저사람인가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도 한다. 본문 속 따옴표가 없는 물음표들은 거의 피아가 자기자신에게 하는 질문이다. 그만큼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러다보니 이성적이거나 논리적이지 못할 때가 많다. 이번에도 역시 그랬다. 모든 헛발질을 여기저기 헤대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아! 하고 한가지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즉시 범인을 잡아온다.
반면에 피아의 얼굴에는 마지막 순간에 사냥감을 놓쳐버린 사냥꾼의 실망감이 어른거렸다.(31p)
논리적이고 정확한 증거를 제시해서 논리적으로 대항하는 스릴러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멋쩍고 재미없는 일이 될수도 있겠다. 무슨 무속인도 아니고 이게 뭐야?라는 식일수도 있다. 그러나 그게 넬레라는 작가가 많든 피아라는 여형사의 캐릭터인 것을 어쩌겠는가. 그 매력때문에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는 피아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보덴슈타인은 번아웃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더이상은 태워 버릴것도 없는 50대 초반의 나이. 워낙 강력한 일들만 나타나는 강력반이니 그동안 반장으로써 참 많이 애썼다는 생각이 들면서 짠하다는 생각이 들기고도 한다. 첫작품에서 같이 살았던 코지마와는 이혼을 했고 그동안 만난 여자도 몇 되지만 이제는 또 다른 사랑을 만나서 안정을 취하고 싶다는 생각에 휴직을 결심한다. 이번이 긴 휴식을 취하기 전 마지막 작품인다. 작가는 그것을 염두에 두고 쓴 것이 분명하다.
보덴슈타인의 고향에서 어렸을 때 같이 다니던 동네 친구들 그리고 친구들의 형과 가족둘. 여러 인연들로 얽혀져 있는 것을 배경으로 그는 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던 친구의 실종은 충격적이었지만 아무도 그 친구가 어디 있는지 몰랐다.
친구와 함께 사라진 자신이 애지중지하던 여우 막시조차도 어디 있는지 몰랐지만 이제는 안다. 그리고 그 둘의 죽음이 누군가의 범행이라는 것도 알게되었다. 42년전 그 당시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고 자신이 사랑하던 두 친구는 왜 죽음을 당한 것일까.
현재에도 세건의 살인사건이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이 현재의 사건을 풀기위해서는 과거의 사건을 해결해야만 한다. 피아는 그 당시에 현장에 있었던 꼬마들을 다 한자리에 모으기에 이른다. 이제는 모두 50대의 중년이 되어버린 그들. 그들이 이 긴시간동안 숨기고 살았던 비밀은 무엇일까. 그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지금에 행해지고 있는 살인사건의 범인도 함께 드러나게 될까. 이전 사건의 범인이 드러나면 보덴슈타인의 마음도 조금은 가벼워질까. 그는 사건을 해결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휴가를 떠날 수 있게 될까.
피아형사 시리즈가 시작할 당시 피아는 마음이 지쳐있었다. 별거와 이혼으로 인해 힘든 마음을 안고 강력계로 복직을 했다. 그동안 보덴슈타인과 힘을 합해서 많은 사건을 해결했고 초창기 멤버들 또한 이제는 많이 변해서 다른 멤버들로 충원이 되었다.
보덴슈타인이 떠나고 그 뒤를 이은 피아는 이제 강력반을 자신이 꾸려나가야 할 것이다. 직감에 의한 추론은 그녀의 특기이긴 하지만 다음번 시리즈에서는 반장답게 조금은 더 명쳘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를 바라본다. 그녀의 이야기가 계속될 때까지는 계속 그녀를 응원할 든든한 팬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