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과 인간형은 좋은 집사가 되기 힘든 것 같다.

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 있기 좋아하고, 하루에 최소 2시간은 묵상할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인간인데
나비가 온 이후로 그나마의 개인시간마저 증발해버렸다.
아… 힘들고 짜증나고 지친다 진짜 ㅠ.ㅠ

마른 장마라 비는 안 오고 무덥기만 한데 에어컨 틀기는 싫고 어떻게든 선풍기로 버티려면 문을 열고 살아야 하는데
나비가 오고부턴 서재 방문 닫고 찜통더위 속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것인지
아니면 문 열고 천방지축 수컷 아기고양이랑 지칠 때까지(나비는 지치는 법이 없단 게 함정) 놀아줄 것인지 선택해야만 하더라.

전업주부가 되면 시간이 많을 줄 알았는데
현실은! 아침 저녁 쉬지않고 집안일하고서야 겨우 4~5시간 간신히 확보할 수 있더라.
(결혼 준비할 무렵 새똥님 절약글에다 정리책에 몰두한 터라 가구 및 세간을 최소한으로 들였는데도!)

그나마도 나비가 온 이후엔 공부는커녕 일기도 쓸 시간이 안 나고 (한밤중+새벽시간은 녀석이 가장 활발한 시간대!)

남편이 나비를 봐주는 지금에서야 일주일만에 볼로이 수첩을 펴들고 일정관리를 했다.


사실 지금 이 우울한 기분은 나비 때문이 아니다.

고양이야 돌만 지나면 어른이 된다고 하고, 조만간 중성화수술 시키면 말썽피우는 것도 덜해질테니 괜찮지만

인간아이는… 하아아아아아아~ ㅠ.ㅠ

아기는 꼭 낳고 싶고 꼭 낳을 생각이지만

그런 한편 내가 포기해야만 하는 것들이 자꾸 생각나 기분이 착 가라앉는다.

돈, 몸매 같은 건 기꺼이 내려놓을 수 있지만 혼자만의 시간은… ㅠ.ㅠ

난 엄마가 되기에 부적합한 인간인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