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의 재구성 - 유전무죄만 아니면 괜찮은 걸까
도진기 지음 / 비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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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부분이 판사 개인의 결단에 맡겨진 현재는 사법부와 대중의 괴리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을 것 같다. (43p)



<말하자면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말이야~ 하지만 말할수 없단 얘기야~ 하루가 또 지나도 난 항상 제자리에에에에에에에~~~!!!!!!>


첫방송을 보았었다. 음악프로그램을 보지 않던 내가 그날 바로 그 방송을 보고 와우~하고 소리를 질렀다. 멋졌다. 노래도 멋졌고 춤도 멋졌고 사람도 멋졌다. 듀스는 알아도 노래에 빠진 적은 없는데 '김성재'라는 한 가수의 딱 한곡에 매료되었었다. 그리고 바로 이어 그의 죽음이 들려왔다. 바로 첫방송을 한 그날 말이다. 


수사는 전문적이지 않았다. 그때 당시 경찰에서는 어던 조사를 했는지 어떤 증거를 찾았는지 어떤 증인을 불렀는지 자세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와 같이 있었던 여자친구가 용의자로 잡혔다는 소식을 보았고 억울하지만, 아쉽지만 그래도 정의는 살아있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시간이 지난 후 그녀는 무죄로 풀려났다. 


김성재의 팔에는 주사 자국이 28군데나 있었다. 졸레틸은 명백하게 그날 밤 김성재의 팔에 투여된 약물이다. 김성재는 졸레틸 주사로 죽은 것이다. 범행에 준비된 용량이 그보다 적었다고 하여 '사인'이 뒤바뀌지는 않는다. (86-87p)


수사라고는 모른다. 그래도 죽은 이의 팔에 28개나 되는 주사바늘이 생겼다는데, 몸속에 듣도 보도 못한 약물이 검출되었다는데 그게 죽일만큼 치사량이 아니어서 무죄라니 이건 정말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내가 이토록 답답하고 원통함을 느끼는데 가족들은 어떠할까. 


바로 그 사건을 작가는 콕 집어 놓았다. 내가 하고픈 말이 다 들어 있다. 속이 다 시원할 지경이다. 나와는 달리 작가는 전문가다. 전직 판사이며 변호사다. 그런 그가 보는 사건은 조금은 더 자세하고 일반적이기보다는 전문적으로 보지 않겠는가. 판사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서는 아니된다. 양쪽의 의견을 들어보고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판결을 내려야 한다. 김성재 사건의 판사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결론을 내렸던 것일까. 다시 한번 궁금해진다.


영화보다도 소설보다도 현실은 더 흥미롭다.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내용은 아니라하더라도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이 땅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어서 더 궁금해진다. 인터넷을 통해서 사건소식을 빨리 알 수 있다. 반면 정확하지 않은 정보들이 빠르게 마구잡이로 퍼지는 경향도 있다. 그래서 이 책속의 사건에 더 집중해서 보게 된다. 김성재 사건이나 태완이법처럼 익히 아는 사건들도 있고 몰랐던 사건들을 알게 되기도 한다. 


수사기관, 소추기관은 최종심판자가 아니다. 법원에서 기각될 위험이 있다고 해도 시민의 법감정이 요구한다면 해 볼 가치는 있는게 아닐가. 그저 과거의 일로 치부하기엔 피해자의 죽음이 너무 애석해 보인다. (138p)


이미 판결이 내려진 사건들이고 그 판결들이 옳았다 그르다 하는 것은 현직 판사에 있었을 때는 할 수 없었겠지만 지금은 아니 속시원하게 드러내놓고 말하고 있다. 사실 어떤 사건들은 정말 의외의 판결이 나와서 나를 비롯한 일반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한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이것은 유죄로 나와야 할 것인데도 불구하고 판사는 무죄라는 결론을 내어 놓을 때 그 놀라움은 더해진다. 왜? 무슨 이유로? 하면서 개인적으로 묻고 싶어지는 경우도 생긴다. 


