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임재희 지음 / 작가정신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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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다가 문득 한 권의 책이 생각났다. [드림랜드]. 이민자들의 삶이 살아있는 그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이민자의 입장이어서 좀더 자세한 이야기를 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나같이 어느정도는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이민자들의 삶. 그런 단편들이 모여있던 이야기.

 

임재희 작가 또한 외국에서 오래동안 살다와서 그런지 그런 모습이 엿보이는 단편들이 가득한 한권의 책이다. 작가후기에서도 밝히고 있다. 자신에게 있어서 영어란 밥벌이와 생활을 책임진 '생존'의 언어(269p)였다는 것을 말이다. 아무리 다른 언어에 능하고 원어민처럼 잘 구사하고 그속에 스며들어 사는 것처럼 보여도 이방인이라는 것을 자기 자신이 먼저 느끼고 있다는 사살이다. 살기 위해서 영어를 썼고 살아남기 위해서 사용한 언어. 그렇다면 본질은 무엇이란 말인가. 결국은 모국어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 싶음을 피력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랜 시간 외국생활을 하다가 돌아온 동희. 그녀는 한국 사람이지만 외국인 거주증을 받아서 한국에서 생활해야 한다. 가족이 있는 미국에 드나들자니 미국국적이 편하고 이곳에 살려고 하니 한국국적이 편할 것이라는 딜레마 사이에서 고민중이다.

 

그 어느 쪽을 버리지도 못하고 둘다 한손에 들고 재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다가는 둘다 놓치기 마련이다. 출입국 관리 사무소에서 만난 여자는 그녀에게 알려준다. 주어진 2년동안 잘 생각해보라고. 그 어느 쪽을 선택할지를 말이다. 그 시간동안 동희는 어떤 결정을 하게 될까.

 

남의 나라 살면서 가장 귀찮고 하기 싫은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비자 연장이다. 내 나라 사는 동안에는 전혀 필요치 않은 그 일 말이다. 내가 남의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을 가장 절실히 느끼게 되는 그런 시간이기도 하다. 가보면 외국인들은 또 왜 그리 많은지 한참을 기다리기는 예사고 보통일이다. 그곳에서 나는 내가 왜 그나라에 머물러야 하는지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은 얼마고 얼마를 어디에 내었으니 이것을 연장해달라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

 

하나의 서류라도 빼먹었다거나 제대로 된 이유를 말하지 못하면 오랫동안의 기다림도 허사로 돌아간다. 다시 똑같은 일을 반복해야만 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들은 이력이 났다고도 하는데 그런 과정들이 싫어서 사람들은 영주권을 신청하거나 시민권을 선택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경험을 해 본 적이 있다보니 동희의 선택이 궁금해지게 된다. 그녀는 미국을 선택했을까 아니면 한국을 선택했을까.

 

동희이 이야기를 그린 <히어 앤 데어>를 시작으로 남편과 아들, 딸을 모두 잃은 작은엄마 이야기를 그린 <동국>. 남의 나라 헌책방에서 오히려 한국적인 것을 느끼게 되는 <라스트 북스토어>. 자신이 태어났던 곳을 향하여 가는 이야기를 그린 <천천히 초록>. 자신이 바라는 넓은 집을 사고 남편이 그토록 원하는 연못을 팠지만 결국 원하던 연못은 완성되지 못했다는 <로사의 연못>.

 

더이상 쓸 수 없는 스타킹으로 조화를 만드는 여자와 알바생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분홍에 대하여> . 남자는 예쁜 핑크로 된 꽃을 주문했지만 막상 꽃이 나오자 자신이 주문한 색과 다르다고 하는데 핑크와 분홍은 정녕 다른 것인가. 어떻게 다른 것인가.

 

자신의 이름이 항상 불만이었지만 그 뜻을 이해하고 나니 자신의 신분을 이해하게 된 <압시드>. 표제작인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미국애서 다시 한국으로 향한 엄마. 그런 엄마를 만나기 위해 한국으로 온 폴. 그는 직접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고 엄마가 한 선택을 이해했을까. 왜 돌아와야만 하는지 말이다. 삼남매가 한 차를 타고 이동하는 이야기를 그린 <로드>. 총 9편의 이야기가 오밀조밀하게 자리잡고 있다. 

