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지만 죽고 싶지 않아
오키타 밧카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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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실제상황을 배경으로 한 자전적인 이야기는 시작부터 조금씩 마음속 한 가운데 발열점을 가지게 만들더니 이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서 약간씩 뽀글거리던 기운이 본격적으로 부글거리며 분과 열기를 뿜어내게 된다. 그 열기는 더욱 거세져서 주인공이 중학교에 들어갈 무렵이 되면 제 정신으로 이 글을 보아줄 수가 없을 지경이다.

 

이것이 비단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사실이 더욱 화가 난다. 아니 그것은 너무 고운 말로 포장되었다. 단순히 화가 난다는 것으로는 표현할 수가 없다. 만화로 그렸을때 머리를 100톤 정도의 망치로 '띵'하고 얻어맞은 그런 멍함과 더불어 폭탄이 폭발할 정도의 위력을 가진 분이 표현되어야만 할 것 같다. 그만큼 화가 나는 상황들이 존재한다.

 

작가가 성장을 하면서 만나게 된 네 명의 선생. 초등학교에서 처음으로 만났던 여자선생은 모든 아이가 다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지 니트로와 같은 아이가 존재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음에 틀림없다. 그래서 아이가 자신이 가르치는대로 따라주지 않자 화를 내고 이해를 하지 못했다. 결국 나중에 전근을 가고 새로 남자선생이 오게된다.

 

 

이 선생은 여선생보다 더욱 심했다. 주의를 주면 숙제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니트로가 그렇게 하지 않았을때 폭력으로 대했다. 그래봐야 아직 열살 정도의 아이일 뿐인데 그 아이를 때린다고 그 아이가 알아들을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면 이 아이가 왜 그런지를 부모에게 물어볼 생각은 하지 않았을까.

 

아니 부모도 그 아이가 어떻다는 것을 몰랐다니 물어봐야 소용은 없었겠지만 선생이 먼저 나서서 다른 아이들과 다른 점을 부모와 같이 의논할 수는 없었으려나. 만약 그랬다면 니트로의 중학 생활은 조금더 나았을 수도 있을텐데 그 점이 답답하다. 단지 때리는 것이 모든 것을 다스리는 방법은 아닌데 말이다.

 

하나 더,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면서 자신보다 약자라고 생각하는 니트로에게만 그랬다는 것이 더욱 화가 난다. 선생은 그저 단순한 인간이 아니라 한 아이의 인격을 결정하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선생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었으니 본격적인 사건은 중학생이 되면서부터다.

 

엄마도 니트로를 숙제를 하게 시켜도 보았고 공부를 가르쳐 주기도 했지만 이 아이가 무엇을 알겠는가. 그저 자기가 만들어 놓은 규칙대로 생활하고 일어나 서 밥을 먹고 학교를 갔을 뿐이다. 자신이 이해되는 것만 알아듣고 그 외에는 자신의 뜻대로만 하고 집중력도 높지 않아서 수업에 방해도 된다. 그런 것들을 부모는 알면서도 모르는 척 했던 것일까 아니면 이것이 '장애'라는 것을 몰랐던 것일까.

 

별달리 아무런 교정 없이 중학교에 가게 된 니트로. 겉으로는 모습이 변했을지라도 속으로는 초등학생 때나 별 다른 차이가 없다. 다른 학생들은 자신들끼리 어울려 다니는 친구도 있고 공부도 하곤 했지만 니트로에게는 하루하루가 그저 지날 뿐이다.

 

이 학교에서도 역시나 아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선생이 등장을 한다. 초등학교때 선생의 폭행으로 인해서 고막까지 터졌던 니트로. 너무나도 죽고 싶어서 별별 방법을 다 찾아봤지만 막판에 다른 것에 정신이 팔려서 결국은 죽지도 못했던 니트로. 이 아이에게 폭력을 행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번에는 성추행까지도 추가되었다.