판사는 물론 증거를 보고 양쪽의 주장을 들은후 한 사람이라도 무고한 사람이 없도록 하겠다는 원칙하에 그렇게 판결을 내린 것이지만 작가도 비유하듯이 솔직히 자신이 예수를 죽인 빌라도가 되기 싫어서 그 자리를 피하고자 무죄를 선언한 경우도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일말의 의심이라도 없어야 한다. 그것이 유죄를 선고할수 있는 이유이다. 한치라도 무죄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것은 무죄여야만 한다는 것이 먼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지라도 사건은 종종 엉뚱한 쪽으로 흘러서 약자를 범인으로 몰아가기 일쑤다. 그런 법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좋지 않은 시간이 좋지 않은 장소에 있었던 좋지 않은 사람일 뿐안데도 어쩌다보니 범인으로 몰려서 원치 않는 옥살이를 해야만 했던 사람들이 이 책에 나온 그들 외에도 또 있지 않을까. 그런 사람들을 없게 하려고 법도 재정비하며 노력을 하는데도 왜 그런 일은 발생을 하는 것인가. 


판사가 실제적으로 사건현장에 나가지는 않는다고 알고 있다. 유럽 소설에서는 현장판사라는 직책도 있어서 실제적으로 형사처럼 몸소 사건을 지휘하는 경우도 있는 듯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닌 듯 하다. 그러므로 판사는 경찰이 모아온 증거들과 증인들로 사건을 접하게 되고 그렇게 해서 불려온 용의자와 변호사가 하는 말로 그들을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가장 객관적이라 할수도 있다. 어느쪽도 정확하게 자신이 개입을 하지는 않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렇게 함으로 인해서 정확하지 않음을 배제할수는 없을 것 같다. 사건 현장에서부터 잘못된 정보와 잘못된 증거들이 모이고 쌓이게 되면 판결도 달리 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럴 경우 피해자는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 


개인의 정의관도 변하며, 지배세력은 바뀐다. 누가 옳은지 누가 판단할 것인가. 판사도 모른다. (270p)


한권의 책으로 모든 판사가 잘못되었다라고 언급할수는 없다. 작가도 언급하고 있듯이 우리나라의 판사의 수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적으며 그로 인해서 한 사람이 담당해야만 하는 사건의 수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많다. 거기다가 승진을 하기 위해서 가급적 많은 사건을 까야만 한다. 빨리 처리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런 실수들도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 


인공지능 시대가 되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차라리 인공지능 판사가 나오는 것이 가장 공정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잠시 해보게 된다. 지금도 현직에서 범인들의 유무죄에 골치를 겪고 있을 판사들에게 더욱 공정하고 바람직한 판결을 바라며 조금이나마 격려를 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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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아니 에르노 지음, 이재룡 옮김 / 비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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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당신은 무엇에 부끄러움을 느끼는가?>

허구를 배제하고 체험한 것만을 솔직하게 서술하는 작가 아니 에르노. 아버지의 삶을 중심으로, 어머니의 삶을 소재로 삼아서 소설을 썼지만 자신에게 솔직하게 싶었던 것일까. 부모라는 제3의 인물에서 벗어나서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마저도 소설의 소재로 삼았지만 소설이라는 형식 안에서는 자유롭게 쓸 수 없음을 느끼고 보다 사실적으로, 그러면서도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었던 작가는 1983년 오로지 자신이 체험한 것만 쓰겠다고 선언한다. 대담한 시도이면서도 그만큼 자신감 있고 당당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음을 볼 수가 있다. 


옮긴이의 해설에서는 정확성울 추구한 그녀의 문체는 우리말로 옮겨놓아도 건조하고 딱딱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번역자의 말처럼 이 글에는 화려함을 자랑하는 미사문구는 없다. 꾸밈없이 가감없이 그때 상황을 설명하고 있고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본 것처럼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고 문학의 본질적인 요소인 읽기가 방해되지는 않는다. 


철학적이고 난해한 단어를 사용하지 않음으로 인해서 오히려 어른이 키를 낮춰 아이에게 다가가듯이 부드럽게 눈에 착착 감겨드는 맛이 있다. 역자는 1952년 프랑스 지방의 작은 소도시를 배경으로 작가가 나열하는 잡지나 영화 또는 언어들 같은 문학적 기호가 지금의 우리와 맞지 않을까 염려를 표했지만 작가가 의도하는 바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고 본다. 


나는 아무것도 분간할 수 없었다. 마치 그 시절을 살지 않은 것처럼. (42p)


인도차이나 전쟁이나 한국 전쟁 오를레앙스빌의 폭동, 자크 뒤클로의 검거 등 여러 굵직한 사건들이 1952년에 있었다. 대체로 자신도 알만한 사건들이었으나 훗날에 기억한 것들일 뿐 그 당시에는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몰랐다고 서술하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 또한 그렇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도 한국 현대사의 격동의 시대를 살아왔으면서도 느끼지 못했고 기억하지 못했다. 마치 그 시절을 살지 않은 것처럼. 