 

앞서 말했던 [드림랜드]와 마찬가지로 작가의 책에서는 유독 떠났거나 돌아오거나 한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많이 보인다. 아마도 자신의 입지를 표상해서 그려낸 주인공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글에서는 작가의 삶이 묻어나온다. 글이라는 것이 사람의 인생을 드러내고 작가의 생활을 드러내는 것이다보니 그럴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다음 이야기를 읽을때면 또다른 모습의 이야기들을,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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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의 레퀴엠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3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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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 나눠준 음식을 끊임없이 바닥에 흘리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오줌을 지려대고 그 뒤처리를 해야 하는 사람의 비참함을 당신이 아느냐는 말이야.(180p)


- 직업 윤리가 결여된 사회복자사의 푸념이다. 절규로도 들릴 수 있겠지만 그럴 줄 몰랐던가. 요양원 노인들이 그럴 것이라는 생각은 당연한 사실 아니었던가. 노인들을 학대하느니 다른 직업을 찾는게 제대로 된 생각 아닐까. 이런 답답함은 비단 일본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있다.노인 학대가 새로운 문제거리로 부상 중이다.


1. 구명 조끼가 모자라


작가는 필시 우리나라의 세월호 사건을 들어서 알고 있음이 분명하다. 첫 장을 넘기는 순간, 펼쳐지는 이야기를 본 순간, 한 남자가 구명조끼가 승선한 사람 수보다 모자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조끼를 찾아서 여기저기를 헤매는 순간, 이 모든 사태를 처리해야 할 선장 및 승무원이 벌써 배를 달아났다는 것을 알아채는 순간. 이 모든 것을 알아 낸 순간마다 세월호가 생각이 났다. 물론 탄 사람들도 저마다 다르고 이야기의 전개방향은 전혀 다르지만 말이다. 


조끼를 찾아서 여기저기 헤매던 남자는 어찌 되었을까. 타이타닉의 잭이 아닌 다음에야 이 위급한 순간에 자신의 구명조끼를 벗어서 주는 사람은 결코 없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보다도 이기적인 동물이 아니었던가. 위급한 순간에서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이 남자. 조끼를 찾지 못하자 이제 직접 공격에 나선다. 자신보다 약해보이는 사람, 한 여자가 눈에 띈다. 그 여자에게로 가서 조끼를 잡는다. 여자도 자신의 목숨과 직결되어 있는 터라 순순히 뺏기지는 않는다. 결국 폭력사태가 일어난다. 아무리 해도 여자가 남자를 이기기는 힘든 법. 결국 남자는 조끼를 빼앗았고 여자는 빼앗겼다. 


이 경우 이 남자에게 폭행죄를 물을 수 있을까? 아니 여자가 이로 인해 죽었다면 이 남자에게 살인죄를 물을 수 있을까? 법의 기준은 어디까지일까.


2. 은혜와 원수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세번째인 이 책은 [은수의 레퀴엠]이라는 제목으로 돌아왔다. 레퀴엠. 진혼곡. 죽은 이의 영을 달래기 위한 노래이다.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이 글의 전면에서 흐른다. 레퀴엠이 들려지는 곳, 두 곳을 찾아서 하나의 선으로 연결한다면 당신은 작가가 꼭꼭 숨겨두었던 인물들간의 관계를 좀더 일찍 눈치챌 지도 모른다. 


얼핏 한국 사람의 이름처럼 들리는 제목의 '은수'라는 단어는 은혜 은, 원수 수, 즉 은혜로운 인물과 원수의 진혼곡인 셈이다.  서로 상극인 두 단어. 은혜와 원수. 본문 상에서는 어떤 은혜로운 사람과 원수가 상반되고 있을까.


