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일 (토)
여자 셋이서 꽃구경을 왔다. S사의 K씨와 초면인 카메라우먼, 그리고 나. 벚꽃이 활짝 핀 강가에 포장마차가 세워지고 보통 가게에서도 문 앞에 나와 판매하니 거리가 꽤 북적였다. 무엇을 살지 자꾸 눈이 쏠린다. 마실 것으로 맥주를 산 다음, 야키소바를 살까, 다코야키를 살까, 볶음쌀국수는 별로지요? 라며 고르는 사이에 그만 포장마차도 보이지 않는 외진 곳까지 걸어와버렸다. 이건 마치 세 여자의 인생을 암시하는 듯하다.-106쪽
4월 4일 (일)
오늘도 꽃구경을 나왔다. 요요기 공원. 벚나무 아래. N군의 타로점이 인기를 끌고 있다. S씨는 "올해도 결혼 못하겠네"라는 말에 "나는 반드시 하고 말 거야!"라고 되받았다. 이제 내 차례다. 지금 내 고민은 일에 관한 것밖에 없다. 일 외에는 상담하고 싶을 만큼의 정열이 느껴지지 않는다. 일말고 다른 것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내겐 없는 모양이다.-107쪽
7월 4일 (일)
가마쿠라의 G씨 집에 가지고 갈 잠옷이랑 갈아입을 옷을 가방에 넣고 있다. 매일 똑같은 벽과 천장을 보고 있으면 내가 게 통조림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 들어 숨이 막힌다. 큰맘 먹고 G씨에게 연락하여 재워달라고 했다. 지하철을 타고 마을을 빠져나가 강을 건너 요코하마에서 한 번 갈아타고 가마쿠라에서는 에노덴. 역에서 내려 찻집에 들어가 커피를 한 잔 마신 다음, 해변 길을 따라 한 바퀴 돌고 나서 G씨의 집으로 향한다. 밭에 싱싱한 오이가 파랗게 매달려 있다.-203쪽
7월 5일 (월)
쇼난 신주쿠 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 가면 또 똑같은 천장이라 생각하니 배가 아파지는 것 같지만, 기분 탓이겠지. 아파트 아래층 집, 이사 나간 후 변화 없음.-2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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