내가 중학생때는 그렇게 데모가 자주 일어나던 신촌학원가를 지나다녔고 5.18 민주항쟁운동도 분명 알만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모르고 살아왔다. 이런 굵직한 사건들을 알게 된 것은 모두 훗날 아주 오랜시간이 지나고 난 후에 기사나 매체, 그리고 소설과 영화를 통해서 느끼고 알게 되었다. 나는 그 시절에 무엇을 했을까. 모두가 다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그러한 부분에서는 너무나도 공감하는 문장이었다. 


레퓌블리크 거리와 샹드쿠르스 동네 사이에 있는 클로데파르 구역은 시내 중심지에서 카니 다리까지 길게 자리하고 있다. (54p)


자신이 경험하는 것을 써서일까 지명조차도 사실적으로 드러나있다. 궁금해서 검색을 해보았다. 레퓌블리크 광장이 실제로 있었다. 파리에 있는 광장이름으로 프랑스 혁명의 영향을 받은 곳. 자세히 나오지 않아도 작가가 설명하고 있는 지명들 모두가 실제로 파리에 존재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지도 - 레퓌블리크 광장 (네이버 검색)>


[부끄러움]이라는 제목을 보고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작가는 어떤 마음으로 이런 제목을 붙이게 된 것일까. 죽일듯이 싸우고 정말 죽일듯이 행동을 취해놓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또 하루를 살아가는 가족. 그런 부모를 보는 아이는 어떤 생각이 들까. '우리 집안은 정말로 미쳐 있다.'(120p)라는 한문장으로 정의할수 없는 자신의 가정이 부끄러웠을까 아니면 그런 것을 보면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자신이 부끄러웠을까.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것은 내 부모의 직업, 궁핍한 그들의 생활, 노동자였던 그들의 과거 그리고 우리의 존재 양식에서 비롯된 결과물이었다. 또한 6월 일요일의 사건에서, 부끄러움은 내 삶의 방식이 되었다. 아니, 더는 인식하지조차 못했다. 부끄러움이 몸에 배어버렸기 때문이다. (137p)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은 인식하는 순간 밖으로 드러난다. 자신이 실수를 저질렀을 때도 느낄 수 있고 자신의 존재가 보잘것 없다고 느껴질때도 그런 감정은 존재한다. 역자가 말한 것처럼 작가가 사용하고 있는 '계급'이라는 단어 속에도 부끄러움은 당연히 들어가 있다. 누군가와 비교했을때 나의 계급이 아래라고 생각되면 부끄러움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감정들조차도 몸에 배어버린다면 더이상 인식하지 못할 것이다. 내 계급이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아주 밑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더이상은 비교할 수 없는 것을 깨달아버린다면 그때는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게 되어버린다는 뜻이다. 그런 상태의 삶이란 어떤 것일까.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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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초 2019-05-18 14:57   좋아요 0 | URL
그냥 남 부럽게보다는 나 부끄럽지 않게 살고자 톡에 글을 올려놓은 친구를 자꾸 따라하게 되네요 ㅎ

나난 2019-06-10 10:52   좋아요 0 | URL
나 부끄럽지 않은 삶도 좋죠. 내 삶의 주인은 나니까요.
 
가짜 엄마 디즈니의 악당들 5
세레나 발렌티노 지음, 김지혜 옮김 / 라곰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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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야 고델~ 내가 누군지는 다 알겠.....? 응? 모른다고? 나를 모른다면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혹시 라푼젤은 알아? 안다고? 그래 맞아. 그 머리카락을 내려라 하면 머리를 성밖으로 내밀던 그 라푼젤. 그 아이가 엄마가 나야. 아, 이제 알겠다고. 어떻게 하다가 나는 모르는채 라푼젤만 아는 사람들이 많아졌을까. 그럼 지금부터 내 얘기를 해줄께 잘 들어봐. 


