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청소법 - 걸레 한 장으로 삶을 닦는
마스노 슌묘 지음, 장은주 옮김 / 예담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담담히 합니다. 이것이 선의 정신입니다.-11쪽

수행승들의 24시간은 오롯이 수행입니다. 청소나 밭일, 비품 관리 등을 비롯하여 절 운영에 관한 잡무를 모두 작무(作務)라고 부르며, 좌선과 같은 수행으로 여깁니다. 그중에서도 청소는 중요한 작무의 하나입니다. 수행승들이 수행하는 절에서는 매일 오전 4시면 하루를 시작합니다. 몸가짐을 단정히 하고 좌선을 한 다음 아침 근행(勤行, 시간을 정하여 부처님 앞에서 독경하거나 예배하는 일)을 합니다. 그 후 일제히 청소를 하고 나서 아침을 듭니다. -18쪽

집 밖에서 우리는 많든 적든 격식을 차리게 되는데, 말하자면 `임전태세`입니다. 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누구나 밖에서 몸을 감싸고 있던 갑옷을 벗고 한숨을 돌리겠지요. 공(公)의 얼굴에서 사(私)의 얼굴로 되돌아오는 공간, 그곳이 자신의 집입니다. 절이나 신사에서는 정역(淨域)이라고 합니다. `신불(神佛)이 계신 청정한 공간`이라는 의미입니다. 신불을 섬기는 자는 고귀한 신불에 어울리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그 장소를 철저히 쓸고 깨끗이 닦아 청결하게 합니다. 소중한 자신과 가족이 사는 집도 마찬가지입니다. 늘 청결하고 신성한 장소가 되어야만 합니다.-22쪽

당나라 선승인 백장선사는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지금 이 말은 `일하지 않는 자는 먹으면 안 된다`라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는데,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날 하루 열심히 일하고 그날의 식사를 한다, 매일 게을리하지 않고 그날의 일에 전념하여 그날 분량의 식사를 취한다는 의미입니다. 즉 하루의 일을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해나가는 것의 중요함을 백장선사는 설법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중략) 선의 사고방식은 아주 심플합니다. 그날 해야 할 일을 그날 분량만큼, 그저 담담히 하면 됩니다. 어질러진 방을 내버려둬도 저절로 정리되지는 않습니다. 더러움이 어느샌가 사라져 깨끗해지는 일도 없습니다. (중략) 날마다 마음을 청소한다는 요량으로 그날 정한 만큼 계속해서 청소를 합니다. 그렇게 하면 깨끗한 방은 물론 마음까지도 온화하게 키워갈 수 있을 테니까요.-40~41쪽

`있어야 할 것이 있어야 할 곳에 있게 한다`라는 말은 선에서는 진리를 나타내며, 또한 하나의 이상을 나타냅니다.-51쪽

좌선이 `정(靜)의 수행`이라면 청소는 `동(動)의 수행`입니다. 작무 북소리를 신호로 수행승들이 모두 달려 나와 일제히 청소를 시작합니다. 청소 시간은 온힘을 다해 몸을 움직이고 눈앞의 작업에 집중합니다. 잡담할 틈은 없습니다. 잠시라도 정신을 놓으면 고참이라 불리는 수행 선배의 불호령이 떨어집니다. (중략) 동의 시간인 청소를 할 때는 모두 기합을 넣어 마음을 닦는다는 생각으로 철저히 마지막까지 해냅니다. (중략) `귀찮은데`, `싫은데`하는 생각으로 청소를 해서는 결코 마음을 닦을 수 없습니다. 당연히 작업 효율도 오르지 않겠지요. 청소를 시작한 이상에는 활기차게 시작해봅니다. 어느덧 마음에는 상쾌한 바람이 불어올 것입니다.-58~59쪽