 

 

이런 개만도 못한 인간을 선생이라고 불러줘야 한다는 것조차 역겹다. 물론 모든 선생이 다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사회면에서도 심심치 않게 등장을 하는 기사들이 선생이 저지르는 일인 것을 보면 비단 일본 뿐 아니라 한국도 선생의 비인격적인 부분에서 예외가 될 수 없겠다라는 생각이다.

 

만화속에서는 남자선생이지만 실상은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 책 속에서는 성추행에서 그치지만 현실은 성관계 또한 이어지는데 이런 상황에서 선생들의 대답이 더 가당치도 않다. 사랑해서 그랬다나. 이런 xxx같은 인간들 같으니라고. 자신의 아이들이라고 생각해서도 그런 대답이 나왔을까.

 

그래도 니트로에게는 한 명의 좋은 선생이 있었다. 신은 가장 좋은 것을 가장 나중에 주신다고 했던가. 학년이 바뀌고 죽이고 싶기까지 한, 진정한 살의를 느겼던 선생이 바뀌었다. 다시 남자선생. 니트로는 공포감을 느꼈음에 틀림없다. 남자와 한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부들부들 떨면서 식은땀을 흘렸던 아이다. 그러나 새로운 선생은 니트로를 이해해주고 아이만의 특기를 찾아주었고 그 점을 살려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격려를 해주고 용기를 붇돋아주었다.

 

 

등장하는 네명의 선생들 모두 니트로의 병명은 몰랐을 것이다. 단순히 그 아이만의 행동과 말하는 것을 보고 자신의 기준대로 판단을 했을 것이다. 그럴지라도 저마다 다른 결과를 낳은 것을 본다면 과연 선생이라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정답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닌가.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는 소리가 나온지도 오래 전이다. 선생의 그림자도 밟지 않던 그런 시대는 지났음에 틀림없지만 자업자득이라는 말도 있듯이 모든 것이 다 그들이 그렇게 행동을 한 결과가 나타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미꾸라지 한마리가 흙탕물을 만들듯이 극히 몇명의 일부 교사들의 그런 행동으로 인해서 물의를 빚고 단체로 욕을 먹는다는 소리를 할 수도 있다. 그 말이 맞다 하더라도 조금은 더 선생이라면, 교사라면 학생들을 세심하게 보아줄 수는 없는 것인가 하고 생각하게 된다. 적어도 공교육 교사는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성적이나 점수에만 신경을 쓰는 사교육 강사들과는 달라야 하는 것이 아닌가.

 

선생으로 인해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선생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아이가 어디 니트로 뿐일까. 이 아이가 마지막에 좋은 선생을 만나서 정말 다행이다. 또한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차별받지 않고 다른 사람과 동일하게 한 인격체로써 대접받고 있기를 바라고 또 바라게 된다. 작가로써 그녀만의 커리어가 더욱 단단히 다져질 수 있기를.

 

당신, 안 죽어서 다행이고, 안 죽여서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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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맨 모중석 스릴러 클럽 45
로버트 포비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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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뒤가 꽉곽 막히도록 그리 주인공을 몰아부치믄 어디로 빠져나가라는 것인지 알려줘야 하는 것이 아니겄소, 작가양반. 아버지가 불을 지르고 수영장으로 뛰쳐나가서 병원으로 이송되었다는 이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갑갑하게 만들었지 않겠소. 아버지랑 같이 사는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처럼 명절이 있어서 일년에 몇번씩 찾아오는 것도 아니고 그 사건 이후 집을 떠나서 살았던 주인공 아니겄소. 자그마치 삼십년이 넘었소. 이 마을을 떠난지가 말이오. 


FBI로 일하는 그지만 자기 가족의 문제라믄 또 다르게 받아들여 지겄지. 누구라도 마찬가지요. 아무리 전문가라 할지라도 자기 가족은 상담을 하지 몬하는 법이고 의사라 할지라도 가족에게 칼을 대는 것은 아무래도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금하는 것이 아니겄냐 말이지. 치매에 걸린 아버지가 다 죽게 되었다니 일단 돌아오기는 했네만 이런 그에게 사건을 붙여버리믄 어떻게 되겄소. 그야말로 정신줄 놓으라는 거제. 