3. 내가 범인이요


높은 승률을 자랑하는 미코시바 변호사이지만 사람들이 소문은 감당하기 어려웠다. '시체배달부'로 불리는 자신의 별명만 보아도 알수 있지 않은가. 어린 시절 사람을 죽였고 그로 인해 소년원에 있었고 하지만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그다. 그러나 사람들의 소문은 때로는 치명타를 주기도 한다. 그는 조금 더 월세가 싼 곳으로 사무실을 옮겨야만 했다. 


그런 그를 걱정해 사무원이 건네준 신문 상에서 접하게 되는 하나의 사건. 요양원에서 휠체어 신세를 지는 노인이 사회복지사를 죽였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이미 자백은 다 하고 살인도 인정한 상태라니.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알고보니 그는 자신이 소년원에 있었을 때 자신에게 도움을 주었던 교관이 아닌가. 


자신에게 넘겨주지 않으려는 사건을 물불 가리지 않고 빼앗아 온 그는 이제 자신을 구해주었던 은사에게 은혜를 갚을 기회를 잡았다. 그는 과연 이 사건을 무죄로 돌릴 수 있을까. 이미 자백으로 기결된 사건을 돌리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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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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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직자 - 그녀

 

법을 의지하기보다는 직접 자신의 손으로 복수를 하는 한 여선생. 자신의 딸을 죽게 한 두명의 학생들. 물론 그들은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 자신들만의 이유가 있었겠지만 결론은 한 꼬마아이의 죽음으로 귀결되었다. 그렇다면 그들은 그 죽음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이런 아이들을 아직 성인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모든 것을 용서해주는 것은 정말 성직자에게만 가능한 일일까.

 

두명의 소년들.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으며 실제로 죽이려는 의도로 접근했고 자신들이 계획한대로 되지 않았다 할지라도 의도는 명확했기에 그들은 살인범이다. 그들에게 과연 그 아이의 엄마였던 여선생은 어떤 방법으로 복수를 하려고 했을까.

 

순교자 -  반장

 

사건이 일어난 후 선생은 학교를 떠났고 그 두명의 아이들은 남았다. 학년은 올라갔고 둘 중 한명은 멀쩡한듯이 학교를 계속 다녔지만 나머지 한명은 집에 박혀 버렸다. 둘로 나누어진 아이들. 그들간에 동지애같은 것은 없었을 것이다. 학년이 바꾼 후 의욕이 넘치는 새로운 젊은 남자 선생이 배치되었다. 그는 학교에 나오지 않는 학생을 찾아서 반장과 함께 동행한다.

 

자애자 -  학생의 엄마

 

이야기는 한 사람의 시점에서 언급되지 않고 있다. 그 사건이 지난후의 이야기를 그 당시의 반장이 이어서 기록하고 있고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나고 이야기는  한 아이의 누나의 입장으로 바뀐다. 각기 다른 사람이 말하는 사람이 되어 자신의 시점에서 쓰고 있는 이야기들. 사건이 어떻게 연결되는가가 유기적으로 보여지고 혹시 모를 지루함을 완전히 탈피해서 계속 눈으로 좇게 된다. 그저 평범한 중학생들이었던 그 두 명의 아이들의 운명은 사건 이후로 어떻게 달라질까. 

 

구도자 -  학생

 

구할 구. 길 도. 길을 얻고자 했음일까. 어릴때부터 칭찬만 받고 자라온 그. 엄마는 늘 아이를 착하다고 자랑을 했다. 누군가 이쁘지 않으면 착하다라는 말을 한다. 착하다는 말은 실제로 착할수도 있지만 누군가 특히 잘하는 것이 없는, 보통적인 것을 나타나는 말로도 사용이 된다. 아이는 엄마의 기대를 맞추기 위해서, 엄마에게 칭찬을 받기 위해서 노력을 했지만 어느 순간 엄마의 칭찬은 비참함으로 바뀔 뿐이다. 잘못된 양육이 불러온 나비효과다.

