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물다섯, 서른, 세계여행 - 현실 자매 리얼 여행기
한다솜 지음 / 비채 / 2019년 7월
평점 :
분명 읽고 있는 책이 있었고 그래서 살짝 맛만 보려고 열었다가 어느틈엔가 쏙 빠져버려서 나가야 하는 것을 잊고 있다가 부리나케 준비를 했다. 그만큼 매력적인 여행이야기가 가득한 한권의 여행 에세이다. 이 책을 읽고 든 감정은 딱 하나다. 부러움.
첫번째로는 오랜 기간 동안 같이 여행을 할 여동생이 있다는 것이 부러웠다. 하나가 아닌 둘이서 다녔기에 훨씬 더 많은 에피소드가 탄생되지 않았는가. 그냥 아는 언니 동생이 아닌 친자매 지간이었기에 툭탁거리면서도 금방 다시 화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만큼 가족이라는 것은 다른 어떤 사람과도 다른 그런 관계를 공유하게 된다.
두번째로는 결단력이 부러웠다. 그냥 놀고 있는 상태도 아니었고 취직을 해서 회사를 다니고 있던 멀쩡한 직장인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과감히 결단을 내리고 일을 실행했다. 가기 전에 정보를 찾고 비행기표와 숙소를 예약하고 필요한 준비물들을 챙겼다. 상상이야, 꿈이야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상상을, 꿈을 실제로 이루는 사람을 그렇게 많지 않다. 여러가지 현실적인 제약에 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제약을 냉철히 뿌리친 그녀의 과감성이 부럽다.
세번째로는 가족의 이해가 부러웠다. 남녀차별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디 사나흘 갔다오는 것도 아니고 자그마치 일년을 계획한 세계여행을 딸들을 보내는 것은 부모의 입장에서 쉽지 않았을 것이다. 거기다 하나도 아닌 딸 둘을 한꺼번에 보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더구나 큰딸은 잘 다니고 있던 회사에 사직서를 내고 가는 것이다. 공부를 하러 가는 것도 아닌 단지 여행을 하겠다는데 선뜻 승낙해 줄 부모는 많지 않겠지만 한자매는 부모복을 타고 났는지 속으로는 걱정이 많으셨겠지만 쉽게 오케이 해주셨다.
네번째로는 재정이 부러웠다. 그녀들이 다닌 이백일이 넘는 기간동안 쓴 경비들을 표로 정리해서 뒷부분에 첨부해두었다. 일인당 약 천오백만원이 넘는 금액이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부지런히 모아 두었겠지만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아서 쉽게 쓸 수 있는 금액은 아니다. 거기다 한 가족의 자매인지라 거의 3천이 넘어가는 금액은 아무리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고 해도 실행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르는 법이다.
마지막으로 그녀들의 경험이 부러웠다. 24개국 52개의 도시. 그녀들이 살아가면서 언제 이렇게 많은 나라와 도시들을 또 돌아볼 시간이 있을까. 여행작가로 본격적으로 발을 들인다면 물론 이야기는 조금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언니와 동생이 합을 맞춰서 다니기에는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더군다나 자신들의 여행이야기가 이렇게 근사한 책으로 편집되어 나오다니 두고두고 간직할 추억거리가 생긴 것이 아닌가.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을 보면서 우와~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나도 저 곳에 가서 이런 석양 사진을 찍고 싶다, 나도 저곳에서 이런 근사한 광경을 보고 싶다, 그런 생각이 저절로 드는 사진들이 너무나도 많았던 것이다. 남들에게 부러움을 유발시키는 이 책을 질투의 유발자, 아니 유발책이라고 명명하고 싶어진다.
사진을 첨부하고 싶었으나 본문의 사진들이 너무 이쁘게 근사한 것들이 많아서 차마 한 컷을 고를 수가 없었다. 궁금하시면 직접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