쓸기 청소를 할 때는 쓸기 청소를 하는 것에만. 닦기 청소를 할 때는 닦기 청소를 하는 것에만. 그저 그것에만 전념해봅니다. 그 자체와 하나가 되어봅니다. 일상의 걱정이나 불평, 불만은 잠시 곁에 내려둡니다. 그리고 그저 무심히 눈앞의 작업에 집중합니다. 그렇게 하면 저절로 마음이 고요해져 청소에만 전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중략) 건성으로 청소를 하면 청소는 언제까지나 `고역`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무념무상으로 몸을 움직이는 동안에 그냥 청소가 마음을 닦기 위한 `수행`으로 바뀌어갑니다. 그러면 저절로 다양한 방법이 생겨납니다. 고승 료칸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꽃은 무심히 나비를 부르고, 나비는 무심히 꽃을 찾는다." 꽃은 나비를 부르려고 피어 있는 게 아닙니다. 나비도 꽃을 찾으려고 죽을힘을 다해 날아다니는 게 아닙니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꽃은 그저 그곳에 피고, 나비는 팔랑팔랑 춤추다가 우연히 서로 만나게 됩니다. 일부러 애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매 순간순간 눈앞의 일에 전념합니다. 그것으로 완벽합니다. 고작 청소라 해도 한결같이 손을 움직이고 몸을 움직이는 동안에 이룰 수 있는 경지가 반드시 있습니다.-60~62쪽

`사용한 다음에 원래의 장소로 돌려놓는 것`을 철저히 하면 물건을 찾느라 고생할 일도 없습니다. 물론 어질러질 일도 없습니다. 말끔히 정리를 했는데 어느샌가 방이 어질러져 있다면, 뭔가를 사용한 다음 원래 있던 장소로 돌려놓지 않아서입니다. 외출에서 돌아와 벗은 코트나 재킷을 무심코 의자에 걸쳐두었거나, 장본 것들을 부엌 구석에 그냥 놓아두거나 하지는 않았나요? `나중에 잘 치워야지` 하지만, 그 `나중`이 오기도 전에 다음 작업으로 옮겨가 다른 물건을 사용한 다음 돌려놓지 않은 채 또 다른 장소에 내버려둡니다. 그렇게 되면 방이 점점 어질러집니다.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로운 의뢰가 들어왔다고 하여 한가지 일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않고 다음 일로 옮겨가면 결국 수습이 힘들어집니다. 여러 일을 병행하는 경우는 모두 어느 정도 목표가 설 때까지 한 가지 일을 한 다음 다른 일로 옮겨 갑니다. 모든 일은 그때마다 하나하나 완결시켜갈 필요가 있습니다. 물건을 사용했다면 반드시 원래 있던 장소로 돌려놓습니다.-64~65쪽

`지족(知足)`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분수를 지켜 만족할 줄 안다, 즉 지금 갖고 있는 물건으로 충분하다고 만족하는 마음입니다. 청소는 스스로 몸을 움직이고 시간을 들여 행하는 것이지, 세제나 도구가 해주는 게 아닙니다. 집중해서 하면 강력한 세제도 특별한 도구도 필요 없습니다.-67~68쪽

선(禪)에는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않는 청정한 마음 상태를 일컫는 말입니다. 이 말대로 인간은 원래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무일물중무진장(無一物中無盡藏)`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그 속에 누구나 무한한 가능성이 숨겨져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 가능성을 끌어내려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건을 철저히 재점검해야 합니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물건은 지금 당신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일까요.-72~73쪽

일본의 조계종 창시자인 도원선사는 `타시비아(他是非我)`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남은 내가 아니기 때문에, 남이 수행을 대신할 수 없다`라는 뜻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행승들은 자신의 몸을 움직여 부지런히 작무에 힘쓰고 좌선을 합니다. 현대인은 어떻게든 머리로 이해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하지만 그래서는 진정한 이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직접 몸을 움직이고 땀을 흘려가며 정리한 방의 쾌적함을 몸소 느끼면 그 감각이 자신 안에 남습니다. 그때 비로소 청소의 효용이 마음에 와 닿을 것입니다.-80~81쪽

