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홍대에서 스터디모임이 있어서 겸사겸사 아름다운가게에 기증할 물건까지 챙기고 나왔다.


책 정리하면서 다른 물건까지 정리했는데 책과 달리 팔기도 뭐하고…
기증신청해서 사람부르면 내가 움직일 필요는 없지만 낮엔 혼자 있으니 외부인을 집에 들이기도 그렇고
좋은 일 하는 곳인데 내가 좀 움직이고 말지, 자원활동가 귀찮게 하고 인건비 늘어나게 하는 건 좀 그래서
홍대 근처에 갈 일 있을 때마다 쇼핑백에 담아 조금씩 들고 나오기로 했다. (홍대점이 집에서 가장 가까운 매장임)


어제 들고 간 품목은 보풀제거기, 고양이 사료 샘플 (이제 나비에겐 홀리스틱만 먹이려 한다),

프랭클린 플래너 컴팩사이즈 6공펀치 (요즘 난 volloi 플래너를 쓰고 있다) 

FMA 캐릭터 노트와 파일 (아까워서 못 쓰고 소장만 하다 그냥 기증;;),

유니버설 웨이트 타로카드덱… 뭐, 이 정도다.

 
약속시간도 널널하고 해서 매장을 좀 둘러보다가
지난 번에 기증했던 바이엘 메트로놈이 가격표(7,000원) 붙은 채로 진열되어 있는 걸 발견했다.

어머낫!!


피아노에 한이랄까 미련이랄까 그런 애매한 감정도 있고 꽤 서글픈 추억이 있어서

지금도 피협이나 피아노 독주, 피아노가 메인으로 들어간 건 무조건 안 들으려는 나인데도

고등학교 때 집 근처 세원백화점 (지금은 롯백 동래점) 삼익피아노 매장에서 산 메트로놈은 도저히 못 버렸는데…

이번 기회에 후련하게 정리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또 만나다니… 으앙~ 반가워, 미안해, 못본새 더 새끈해졌구나(읭?)~

혼자 들떠서 폰으로 사진 찍으려는 찰나

어떤 아저씨가 휙 낚아채더니 계산대쪽으로 가는게 아닌가!



매장 한켠에 세워진 기타도 유심히 살펴보던 부자였는데 이 날은 그냥 저 녀석만 계산했다.

한창 음악에 열 올릴 아들을 위해 지갑을 여는 아버지라…

참, 그러고 보니 나도 저 나이엔 음악에 미쳐 있었구나! 아~~~


내가 기증한 물건을 사가는 고객님을 직접 보게 되다니~!

뭐, 내게 직접적 이익은 없지만;; (물론 기부영수증 처리되긴 함)


벼룩시장에서 직거래할 때와는 또 다른 설렘과 감동이 일었다. (나 은근히 감성적임;;)

한때 애정을 듬뿍 준 대상이 지금 다른 사람에게 또 소중한 물건이 된다라…

천하만물이 다 제 쓰임이 있는데 다만 어리석은 인간이 활용 못 하고 불평만 늘어놓을 뿐이구나 싶어 짠하기도 했다.


'내겐 고물, 남에겐 보물'이라더니 과연!

훗, 작은 방에 쌓아둔 갖가지 '버릴 것'들, 부지런히 매장으로 날라야 겠다 ㅎㅎ 

글구 또 우리 집에서 잠자고 있는 보물이 있진 않은 지 수시로 점검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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