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야 2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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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에 관한 스포 있습니다. 1권을 읽지 않았다면 넘어가셔도 좋습니다.>

 

강한 듯하면서도 언뜻언뜻 엿보이는 가련함과 위탸로움에 그만 손을 내밀고 싶어졌다. 그런데 한편으로 그녀에게는 남의 도움을 거부하는 완고함이 있었다. 그것이 차갑게 느껴질 때가 있는가 하면 씩씩해 보일 때도 있었다. 그 조절이 절묘했다. (28p)

 

히가시노 게이고는 절대악인 캐릭터를 만들어 놓지 않았다. 그 어떤 사람을 이용해서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은 해야 하고 얻고 싶은 것은 가져야 하며 쟁취하고 싶은 것은 손에 넣어야 한다. 그런 행위를 하는 것이 결코 선하지 않다. 남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 자체가 악을 저지르는 것이다. 하물며 자신이 직접 하지도 않는다. 어렵고 힘들고 위험한 일은 절대 자신이 앞서서 나서지 않는다. 모든 실을 손에 쥐고 신처럼 위에서 마리오네트를 부리는 인형조종사와도 같은 그녀다. 그러니 어떻게 보면 그녀가 절대악이어야 한다.

 

하지만 작가는 그렇게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 그 누구라도 그녀가 안되어 보이고 불쌍하고 애처롭게 보이게 만들었다. 아니 그런 면만 있는가. 그 누구보다도 화려하고 아름답고 당당하다. 그러니 불쌍해서 그녀를 도와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녀에게로 이끌린다. 아니 사람들이 아니라 남자들이라고 하자. 그녀에게 이끌리는 것은 오직 남자들뿐이다.

 

같은 여자들은 어떠한가. 그녀에게서 무언가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무언가 기분 나쁜 감정을 느껴버린다. 같은 사람인데도 남자와 여자는 느낌에 있어서는 이렇게 상대적인 감정으로 접근하게 된다. 이것은 소설 상에서의 조건만 그럴까 아니면 실제로도 그러할까. 현실 속에서 이런 여자가 존재한다면 남자들은 소설 속에서처럼 그녀가 하는대로 무엇이든지 다 해주게 될까 아니면 그녀의 마수에서 벗어나는 사람도 있기는 할까.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그 누구든 봐주지 않는다. 남의 불행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가치관을 지녔다.(55p)

 

사람들은 행복하기 위해서 살아간다. 자신이 행복하기 위해서 돈을 번다. 그렇게 돈을 벌어서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사고 자신이 입고 싶은 것을 사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한다. 결과적으로 이 모든 삶은 행복을 추구하는 삶일 것이다. 그런 행복추구가 되지 않을 때 좌절하고 힘들어 한다. 행복의 기준은 무엇일까. 그녀처럼 부와 권력을 잡는 것이 과연 행복일까.

 

물론 그런 모든 조건들을 배제할 수는 없다.사람들이 이혼하는데 있어서 가장 많은 이유도 경제적인 것이 아니던가. 그러니 우리가 살아가는 있어서 그런 조건을 빼놓고 생각할수는 없다. 단 그것이 행복의 전부가 되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서 행복을 얻을 수 있다면 사람은 돈과 권력의 노예가 되어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 애당초 행복이란 무엇일까. 부와 권력을 거머쥐는 것만은 아닐 텐데. (124p)

 

결말에 크게 반전은 없다. [백야행]을 읽은 사람이라면 어느정도 중반부 이상 지나가면서 결말을 예측했을수도 있다. 그 느낌 그대로 가면 결말이다.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 그럴수는 없다고 생각했기에 더욱 답답하다. 백야. 하얀 밤. 끝없이 이어지는 지지 않는 하얀 밤. 그 밤길을 걸었던 사람들은 지금 어디 있는 것인가. 환상의 밤이 지나간다. 아니 이것은 환상이 아니다. 그야말로 환장의 밤이다. 그 누군가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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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야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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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밤길을 걸을 수밖에 없어. 설사 주위가 낮처럼 밝다 해도 그건 진짜 낮이 아니야. 그런 건 이제 단념해야 해. (334p)

 

환야. 이 제목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헛보일 환, 밤 야. 밤이 헛보인다는 것일까. 그렇다면 헛보인 밤은 낮으로 보일수도 있다는 것일까. 그들에게 있어서 낮처럼 보일지라도 결국은 밤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니면 밤처럼 보일지라도 결국은 낮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본문의 문장을 바탕으로 생각한다면 분명 그들에게는 낮은 없어 보인다. 영원한 밤만 존재할 뿐이다. 낮처럼 환하게 보인다해도 그것은 밤. 이 환상의 밤은 평생도록 지속될 것이다. 단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서 밀이다.