인생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나중이나 다음은 없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간다`라는 것이 선의 사고방식입니다. 올지도 오지 않을지도 모를 내일을 기대하며 살아가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성심껏 살아갑니다. 작은 일도 소홀히 하지 않고 그때그때 빈틈없이 처리합니다. 이것이 후회하지 않는 삶의 방식으로 이어집니다. (중략) 누구나 언젠가는 반드시 이 세상을 떠날 날이 옵니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그때`를 후회 없이 맞으려면 `지금 이 순간`을 온힘을 다해 성심껏 살아가는 길밖에 없습니다.-90~92쪽

만약 가족이 협조해주기를 바란다면 해결책은 오직 한 가지. 당신 스스로 묵묵히 청소를 하고, 항상 깨끗한 방을 유지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절에 참배하러 와서, 휴지 조각 하나 떨어져 있지 않은 경내나 법당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깨끗하게 정리된 공간은 더럽혀서는 안 된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어지르고 또 어질러도 담담히 청소를 하여 항상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방을 계속 유지하면 `나도 방을 깨끗이 청소해야겠다`라는 의식이 가족 사이에 생겨납니다. `왜 나만 청소를 해야 하나?` 하고 화가 나기도 하겠지요. 그러나 반복하지만, 청소의 본래 목적은 자신의 마음을 닦기 위함입니다. 당신이 청소하는 옆에서 가족이 방을 어지르더라도 나를 위해 청소한다고 생각하면 화가 나지 않겠지요.-97쪽

저도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법당과 부엌의 덧문을 활짝 열고 본존께 차를 공양합니다. 그리고 걸레질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겨울에는 아직 어둡고 한기로 살을 에는 듯하지만, 몸이 긴장되면서 상쾌함을 맛볼 수 있습니다. 여름에는 경내의 싱그러운 초록이 마음을 윤택하게 합니다. 이 시간은 사계의 변화를 몸소 느낄 수 있는 사치스러운 시간입니다. 아침 공기는 특히 자연의 변화를 섬세하게 느끼게 해줍니다. 매일 아침, 바깥 공기를 몸속 가득 들이쉬는 습관을 들이면 그날의 몸 상태나 마음 상태도 민감하게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중략) 방 안에 고인 공기가 바뀌면 당신의 몸도 분명 눈을 뜨게 되겠지요. 그때부터가 청소의 시작입니다. 상쾌한 기분으로 청소를 하면 아무리 분주한 일상이라 해도 마음에 여유가 생깁니다. 그러면 그날 하루, 무리하지 않고 초조해하지 않고 해야 할 일을 자연스럽게 처리해나갈 수 있습니다.-105~109쪽

처음에는 누구나 의욕에 넘쳐 목표를 높게 잡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지속할 수 없다면 의미는 없습니다. 높은 목표가 아니라 지속 가능성에 의의를 둡니다. 그 대책으로 매일 아침 청소 시간에 타이머를 사용하는 방법도 좋겠지요. 아무튼 매일 아침 청소 습관을 들이는 것이 목적이므로 설정 시간은 몇 분이건 상관없습니다. 그 시간이 5분이라면 5분 동안은 철저히 청소에만 전념합니다. 그러다가 타이머가 울리면 과감히 그만둡니다. 습관은 사람을 변화시킵니다. 100일 후에는 청소를 하지 않으면 찝찝한 기분마저 들게 될 테니까요. 그날을 기대하며 무리하지 않고 청소를 계속해가도록 합니다.-111~112쪽

육류나 생선은 물론이고 쌀이나 채소 등 우리 입에 들어가는 모든 것에는 생명이 있습니다. 그 귀중한 생명을 받아 자신의 생명을 이어가고 있으니, 감사의 마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나온 음식은 남기지 말고, 식사 전후에는 "잘 먹겠습니다", "잘 먹었습니다"라고 마음을 담아 말합니다. 만약 다 먹지 못할 것 같으면 처음부터 양을 줄여 먹을 만큼만 먹도록 합니다. 식사는 자신의 생명을 이어가는 중요한 행위입니다. 가족이나 자신이 먹을 음식을 만드는 부엌은 생명의 근원을 낳는 장소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부터라도 당장 깨끗이 청소를 해야겠지요.-140~141쪽