그런 와중에도 그는 사건을 조사하러 갑니다 그려. 어쩌겄소. 맡은 일은 해야 하니께. 사건은 처참하기만 하니 이 모든 것을 이겨내는 그가 참 용하오. 아, 말하는 걸 잊었는디 그는 신통한 능력이 하나 있소. 사건을 보면 머리 속으로 사진처럼 저장해서 사건을 분석하는 능력이 있단 말이제. 남들에게는 설명할 수는 없지만 아니 설명한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이해 못할테니 안하는 게 더 낫지만서도 이런 특별한 능력때문에 그가 이런 일을 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겄소. 아들과 아내는 아니 좋아할지라도 말이제.


다시 돌아와서 사건 현장은 참혹하기만 한데 엄마와 아들로 보이는 두구의 시체가 놓여있소.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아니오. 렌트비를 주고 잠시 머무르러 온 것일 뿐. 그것 뿐이면 그래도 낫제. 이 두 시체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피부란 피부는 싹 벗겨 놓았네 그려. 하다못해 발가락 사이사이의 피부조차도 한점 남김 없이 긁어간 범인은 그야말로 미친 놈 아니겄소. 


세상에 어떻게 이런 짓을 한 것인지 거기다 엄마는 아들의 피부가 벗겨지는 것을 보아야만 했다니 이 아닌 잔인한 일이 있겄느냐 말이오. 사건을 본 경찰들이 구역질을 하는 것도 익히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우리 주인공은 전혀 흔들림이 없네 그려. 


여기사 끝나부리믄 섭섭한지 작가 선생은 주인공을 향해서 한번 더 화살을 겨누었소. 그것은 자연재해. 그 누구도 겪지도 보지도 못했던 초대급 허리케인이 이 지역에 몰라온단 말일세. 집과 차는 몽조리 날려버리는 것은 당연지사 말할 것도 없고 약으로 찌들어 살던 주인공의 심장에 기계를 하나 심었는디 이 녀석이 전기를 띈 허리케인 앞에서는 작동을 하지 않는다는구려. 


그로 인해 주인공은 볼썽 사납게 기절. 그 어떤 사건현장에서도 곳꼿이 서 있었던 그를 한순간에 무너드리게 만들어버리네그려. 그나저나 그런 그를 돕겠다고 아내와 아들이 이 지역으로 온다지 아니하겠. 아니 그 이곳에 사는 사람들도 도망을 가려고 짐을 싸는 판국에 무에 그리 좋은 것이 있다고 이쪽으로 온단 말이오. 


자, 주인공은 이제 한 가운데 던져졌소. 허리케인은 몰려오제 가족은 여기 와 있제 예술가이면서 손을 다 불태워 먹은 치매 걸린 아버지의 머물 곳도 마련해야 하제 피부가 홀라당 다 벗겨져 남아있지 않은 시체의 신원을 판별해야 할 뿐 아니라 이들을 이렇게 만든 범인도 찾아야만 하오. 


이 사건은 어린 시절 그에게 일어났던 오래전 사건은 다시 연상케 하는데 이렇게 동서남북, 산지사방, 사방팔방으로 틀어 막아서 한 가운데로 조여 버리면 그는 어느 방면으로 살아나겠소, 작가양반. 쥐도 구석으로 몰리면 고양이를 물고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하지 않겠냐 말이오. 어느 정도 숨구멍은 마련해주지 너무 주인공의 능력에만 의존해버렸소. 그리하여 세상 불쌍한 주인공이 되어 버렸단 말이오. 안타깝고 불쌍하게도 말이제. 


단 두 구의 시체만으로 너무 오래 끌고가는 건 아닌가 했소만 뒤로 갈수록 붙는 가속도에 핸들을, 아니 책장을 꽉 붙들고 읽어야만 했소. 시동을 걸고 몇초만에 몇백 키로씩 마구 나가는 빤딱이 신형차는 아니오만 천천히 밟아가다보면 어느샌가 제한속도를 훌적 넘기고 막판에는 날아가는 듯한 체감속도를 느끼게 될 것이오. 분명. 