 

작가는 [백야행]을 통해서 한 남자가 보이는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주었다. 아니 그것은 그렇게 감정적이고 부드러운 이미지로 중화시킬 것이 아니다. 차라리 맹목적인 사랑이라고 해야 맞는 표현일 것이다. 그녀를 지켜주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는 그러한 종교같은 하나의 신념. 그것은 [용의자 엑스의 헌신]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맹목적인 사랑. 그것은 사랑인가 집착인가 종교인가 아니면 말 그대로 몸을 바치는 헌신인가. 그것은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어디에 기준을 두어야 바람직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나눌 수 있는 것일까.

 

그런 미친 사랑의 계보를 잇는 것이 바로 이 작품이다. 한 남자와 한 여자. 필연적인 만남이었는지 피할 수 없는 운명적인 만남이었는지 정의할 수 없다. 단지 그 자리에 있었고 보았고 만났고 지속되었다. 처음에는 분명히 그럴 생각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어느 하나의 목표를 달려가는 그녀를 막을 수는 없다. 그녀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아버지의 장례식, 올 사람도 없고 부를 사람도 없다. 병원도 아닌 집에 아버지의 유해만 모셔놓고 친한 사람만 몇명 다녀갔을 뿐이다. 그런 그날, 지진이 일어났다. 그 지역 몽땅 모든 것을 휩쓸어 간 지진. 그는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체육관으로 피신했지만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가 더욱 막막하다. 아버지의 유해는 급하지 않으므로 찾을 길도 없다. 워낙에 빚이 많아서 공장과 집도 다 넘어간 상태다. 그런 그가 이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한 남자가 절망 끝에서 만난 한 여자. 그녀는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한 남자의 가장 밑바닥을 본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또 무언가. 이들의 만남은 필연적인가 아니면 지극히 계획적인가.그렇다면 그 길의 끝에서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정말로 바닥이라고 생각했던 그 끝에서 간신히 동앗줄을 잡고 살아난 남자. 그 남자가 잡은 것이 과연 튼튼한 동앗줄일까 아니면 썩은 동앗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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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봄 - 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8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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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의 얼굴을 가리고 자신의 부정한 욕망을 만족시키려고 할 때 사람이 쓰는 가면이다. (86p)

 

시인 이상화는 그랬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고 말이다. 긴긴 어둠의 차갑고 날 서린 겨울이 끝이 난 그들에게 이제 세상의 봄은 올 것이고 그들의 마음에도 봄은 찾아올 것이다. 차갑고 우울해서 잔뜩 웅크린 몸과 마음을 녹여주고 보듬어 줄 그런 봄 말이다. 우리에게도 봄은 오겠지. 긴긴 칩거의 시간이 끝난 후에 말이다.

 

하나의 사건을 파헤쳐 내려가다 보면 알지 못했던 그 오래 전의 사건들과 연결되어 있다. 누군가는 보고도 못 본 척 했던, 누군가는 알지 못해서 못 본 척했던, 누군가는 당하고도 못본 척 했어야만 했던 그 사건들이 자꾸자꾸 드러난다. 마치 덩굴식물을 수확하듯이 하나를 캐면 그 옆에 또 다른 감자가 그리고 그 옆에 또다른 감자가 자꾸 연결되어 있듯이 말이다. 이 모든 것은 원뿌리를 찾아야 한다. 모든 사건을 유발하게 된 동기가 되는 단 하나의 사건. 그 사건을 찾는다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여기 나오는 모두가 그 사건을 찾으려 이동한다.

 

6대 번주이자 지금은 신변상의 이유로 물러난 시게오키는 왜 그리 자신을 숨기고 다른 인격으로 변화하게 되었는지, 그의 옆에 있던 전 수석요인은 왜 그런 인생을 살았어야만 했는지, 그 당시에 사라졌던 아이들은 어디서 어떻게 사라지게 되었는지 모든 것이 하나씩 차례로 풀려나가기 시작한다. 아주 얇은 실이 한번 꼬여 버리면 절대 풀리지 않는다. 가위로 자르지 않는 이상은 점점 더 엉키기만 할 뿐이다. 하지만 아주 두꺼운 실은 한몇 꼬여도 풀기가 아주 쉽다. 가위가 필요없이 손으로 몇번 매듭만 잘 찾아서 풀어주면 그 다음부터는 술술술 잘 풀려나간다.