다음 날에도 계속 같은 파일과 서류를 사용해야 한다면, 그날 일이 끝난 후에도 책상 위에 그대로 둔다는 사람이 꽤 있습니다. 하지만 그날 작업이 끝나면 일단 모두 정리합니다. 책상 위에는 아무것도 두지 않은 상태가 가장 이상적입니다. 다음 날 아침, 새로운 기분으로 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책상이 한 번 정리된 상태라 `자, 시작해볼까!` 하는 기운이 솟아 새로운 기분으로 일에 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책상을 전날 상태 그대로 둔다면 `어제의 연속`이라는 기분이 들어 타성에 젖기 쉽습니다. `일일신우일신(日日新又日新, 날마다 새롭고 또 새롭다)`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매일매일이 다른 하루, 새로운 하루를 새로운 기분으로 시작했으면 합니다. 아침에 아무것도 놓여 있지 않은 책상 위를 깨끗이 닦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해볼까요. 그날 하루의 능률이 부쩍 오를 것입니다.-151~152쪽

초목을 잘 관찰한다는 것은 자연과 자신이 하나됨을 의미합니다. 그만큼 마음이 평정심을 찾았음을 뜻합니다. 걱정거리나 잡념으로 `마음이 여기에 있지 않으면` 아무리 가까이서 정원을 바라고보 있어도 그 모습을 충분히 관찰하지 못합니다. 정원에 꽃이 청초한 꽃망울을 터트려도 형형색색의 단풍이 땅을 물들여도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합니다. 얼마나 슬픈 일인가요.-167쪽

지금 살고 있는 공간을 소중히 한다는 것은 각각의 물건이 있어야 할 모습을 재점검하여 있어야 할 곳에 있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깨끗하고 심플한 공간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 공간에서 지내면 저절로 마음이 닦여 순수한 기분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담긴 존귀한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감동을 잊지 않고 고마움을 실감하여 살아갔으면 합니다.-175쪽

청소는 일상 속에서 무념무상이 될 수 있는 시간입니다. 무심히 청소를 하는 그 순간만큼은 그것과 완전히 하나가 됩니다. 물론 청소를 한다고 해도 마음이 지금 여기에 있지 않다면 그 의미는 전혀 달라집니다. 청소 시간이 그저 의무나 노동이 되어버리겠지요. 하지만 평소의 걱정거리나 고민을 모두 잊고, 눈앞의 더러움을 없애고 쓰레기를 치우는 데 집중하면 그 시간이 큰 깨달음으로 이어질 것입니다.-181쪽

차를 마시는 것은 지극히 일상적인 행위입니다. 하지만 그윽한 향이나 입에 머금었을 때 확 퍼지는 감미로움을 맛보며 진심으로 `아, 맛있다` 하고 차와 자신이 하나가 됩니다. 그것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 기분 좋은 순간입니다. 차와 나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것과 완전히 하나된` 상태가 진리를 전합니다. 그 상태에 스스로를 두는 것이 선의 수행입니다. `수행` 혹은 `깨달음`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닙니다.-182쪽

누구나 자신의 생활을 바꾸고 싶어합니다. 그럴 때 우리는 이렇게 생각하기 쉽습니다. `더 xx하면 좋아질 거야`, `새로운 xx가 있으면 행복해질 수 있어.` 지금과는 다른 물건이나 사고방식, 생활방식을 손에 넣으면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선에서는 새로운 뭔가를 얻는 게 아니라, 필요 없는 것을 처분하고 버려가는 것이야말로 행복으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집착이나 연민을 내려놓습니다. 욕심이나 허세에서 자유로워집니다. 필요 없는 물건을 버립니다. 더러움이나 먼지를 깨끗하게 없앱니다. 더 이상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내려놓고 집뿐만 아니라 마음도 청소해갑니다. 그렇게 하면 두터운 구름에 덮여 보이지 않았던 `불성`이 나타나게 됩니다. 그것은 일말의 흐림도 없는 `본래의 자신`입니다. 필요 없는 물건을 모두 버리고 심플한 상태가 되었을 때, 잃어버렸던 자신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본래의 자신을 되찾으면 자유로운 경지에 접어듭니다. 그리고 정말 필요한 물건에만 둘러싸여 살아가는 온화한 날들이 시작됩니다.-184~185쪽

