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산 - 반양장본
박인식 지음, 강운구·김근원·김상훈 사진 / 바움 / 2003년 11월
평점 :
품절


아주 오래전이다. 샛노란 표지에 추상적인 그림이 그려져 있고 딱딱해 보이는 활자로 '사람의 산'이라고 박혀 있던 책, 표지만 보아서는 전혀 산에 관한 책이 아닌 듯 했던 책, 바로 이 책의 전신이었던 [사람의 산]이다. 산에서 안정을 찾고 산이 내 가치관의 일부를 결정해 주던 시절, 그 책을 읽으면서 안주하지 못하고 방황하던 나의 그림자를 보았고 내 그리움의 실체를 확인했었다, 라고 말한다면 과장일까. 산에서 숨져간 송준호와 유재원 그리고 최수남의 짧은 평전을 읽으면서 청춘의 한 시기를 헛헛하고 아련하게 보냈다면 믿을 수 있을까. 박인식의 그 책, 그의 글은 그런 위력을 지녔었다. 어설픈 자의식과 불투명한 미래의 어둔 그림자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바람부는 뒷 길을 배회하던 시절이었으니. 책을 읽고 배낭을 꾸려 지리와 설악의 골짜기를 헤메고 다니던 시절이었으니 그랬을까. 그 책이 이렇게 두텁고 고급스럽게 포장되어 다시 나왔는 줄은 몰랐다. 작가인 박인식선생을 그 책 이후 '방랑보다 황홀한 인생은 없다'에서 잠깐 보았고 이후에 티브이에선가, 산삼을 심으로 다니신다는 방송을 보았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하시는지.....이제는 연로하셔서 그런 광기어린 글은 쓰시지 않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요새야 히말라야도 노인분까지 트레킹하고 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14좌를 하신 분들이 3분씩이나 나오고 하는, 심하게 말해서 히말라야가 뒷산처럼 느껴지는 세상이니 책의 내용이 너무 먼 과거의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옛날(?)의 알피니즘, 그 치열한 정신을 요즈음 어디서 볼 수 있을까? 그런 것들이 그리워진다면 이 책을 다시 펼쳐보시라. 세상이 변해가듯 추억도 변질된다지만 청춘의 시절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그 쩌릿쩌릿하던 느낌들을 어디에서 되살수 있을까? 부디 이 책이 절판되지  않고 오래오래 살아 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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