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치열한 무력을 - 본디 철학이란 무엇입니까?
사사키 아타루 지음, 안천 옮김 / 자음과모음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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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제정신을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가르쳐달라」
(2011년 12월 8일, 교토세이카대학 강연)를 요약한 기본 주기 21개 中

20. 우리는 예술에 의해 만들어졌고, 우리는 예술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예술을 펼칠 것이다. 고로 우리가 작품을 만드는 작업은 우리 아이들과 우리 부모를 동시에 구원한다. 이는 우리 부모들이 좋은 예술을 갖고 있으며,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예술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어떤 버팀목도 없는, 실로 위험천만한, 어떤 보증도 바랄 수 없는 도박이다. 하지만 다른 방법은 없다.-181쪽

21. 우리는 강인하게 만들어졌음을 증명해야 한다. 제군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 앞 세대 중 일부가 비열하기 그지없는 자기기만에 빠져 이런 참화를 불러왔다 하더라도, 그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증명할 수 있다. 이 대지진 이후에 뛰어난 작품을 제작하는 것은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 그것을 보고 후세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할까? 그런 지옥 속에서 그녀/그들은 이런 것을 만들었구나.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문학이나 예술이 무력하다는 뻔한 말을 하고 있을 여유는 없다. 우리는 훌륭하게 '제조'되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우리를 만든 사람들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는 작품을 통해 증명해야 한다. 이 참화의 나날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음을.-181~182쪽

이미 파괴, 학살, 재난 이후를 살고 그 자의성과 나른함을 산다. 그 거부와 광기를 살고 죽음과 애도를 산다. 성性의 교분, 임신, 육아를 살며 동시에 그 위험을 산다. 찰나의 자기 '집'을, 전망 없는 가정을 살고 그 붕괴를 신경증적인 손길로 수선하는 나날을 산다. 즉 살아남는 것 자체를 산다. 그러나 이를 통틀어 낙천樂天으로, 기쁨으로 읊고 노래하며 춤춘다. 후루이 요시키치는 재난 이후의 영원, 우리의 짧은 영원을 쓰는 작가다. 때문에 지금이야말로 읽혀야 할 작가다.-263~264쪽

(주석 153) "'아이들은 건강하지? 꿈속에서 들떠 노래하길래 왕생했어'라고 말하더니 쓰다듬던 등의 경련이 멈추고 미소가 떠올랐다. 밤새도록 두 여자아이의 톤 높은 목소리가 엉켜, 멀리서 들려왔다. 아이들을 부르고 싶지만, 방향은 물론 위아래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어디에선가 겨우, 비스듬하게, 여기에 누워 있는 몸과 아이들이 서 있는 평면이 교차하고 있다. 도와달라고 애원하는 게 아니라 그냥 맘 놓고 노래하고 있다. 그런데도 만약 이쪽이 몸 움직임 하나라도 잘못하면 그 목소리를 다시는 들을 수 없게 된다. 무슨 일이 있어도 가만히 있어야 한다. 공중에서 헤매는, 자의恣意에 가까운 이 장소를 한순간 한순간 유지해야 한다. 노래가 계속되는 한 영원도 두렵지 않다."-273~2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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