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마더
에이미 몰로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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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사라졌다. 그것도 엄마가 그날 딱 몇시간 놀러나간 사이에 없어졌다. 엄마는 아이를 혼자 두지 않았다. 베이비시터를 두었지만 그녀는 마침 딱 그 시간에 잠을 잤다고 했고 아이는 없어졌다. 이런 경우 아이가 없어진 것에 대한 책임은 엄마에게 있는 것일까 베이비 시터에게 있는 것일까.

 

누가 죽는것도 아니고 (후반부 들어서 한 사람의 죽음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아직 말도 못하는 한 아기의 실종사건이 주로 이루어지다 보니 자칫 느슨해지는 감은 없잖아 존재한다. 올긴이의 말에도 이 이야기를 스릴러소설이라고 봐야 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니 정통스릴러라고 보기에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람의 심리를 조절하는 심리스릴러정도라고 생각하면 맞을듯 하다.

 

그날 아기를 맡겨두고 놀러간 날 엄마와함께 있었던 다른 엄마들은 자신들이 죄책감을 느끼고 저마다 아이의 행방을 찾기에 바쁘다. 이런 저런 것을 찾아내며 증거라고 들이대니 오히려 경찰이 일을 하기 힘들 지경이다. 그런 와중에 그 엄마들이 숨기고 있었던 과거들이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과연 이 아이는 어디서 어떻게 돌아오게 될까.

 

작가는 끊임없이 단 하룻밤 외출한 것뿐이라고 엄마들의 입을 빌어 말하고 있다. 정당화 하는 것이다. 아이가 사라진 것에 대한 변명일수도 있고 자신을 변호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엄마도 쉴 수 있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그런 와중에 생긴 일이다.

 

태어나서 어느 정도 인식이 되기 전까지의 아기들은 끊임없이 울고 보채고 잠투정을 한다. 물론 순한 아이들도 있겠지만 말이다. 부모들은 녹초가 되기 쉽다. 더군다나 이른바 독박육아, 엄마가 전담해서 아이를 케어해야 하는 경우는 더욱 지치게 된다. 산후우울증이 이어질수도 있고 그것이 모두 아이에게 영향을 줄 수도 있게된다.

 

사회생활을 하기 힘들어지는 것은 일반적인 상황이고 끊임없이 아이에게만 모든 관심이 쏠리게 된다. 몸의 변화는 물론 그 상항을 더욱 악화시킨다. 모두 아이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모든 것이 이해된다 하더라도 엄마가 아이를 두고 나간다는 것을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손가락질 해야 하는 것일가.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낳아서 비슷한 시기에 산후조리원에 있었던 엄마들끼리는 조리원 동기라는 것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그 조리원 동기들은 남자들로 치면 군대동기같은 막강한 유대감을 공유한다고 한다. 아마 이야기속에서 만들어진 5월맘을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들끼리의 유대감은 남들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끈끈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아이는 엄마가 낳지만 이 아이를 기르는데는 온 동네가 다 필요하다는 옛속담도 있지 않던가. 아이는 혼자 키우기란 상당히 어려운 법이다. 물론 퍼펙트한 엄마가 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다. 절대적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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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배심원
윤홍기 지음 / 연담L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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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제목의 일본 소설과 영미권 소설이 있다. 아시베 다쿠의 [열세번째 배심원]과 스티브 캐버나의 [열세번째 배심원]이 바로 그것이다. 일부러 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모의를 꾸미는 이야기가 일본 소설이었다면 열두명의 배심원이 있고 예비로 뽑는 열세번째 배심원에 들기 위해서 수단을 가리지 않는 이야기가 스티브 캐버나의 이야기였다. 우리나라 작가가 쓴 배심원이 소재로 사용된 이 책은 어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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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세 번째 배심원

    열세 번째 배심원 /스티브 캐버나
     
    열세 번째 배심원
     
    열세 번째 배심원 .아시베 다쿠
     

스티브 캐버나의 경우에는 예비 배심원 자리를 비유로 들어서 제목으로 삼았지만 이 책에서는 마지막 한자리의 배심원 자리를 뜻하는 의미로 일곱번째 배심원이라는 제목을 사용했다. 배심원으로 뽑힐 후보자들이 있고 검사와 변호사가 각기 거부권을 사용하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배심원을 선택하게 된다.

 

이제 딱 한 자리 남은 배심원 자리. 그 자리의 주인공은 바로 전직 대통령이다. 이 권력이 있었던 자의 결정은 검사와 변호사 중 누구에게 더 유리하게 될까.