 

신봉자 - 학생

 

여기 또 한명의 학생은 엄마에게 인정을 받고 싶어했다. 엄마의 관심을 얻고자 한 아이가 있었다면 이 아이는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에게 확인을 받고 싶어했던 것이다. 자신보다는 다른 꿈을 찾아서 떠난 엄마에게 나는 이만큼 뛰어나다고, 나는 엄마만큼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세상에 보여주고 싶었고 그렇게 해서 엄마를 다시 찾고 싶었던 것이다. 비뚤어진 인정효과가 불러온 비참함이다.

 

전도자 - 그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고 했던가. 학교를 떠났던 그녀는 여전히 학교에 연결되어 있었다. 저마다의 가치관과 생각이 다르기에 이에 따른 결론도 여러가지일 것이다. 자신의 입장이라면, 자신이 딿은 잃은 엄마의 입장이라면 어떠했을까.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자신의 일이라면 그것이 쉬울까 아니 가능하기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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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없는 남자 한국추리문학선 2
김재희 지음 / 책과나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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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한 사전조사

 

작가가 글을 쓰기 전에 하는 사전작업으로는 여러가지가 있다. 주인공을 정해야 하고 그들사이의 관계를 정하고 앞으로 일어날 일을 각 장르별로 나누어서 구성을 하기도 하고 마인드맵을 사용해서 한 단어씩 툭툭 던져놓고 사건들 사이의 연속성을 만들기도 할 것이다.

 

어느정도 틀이 짜여지면 자료조사를 해야 한다. 자신이 쓰고자 하는 부분이 전문적일 경우 더욱 시간을 많이 들여서 조사를 한다. 주인공이 의사이고 배경이 병원이라면 의료분야에, 변호사나 검사가 주인공이고 배경이 법원이라면 법률에 관한 부분을 더 세밀하게, 정치인이 주인공이고 주로 사건이 벌어지는 곳이 국회라면 그곳에 대하여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할 것이다.

 

그래야지만 좀더 사실성 있는 이야기가 그려지고 전문성 있는 이야기가 전개될 것이다. 그런 사전 조사가 부족할 경우 이야기는 개연성이 떨어지고 현실성이 없어지며 그 분야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이 읽는다면 재미 또한 반감될 것이다. 테스 게리첸이나 가이도 다케루처럼 전직 의사였거나 존 그리샴처럼 전직 변호사였던 작가는 자신의 책에서 더욱 그 재주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김재희 작가 또한 해마다 여름추리소설학교를 열고 실제로 현장을 쫓아다니는 등 사전조사를 꼼꼼히 하는 작가일 것이다. [경성 탐정 이상] 같은 경우는 특히나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았기 때문에 아무리 픽션이라 하더라도 기존에 있었던 사건을 완전히 배제할수는 없었을 것이다.

 

프로파일러

 

특히 프로파일러를 주인공으로 삼아서 이야기를 쓰고 있는데 최근 나왔던 [이웃이 같은 사람들]에서는 김성호 프로파일러가 [섬,짓하다]에 이어서 등장을 했고 이번 책에서는 [봄날의 바다]에서 등장 했었던 감건호 프로파일러가 다시 등장을 한다.

 

프로파일러라는 특성상 전체의 내용을 다 이끌어가기는 어려운 탓일까, 그들의 활약은 다른 장르문학에서 형사나 경찰이 주인공인 이야기에서처럼 전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아니 오히려 허탕을 치기도 일쑤다. 사람이 신이 아닌 이상 모든 사람들의 생각을, 마음을 다 읽는 것은 무리임에 틀림없다.

 

 

단지 여러가지 케이스를 통해서 일련의 사건들을 분석해서 조사하고 특이한 점이나 공통점을 파악하는 것이다. 사건에 한 획을 그어주는 명탐정 캐릭터를 생각한다면 조금 실망할수도 있지만 실제적으로 현실에서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될까를 생각해보면 이 편이 훨씬 더 인간적이라는 것을 인정할수 있을 것이다.

 

연인? 연인!

 

누군가 그랬다. 이제는 사람들을 어디서 어떻게 만나야 하는 지 모르겠다고 말이다. 누군가가 소개를 시켜 주는 것도 어느 정도 나이가 지나면 없어지는 법이다. 조선 시대만 하더라도 부모의 소개에 의해서 얼굴도 보지 않고 결혼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지만 그 시대에도 서로서로 눈은 맞았을 것이고 연애는 했을 것이다.

