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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맨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45
로버트 포비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앞뒤가 꽉곽 막히도록 그리 주인공을 몰아부치믄 어디로 빠져나가라는 것인지 알려줘야 하는 것이 아니겄소, 작가양반. 아버지가 불을 지르고 수영장으로 뛰쳐나가서 병원으로 이송되었다는 이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갑갑하게 만들었지 않겠소. 아버지랑 같이 사는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처럼 명절이 있어서 일년에 몇번씩 찾아오는 것도 아니고 그 사건 이후 집을 떠나서 살았던 주인공 아니겄소. 자그마치 삼십년이 넘었소. 이 마을을 떠난지가 말이오.
FBI로 일하는 그지만 자기 가족의 문제라믄 또 다르게 받아들여 지겄지. 누구라도 마찬가지요. 아무리 전문가라 할지라도 자기 가족은 상담을 하지 몬하는 법이고 의사라 할지라도 가족에게 칼을 대는 것은 아무래도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금하는 것이 아니겄냐 말이지. 치매에 걸린 아버지가 다 죽게 되었다니 일단 돌아오기는 했네만 이런 그에게 사건을 붙여버리믄 어떻게 되겄소. 그야말로 정신줄 놓으라는 거제.
그런 와중에도 그는 사건을 조사하러 갑니다 그려. 어쩌겄소. 맡은 일은 해야 하니께. 사건은 처참하기만 하니 이 모든 것을 이겨내는 그가 참 용하오. 아, 말하는 걸 잊었는디 그는 신통한 능력이 하나 있소. 사건을 보면 머리 속으로 사진처럼 저장해서 사건을 분석하는 능력이 있단 말이제. 남들에게는 설명할 수는 없지만 아니 설명한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이해 못할테니 안하는 게 더 낫지만서도 이런 특별한 능력때문에 그가 이런 일을 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겄소. 아들과 아내는 아니 좋아할지라도 말이제.
다시 돌아와서 사건 현장은 참혹하기만 한데 엄마와 아들로 보이는 두구의 시체가 놓여있소.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아니오. 렌트비를 주고 잠시 머무르러 온 것일 뿐. 그것 뿐이면 그래도 낫제. 이 두 시체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피부란 피부는 싹 벗겨 놓았네 그려. 하다못해 발가락 사이사이의 피부조차도 한점 남김 없이 긁어간 범인은 그야말로 미친 놈 아니겄소.
세상에 어떻게 이런 짓을 한 것인지 거기다 엄마는 아들의 피부가 벗겨지는 것을 보아야만 했다니 이 아닌 잔인한 일이 있겄느냐 말이오. 사건을 본 경찰들이 구역질을 하는 것도 익히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우리 주인공은 전혀 흔들림이 없네 그려.
여기사 끝나부리믄 섭섭한지 작가 선생은 주인공을 향해서 한번 더 화살을 겨누었소. 그것은 자연재해. 그 누구도 겪지도 보지도 못했던 초대급 허리케인이 이 지역에 몰라온단 말일세. 집과 차는 몽조리 날려버리는 것은 당연지사 말할 것도 없고 약으로 찌들어 살던 주인공의 심장에 기계를 하나 심었는디 이 녀석이 전기를 띈 허리케인 앞에서는 작동을 하지 않는다는구려.
그로 인해 주인공은 볼썽 사납게 기절. 그 어떤 사건현장에서도 곳꼿이 서 있었던 그를 한순간에 무너드리게 만들어버리네그려. 그나저나 그런 그를 돕겠다고 아내와 아들이 이 지역으로 온다지 아니하겠. 아니 그 이곳에 사는 사람들도 도망을 가려고 짐을 싸는 판국에 무에 그리 좋은 것이 있다고 이쪽으로 온단 말이오.
자, 주인공은 이제 한 가운데 던져졌소. 허리케인은 몰려오제 가족은 여기 와 있제 예술가이면서 손을 다 불태워 먹은 치매 걸린 아버지의 머물 곳도 마련해야 하제 피부가 홀라당 다 벗겨져 남아있지 않은 시체의 신원을 판별해야 할 뿐 아니라 이들을 이렇게 만든 범인도 찾아야만 하오.
이 사건은 어린 시절 그에게 일어났던 오래전 사건은 다시 연상케 하는데 이렇게 동서남북, 산지사방, 사방팔방으로 틀어 막아서 한 가운데로 조여 버리면 그는 어느 방면으로 살아나겠소, 작가양반. 쥐도 구석으로 몰리면 고양이를 물고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하지 않겠냐 말이오. 어느 정도 숨구멍은 마련해주지 너무 주인공의 능력에만 의존해버렸소. 그리하여 세상 불쌍한 주인공이 되어 버렸단 말이오. 안타깝고 불쌍하게도 말이제.
단 두 구의 시체만으로 너무 오래 끌고가는 건 아닌가 했소만 뒤로 갈수록 붙는 가속도에 핸들을, 아니 책장을 꽉 붙들고 읽어야만 했소. 시동을 걸고 몇초만에 몇백 키로씩 마구 나가는 빤딱이 신형차는 아니오만 천천히 밟아가다보면 어느샌가 제한속도를 훌적 넘기고 막판에는 날아가는 듯한 체감속도를 느끼게 될 것이오. 분명.
<어느 지방인지는 알 수 없으나 여러 사투리가 섞여 있어서 문법과 맞춤법이 맞지 않을 수도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