 

이 이야기는 그런 두꺼운 실과 같다. 처음부터 아주 단단하게 꼬여서 묶여 있던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중정도의 난이도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한번 풀리기 시작한 이야기는 정신없이 풀려버린다. 오히려 반대편에서 실을 감는 사람이 그 속도를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말이다. 그 끝을 붙들고 찬찬히 읽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어느틈엔가 휙 풀려버린 이야기의 끝을 잡고 잠시 멍한 상태로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무도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386p)

 

우리 모두는 단 하나의 인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디 그런가. 정말 화가 났을 때는 내가 아닌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하고 사랑을 할 때는 나도 알지 못하는 내 모습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단, 그 모든 것은 '나'라는 인격의 통제하에 놓여있다. 그런 인간의 상태를 이해한다면 이 이야기속의 인물에게도 충분히 공감하며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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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살고 있습니다 - 수짱의 인생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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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수짱, 나와 함께여서 참 고마왔어. 나답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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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봄 - 상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7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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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마쿠리 (103p)

 

쿠리는 실을 잣는 이토마쿠리의 쿠리와 같은 뜻이지. 자유자재로 다루고, 불러내고, 또 들여보내.

 

미타마는 말 그대로 인간의 영혼. 많은 경우 사령이다만 드물게 생령인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미타마쿠리는 인간의 영혼을 조종해 그것과 의사소통하는 기술이야.

 

상권과 하권, 두권으로 이루어진 미야베 미유키 데뷔 30주년 기념 소설이다. 한 사람이 한 분야에서 30년동안 꾸준히 독보적인 인기를 누려오면서 존재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이던가. 굳이 셈해보지 않아도 30년은 충분히 긴 세월이고 그 많은 시간동안 누가 보아도 홀딱 빠질만한 멋진 책들을 남겨준 작가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작가는 [세상의 봄]이라는 두 권의 소설로 자신의 30주년을 자축하는 듯이 보인다. 축하하는 데에 있어 꽃을 빼놓을 수 없으니 꽃의 색감을 따른듯 화사한 표지를 가지고 있다. 거기다 꽃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인 봄을 표제어로 삼았다. 작가의 모든 책 중에서도 한 획을 충분히 짙게 그리고 굵게 그어줄 이 소설은 어떤 내용일까.

 

하권의 가장 뒤에는 인물관계도가 나와있다. 그 표를 보는 순간 메모지와 펜을 준비했다. 결코 만만해보이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직감한 탓이다. 등장인물들을 이야기에 나오는 순서대로, 가문대로 그리고 직책대로 나누면서 쓰기 시작한다. 그것도 잠시 뿐 어느정도 이해하고 틀이 잡히고 이름을 알고나자 그런 표가 꼭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면 충분히 이해가 되는 정도의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도 베테랑의 면모가 돋보인다.

 

한 지역을 다스리는 번주가 있다. 병을 이유로 다음 번주에게 자리를 넘겼다. 그 후 그는 요양을 이유로 자기 자신을 유폐시켰다. 그 곳에 다키가 오게 된다. 이혼을 하고 아버지와 함께 살았던 그녀.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으로 혼자가 되었다. 그런 그녀를 사촌동생이 데리러 온다. 그녀는 어디로 가게 되는걸까.

 

하지만 알기 쉽고 이해하기 쉽고 납득하기 쉽다는 이유만으로 결론을 서둘러서는 안 됩니다. 사람의 마음은 그런 식으로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한 게 아닙니다. (257p)

 

어찌 보면 다중인격이라 할 수도 있고 어찌 보면 빙의라고도 할 수 있는 소재를 선택해서 작가는 주인공에게 굴레를 씌워 놓았다. 자신이 인식하지 못하는 시간에 벌어지는 일들 그리고 말들. 그는 충분히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한 사람의 몸 안에 여러 인격이 존재한다는 것은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 것인가. 그 사람의 겉모습으로 본인격을 파악해야 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더 자주 드러나는 인격을 인정해야 하는 것인가. 그 속에 들어 있는 인격들은 자신의 것인가 아니면 외부에서 들어온 것인가. 한 남자를 둘러싼 이야기의 비밀이 차분히 그리고 담담하게 결코 시끄럽지 않게 드러나고 있다. 그에게 세상의 봄은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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