아무리 열심히 `마음을 닦자`, `여유를 갖자`고 노력해도 그렇게 간단하게 될 리는 없습니다. 집착이나 욕심은 우리를 칭칭 옭아맵니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느라 자신의 행동이나 발언을 제한하거나 얼버무립니다. 선입견에 휩싸여 눈앞에 있는 사람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합니다. 언제까지나 과거에 연연합니다. 이런 일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그러나 청소를 하고 환경을 바꾸고 심플한 상태가 되면 사람의 마음은 저절로 변합니다. 그때까지 덮여 있거나 깔려 있던 흐림이 제거되어 마음의 거울이 깨끗해집니다. 이것이야말로 운을 불러들이기 위한 기본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188쪽

수행을 거듭해온 수행승은 행동이 아름답다고들 합니다. 일상적인 행동 하나하나에 헛됨이 없습니다. 그것은 엄격한 규율에 따라 생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주변 환경이 군더더기 없이 심플하기 때문입니다. 그같은 생활을 오랫동안 하면 정신이 맑아집니다. 평소의 행동이 세련되고 아름다워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중략) 본성 주위에 군살처럼 붙어 있는 번뇌는 우리를 미혹시켜 `마음이 여기에 있지 않은 상태`를 만듭니다. 그러면 깜빡하고 실수를 하거나, 중요한 시점에 멍하니 있거나, 툭하면 물건을 잃어버리거나 하여 생활 전체가 흐트러집니다. 절의 규칙적인 생활은 번뇌를 털고 본성을 빛나게 하기 위한 하나의 시스템입니다. 마찬가지로 아침 5분 동안 규칙적으로 청소를 해나가면 마음이 안정되어 번뇌에 미혹되는 일이 줄어듭니다.-189~190쪽

내 손에 들어온 물건에 집착하지 않고 점점 버려가면, 또 다른 새로운 물건이 찾아오는 순환이 생겨납니다. 이때 `이만큼 해주었으니 꼭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라는 욕심이나 `좋은 일을 하고 있으니 나는 훌륭하다`라는 교만함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희사(喜捨)에는 사람을 돕는다는 큰 목적이 있습니다. 또한 계속해서 희사를 하면 돈이나 물건에 대한 집착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훌륭한 공덕이 쌓이게 됩니다. 물건을 처분할 때도 `희사`의 사고방식을 염두에 두면 좋습니다. 소유에 집착하지 않고 기쁘게 버리거나 혹은 남에게 양도하거나 재활용 매장에 갖고 갑니다. 이 습관이 몸에 배면 저절로 생활 전체가 가벼워집니다. 그리고 새로운 물건이 차례차례 찾아오게 됩니다. 물건에 집착하지 않는 마음이 생기는 신기한 순환이 아닌가요.-205~206쪽

"했습니다!" 하고 소리 높여 주장하는 게 아니라, 우아하고 품위 있게 조용히 선행을 베풉니다. 정말 바람직한 사회 공헌의 형태가 아닐까요. 그런 삶의 방식은 저절로 배어나와 주위에도 전해집니다. 음덕을 쌓고 있는 사람은 애써 자신을 내세우지 않아도 주위에서 먼저 인정하고 존경해줍니다. (중략) 가정에서든 직장에서든 집 앞에서든 쓰레기가 눈에 띄면 줍습니다. 더러워진 곳은 쓱쓱 닦거나 쓸거나 합니다. 그것을 묵묵히 행합니다. 그 장소가 깨끗해지면 당신의 기분도 좋아지겠지요. 그리고 음덕도 쌓입니다. (중략) 남을 위해, 마을을 위해 휴지를 줍거나 청소를 하면 그것을 하는 사람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해주는` 게 아니라 실은 `받는` 것입니다. 시험 삼아 눈에 띈 휴지를 주워보세요. 기분이 맑고 밝아질 것입니다. 음덕을 쌓는 것의 진정한 공덕은 이런 데 있지 않을까요.-207~209쪽