 

오늘날에는 sns의 발달로 인해서 누군가 소개시켜 주지 않아도 일대일로 만날 기회가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이것에도 또한 폐해가 따르게 된다. 자신을 소개해 놓은 정보들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가가 바로 그것이다. 자신이 결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안 그랬소 하고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없다면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어떤 사람인지 알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하기야 사람이라는 존재가 안다고 알아지는 것이 전부일까마는.

 

한 남자

 

백화점 매장에서 일을 한다. 서비스 직업이기에 남들에게 누구에게나 상냥하게 대한다. 조금 과잉된 모습이 없지 않아 있지만 한때 아이돌데뷔를 생각했을 정도로 곱상한 외모도 한몫 할 것이다.정작 자신의 어미에게는 욕과 무관심을 일삼을지라도 말이다. 아는 바텐더 형에게 음료를 부탁하고 그가 얘기해주는 여자를 보았다. 단지 인사만 나누었다.

 

한 여자

 

출판사에서 일한다. 자신에게는 사이코패스만 달라붙는다고 여긴다. 매사 모든것이 시큰둥하다. 속이 답답하고 인간관계가 넓지 않다. 자신의 속내를 털어 놓고 싶지만 그럴만한 존재가 주변에 없다. 친한 친구 커플을 따라 클럽에 갔다. 곱상해보이는 이미지의 그가 바텐더가 사는 것이라며 맥주를 들고 온다. 인사를 나눈다.

 

탐색 - 익숙해짐 - ?

 

누구나 처음 사귈 때에는 서로간에 조금 탐색을 하기 마련이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사이기 때문에 예의를 차리고 존댓말을 사용하며 거리감을 둘수도 있다. 그 당시에는 누구나 서로에게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한다. 특히 여자들은 자신들에게 매너있게 대하는 사람에게 호감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누구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신에게 잘해주는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것이 오직 겉으로만 드러나는 것은 아닐까 조심해야 할 것이다. [비하인드 도어]에서도 남들에게는 세상없이 극히 다정한 남편이 알고보니 사이코패스가 아니었던가. 누군가 사람이 죽었다고 하면 경찰들이 가장 먼저 의심을 하는 것이 배우자나 연인이 아니었던가.

 

'사랑'이라는 것이 폭력을 무마할수는 없는 법이다. 아무리 사랑이 모든 것을 감싸준다고 해도 말이다. 질투도 사랑이라고 정당화 시키는 사람도 있다. 서로간에 어느 정도의 질투라는 것은 존재한다면 윤활유가 된다. 자신만의 사랑이라는 것, 소속감을 의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정도가 심해진다면 그것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런 의심증은 결국 폭력을 낳는 법이다.

 

표정 없는 남자

 

표지의 그림을 다시 본다. 넓은 어깨와는 대조적으로 곱상한 얼굴. 그 얼굴은 꽃으로 만든 레이로 눈을 가리웠다. 큼지막한 손과는 대조적으로 길쭉하고 얇은 손가락은 꽃잎을 한껏 그러모았다. 달콤한 향이 나는 꽃. 그것으로 가린다고 해도 결국 그는 눈을 가린 것이다. 아무리 꽃잎을 가슴에 품고 있다 해도 그 속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그는 달콤한 향기로 둘러싼 안타까움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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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늑대의 피
유즈키 유코 지음,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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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개도 흰 개도 모두 개다.(168p)

 

 

경찰 vs 야쿠자

 

이토록 경찰의 세계를 아니 경찰과 야쿠자와의 관계를 밀도있게 그려낸 작품이 있을까. 신문에서 자주 보는 정경 유착이라는 단어를 본다. 정치인과 경제인 사이. 그들 사이만큼이나 얽혀있는 것이 경찰과 야쿠자와의 관계이다.