 

유능한 검사와 초짜의 국선변호사. 남자와 여자의 문제를 떠나서 작가는 그런 대결구도를 만들어 놓았다. 어떻게 해서든지 이 사건을 수사검사가 생각한 것보다 배 이상으로 형을 받아내려고 하는 검사의 노력이 돋보인다. 물론 그는 검사로써의 실력을 드러내고자 함도 있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서 자신이 더 높은 자리로 발돋움하려는 그런 성격이 더 강하다. 더군다나 상대는 초보자가 아닌가. 멋도 모르고 덤비는 병아리이며 하룻강아지이다. 그런 그녀는 승수를 쌓기에 좋은 미끼인 것이다.

 

만만하게 보았던 그녀가 어디서 누구의 조언을 들었는지 분위기가 싹 바뀌어서 등장을 한다. 자칫하다가는 수세에 밀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검사는 총공격에 나서게 되는데 노숙자가 같은 노숙자를 죽인 이 사건이 어떻게 판결이 날 수 있을까. 배심원으로 뽑힌 저 평범한 사람들은 어떤 판결을 내리게 될까.

 

우리나라에서 배심원의 결정은 판사의 판결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단지 판결에 보통 사람들의 생각만 보여줄 뿐이다. 결국 결정은 판사가 하게 된다는 것이다. 제목은 일곱번째 배심원이라고 하지만 전직 대통령이었던 그의 활약은 변호사를 도와주는 용도로 이용된다.

 

작가가 후기에서 밝히고 있듯이 가장 변화를 심각하게 겪는 것은 검사 본인이다. 이 사건이 판결을 어떻게 날 것이며 이 사건의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병아리 변호사의 발전된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왠지 우리나라 법정소설의 기초를 다진 이 소설이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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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미술관 - 그림 속 숨어있는 이야기, 2020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문하연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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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발라동이라는 화가를 모른다. 하지만 <짐노패디>라는 곡을 핸드폰의 벨소리로 저장하기도 했을 만큼 좋아한다. 그 곡의 작곡가 사티의 연인이 바로 이 화가 수잔 발라동이다. 첫눈에 사랑에 빠진 그들 둘. 남성 누드모델을 세운 최초의 여성화가라는 제목이 붙은 그녀의 작품을 이렇게 만나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얻게 되는 얇고 넓은 지식의 즐거움이다.

 https://youtu.be/9Y4pR-bsT5E

 

르네상스시대인 15세기부터 20세기의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시대별로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설명하고 그 비하인드 스토리를 편집해두었다. 작품이 지금 현재 전시되어진 박물관이나 갤러리들을 소개한다. 미국, 독일,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멕시코 등 수많은 나라들을 직접 다 가 볼수는 없어도 적어도 이 책에 소개된 작품들은 확실히 잘 알수 있게 되는 법이다. 책으로 또 한번의 세계 여행을 한다.

 

카라바조의 음울하고 우울하면서도 강렬하고 어두운 그림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두번째 그림을 보는 순간 그의 그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설명을 듣지 않고 내 마음대로 생각했다면 틀림없이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할 수 없는 것이 이 그림의 화가 아르테미시아의 아버지는 카라바조의 영향을 받은 화가 오라치오였다. 아벼지 밑에서 물감을 섞으며 그림을 배웠던 그녀였기에 당연히 그런 특징들이 나타날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 개인적인 히스토리를 몰랐다면 그저 추측만으로 넘어갔을 것이다. 배우는 즐거움이다. 성경상의 이야기를 그리면서 담겨진 인물들의 얼굴에 화가 자신의 개인사가 반영되기도 한다. 그림은 아는만큼 보이는 법이다.

 

피카소나 고흐같은 대중적인 인지도가 있는 작가의 그림도 물론 있지만 베르트 모리조, 르네 마그리트 같이 잘 모르는 작가의 작품도 있어서 더욱 흥미롭다. 유명한 작가도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을 선정해서 그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고 있다. 특히 독창적인 기법을 창조한 부분에 들어 있는 카미유 클로델의 이야기가 더없이 반갑다. 개인적으로는 말이다.

 

오래전 그녀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읽은 적이 있었다. 충분히 천재성이 있는 그런 아티스트였지만 로댕에게 묻혀 버렸던 그녀였다. 뛰어난 작품이 있었고 자신도 그 작품을 만드는데 참여를 했지만 정작 그녀의 이름은 소멸되었고 로댕의 이름만이 남겨졌다.

 

책을 읽으면서 분했던 마음이 이 글을 보면서 다시금 새록새록 생각났다. 그래도 그녀의 작품을 담은 그녀의 이름을 딴 미술관이 프랑스에 있다고 하니 그나마 위안이 된다. 언젠가 프랑스에 다시 가게 된다면 찾아가 보고 싶은 마음도 든다.

