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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1 - 송지나 장편소설 ㅣ 신의 1
송지나 지음 / 비채 / 2012년 12월
평점 :
잘못 알아도 아주 많이 잘못 알고 있었다. 드라마를 잘 보지 않기에 이 드라마가 방송될 그 장시 한장면만을 보고서는 이 드라마가 현재를 배경으로 해서 고려 무사가 타임슬립을 해서 오는 것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내가 언뜻 보았던 그 장면이 최영이 은수를 찾으러 현대로 온 그 시점이었던 모양이다. 그 이후로 한번도 보지 않았던 드라마는 그 장면 하나로 잊혀졌었다.
이 책을 보니 그 드라마의 장면이 다시 생각났다. 이것은 현대로의 타임슬립이 아니라 고려시대로의 타임슬립이었던 것이다. 현대에서 성형외과 의사였던 은수가 고려에서 온 최영에게 납치되어 그 시대로 들어가버린 이야기. 현대의 사람이 그곳에 가서 어떻게 적응하고 살아갈 수 있을까가 관점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 또한 잘못된 예상이다.
작가는 그들간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원나라에서부터 고려로 돌아가고 있는 왕과 왕비, 그들이 고려에 도착하지 못하게 끈임없이 첩자들이 몰려온다. 급기야 왕비가 크게 다치는 일이 발생하는데 그녀를 살리기 위해서 그들이 말하는 하늘 나라로 보내진 것이 최영이다.
그는 은수를 데려다가 왕비를 수술시켜 일단은 살려놓기는 하는데 그 후의 이야기들도 두사람의 로맨스를 다루기 보다는 궁안에서의 왕과 신하들과 앵반들, 그들간에 권력을 잡으려는 정치이야기들이 주로 펼쳐진다. 핀트를 아주 엉뚱한 곳에 맞춰놓고 잘못된 예상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묵직해진 감만 있지는 않다. 현대에서 날아온 은수 덕분에 이야기는 통통 튀는 매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일단 그 시대에 쓰는 것과는 말이 다른 그녀, 단어 선택도 참 독특하다.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 감정표현을 숨기지 못하는 그녀 덕분에 어렵거나 위급한 상황이라 할지라도 오히려 밝은 느낌을 주고 있다. 사리분별 못하고 오지랖 넓게 모든 것에 다 간섭을 하지는 않는다. 적당히 낄낄빠빠 하면서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알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한다.
드라마에서 은수역을 했던 것은 배우 김희선이었다.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다. 그 당시에 이 역할을 할 사람으로는 말이다. 현대적인 마스트에 한 성격하는 개성을 가진 은수를 표현하기에 이보다 더 딱 맞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적격이라는 소리다. 다른 사람보다는 약간 한 톤 정도 높은 목소리 또한 이 역할에는 안성맞춤이다. 그저 가만히 있어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최영에게 따박따박 대꾸하고 달려드는 은수로써는 그런 목소리 톤이어야만 한다. 드라마는 오래전에 끝났지만 이야기는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