나는 원래 라푼젤의 엄마가 아니야. 그 아이는 공주고 내가 데려온 거지. 인질로 말이야. 우리 엄마는 마녀야. 물론 나도 마녀고. 나는 두 언니들과 함께 세자매고 막내야. 언니들은 마녀라기엔 너무나도 순수했어. 나는 그래도 엄마의 책을 몰래 몰래 가져와서 보는 등 그래도 마녀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지. 엄마를 능가하고 싶기도 했고 엄마의 숲을 물려받아 다스리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 


본격적인 마녀가 되기 위해서는 엄마의 피를 받아야 했어. 하지만 그날 엄마는 죽음으로 사라졌지. 남겨진 두 언니와 나는 어떻게 해서든 살아야만 했지만 언니들은 아프기 시작했고 결국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그런 나에게 다가온 것이 세 마녀들이었어. 아무나 들어올수 없는 죽음의 숲에 그들은 들어와서 나를 위해준다면서 이것저것 해주긴 했지만 그게 다 꿍꿍이가 있었을 줄이야. 


엄마가 잘 간직하라고 했던 것은 '라푼젤'이라는 꽃이었어. 아름다움을 간직해주고 치료효과가 있는 곷. 엄마가 죽은 후 다 불에 타서 없어지고 딱 한송이 남아있었지. 그 꽃마저도 아픈 여왕을 위해서 왕이 사람들을 보내는 바람에 꽁꽁 숨겨야했어. 언니들을 살려야했기 때문이었지. 세마녀들은 나와 꽃과 언니들을 다른 안전한 장소로 옮겨주었어. 그렇다고 사람들의 눈을 피할수는 없었지. 어떻게 되었을까. 


동화 [라푼젤]에서는 나는 단지 못된 마녀로만 나와. 머리카락에 신비로운 힘을 가진 공주를 남치해서 성에 가두고 괴롭히는 그런 마녀지. 나에게도 아픈 사연이 있었다는 것을 누가 알아줄까. 그런 내 상황을 보여주고 싶었어. 나도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 언니들을 보호하고 살리고 싶다는 생각을 이해해주길 바랐어. 물론 나도 중요했지만 그보다는 더욱 더 언니들을 위한 일이었다고 말이야. 


이제 이 이야기를 읽고나니 나에 대해서 조금은 더 알겠어? 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만 라푼젤의 슬픔을 본 세마녀의 동생이자 딸인 키르케가 도움을 주었어. 키르케과 백설공주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닐 것만 같아. 참, 겉표지의 내가 아주 아름답다고 생각해? 표지를 벗겨내고 나면 나의 본모습이 등장할 거야. 깜짝 놀라지는 마, 그렇다고 내가 아주 나쁜 마녀는 아니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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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두뇌야 놀자! Vol.1 - 매일매일 당신의 뇌를 두근거리게 할 두뇌 개발 프로그램 대모음! 두근두근 두뇌야 놀자! 1
박주홍 지음 / 일월일일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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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는 쓰라고 있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뒤뇌는 노화된다. 퇴화되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을 많이 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두뇌개발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두근두근 두뇌야 놀자라고 이름붙여진 이 책은 놀이책이면서도 두뇌활동에 도움을 주는 그런 책이다.


사실 처음에는 아이들용 책인줄 알고 보기를 망설였는데 책의 표지에 적혀져 있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9세부터 99세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그야말로 누구에게나 쉽고 재미나면서도 두뇌활성화에 도움을 주는 그런 책이라는 소리다. 요즘 들어 퍼즐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수학퍼즐책이나 논리퍼즐 책을 비롯해서 많은 종류의 퍼즐책들이 나오는데 몇번 풀어본 결과 너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답을 보지 않고 맞출때가 몇번 없었고 난이도가 꽤 높았던 것이다. 


그런 책들에 비하면 이 책은 그야말로 fun한 책이다. 그렇다고 재미로만 볼 수는 없다. 목차에서 보여주듯이 4주차에 걸쳐서 프로그램을 만들어 두었고 하루마다 해야할 목록들이 적혀져 있다. 일주일 단위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각주마다 미션을 완성하면 될 것 같다. 하루에 네가지씩 구성되어 있는데 수세기, 공간파악, 주의 집중, 집중력 /변화처럼 각 카테고리가 다른 것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다양하게 나누어져서 뇌의 여러 부분에 자극을 주고 있다.


특히 한의학 박사인 저자가 만든 책인만큼 더 전문적이라고 볼 수 있다. 앞부분에서는 두뇌칼럼을 제시해서 두뇌의 간략한 설명과 함께 뇌의 각 부분에서 무슨 역할을 담당하는지 설명도 하고 건강한 뇌를 만들기 위한 3.3.3 통합치료 프로그램을 보여준다. 