 

하기야 카미유클로델 미술관 뿐이겠는가. 이 책에 실린 수많은 미술관들, 갤러리들 그리고 박물관들을 다 한번씩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곳에 가서 뛰어난 실력을 가졌던 그들이 직접 남긴 그림들을 보면서 그들의 인생을 생각해 보고 감상을 하게 된다면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다.

 

저자가 전문가가 아니어서 더욱 쉽게 받아들여지고 더 나와 같은 동일한 입장에서 보는 것같은 느낌으로 쉽게 읽히는 이야기들이 절대 한번 보고 말 책으로 여겨지지 않게 만든다. 그림은 마음을 달래준다. 왠지 마음이 허한 날 다시 꺼내보고 싶어지는 그런 작품들이 가득한 한권의 책. 대만족이다. 책제목처럼 다락방에서 이 책을 읽는다면 더욱 나만의 미술관을 가진 느낌이 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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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 샤라쿠
김재희 지음 / 북스코리아(북리그)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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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곳한 자세, 귀 뒤로 흘러내린 머리 위로 두툼한 가체를 얹은 여인네, 그녀는 영락없이 조선의 아리따운 기녀다. 열여섯 살이나 되었을까 남자를 겪어보기나 했을까. 왼손으로 옷고름을 풀고 있는 그녀는 남색 끝동을 단 삼회장저고리의 노란 바탕색, 옆구리의 붉은색 속고름에 흰 얼굴이 더욱 돋보였다. 저고리 위로 달린 노리개는 그녀의 오른손을 독차지 하며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그녀의 마음을 나타낸다. (394p)

 

혜원 신윤복의 최고의 걸작인 미인도이다. 일급화원으로 화조화를 잘 그렸던 아버지 신한평의 아들이었고 풍속화를 잘 그린다고 알려지기는 했지만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근대화 들어서였다. 특히 일본미술계에서는 정묘하고 농염하게 그려낸 풍속화가라고 극찬을 하고 있다.

 

다양한 장르의 그림을 잘 그렸던 직업화가. 그중에서도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화를 그린 풍속화에서 그의 재능은 두드러졌다. 무명화가로 남아있었던 그가 유명세를 타면서 알려지기는 했지만 그에 관한 많은 것은 알려져 있지 않은 채로 남아있다. 역사를 바탕으로 한 그 이면의 이야기. 작가들은 그 부분을 놓치지 않고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채워 넣어 역사소설을 만들어낸다.

 

 

 

 

 

역사소설은 스테인드 글라스와도 같다. 아무것도 없는 창문위에 여러가지 색을 사용해서 아름다운 작품을 채워서 완성하는 스테인드 글라스. 역사라는 창문을 바탕으로 해서 작가만의 창의력을 발휘해서 다양한 색감으로 그 빈 공간들을 채워간다. 잘 짜여진 팩션의 아름다움은 뛰어난 스테인드 글라스 작품에 햇살이 투영되어 아름답게 반짝이는 딱 그때의 절정의 미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바로 이 [색, 샤라쿠]다.

 

정조시대 단원 김홍도는 간자 즉 스파이를 양성한다. 그들을 일본에 보내서 우리가 임진년에 당한 것을 그대로 갚아주기를 원한다. 그에게 선택을 당한 것은 가권,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신윤복이다. 잘 생긴 외모에 그림실력까지 뛰어난 그였기에 간자로써 더이상 적합한 인물은 없다고 여겼다. 이제 에도로 보내지는 그에게는 어떤 일이 생기게 될까.

 

작가의 최근작인 [경성여성 구락부]는 절반을 기준으로 해서 전혀 다른 분위기로 전환되었었다. 아예 장르적인 변화까지도 꾀했던 작품으로 보였는데 이 작품 역시 가권이 조선을 떠나기 전과 후로 분위기 자체가 완전히 바뀌게 된다. 연극의 무대배경 전체를 바꿔야 하는 것이다.

 

조선을 주배경으로 펼쳐지던 이야기는 가권이 일본으로 가면서 그당시 에도를 중심으로 하는 이야기로 변한다. 다른 책에서도 익히 보아와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에도지만 작가의 책에서 보아지는 에도는 또 조금은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한국 문학작품에서만 볼수 있는 단어들을 사용해서 작품의 독창성을 높이면서도 우리에게 익숙한 인물을 선택해서 친숙함을 주고 있고 적절한 조연들을 선택해서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었는가 하면 적재적소에서 갈등과 긴장감을 주어서 전체적으로 타이트하게 끌고 나가는 작가의 힘은 그야말로 놀랍다.

