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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늑대의 피
유즈키 유코 지음,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8월
평점 :
- 검은 개도 흰 개도 모두 개다.(168p)
경찰 vs 야쿠자
이토록 경찰의 세계를 아니 경찰과 야쿠자와의 관계를 밀도있게 그려낸 작품이 있을까. 신문에서 자주 보는 정경 유착이라는 단어를 본다. 정치인과 경제인 사이. 그들 사이만큼이나 얽혀있는 것이 경찰과 야쿠자와의 관계이다.
한국에서는 야쿠자가 없으니 그런 관계가 없다고 말할수 있을까? 아니 한국에도 엄연히 조직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드러내 놓고 활동을 하지 않을 뿐, 보통 사람들에게만 보이지 않을뿐 그들은 이자율이 높은 대부업을 한다거나 또는 업소를 운영한다거나 또는 법으로 금지된 약 등을 매매하는 등 암암리에 존재하고 있다.
그들을 완전히 퇴출시키지 못하는 것은 한국 경찰의 문제일까 아니면 뽑아도 뽑아도 자생하는 잡초와도 같이 질긴 조직 구성의 힘일까. 검은 개도 흰 개도 모두 개라는 말은 한국 경찰들에게도 통용이 되는 말일수도 있을까. 그들도 유착관계가 있을까. 아니라고 단정지어 대답할수는 없을 것이다.
경찰 & 오가미 vs 야쿠자 (+오가미)
진세이카이를 중심으로 이라코카이, 가코무라구미, 다키이구미 그리고 오다니구미까지 저마다 자신들의 두목을 중심으로 해서 조직이 꾸려진다. 한 지역을 중심으로 한 조직들은 끊임없이 자신들의 세력을 늘리기 위해 분쟁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 분쟁을 사전에 막아야 하는 것이 경찰의 일이다.
물론 아예 조직이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 시민들을 위해서나 경찰을 위해서 나을 것이다. 하지만 대규모로 피보다도 더 진한 의리로 맺어진 그 조직들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것은 세상이 끝나기전에는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만큼 경찰측의 희생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조직이 뿌리째 뽑힌다면 감행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이상 오히려 경찰들이 전멸하는 결과가 나올수도 있다.
이래저래 어쩔수 없이 같이 살아야만 하는 공동운명체인 것이다. 단지 그들의 사이를 좋게 만들어주는 작업들이 필요할 뿐. 그들에게서 돈을 받고 그들 사이의 일을 무마시켜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오해를 받고 있는 경찰 '오가미'가 바로 그런 형사다.
경찰 입장에서는 그를 내칠수가 없다. 뛰어난 실적들을 가지고 있고 폭력단들의 두목과 부두목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그. 다른 경찰들의 말은 흘려 듣지도 않지만 그가 등장을 하면 모두다 수긍을 하며 인정을 한다. 경찰 입장에서는 설령 그가 돈을 받고 있다 하더라도 내칠수 없는 존재가 된다.
폭력단 계열 금융회사 직원이 실종되었다. 그저 별일 아닌듯이 나타나 주었으면 좋겠지만 동생의 신고로 실종사건이 접수되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끌려나갔다는 것을 목격한 오가미는 폭력집단간에 얽힌 관계들을 알아차리고 그 모든 것을 해결하기 위해 나서게 된다. 그의 뒤에는 신참 히오카가 따라 붙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이 신참과 그를 가르치면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숨겨야 하는, 그러면서도 전면에 나서서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베테랑 형사와의 조합이 인상적이다 못해 독보적이다.
이중적 하드 보일드
분명 하드보일드라는 장르를 그닥 선호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정통 하드 보일드는 더한 편일지라도 이 책은 굉장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겉으로는 상당한 하드함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속살은 부드러움을 준다. 단단함과 부드러움의 조화가 절대적인 비율을 이루어서 황금률을 이루고 있다. 하드보일드에 약한 독자들이라하더라고 ,설사 초보자라 하더라도 어렵지 않게 이야기속에 빠질수 있다. 아니 빠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오가미라는 독보적인 캐릭터로 인해서 그가 하고 다니는 행보로 인해서 더욱 집중을 하게 만들어 버린다. 늑대들은 혼자서 다니는 동물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 고독한 한마리의 늑대는 혼자서 모든 것을 처리한다. 고독한 늑대는 결국 피를 흘리게 마련인가. 쉴새 없이 몰아치는 조직과 그들은 상대하는 단 한 명, 오가미의 활약상이 한편의 영화를 이룬다. 이 작품은 올해 5월에 일본에서 영화로 개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