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 접시 위에 놓인 이야기 5
헬렌 니어링 지음, 공경희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01년 9월
구판절판


음식은 몸의 연료이다. 옥탄을 과하게 주입하거나 엔진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게 해야 한다. 소화하기 쉬운 적당량의 음식을 몸에 공급해야 한다. 철철 흘러 넘치게 공급하면 (위는 말하자면 카뷰레터이다) 엔진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것이다. 내연 기관이 역화하거나 아예 출발도 못하게 된다.-14쪽

이 요리책은 '들어가지 않는' 게 많은 책이다. 물론 고기나 생선, 닭고기류가 들어가지 않는다. 또 백설탕, 흰 밀가루, 베이킹소다와 파우더가 들어가지 않는다. 후추와 소금(다만 천일염은 예외이다), 달걀과 우유도 들어가지 않는다. 또 폭신한 빵과 파이, 페이스트리도 없다. 그럼 남는 게 뭐냐고 물을 것이다. 다 빼고 남는 걸로 음식을 만들기 어려울 거라고들 생각하리라. 무엇이 남는가? 온갖 과일과 야채, 건강에 좋은 곡물이 있다. 유익한 것이 너무 많아 고르기가 어려울 정도다. 지면만 충분하다면, 이 책에 내가 쓰려는 조리법의 두 배는 게재할 수 있다. 분명히 말하건대 우리는 집에서 굶지 않는다. 우리 부부는 잘 먹고, 심지어 과식하기도 한다.-86~87쪽

이 책이 마치 모든 사람에게 먹을 것이 풍부해서 우린 가장 영양가 높은 것으로 고르기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읽힐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세계에는 기아 상태에 있거나 그 직전 상태에 처한 사람이 수백만 명이나 있으며, 그들은 빈속을 채울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먹으리란 것을 나는 잘 안다. 누가 그들에게 에밀리 디킨슨이 어느 시에 쓴 것처럼 "음식이 굶주린 사람에게 의미하는 것처럼 중차대한"이라는 냉소적인 형용사를 사용할 수 있을까.-88쪽

소박하게 먹는다고 해서 반드시 단조로운 식단을 구성할 필요는 없다. 매일 매끼 다양하게 먹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같은 음식을 먹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마음에 드는 것을 찾으면 계속 그것을 고수하자. 인생이나 요리에서 다양성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지 않은가. 다양한 음식이 있으면 과식하게 된다. 이것저것 손대다가 다시 처음 것으로 돌아오고, 처음부터 다시 먹기 시작해서 필요 이상으로 많이 먹기 십상이다. 제대로 씹지 않고 그냥 목구멍으로 넘겨 버리게 되고. 먹을 때처럼 요리할 때도 가짓수가 줄어들면 그것에 집중하게 되고 그것을 높이 평가하게 된다.-88~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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