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 녀석이 우리 집에 온 지 보름이 넘었는데 그동안 이런저런 일로 정신없고 피곤하다보니

텀블러고 서재고 뭐고 다 귀찮아 사진 정리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그래도 부지런히 폰카로 찍어댔더니 다비 사진만 천 장을 넘겼는데, 이러다 도저히 감당이 안 되겠다 싶어

알러지로 인한 결막염으로 부은 눈을 가늘게 뜨고 비슷한 사진 중 잘 나온 컷들만 선별해 남기기로 했다.


그 중 몇 컷…



3월 16일 일요일, 다비를 집에 데려온 첫날

예상은 했지만 나비가 처음부터 다비를 환영해주진 않았다.

다만 자신에게 위협이 될 만한 덩치는 아니기에 그저 엄마가 사다준 움직이는 장난감 정도로 여기는 듯 했다.

호기심에 툭툭 건드려보는데 그게 다비에겐 위협이 될 법도 했다.



집에 빈 방도 있는데 격리했다 천천히 합사할까 고민 안 한 건 아니지만

경험많은 집사인 임보자님께서 새끼와 준성묘인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하셔서 바로 합사했더랬다.

후회가 밀려오는 찰나 나비가 다가와 다비를 핥아준다. 첫날밤은 이렇게 지나갔다.



3월 17일 월요일, 다비를 데리고 병원 가서 종합백신 1차 + 내외기생충 접종을 받고 왔다.

생후 5주차에 체중 450g, 길냥이 새끼치고는 매우 건강하고 튼튼하고 이상도 없다 하셨다.



내추럴 초이스 키튼을 준비해뒀건만 안 먹어서 걱정하고 있었는데 병원에서 로열 캐닌 베이비사료를 추천해줬다.

로열 캐닌… 기업 이미지가 좀 별로라 사고 싶지 않았지만 애가 밥을 안 먹는데 어쩌겠나;;

(나비는 우리 집에 오자마자 밥그릇부터 싹싹 비웠던 터라 안 먹는 다비가 몹시 걱정이 되었다 ㅠ.ㅠ)



다비가 안 먹는 것도 그렇지만 한창 다이어트 중인 나비가 다비 사료 뺏어먹는 게 더 문제였다.

격리해서 밥 주면 냄새 맡고 달려와 문 밖에서 서럽게 앵앵대는데 다비가 쫄아서 눈 앞에 있는 먹을 것도 넘기질 못 했다.

나비 못 울게 문 열고 책장 맨 윗단에서 한 알씩 주는데도 나비 눈치 보기에 급급했다.

하긴 뭐 저런 눈으로 나비가 올려다 보고 있으니 뭔들 넘어가겠나;;



그래도 허기엔 장사 없는 법, 하루 굶고 나니 다비도 행여 나비가 뺏어먹을까 후다닥 그릇을 비워냈다.



슬슬 서로에게 익숙해졌는지 붙어서 낮잠도 잔다. ㅎㅎ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고~ 그 다음날엔 (앙증맞은 사이즈로) 응가와 쉬야도 했다! ㅎㅎ

처음엔 조준(?)을 잘 못 해서 근처에 흘리기도 했지만 나비한테 그랬던 것처럼

바닥에 쉬야한 거 휴지로 잘 닦아내고 그걸 화장실에 놔 두니까 더는 실수하지 않았다, 아오 기특한 것들!!



두 녀석은 이제 딱 붙어서 존다. 친형제마냥 자는 모습도 비슷해 사진 찍으면서 무척 흐뭇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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