 

작가는 후기에서 지금보다 10여년전 자신은 더 성숙했을지도 모른다고 적어두었다. 맞다. 그만큼 이 작품은 무르익음이 돋보인다. 농염함이 뚝뚝 떨어진다. 잘 익어서 손만 대면 똑 떨어질 듯한 그런 완숙함 가득한 과일의 맛이 그대로 느껴진다.

 

한일관계가 악화되고 있다. 실제로 정조가 일본과의 전쟁을 구상했는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가 바랐던 대로 계획한대로 우리가 임진년에 받았던 모욕을 갑자년에 되돌려주었다면 지금의 한일관계는 어떻게 되었을까. 지나간 역사는 늘 아쉬움이 남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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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 서른, 세계여행 - 현실 자매 리얼 여행기
한다솜 지음 / 비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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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읽고 있는 책이 있었고 그래서 살짝 맛만 보려고 열었다가 어느틈엔가 쏙 빠져버려서 나가야 하는 것을 잊고 있다가 부리나케 준비를 했다. 그만큼 매력적인 여행이야기가 가득한 한권의 여행 에세이다. 이 책을 읽고 든 감정은 딱 하나다. 부러움.

 

첫번째로는 오랜 기간 동안 같이 여행을 할 여동생이 있다는 것이 부러웠다. 하나가 아닌 둘이서 다녔기에 훨씬 더 많은 에피소드가 탄생되지 않았는가. 그냥 아는 언니 동생이 아닌 친자매 지간이었기에 툭탁거리면서도 금방 다시 화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만큼 가족이라는 것은 다른 어떤 사람과도 다른 그런 관계를 공유하게 된다.

 

두번째로는 결단력이 부러웠다. 그냥 놀고 있는 상태도 아니었고 취직을 해서 회사를 다니고 있던 멀쩡한 직장인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과감히 결단을 내리고 일을 실행했다. 가기 전에 정보를 찾고 비행기표와 숙소를 예약하고 필요한 준비물들을 챙겼다. 상상이야, 꿈이야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상상을, 꿈을 실제로 이루는 사람을 그렇게 많지 않다. 여러가지 현실적인 제약에 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제약을 냉철히 뿌리친 그녀의 과감성이 부럽다.

 

세번째로는 가족의 이해가 부러웠다. 남녀차별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디 사나흘 갔다오는 것도 아니고 자그마치 일년을 계획한 세계여행을 딸들을 보내는 것은 부모의 입장에서 쉽지 않았을 것이다. 거기다 하나도 아닌 딸 둘을 한꺼번에 보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더구나 큰딸은 잘 다니고 있던 회사에 사직서를 내고 가는 것이다. 공부를 하러 가는 것도 아닌 단지 여행을 하겠다는데 선뜻 승낙해 줄 부모는 많지 않겠지만 한자매는 부모복을 타고 났는지 속으로는 걱정이 많으셨겠지만 쉽게 오케이 해주셨다.

 

네번째로는 재정이 부러웠다. 그녀들이 다닌 이백일이 넘는 기간동안 쓴 경비들을 표로 정리해서 뒷부분에 첨부해두었다. 일인당 약 천오백만원이 넘는 금액이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부지런히 모아 두었겠지만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아서 쉽게 쓸 수 있는 금액은 아니다. 거기다 한 가족의 자매인지라 거의 3천이 넘어가는 금액은 아무리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고 해도 실행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르는 법이다.

 

마지막으로 그녀들의 경험이 부러웠다. 24개국 52개의 도시. 그녀들이 살아가면서 언제 이렇게 많은 나라와 도시들을 또 돌아볼 시간이 있을까. 여행작가로 본격적으로 발을 들인다면 물론 이야기는 조금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언니와 동생이 합을 맞춰서 다니기에는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더군다나 자신들의 여행이야기가 이렇게 근사한 책으로 편집되어 나오다니 두고두고 간직할 추억거리가 생긴 것이 아닌가.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을 보면서 우와~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나도 저 곳에 가서 이런 석양 사진을 찍고 싶다, 나도 저곳에서 이런 근사한 광경을 보고 싶다, 그런 생각이 저절로 드는 사진들이 너무나도 많았던 것이다. 남들에게 부러움을 유발시키는 이 책을 질투의 유발자, 아니 유발책이라고 명명하고 싶어진다.

 

사진을 첨부하고 싶었으나 본문의 사진들이 너무 이쁘게 근사한 것들이 많아서 차마 한 컷을 고를 수가 없었다. 궁금하시면 직접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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