 

한국에서는 야쿠자가 없으니 그런 관계가 없다고 말할수 있을까? 아니 한국에도 엄연히 조직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드러내 놓고 활동을 하지 않을 뿐, 보통 사람들에게만 보이지 않을뿐 그들은 이자율이 높은 대부업을 한다거나 또는 업소를 운영한다거나 또는 법으로 금지된 약 등을 매매하는 등 암암리에 존재하고 있다.

 

그들을 완전히 퇴출시키지 못하는 것은 한국 경찰의 문제일까 아니면  뽑아도 뽑아도 자생하는 잡초와도 같이 질긴 조직 구성의 힘일까. 검은 개도 흰 개도 모두 개라는 말은 한국 경찰들에게도 통용이 되는 말일수도 있을까. 그들도 유착관계가 있을까. 아니라고 단정지어 대답할수는 없을 것이다.


경찰 & 오가미 vs 야쿠자 (+오가미) 

 

진세이카이를 중심으로 이라코카이, 가코무라구미, 다키이구미 그리고 오다니구미까지 저마다 자신들의 두목을 중심으로 해서 조직이 꾸려진다. 한 지역을 중심으로 한 조직들은 끊임없이 자신들의 세력을 늘리기 위해 분쟁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 분쟁을 사전에 막아야 하는 것이 경찰의 일이다.

 

물론 아예 조직이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 시민들을 위해서나 경찰을 위해서 나을 것이다. 하지만 대규모로 피보다도 더 진한 의리로 맺어진 그 조직들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것은 세상이 끝나기전에는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만큼 경찰측의 희생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조직이 뿌리째 뽑힌다면 감행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이상 오히려 경찰들이 전멸하는 결과가 나올수도 있다.

 

이래저래 어쩔수 없이 같이 살아야만 하는 공동운명체인 것이다. 단지 그들의 사이를 좋게 만들어주는 작업들이 필요할 뿐. 그들에게서 돈을 받고 그들 사이의 일을 무마시켜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오해를 받고 있는 경찰 '오가미'가 바로 그런 형사다.

 

경찰 입장에서는 그를 내칠수가 없다. 뛰어난 실적들을 가지고 있고 폭력단들의 두목과 부두목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그. 다른 경찰들의 말은 흘려 듣지도 않지만 그가 등장을 하면 모두다 수긍을 하며 인정을 한다. 경찰 입장에서는 설령 그가 돈을 받고 있다 하더라도 내칠수 없는 존재가 된다.

 

폭력단 계열 금융회사 직원이 실종되었다. 그저 별일 아닌듯이 나타나 주었으면 좋겠지만 동생의 신고로 실종사건이 접수되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끌려나갔다는 것을 목격한 오가미는 폭력집단간에 얽힌 관계들을 알아차리고 그 모든 것을 해결하기 위해 나서게 된다. 그의 뒤에는 신참 히오카가 따라 붙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이 신참과 그를 가르치면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숨겨야 하는, 그러면서도 전면에 나서서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베테랑 형사와의 조합이 인상적이다 못해 독보적이다.

 

이중적 하드 보일드

 

분명 하드보일드라는 장르를 그닥 선호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정통 하드 보일드는 더한 편일지라도 이 책은 굉장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겉으로는 상당한 하드함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속살은 부드러움을 준다. 단단함과 부드러움의 조화가 절대적인 비율을 이루어서 황금률을 이루고 있다. 하드보일드에 약한 독자들이라하더라고 ,설사 초보자라 하더라도 어렵지 않게 이야기속에 빠질수 있다. 아니 빠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오가미라는 독보적인 캐릭터로 인해서 그가 하고 다니는 행보로 인해서 더욱 집중을 하게 만들어 버린다. 늑대들은 혼자서 다니는 동물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 고독한 한마리의 늑대는 혼자서 모든 것을 처리한다. 고독한 늑대는 결국 피를 흘리게 마련인가. 쉴새 없이 몰아치는 조직과 그들은 상대하는 단 한 명, 오가미의 활약상이 한편의 영화를 이룬다. 이 작품은 올해 5월에 일본에서 영화로 개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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