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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어떻게 보이세요? -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 질문의 빛을 따라서 ㅣ 아우름 30
엄정순 지음 / 샘터사 / 2018년 1월
평점 :
그림은 앞이 보이지 않는 자가 하는 일이다.
그는 본 것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기억과 느낌을 표현한다.
파블로 피카소
(64p)
장애를 자기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많은 제약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리가 불편하다면 힘껏 달리는 일이 그럴 것이고 들리지 않는다면 말을 하는게 데 있어서 불편함을 가지게 될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앞을 볼 수가 없다면 어떠할 것인가. 우리는 세상의 많은 것들을 눈으로 봄으로써 해결한다. 그러므로 어떤 제한보다도 더 많은 제약을 받을 것이다.
그들을 위한 많은 도와주는 도구들이 있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도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음성인식이 된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그들은 단지 불편하고 약간 느릴 뿐 할 수 없는 일은 없다고 주장을 한다. 그렇다면 그림이나 사진같은 것은 어떨까.
비장애인인 우리가 생각하기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을수가 있을가 하고 의아해 하기 마련이다. 나 또한 그랬었다. 그들이 단체로 사진을 찍으러 가는 것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니 정확하게는 책에서 읽었었다.
그들은 일대일로 도와주는 헬퍼가 붙어있고 주위에 보이는 것들을 설명해주면 자신이 원하는대로 구도를 잡아서 사진을 찍었다. 그들의 사진은 보이는 사람들의 딱 맞춰진 구도와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생각지도 못한 그런 사진들이 작품으로 완성되는 순간이다. 그림 또한 그러할 것이다.
다수의 개인전과 작가전을 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저자는 <우리들의 눈> 프로젝트를 병행하고 있다. 시각장애인들이 모여있는 학교에 강의를 나가면서 그들에게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저 재미삼아, 장난삼아, 놀이로만 그리는 것이 아니다. 특별히 재능이 있거나 하는 학생들은 미대에도 진학을 할 수가 있다. 두눈이 다 보이는 학생들도 하기 힘든 것을 그들이 해내는 것이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물론 아주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그들 또한 처음에는 시행착오를 거쳤다. 과를 잘못 보고 면접에도 가지못해 떨어지는 결과를 낳기도 했었지만 1년간의 재수 끝에 학생은 미대에 합격했고 그 이후로 '가지 않은 길'이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기획해서 실행중이다. 말그대로 시각 장애를 가진 학생들의 미대진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98p) 시각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주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탈무드에 나왔던가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글이 있다. 눈이 안 보이는 사람들이 코끼리 한마리를 가져다 놓고 저마다 자신이 만진 부분만을 이야기하면서 코끼는 이렇게 생겼다고 우기는 내용이다. 전체의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고 부분적으로 피상적으로만 아는 것을 비유하는 말인데 저자는 이것을 직접적으로 현실에서 만들어 내었다.
앞이 안 보이는 친구들을 데리고 직접 코끼리를 만지러 떠난 것이다. 국내의 다수의 동물원에서는 당연히 불가. 내가 생각하기에도 그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 같지만 저자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문을 두드린 결과 코끼리 학교에서 답을 찾아낸다. 체험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 곳에서 드디어 코끼리를 만난 학생들.
그들은 처음에는 두려워하기도 하지만 차츰 용기를 가지고 하나씩 만져보면서 이 동물이 어떻게 생겼나를 파악하고 그것을 그림으로 또는 찱흙으로 빚어내기에 이른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말이다. 보이는 사람은 단지 눈에 보이는 대로만 그리고 만들뿐이다.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예술을 하기에 더욱 좋은 강점을 가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프로젝트를 할 때 그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했던 말을 기억한다. 마사지라도 하는 법을 더 배울것이지 미술을 배워서 뭐하냐고, 그림을 그려서 뭐하냐고 말이다. 실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 필요없다는 것이겠고 좋게 말하면 그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소리들이라고도 볼수 있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재한적인 것만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법은 없는 것이 아닌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그 둘 사이에 차이점은 없다. 적어도 예술에 있어서는 말이다.
* 샘터 네이버 공식 포스트 http://post.naver.com/isamto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