균형과 풀음 그리고 보충의 3단계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은 1단계 균형에서 체질개선을 통해서 뇌를 위한 신체환경을 만들 것을 권장하고 있다. 2단계인 풀음 전신 해독의 단계다. 몸의 균형과 더불어서 신경계 기능이 돌아오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보충의 3단계에서는 면역증가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정신적인 면역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이 3가지 통합치료로 3단계에 걸친 인지 개선 치료를 통해서 뇌와 몸과 마음 모두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책의 구성은 단순하다.하루마다 구성되어 있는 문제들을 따라서 풀면 되는 것이다. 우리가 쉽게 보는 다른 그림 찾기도 있고 글씨들을 따라서 읽고 쓰는 유형도 있고 간단한 계산을 하기도 하며 상상력을 자극시켜서 동물이 무슨 말을 할지 생각해 보라는 그러한 부분이 있기도 하다. 


다양한 문제 유형을 통해서 뇌의 여러 부분을 자극시켜주는 셈이다. 같은 문제들을 풀었을때는 한 곳만 발달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것을 막아주는 효과를 가져다 준다. 대표적인 문제 풀기 프로그램인 <문제적남자>에서도 뇌의 전두엽이나 측두엽을 자극하는 등 여러 유형의 문제들을 제시한다. 


재미와 즐거움 그리고 뇌의 발달과 치료까지 모든 것을 잡기에 부족함 없는 책한권. vol.1이라고 적혀진 것을 보니 앞으로도 계속 나오기를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어린 시절에 문제집 풀듯이 다달이 월간지처럼 나와도 좋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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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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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죄는 미워한다. 하지만 사람은?


차별과 편견이 없는 세상. 그런건 상상에 불과해. 인간이란 차별과 편견을 갖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동물이지. (448p)


<함께 볼 책 - 봄날의 바다>



한달에 한번씩 날아오는 벚꽃 도장이 예쁘게 찍힌 편지 한 통. 지극히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이야기지만 나오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다. 도장이 찍힌 것은 검열이 끝났다는 표시이기 때문이다. 교도소에서 보내오는 편지는 형이다. 형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라도 편지가 반갑기도 하련만 번번히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발목을 잡는 형인 까닭에 그 편지가 달갑지 않다. 안 와도 좋으련만.


범죄를 저지른 형. 그런 형을 둔 죄로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아야만 하는 동생. 형은 동생의 대학등록금을 마련하고 싶었다고 했다. 단순 절도에서 그쳤을 범행은 현장에서 변화가 생기면서 더 중한 범죄가 되어 버렸다. 동생은 형에게 그런 짐을 씌운 것이 미안했다. 부모님도 없고 형마저 이렇게 되어 버린 지금은 살아갈 길부터 마련해야 한다. 일단 살아야지.


누구에게나 자기 자신은 소중하니까. 골치 아픈 인간과 얽히고 싶지 않은 건 당연하다. (154p)


사람들이 자신을 보는 눈은 곱지 못했다. 자신이 범죄자도 아니건만 학교에서는 '살인자의 동생'이라는 딱지가 붙여졌고 사람들은 이상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봤으며 동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학교라는 울타리를 떠나 더욱 심해졌다. 숨겨야 했다. 숨길 수 밖에 없었다.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말이다. 숨겨도 계속 드러나는 주홍글씨.


좀 더 알기 쉽게 말하면, 자신이 죄를 지으면 가족도 고통을 받게 된다는 걸 모든 범죄자들이 깨달아야 한다는 이야기지. (363p)


범죄자들이 가족이 있는 경우가 있다면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자기 자신만 죄로 인한 벌을 받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몇배나 더한 고통이 사회에 남겨진 그들의 가족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다. 범죄자들은 자신들끼리 모여있으니 바깥에서 그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오기 전까지는 실감하지 못한다. 여기 남겨진 자들은 지울 수 없는 범죄의 피해를 입고 살아가는데 말이다.


포기하는 데는 이미 익숙해. (302p)


공부도 포기해야했고 사랑도 포기해야 했다. 회사도 포기해야 했다. 도대체가 무엇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모든 것을 숨기고 제대로 좀 살아보려고 하면 그 편지가 날아와서 모든 것을 망쳐놓았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어느 정도 안정이 되어 갈 때는 그나마 좀 숨통이 트이는 듯 했다. 남들처럼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동생의 마음을 형은 이해하지 못한 것일까. 끝내 형은 편지로써만 존재할 뿐 그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무엇이 정답이고 무엇이 옳다고 하지는 못하겠다. 정확한 것은 죄는 분명 미워해야 하는 것이고 나쁜 것이다라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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