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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웨이
거스 히딩크 지음 / 조선일보사 / 2002년 9월
평점 :
절판
대한민국 모든 국민에게 잊지 못할 기억을 남긴 2002년 6월, 그 중심에 그가 있었다. 월드컵 4강이라는 기적을 이루어낸 사람. 필드에서 뛰지는 않았지만 필드에서 뛴 선수들보다 더한 사랑을 받고 화제를 모았던 바로 그 사람. 아마도 대한민국이 건국된 이래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외국인이 아닐까 싶은, 거스 히딩크.
'마이 웨이'는 히딩크의 눈으로 본 이번 월드컵 이야기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자서전'이라는 부제가 붙어있고, 책의 앞부분에는 히딩크의 과거사가 등장하기는 한다. 그렇지만 책의 대부분은 그와 한국과의 만남, 그가 어떻게 한국팀을 강팀으로 만들어 갔는지, 그리고 그와 한국 대표팀이 2002년 6월의 매일매일을 어떻게 보냈는지에 할애되어 있다.
그가 한국팀을 맡은 이후부터 기록된 그의 메모를 토대로 재구성했다는 일기형식의 글들은 현장감도 들고 무엇보다도 재미있다. 나 자신이 히딩크의 팬이라기보다는 전반적으로 축구에 빠져있는 사람이라 그런지 그가 보는 우리 선수들의 장단점이나 작은 에피소드들을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간만에 손에 잡자마자 떼지 못하고 잠을 설쳐가며 읽은 책이었으니까.
사실 자서전이라고는 하나, 애초 한국어로 쓰여진 이상 세부적인 디테일이나 문체는 히딩크 자신의 것이 아니라 고스트라이터였던 조선일보 기자들의 것이다. 신문의 색채는 차치하고라도, 늘 느끼는 조선일보 기자들의 소위 '글발'도 이 책을 재미있고 편하게 읽을 수 있게 하는데 큰 몫을 한다. 히딩크, 축구, 2002년 월드컵, 셋 중 하나만이라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꽤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