<어느 지방인지는 알 수 없으나 여러 사투리가 섞여 있어서 문법과 맞춤법이 맞지 않을 수도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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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트기 힘든 긴 밤 추리의 왕
쯔진천 지음, 최정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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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증거와 그 범행을 뒤집는 증거가 모두 완벽하다니 아주 특별한 사건이야.(49p)


한 시골학교에 부임한 기간제 교사. 초등학교 고학년인 여자아이가 임신을 한 사실을 발견하고 경악을 금치 못한다. 주위에서는 시골에서는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다고 하면서 누군가에게 알리기보다는 사건을 덮으려고만 하는데 분명 미성년자임에 분명한 아이가 아이를 가진 것은 정상적인 일은 아니다. 더더군다나 아이 아빠를 밝힐 수 없는 사건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교사는 이 사건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게 되고 자신 나름대로 조사를 해서 경찰에 알리고자 하지만 계속해서 막히게 되고 통신의 발달도 이루어지지 않은 때에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결정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마지막 편지를 보낸 채로 시체로 발견된다. 동네에 있는 젊은 과부를 성폭행하고 저수지에 빠져서 자살을 한 것으로 결론이 나고 마는데 이 사건은 몇 년이 지난 후에서야 다시금 도마위에 올려지게 된다. 분명 부검 상으로는 익사가 될 수 없는 사건. 하지만 익사 사건으로 결론이 나버린 상황. 이 사건은 다시 뒤집어질 수 있을까?


보안검색이 이루어지는 지하철 입구. 어떤 남자가 커다른 짐을 가지고 입구로 다가오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방은 단지 이불이라면서 검사를 할 수 없다고 버틴다. 그가 가지고 있는 큰 가방에는 무엇이 들어있으며 그는 왜 이렇게 강경하게 조사를 받지 않겠다는 것일까. 


결국 경찰에게 잡히게 된 그. 그가 가지고 있던 가방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물건이 나오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한 남자의 시체다. 현행범으로 붙잡힌 그를 두고 경찰에서는 모든 증거들이 딱 맞춰 나오게 되자 범인으로 지목하고 체포하기에 이르는데 범인과 시체로 마주한 그들은 원래 어떤 사이였으며 왜 이런 관계에 놓이게 된 것일까.


오래 전 사건과 현재의 사건이 서로 연결되어 맞물린다. 장면 전환에 있어서 따로 설명이 되어 있는 것은 아니고 장면을 이해하면서 언제의 사건인지를 유추해가면서 읽어야 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조금 난해한 면도 있는 듯 하지만 주인공 이름이 눈에 익고 사건이 두가지로 분리가 되면서 연결점을 찾게 되고 두 사건이 어떤게 연관이 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흥미는 절정에 이르게 된다. 


정통 사회파 소설이 중국에서 나오게 될 줄은 몰랐다. 국가 비판과 사회 체제의 비판이 강한 사회파 소설이기에 사회주의 나라인 중국에서 이런 소설이 나오게 된다는 것이 놀랍다. 권력을 가진 지위층들의 비리와 부패를 하루 이틀 보고 들은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같은 일들이 너무도 빈번할 것이라 생각 되어지기 때문이다. 


일본 사회파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네와 너무나도 같은 현실에 참담하고 당혹스러웠다면 비단 중국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묘한 동질감까지 느끼게 된다. 동이 트기 전 밤은 참으로 길고도 길다. 하지만 결국은 동은 트고 새벽이 오며 아침은 온다. 언제나처럼 해는 뜨게 되어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네를 믿지만, 자네들처럼 용감하게 정면으로 그 거대조직과 맞서지 못하는 것뿐이야.(339p)


우리 네 사람이 힘을 합치면 돼요. 우린 각각 법의관, 경찰, 검찰관, 변호사잖아요. 각자의 분야에 정통하고 또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사람들이니까 우리 넷의 능력을 합하면 마지막까지 갈 수 있습니다.(40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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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맨 앤드 블랙
다이앤 세터필드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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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홀린 이야기꾼'이라는 명성을 얻은 다이앤 세터필드의 데뷔작 [열세번째 이야기]는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드라마로 방송이 되는 등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받았다. 그런만큼 당연히 이번 작품도 기대를 안고 시작된다. 