정성을 들여 환경을 가다듬고 자신을 성장시키지 않으면 성과는 나오지 않습니다. 지식과 정보가 아무리 풍부해도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무엇 하나 바뀌지 않습니다. 머리로는 완벽히 납득했다고 해도 몸을 통하여 습득하지 않으면 그 사람의 행동은 절대 바뀌지 않습니다. 손에 넣은 지식과 정보는 `그림의 떡`으로 끝나버립니다. (중략) 뭔가를 깊이 이해하려면 그것을 납득할 때까지 몸에 기억시키는 수밖에 없습니다. 질릴 만큼 몇 번이나 같은 과제로 계속 몰두하면, 어느 순간 눈을 감고도 그것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 정도에 이르지 않으면 정말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겠지요. 수행승들의 수행도 매일 같은 일의 반복입니다. 좌선을 하고 경을 읊고 청소 등의 작무에 공을 들입니다. 1년 365일, 거의 같은 일과로 하루를 보냅니다. 하지만 그곳에는 새로운 발견과 배움이 있습니다. 그것을 깨달으면 그때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자신이 되어 있습니다. 지금 바로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먼 곳을 보지말고 발 밑을 보세요.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뭔지, 그것을 찾아봅니다.-210~212쪽

기회는 춘풍과도 같습니다. 춘풍은 어디에나 똑같이 불어옵니다. `이 사람은 성격이 나빠서`, `저 사람은 밉상이라서` 하며 취향대로 고르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춘풍이 불어올 때, 그것을 재빨리 감지하고 잡아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춘풍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은 평소부터 그때를 위해 철저히 준비를 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춘풍을 잡지 못하는 사람은 춘풍이 불고 나서야 준비를 하려는 사람입니다. 춘풍을 잡는 사람은 봄이 오면 바로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요인`을 미리 만들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춘풍이라는 `연(緣)`이 다가왔을 때 재빨리 `인연`을 엮어 꽃을 피웠던 것입니다. 한편 준비를 게을리했던 사람은 `요인`을 만들어놓지 않았기 때문에 연이 다가와도 인연을 엮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다음 연이 다가온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227~228쪽

처음 좋은 연을 엮는 것을 `연기(緣起)가 좋다`라고 말합니다. 좋은 연을 엮은 사람은 처음의 연이 다음 연을 불러들입니다. 또한 다음에서 다음으로 좋은 연이 이어져갑니다. 반대로 처음에 나쁜 연을 엮으면 다음도 그 다음도 나쁜 방향으로 연이 엮여갑니다. 날마다 노력하여 첫 요인을 만드는 것은 자기 자신입니다. 예를 들면, 큰 프로젝트 의뢰가 들어왔을 때 `아직 준비가 덜 돼서`라고 거절한다면 다시 같은 수준의 의뢰가 들어올 일은 없다고 봐야겠지요. 언제 어떤 기회가 와도 괜찮게끔 평소부터 좋은 요인을 만들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략) 눈앞의 물건을 바르게 비추는 맑은 마음은 맑은 환경에서 생겨나는 법입니다. 매일 해이해지지 않고 청소를 계속해가면 저절로 작은 자연의 변화나 사소한 일에도 감동하게 됩니다. 고마움을 느끼며 감사하는 시간이 늘어갑니다. 그러한 마음의 여유와 감사의 시간이야말로 매일을 풍요롭게 하고 좋은 연을 엮는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리고 기회를 잡는 힘을 부여해줍니다.-228~2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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