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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야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0년 3월
평점 :
우리는 밤길을 걸을 수밖에 없어. 설사 주위가 낮처럼 밝다 해도 그건 진짜 낮이 아니야. 그런 건 이제 단념해야 해. (334p)
환야. 이 제목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헛보일 환, 밤 야. 밤이 헛보인다는 것일까. 그렇다면 헛보인 밤은 낮으로 보일수도 있다는 것일까. 그들에게 있어서 낮처럼 보일지라도 결국은 밤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니면 밤처럼 보일지라도 결국은 낮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본문의 문장을 바탕으로 생각한다면 분명 그들에게는 낮은 없어 보인다. 영원한 밤만 존재할 뿐이다. 낮처럼 환하게 보인다해도 그것은 밤. 이 환상의 밤은 평생도록 지속될 것이다. 단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서 밀이다.
작가는 [백야행]을 통해서 한 남자가 보이는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주었다. 아니 그것은 그렇게 감정적이고 부드러운 이미지로 중화시킬 것이 아니다. 차라리 맹목적인 사랑이라고 해야 맞는 표현일 것이다. 그녀를 지켜주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는 그러한 종교같은 하나의 신념. 그것은 [용의자 엑스의 헌신]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맹목적인 사랑. 그것은 사랑인가 집착인가 종교인가 아니면 말 그대로 몸을 바치는 헌신인가. 그것은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어디에 기준을 두어야 바람직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나눌 수 있는 것일까.
그런 미친 사랑의 계보를 잇는 것이 바로 이 작품이다. 한 남자와 한 여자. 필연적인 만남이었는지 피할 수 없는 운명적인 만남이었는지 정의할 수 없다. 단지 그 자리에 있었고 보았고 만났고 지속되었다. 처음에는 분명히 그럴 생각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어느 하나의 목표를 달려가는 그녀를 막을 수는 없다. 그녀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아버지의 장례식, 올 사람도 없고 부를 사람도 없다. 병원도 아닌 집에 아버지의 유해만 모셔놓고 친한 사람만 몇명 다녀갔을 뿐이다. 그런 그날, 지진이 일어났다. 그 지역 몽땅 모든 것을 휩쓸어 간 지진. 그는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체육관으로 피신했지만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가 더욱 막막하다. 아버지의 유해는 급하지 않으므로 찾을 길도 없다. 워낙에 빚이 많아서 공장과 집도 다 넘어간 상태다. 그런 그가 이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한 남자가 절망 끝에서 만난 한 여자. 그녀는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한 남자의 가장 밑바닥을 본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또 무언가. 이들의 만남은 필연적인가 아니면 지극히 계획적인가.그렇다면 그 길의 끝에서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정말로 바닥이라고 생각했던 그 끝에서 간신히 동앗줄을 잡고 살아난 남자. 그 남자가 잡은 것이 과연 튼튼한 동앗줄일까 아니면 썩은 동앗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