이야기는 끊임없이 흐르는 시냇물처럼 졸졸졸 소리를 내며 잘도 흘러간다. 바람이 불어도, 추위가 몰아닥쳐서 주위 환경이 변할지라도 상관없이 작은 소리를 내면서 흘러간다. 이야기의 힘을 제대로 보여준다. 또한 중간중간 '떼까마귀'라는 요소를 삽입하고 '블랙'이라는 미스터리한 인물을 추가함으로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낸다. 집중도를 높인다. 어디 다른 곳으로 한 눈 팔 새가 없이 만들어 버린다. 작가의 힘이다.


수세기에 걸쳐 축적된 경험 때문에 떼까마귀는 거칠다. 그는 억수 같은 비와 폭풍을 가르며 날아 다닌다. 번개와 춤추고 천둥이 치면 가장 먼저 설치고 돌아다닌다. 산소가 희박한 산꼭대기 하늘로 기쁘게 날아 오르고 세상의 시름 없이 사막을 가른다. (94p)


벨맨 & 톰소여



오두막 옆 참나무 숲에 한때 떼가마귀들 있었다고, 잠에 빠져들며 그는 생각했다. 어린 시절 내내 떼까마귀 울음소리가 그를 깨웠다. 오늘 아침 물레바퀴 근처에서 보았던 오래된 둥지들을 겨우내 볼 수 있엇다. 그러나 지금은 보이지 않았다. 완전히 사라져버렸다.(111p)


벨맨은 어린 시절 친구들과 어울려 놀았다. 톰소여처럼 장난도 치고 다녔다. 그가 어린 시절 새총으로 맞추었던 까마귀. 너무나도 멀리 있는 것처럼 보였가에 친구들도 다들 허세라고 생각하며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도 하지 않았지만 그는 그 새를 맞춰버렸다. 새총으로 맞고 떨어진 까마귀. 그는 그 새가 평생을 자신을 좇아다닐 줄 상상도 못했으리라.


벨맨& 록펠러


울이 베틀의 북에 끌려 들어가듯이 윌리엄도 일에 끌려갔다. 

기계의 부품처럼, 강물의 힘으로 돌아가는 바퀴처럼, 그는 필요한 일을 했다. (89p)


사람이 돈을 좇는게 아니라 돈이 사람을 좇도록 해야 한다고 했던가. 그는 승승장구하는 삶을 살았다. 자신의 길을 정하고 그 밑에서 일을 배우고 추진하고 모두 성공만 하고 살았다. 그의 인생에서 일을 뺀다면 아마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하루 이십사 시간을 모두 일만 하며 살았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에게 가족이라는 존재가 있지 않았다면 말이다.


벨맨이 투자하면 그 투자의 안정성이 확실해졌고, 그의 돈이 가는 곳에는 벨맨의 사업감각과 감시의 눈도 따라갔다. 그가 투자하는 곳은 은행도 자본을 움직였으며, 그와 나란히 투자했고, 그 수입으로 이득을 보았다. (342 p)


벨맨 & 욥


하나님은 한사람에게 모든 것을 다 주시지 않는다고 했던가. 영원히 행복한 일만 가득할 것 같은 그의 인생에 그림자를 드리운 것은 바로 열병이라는 존재였다. 자신의 가족이 풍지박산 나는데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던 아이들이 하나둘 병으로 세상을 등졌다. 


성경의 욥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많던 아이들이, 자식들이 하나둘씩 죽을 때 그는 무엇이라 외쳤던가. 무엇이라 하나님께 말을 했던가. 벨맨은 죽을 힘을 다해서 자신의 가정을 지키려고, 아이들과 아내를 지키려고 노력했지만 운명은 자신의 원대로 되지는 않는 법이다. 안타깝게도 말이다.


벨맨이라는 사람의 어린 시절부터 청년기를 지나서 장년기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까지를 그린 장편. 그의 인생을 따라가며 소소한 이야기들을 그리고 있다. 어찌보면 살짝 지루할 것도 같은 이야기지만 쉴새없이 몰아치는 주인공의 추진력으로 인해서 쉴 틈을 주지 않고 그에 비례해서 필요한 인물들을 추가로 투입함으로써 긴장감을 잃지 않도록 조성하고 있다. 


'블랙'이라는 미스터리한 인물을 배경에 깔아두어서 미스터리함을 더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다. 벨맨과 블랙. 아름다운 대서사시. 이쯤되면 작가의 다음 이야기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예상할 수도 없다. 하지만 분명 그 이야기는 읽을 가치가 충분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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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손톱과 밤
마치다 나오코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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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종류의 동화책을 예전 같으면 그냥 후딱 그림과 글을 보고 조카를 줄까 하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지금 아동문학을 공부하다보니 나중에 쓸모가 있을까 싶으서 더욱 자세히 보게 되고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읽게 되고 소중히 간직하게 된다.

 

일단 가장 먼저 보는 것은 표지. 어른들도 마찬가지지만 아이들도 동물을 좋아하는 친구와 무서워하는 친구가 있다. 어떤 트라우마가 있거나 부모에 따라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을텐데 아무래도 집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경우의 아이들은 동물을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

 

이 표지의 고양이는 사실 조금 무섭게 생겼다. 고양이의 특유의 할짝거림을 시연하고 있는데 눈이 쪽 찢어져서 더욱 무섭게 보이기도 한다. 겉표지를 벗겨도 같은 표지다. 책의 표지를 넘겼을 때 본문이 시작되기 전에 나오는 것이 면지이다.

 

앞쪽의 면지는 별다른 특징이 없지만 뒤쪽의 면지에는 달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달의 변화과정이 세단계로 나와 있으므로 이 책을 다 읽은 후 아이들과 달의 변화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재로 쓰일수도 있겠다. 세심한 배려다.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표지의 고양이가 그대로 주인공으로 등장을 하지만 표지만큼 강력한 인상을 남겨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집을 배경으로 해서 텅빈 공간에 혼자 남겨진 고양이는 왠지 모르게 쓸쓸해보이고 주위는 적막하기조차 하다. 고양이가 혼자서 늘어져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슬며시 웃음도 지어진다. 혹시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아이가 있다면 표지보다는 책속의 그림을 먼저 보여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다.


뒷표지의 고양이 그림이다. 안쪽의 고양이와는 또 다르고 표지의 고양이와도 또 닫르다. 주인공은 단 하나의 고양이지만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상당히 다른 인상을 남기는 고양이다. 앞뒤 표지의 고양이는 조금 강하고 역동적이며 힘이 넘쳐 보이고 사뭇 공격적으로 보인다. 동물을 좋아할 수도 있지만 동물들은 기본적으로 야생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아이들에게도 그런 부분은 고지를 해야 할 것이다.

 

밤이 되어 달이 뜨고 동네의 모든 고양이들이 한마리 두마리씩 떼를 지어 모이는 장면은 정말 재미나며 환상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어떻게 이렇게 여러 종류의 고양이들이 있는지 서로 다른 고양이의 모습을 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가 될 것이다. 달이나 고양이에한 이야기를 중점으로 보자면 자연과학을 이야기해주는 책으로 볼 수도 있겠고 이야기 자체로만 본다면 재미나고 짧은 서정적인 이야기로 볼 수도 있겠다.

 

큰 책으로 만들어서 아동들과 같이 이야기를 만들어도 좋고 융판을 사용해서 이 캐릭터들을 만들어서 다른 이야기 꾸미기를 해도 좋을 것이다. 여러가지로 쓰임이 많고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한 책. 이쁘면서도 만족감이 높은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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